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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6/02/10 00:06:04
Name 전영소년
Subject "사랑을 놓치다" (조금이지만 강력할 수도 있는 스포일러 있습니다.)
저에게는 가슴이 시렸던 짝사랑이야기가 있습니다. ‘가슴 아팠겠구나’하고 생각했던 짝사랑 받은 이야기도 있습니다.

어느 정도 적당히 철들 무렵의 진한 짝사랑이었습니다. 저의 세계에는 그녀가 전부였고, 저의 눈에는 그녀만이 보였습니다. 아무것도 바라지 않았습니다. 저는 그냥 그렇게 그녀의 곁에 머무를 수 있기를 희망하였습니다. 마치 태양을 바라보는 해바라기와 같았습니다. 그녀라는 행성의 주위를 도는 위성과 같았습니다. 하지만 저에게는 그런 작은 희망도 허락되지 않았었습니다. 그녀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알 수 없는 힘은 언제나 제가 자신과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도록 나를 밀어냈습니다.

비슷한 무렵에 제가 또 다른 그녀에게 단 하나의 사람이 되어있는 것을 알지 못했습니다. 그녀도 어느새 저의 곁에 다가와서 그 곁을 돌고 있었습니다. 그런 그녀를 제가 발견하였을 때 저는 놀랐습니다. 저도 그녀에게 저와 함께 있기를 허락할 수 없었습니다. 우리 둘 사이에도 큰 공간이 있었고, 그렇게 그녀를 밀어냈습니다. 세월이 지나면서 저도 그녀의, 또 다른 그녀도 저의 자기장 밖으로 벗어났습니다.

저는 그 시절의 사랑을 놓치고, 놓치게 만들었습니다. 이렇게 그때의 기억과 감정들을 고스란히 떠올리게 된 이유는 영화 ‘사랑을 놓치다’를 보아서입니다.

‘사랑을 놓치다’는 세상의 많은 종류의 사랑을 놓치는 모습과 상황을 이야기하는 영화입니다. 두 주인공의 여러 가지 사랑을 놓치는 이야기를 중심으로 주변의 조연들도 모두 사랑을 놓치는 경험을 했거나, 하고 있습니다. 더욱이 엑스트라들조차도 온통 사랑을 놓치는 이들입니다. 이렇게 영화는 모든 이야기가 사랑을 놓치는 것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하지만 영화는 시종일관 조용하고 담담하게 흘러갑니다. 관객들에게 감정의 동요를 강요하지 않습니다. 그것이 보는 이의 가슴이 더 절절하게 만드는 이유입니다. 감정이 강요되지 않는 만큼 나의 옛 이야기들이 흘러나와 영화와 함께 흐릅니다. 영화는 두 주인공과 주변인들, 엑스트라의 사랑을 놓치는 이야기에도 관객이 공감하도록 만듭니다.

조용히 흘러가는 영화와 함께 스스로의 이야기를 함께 보다보면 제목과는 너무나 다른 역설된 결말이 있습니다. 영화 내내 공감하며 보아온 관객들의 마음에 대한 보상처럼 생각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영화는 끝까지 철저하게 ‘사랑을 놓치다’입니다. 두 주인공의 사랑의 붙잡음이 다른 이가 사랑을 놓치는 경우입니다. 주인공들도 결국 사랑을 붙잡은 사람들 같지만, 그 때 그 시절, 그 상태의 그들이 놓친 사랑은 기억할 수 있지만 영원히 다시 먹을 수 없는 한 끼 식사와 같습니다. 또한 그들이 붙잡은 것 같은 남녀 간의 사랑을 제외하고는 다른 많은 사람을 놓쳤습니다. 그리고 주인공이 사랑을 붙잡는 그 순간조차 사랑을 놓치는 이도 있습니다.  

너무도 철저하게 사랑을 놓치는 영화이지만 관객에 대한 배려도 잊지 않았습니다. 비록 카타르시스는 주지 않지만, 남녀 간의 사랑을 놓치지 않는 최선의 해결책을 말해줍니다.
과수원에서 가장 큰 사과를 찾는 방법. 그 것입니다.

ps. 원체 영화를 자주보는 편이라 이제부터 영화를 보면 감상문을 올려야겠다는 생각을 하였는데 글솜씨가 너무 부족한지라 상당히 부끄럽네요~^^;

ps2. 이 영화의 감상 포인트는 적당한 사랑의 경험과 어느정도의 연륜인 듯 합니다. 참고로 20대 후반 이상의 솔로 분들에게는 적극 추천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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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수
06/02/10 01:14
수정 아이콘
저도 여친이랑 이영화 볼려고 기대중입니다. 봄날은 간다 정도만 되엇으면 하는 소망이 ...
세이시로
06/02/10 01:17
수정 아이콘
요즘 영화답지 않은 잔잔한 영화죠.
스펙타클도 속도감있는 전개도 화려함도 없는...
더군다가 두 남녀의 사랑 또한 어찌나 답답한지요.
정말 요즘 세대(?)가 보기엔 지루할 지도 모를 이야기지요.
그래도 전 이 영화가 좋았어요.
이휘향 장항선 이기우 씨의 까맣게 태운 얼굴이 참 보기 좋더라구요.
송윤아씨는 헐렁한 옷을을 걸쳐도 이쁘구요.
설경구씨는...대학생 모습은 좀 아니지만 ^^; 뒤로 갈수록 멋지더군요.
아무튼 느린 템포의 영화를 좋아하시는 분들에게는 추천! ^^
06/02/10 03:05
수정 아이콘
영화가 봄날은 간다 정도'만' 되기는.. 참 어렵습니다..-_-;
초록물고기
06/02/10 08:27
수정 아이콘
글 마지막부분처럼 나이좀 있는 솔로분들이 보기에 딱일것 같읍니다...전 2번을 봤다는....특히 배경음악이 다들 너무좋아서...요즘 계속 듣고있답니다...
Drunken..
06/02/10 09:28
수정 아이콘
봄날은 간다.. 정도의 기대를 하고 보시면 약간은 실망스러우실수도 있을거 같은데요~^^★

그야 말로 잔잔하고 심각하게 아리지 않은 담백한 영화였던 것 같네요.

설경구님의 어린 나이설정이 몰입을 더디게 하게도 하고요~^^ 하지만 송윤아님의 미모와 연기는 꽤나 매력적이었답니다. 배경음악도 좋았고요.
슈퍼마린&노멀
06/02/10 11:36
수정 아이콘
이거다 싶으면 바로 따는기라... ^^; 이대사맞나요
06/02/10 17:34
수정 아이콘
저는 오랜만에 극장에서 잔잔한 영화 봤다, 하고 내심 좋아했는데
같이 보러간 친구는 노발대발 "이게 끝난거?!"하면서 화를 내더라구요-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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