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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5/08/17 10:37:58
Name 총알이 모자라.
Subject 게임 즐기기
요새 듀얼토너먼트의 영향으로 평소에 관심도 없던 온라인 게임을 시작했습니다. 휴가기

간과 맞물려 열랩 했습니다. 그래봐야 지금 주천9성..

처음에는 사람들의 충고에 따라 충실하게 캐릭터를 만들어갔죠. 하지만 지금은 그냥 손 가

는데로 마음가는 대로합니다. 우수한 캐릭터로 키우기는 힘들겠지만 적어도 제 개성이 있

는 캐릭터는 만들 수 있을 테니까요.

게임의 목적을 이기는 것이라고 혹은 남들보다 뛰어난 것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게임은 본

질적으로 즐기는 것이라는 게 제 생각입니다.

승리를 통해 즐거움을 찾는 것도 좋지만 꼭 승리만이 즐거움을 주는 것은 아닙니다.

어린 시절 그냥 공을 주고받는 놀이나 팩차기 깡통차기 등을 하던 기억들이 있으실 겁니

다. 누구와 승부를 겨루지 않고도 충분히 즐거울 수 있었습니다.

게임은 놀이입니다.

놀이는 본질적으로 즐거움을 추구하는 겁니다. 프로화 된 스포츠도 놀이입니다. 야구도 농

구도 축구도 바둑도 장기도 모두 놀이입니다.

이런 놀이를 통해 돈을 벌고 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어찌 보면 축복이고 어찌 보면 괴로

운 일입니다. 놀이가 이젠 놀이가 아니기 때문이죠.

야구선수들은 몸이 짝짝인 경우가 많습니다. 한쪽으로 만 운동량이 쏠리기 때문입니다. 축

구선수들은 다리에 작은 부상하나 쯤은 다 달고 다닙니다. 농구선수들은 다리 관절에 무리

가 많습니다. 프로게이머들도 이런저런 직업병을 안고 살아갑니다.

그러나 이런 직업병들은 놀이를 직업으로 하는 사람들에게 큰 위협은 아닙니다. 그들에게

가장 큰 위협은 무엇일까요?

1981년 볼티모어에서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은 이래 21시즌동안 한 팀에서 만 활약한 볼티

모어 최고의 프랜차이즈 스타이자 2,632경기 연속 출장이라는 위업을 달성한 메이저리그

의 영웅인 칼 립켄 주니어는 꾸준한 활동에 가장 큰 적은 '게으름과 식상함'이었다고 솔직

히 고백했습니다. 아무리 재미있는 것도 지속적으로 반복하면 사람은 지치고 재미를 느낄

수 없게 됩니다. 그냥 즐기는 사람들은 가끔 다른 게임을 하던지 게임을 잠시 접던지 하면

서 충전 할 수 있지만 직업인은 그럴 수 없는 거죠.

식상해져버린 일에 열정을 가지는 것은 참 힘든 일입니다.

학생들에게 공부는 당연한 것이지만 공부해라는 가장 듣기 싫은 말인 것처럼 놀이를 직업

으로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언제나 최선을 다하라는 것은 당연하지만 별로 달갑지는 않

은 느낌이 들 겁니다. 한 선수를 좋아하고 팀을 좋아하다가 성적이 만족스럽지 못할 때는

실망도 하고 가슴아파하기도 합니다. 팬으로서는 당연한 것이죠.

하지만 저는 게임의 승패보다는 다른 측면에서 게임을 즐깁니다. 선수가 성적이 좋을 때

는 아, 저 선수는 게임을 즐거워하는구나, 저 선수는 진짜 이기려는 마음이 강하구나, 하

는 식으로 공감을 하고 선수의 성적이 좋지 않을 때는 저 선수 요새 집중력이 떨어지는 구

나, 이 고비를 어떻게 이겨낼까? 하고 응원을 하게됩니다. 그들이 제게 줄 수 있는 것은 보

는 즐거움이고 저는 그것을 즐기면 되는 것입니다. 그들이 저에게 실망을 안겨준다면 그

런 실망을 다시 기쁨으로 바꾸어줄 노력을 믿어보는 것입니다. 그러면 언제나 게임은 저에

게 즐거움과 희망만을 줄 수 있을 겁니다.

지금은 주천9성의 별 볼일 없는 캐릭터지만 즐거움과 희망이 있다면 등선의 그날까지 게

으름과 식상함의 함정을 지나 꾸준히 즐길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아, 물론 지나친 집착

은 마음을 지치게하니까 적당히 자제하기도 해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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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gicPowerII
05/08/17 10:47
수정 아이콘
그런이유로 총알님과의 대전은 아스트랄하군요...;;
05/08/17 10:48
수정 아이콘
프로게이머가 아닌 이상은.. 목숨걸고 즐길 필요는 없죠.ㅋ
05/08/17 10:49
수정 아이콘
즐기고 싶은데, 구룡쟁패 렙올리기 너무 힘들어요.. ㅠ_ㅠ
와우 유료화하고 안쳐다보고있는데.. 어쩔수없이 끌립니다;;
남빛바다
05/08/17 10:51
수정 아이콘
전 승부욕이 좀 강한편이라.. 아니 그보다는 허세가 강한편이라고 해야할까요? 남들한테 우습게 보이는건 못참는 성격입니다. 게임에 진다고 우습게 보이는건 아니겠지만 스스로한테 자괴감이 들죠... 그런 이유로... 가족들 외에는 사람과 같이 게임해본적이 없군요..
음 좀 엉뚱한 리플인가요???:;
05/08/17 11:11
수정 아이콘
프로게이머가 아닌이상 역시 게임은 즐기는거죠.
그래서 스타나 장기나 바둑체스등은 ...직접즐기지 않습니다.
지면 화가 나거든요.. 단지 판타지마스터즈나 매직더게더링같이...
애초에 시작부터 내맘대로 할수 있다면 져도 기분좋을 따름이죠 ^^
Lunatic Love
05/08/17 11:13
수정 아이콘
다 때려치고 더블커맨드 연습부터....................................-_-
EclipseSDK
05/08/17 11:35
수정 아이콘
저도 스타 승부욕은 강한데, 공부승부욕은 약합니다..-_-
러브투스카이~
05/08/17 11:37
수정 아이콘
저도 승부욕이 강해서 -_-; 스타할때 농락당하거나 그럼 화나서 못참을때가 많음 -_-;; 이럴때는 어케해야하는지
먹고살기힘들
05/08/17 11:42
수정 아이콘
승부욕이 강해서 지는것을 못참는 성미인데 실력이 딸리시다면 이기는 것에 중점을 두기보다는 지더라도 어떻게 상대를 괴롭히는 것이 재미있을까로 게임을 해보세요.
다른건 몰라도 몇번 하다보면 재미도 있고 게릴라 운영과 컨트롤도 정말 많이 늡니다.
호수청년
05/08/17 13:15
수정 아이콘
이런 리플을 제일 먼저 떠올렸는데.. 왜 없나요......


전 주천 3성 -_-;
★가츠처럼★
05/08/17 13:19
수정 아이콘
저는 게임을 접하고 느끼는 면도 개개인마다 다양하다고 생각합니다. 총알님처럼 단지 놀이로서의 즐기는 사람도 있고,
저처럼 오로지 실력을 위한 놀이로 즐기는 경우도 있다고 봅니다.

처음에는 즐기지 않고 승부욕을 앞세워 게임을 하면서 화도 나고 스트레스도 받아서 그냥 즐기려고 했는데, 성격상 그건 또 안대더라구요.

이래저래 갈등을 겪으며 게임을 하다보니, 나름대로 저만의 즐기는 방법이 생겼습니다. 실력 향상을 하되, 게임속의 긴장감을 즐기고 패배를 인정해보고 고수에게 배우고 꼭 이기려 하는 그런 점들이 조금씩 느니 또다른 면으로 즐겁더군요.

어찌보면 같은 맥락인가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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