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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5/09/20 06:12:15
Name legend
Subject 스타크래프트 이야기(1)-아이우의 하늘
발키리행성의 짙게 덮여진 푸른 하늘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그다지 유쾌한
기분을 만들어주진 않는다.하늘이 아니라 넓게 펼쳐진 두꺼운 구름처럼 보이
기 때문에 원래의 하늘을 거대한 구름덩어리가 가로막는 형상이어서 올려다
보면 마음만 답답해져간다.

리치집정관의 제3군단에 속해있는 상급질럿인 아스칼자우는 그러한 하늘을
보아도 답답한 감은 못 느끼는지 무감동한 표정으로 올려다보고 있었다.
세월의 풍파를 겪을대로 겪은 그는 오랜 시간동안 전투를 치루며 살아남은
베테랑 중의 베테랑이었다.

보통질럿의 생명은 첫 전투에서 절반은 죽는다고 봐도 되며 겨우 살아남았다
하더라도 두,세번째안에 대부분의 질럿은 전장에서 산화하고 만다.하지만 그
는 벌써 서른번이 넘는 전투에서 살아남았다.그 서른번의 전투 중에 수많은
전공을 세워 이미 템플러로의 진급은 충분히 가능했지만 그는 질럿으로 남았다.
죽는 그 순간까지 사이언블레이드로 적을 베다 장렬히 산화한다는것이 그의
결정이었다.

하늘을 보며 멍하니 발키리의 언덕에 앉아있던 아스칼자우는 그에게 텔레파시
를 보낸 템플러의 소집명령을 듣고 몸을 일으켰다.그리고 천천히 기지를 향해
걸어가다가 다시 고개를 돌려 하늘을 바라보았다.하늘을 바라보는 그의 눈은
어딘가를 향한 슬픈 애수어린 눈빛이었다.

'아이우의 푸른 창공보다 아름다운 하늘은 어디에도 없었다.그 옛날,높고 아름다
웠던 하늘을 다시 볼 날이 올수 있을까?'

그의 푸른 눈동자에 비치는 건 짙은 구름같은 답답한 하늘뿐이었다.


"셔틀 공습에 지원할 질럿을 뽑아달라는것입니까?"

게이트웨이 깊숙한 곳의 질럿들이 이곳저곳에 앉아 있는 곳에 아스칼자우에게 템
플러가 고개를 끄떡이며 긍정의 표시를 하였다.템플러를 잠시 바라보던 그는 잠시
고민하다가 주위의 질럿들을 둘러보며 말하였다.

"이번 총공격에 셔틀공습에 지원될 질럿은 적의 가장 깊숙한 곳에 착륙하여 시즈
탱크의 포화를 맞아줘서 하이템플러의 사이오닉스톰의 시전할 시간을 버는것이
다.즉,착륙할 질럿의 중요도는 아주 높은 것은 당연하며 생존은 절대로 바랄 수
없다."

그의 말에 주위의 질럿들은 지원될 자는 필사(必死)라는 말에도 불구하고 자신감에
넘치는 눈빛으로 자신을 뽑아주길 간절히 원하고 있었다.그들의 모습에 아스칼자우
는 속으로 피식 웃으며 생각했다.

'바보같은 녀석들...그래,고향없이 떠도는 신세라도 프로토스의 정신이 이렇게 살아
있는 한 프로토스는 영원하다.'

그들의 모습을 다시 한번 차근차근 따스한 눈으로 바라보고 다시 그는 생각했다.

'괜히 개죽음시킬수는 없지.그래,저녀석들은 프로토스의 미래니까.후후...질럿치고
는 오래도 살았어.'

조용히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던 아스칼자우의 입이 떼어졌다.

"이번 일은.....내가 간다."

그의 말에 잠시 이해하지 못한듯 가만히 있던 템플러와 주위의 신참질럿들은 이내
그 말의 의미를 깨닫고는 놀란 목소리로 뭐라하기 시작했지만 아스칼자우는 자신의
생각속에 빠져 게이트웨이의 구조물 사이로 보이는 발키리의 하늘을 바라보았다.

'단지 아쉬운게 있다면 다시 한 번 아이우의 하늘을 보고 싶었는데...'


삐비빅!
고요히 하늘 위를 떠가는 셔틀 앞으로 프로토스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기계로 이루어
진 괴물들이 철옹성처럼 버티고 있었다.하늘을 향해 당당히 뻗쳐진 시즈탱크의 포대
밑으로 벌쳐들이 빠른 속도로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 모습에 아스칼자우를 비롯한 하이템플러3명은 조금씩 긴장되기 시작했다.질럿뿐만
아니라 템플러들도 죽음을 각오해야만 한다.운나쁘게 벌쳐에게 걸리면 스톰 한번 못써
보고 개죽음 당할테니...

아스칼자우는 주위의 템플러에게 준비하라는 손짓을 한 후 천천히 쉼호흡을 한 후 착
륙할 지점을 예상하며 밑을 보았다.

밑에는 셔틀보다 약간 뒤쪽으로 질럿과 드라군,템플러들이 돌격준비를 마치고 천천히
돌격시작을 시작하려 한다.그들의 돌격이 시작되는 순간 자신은 시즈탱크 속으로 착
률될것이다.셔틀은 테란의 벌쳐를 통과하여 시즈탱크부대에 거의 다 도착하였다.아
스칼자우는 마지막으로 주위 템플러에게 말했다.

"무운을 빌겠소"

주위 템플러들도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위대한 전사여,당신의 희생을 잊지 않겠소."

그 말이 끝나자마자 그는 착륙하였다.
셔틀에서 빠른속도로 내려지기 시작하였다.셔틀의 자동상륙시스템을 벗어나자 그의
몸이 엄청난 속도로 추락하기 시작했다.그리고 순식간에 땅바닥과 접촉하였다.
쿠웅!
아스칼자우는 재빨리 몸을 일으켜 사이언에너지를 모아 블레이드를 생성하였다.
주위의 시즈탱크들이 벌써 포구를 돌려 그를 향하였다.그는 재빨리 가장 근처의
시즈탱크에게 블레이드를 휘둘렀다.
샤아앙!
엄청난 쇳소리와 함께 시즈탱크의 몸체가 갈려졌다.그리고 그와 동시에 엄청난 굉음
에 터져나왔다.
콰콰쾅!!!
그 굉음소리를 듣자마자 아스칼자우는 자신의 죽음을 직감했다.굉음은 순식간에 그의
몸을 갈갈히 분해시켜버렸지만 포격의 영향때문에 아스칼자우 주위의 시즈탱크도 폭
발해버렸다.

'죽는건가...'

아직 산화되기 직전 머리와 상체 일부분만 남은 그의 몸이 허공을 비산하고 있었다.
흐릿해져가는 시선에 짙은 구름들만이 그를 덮어갔다.

'다시 한 번만이라도...그 하늘을...아이우의 하늘을!'

마지막으로 쥐어짠 그의 생각토막들이 점차 사라져가며 아스칼자우는 생명의 끈을
놓았다.
그 순간,기적이었을까?짙은 남보랏빛 하늘을 찢어내고 또 다른 하늘이 나타났다.
번개가 폭풍처럼 몰아치며 하늘을 만들어냈다.번개폭풍이 찢어낸 그 작은 틈속에서
그는 보았다.하늘을.
너무도 높고,너무도 아름답고,그렇기에 다시 한 번 보고 싶은,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
다운 프로토스의 하늘을...



죽어가는 모든 프로토스의 이름 하나하나 모아서 아이우의 하늘 위에 걸어놓는다.
다시 아이우로 돌아왔을 때,그 날을 위해 죽어간 자들을 잊지 않기 위해...

(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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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ralEyez
05/09/20 08:29
수정 아이콘
왜 제목만 보고도 레전님 글인 줄 직감했을까요...??
요즘 느끼는 거지만...저도 아이우의 하늘을 볼 수 있을 것..
같은 기대감이 밀려 오네요...
하늘 사랑
05/09/20 10:27
수정 아이콘
글 잘 읽고 갑니다
남빛바다
05/09/20 11:07
수정 아이콘
멋져요... ㅠㅠ
제이스트
05/09/20 13:12
수정 아이콘
와우.
아케미
05/09/20 17:17
수정 아이콘
멋있습니다-_-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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