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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6/04/19 06:23:52
Name 니오
Subject 미국 이야기 1
피지알 눈팅경력 몇해만에 쓰는글인지 모르겠습니다. 예전부터 한번 글을 써보고싶다 생각만 있다가 그냥 제 사는 평범한 이야기를 나누어보렵니다.

벌써 십수년... 오래도 됬군요.. 제가 막 이국땅에 도착해서 적응하던차, 아버지가 운전하시고 같이 어딜 좀 다녀오던 길이었습니다. 차도 한적한 저녘 늦은 시각이었는데, 한인 타운 근처에서 빨간불이 걸려 정지상태였구요. 홀연히 아버지쪽 옆차선으로 차 한대가 옵니다. 시끄러운, 그러나 낯익는 서태지와 아이들의 난 알아요와 함께 ㅡ.ㅡ 차 트렁크에 붐박스를 달았는지, 워낙 큰 음악소리에 우리차까지 베이스 리듬에 맞춰 바이브레이션이 징~징~ 자동 안마가 되더군요. ㅋ 귀가 터집니다. 저도 그런데 완고하신 우리 아버지 표정보니 혈압 상승중.. 차안을 보아하니, 한국인 학생들 같더군요. 제 생각으론 나이 많아야 고등학생 정도 (참고로 미국은 젊은 학생들도 낡은차나마 한대씩 몰고 다니기는 합니다. 대중 교통이 충분치 않은 특수한 상황이라;) 빨강 파랑 머리의 남녀가 창문을 훤히 열고 담배를 피며 즐거워하는 모습이 보이는 찰나..

아버지: (창문을 쓱 내리시더니) 이봐 학생들, 나이도 어린것 같은데 그렇게 대놓고 담배들을 피나. 음악 좀 끄고!

뭐 아버지는 워낙에 갓만 안쓰신 조선분이라 처음부터 미국을 좋아하시지 않기도 하셨고 법과 도덕을 사랑(?)하시는 분이라 ㅡ.ㅡ 한국에 계실떄도 한 '훈계'하셨죠.

운전석 쪽에 앉은 남학생은 음악소리에 잘 못들었던지, 옆에 여학생에게 뭐라 묻더군요. 입모양 보니 대충 '저 아저씨 뭐래?' 정도였던듯 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아버지나 저나 그 다음 상황을 예기치 못한거죠. 운전하던 남학생이 거리밖을 앞뒤로 살펴보더니, 허리춤에서 멀 꺼내더군요... 아버지를 겨누더군요.. 총 맞더군요.. 음악소리에 묻혀 전해온 한마디 '죽고 싶냐?'

워낙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굳어버린 아버지와 저를 조롱하듯 쳐다보며 그차는 떠나버립니다. 그리고 우리는 집에 도착할 때까지 아까의 공포를 떨쳐버리지 못한듯 함구했습니다. 그 다음날까지 아버지 끙끙 앓으시더군요. 제 얘기를 들으신 어머니는 펄쩍 뛰시며 당신 미친거 아니냐, 왜 남의 일에 간섭하냐, 목숨이 몇개냐.. 여기가 한국인줄 아냐.. 아버지를 집중포화하시고..

이 사건 뒤로는 아버지는 절대 젊은 학생들에게 훈계하는 일은 사라졌습니다.

비단 이 이야기가 미국의 젊은이들을 일반화시키면 안됩니다. 극히 일부분의 불량청소년들만이 해당되겠지요. 또한 담배핀다=불량학생의 공식도 절대 성립안됩니다. 담배는 순순하게 기호품이기에.

저또한 자칫 목숨을 잃을만한 가치가 없는 아버지의 훈계가 없어져서 다행이라 생각되지만, 한편으로는 아버지와 같은 사회의 어른들이 하나둘 사라져가는 세상이 안타깝습니다. 청소년들이 길거리에서 담배를 피냐 못피냐의 문제가 아닙니다. 과연 이시대의 젊은이들은 윗사람에 대한 기본적인 Respect가 있는가? 겉으로는 예우를 갖추면서 속으로는 '니가 뭔데?'하는 것과 머리에 총을 겨누는 것이 과연 얼마나 큰 차이가 있을까 하는 점입니다. 굳이 영어로 Respect라 칭한것은 굳이 그것이 존경까지는 아니라도 괜찮기 떄문에.. 존중과 존경 중간정도라 할까..

p.s. 아래 글에 댓글로 제 생각만 달려다가 문득 그떄 그 사건이 생각나 중복성의 글을 썼네요. 틈나는 대로 미국에서 오래동안 살면서 겪게 된 여러 이야기들을 나누어 보려하는데 괜찮겠죠? ^^ 가끔씩 피지알에 올라오는 미국 관련된 이야기를 눈팅하며 느끼던 것인데, 미국은 좋아하지 않더라도 미국에 사는 교포들까지 싫어하지 마시기를.. 저도 시민권자 된지 오래되었지만, 처음보는 사람이 물어보면 생각도 안하고 한국사람이다 얘기합니다. 법적인 미국시민도 결국은 김치먹는 한국사람입니다.. 그걸 받아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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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인
06/04/19 07:32
수정 아이콘
덜덜덜~~
방탄 유리를 장착하고 스피커로 훈계를 해야겠네요.
도주를 위한 강력한 엔진도...
T1팬_이상윤
06/04/19 08:25
수정 아이콘
미국이야 대중교통이 한국만큼 발달되지 않은터라 만 16세만 되면 운전면허를 취득할수가 있죠. 보통 11학년(한국으로치면 고2)정도 되면 각자 자신의 차를 타고 등하교를 하거든요. 나이가 어리다 보니 가끔 이런저런 사고도 치고 그런답니다. 제 친구들중에서도 그 나이때 속도위반으로 벌금문놈만 꽤 됩니다. ㅡㅡ;;;;
06/04/19 09:02
수정 아이콘
제가 사는 동네는 그래도 환경이 좋아서...
갱도 별로 없고, 낙서도 없고.. 흑인들도 거의 찾기가 힘들어요.

그래도 에피소드 많죠.

샌프란시스코 다운타운에 동전 주차 해놓고 잠깐 볼일 보고 왔는데, 이런, 한국은 차 도둑들이 문 따잖아요? 여기는 유리창을 깬답니다. 그리고 고작 선글라스 집어가요. 저도 당하고 나니까... :(

경찰이 또 무섭죠. 밤에 뒤에서 경찰차한테 걸리면, 커다란 서치라이트 비추면서 - 운전하기 힘들죠, 엥엥 거리면서, 스피커로 풀오버..

차 세우고, 손 핸들위에 올리고 가만히 앉아 있으면 차 옆에 붙어가지고 허리에 찬 권총에 손 올려 놓고 살살 접근해 오는데. 여차하면 쏘겠다 이겁니다. 이때 손 보이게 하고 가만히 앉아 있어야지, 잘 모르고 움찔하면 총 맞는 겁니다

하하 너무 살벌한 이야기만 했나요? 그냥 살벌한 경우이고, 또 살다보면 잘 몰라요.
DeaDBirD
06/04/19 09:06
수정 아이콘
한국과 미국은 다르죠. 더구나 미국에 사는 황인에게는요.
한국과 미국은 다르죠. 더구나 한국에 사는 백인에게는요.
Jay, Yang
06/04/19 09:12
수정 아이콘
정말 무서운세상이네요...
Den_Zang
06/04/19 09:24
수정 아이콘
후덜덜 ㅡ_ㅡ;; 그나저나 담배 고등학생 이 부분이 참.. 문제긴 하네염 ㅡ_ㅡ;; 담배 잧체가 문제라는건 지금 시대엔 안 맞는 논리 같아염 ;; 그러나 담배가 곧 탈선의 의미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에 그것이 사람들에게 안좋게 비춰지는것일테고.. 그러나 지금 시대엔 또 그런걸 머라 한다는 자체가 웃긴 얘기네여...
하얀냥이
06/04/19 09:54
수정 아이콘
문화적인 차이로 프라이버시 침해라는 부분을 더 크게 느끼게 해주는 일화군요. 한국도 미국화가 심각하게 이루어져가고 있기 때문에 일부는 respect 받기를 원하고 일부는 자신의 프라이버시가 지켜지길 원하는 것에서 비롯되는 갈등이 앞으로도 심화 될 것 같네요.

그런데 그건 알아야 할 것 같습니다. 잔소리를 하지 마시고 이해와 설득을 실천하세요.
IntiFadA
06/04/19 10:26
수정 아이콘
처음엔 미국이라는 나라를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왜 우리나라에만 이렇게 총기사고가 많이나지?" 라는 어처구니 없는 의문을 토해놓는 미국인도 있더군요.
총기소유 합법화라는 간단명료한 이유가 있는데 말이죠.

나중에.. 미국정치와 이익집단, 그리고 NRA의 존재를 알면서 이해가 가긴 합니다만....(이해는 가지만 절대 동조할 수는 없는 이야기죠..)
T1팬_이상윤
06/04/19 10:34
수정 아이콘
총기소유가 합법화 된게 독립전쟁의 영향이 컸었던 탓이죠. 게다가 미국에선 한번 정한 법은 하늘이 두쪽나는 한이 있어도 절대로 안바꿉니다. (대신 헌법수정조항이라고 해서 예외조항을 만들긴 합니다만......)
Sulla-Felix
06/04/19 10:38
수정 아이콘
일년에 총기사고 사망자 3만명.....
덜덜덜이죠.
IntiFadA
06/04/19 10:44
수정 아이콘
T1팬_이상윤님// 네, 미국식 공화주의의 영향(내 몸과 재산은 내 손으로 지킨다 식의...)이 총기소유 합법화에 큰 영향을 미친건 사실이죠. 하지만 지금까지 수많은 총기사고에도 불구하고 끄떡없는 것은 단순히 '한번 정한 법은 하늘이 두쪽나는 한이 있어도 절대로 안바꾸기' 때문이라기보다는 공화당의 최대 후원조직인 NRA의 힘이 크다고 생각되네요...
글루미선데이
06/04/19 10:55
수정 아이콘
거기 총 무서워서 어떻게 사는 지 잘 모르겠어요
칼정도만 해도 유사시에 반항이라도 해볼 수 있겠지만
(아님 죽어라 도망가도 되고..)
총은 뭐 등 돌리고 죽나 그냥 쳐다보다 죽나 -_-;
글 읽다가 깜짝놀랬습니다
06/04/19 10:57
수정 아이콘
저래서 아직은 우리나라가 살만한거죠
블랙잭
06/04/19 11:13
수정 아이콘
미국은 그래서 서로를 별 상관 안합니다. 진짜 별의별 놈들이 다있어서 먼꼴을 당할지 모르거든요. 흔히 나오는 얘기가 미국사회는 정이 없다...하던데.....한국은 한국인만의 그런 끈끈한 정같은 걸 계속 유지해나갔으면 좋겠네요. 너무 서구화가 되지 않았으면....
06/04/19 11:29
수정 아이콘
확실히.. 담배피운다고 훈계하고 대든다고 두들겨 팰 수 있는 (형사처벌 받을 분위기긴 하지만...) 우리나라가 그나마 살만한 나라네요...
하긴, 인도네시아 출장갔을 때에도 그런 얘기 줄창 들었습니다. 밤에 나돌아다니지 말고, 이동간에는 반드시 택시를 타고, 택시도 반드시 실버버드나 블루버드(우리나라로 치면 모범택시죠)만 타고 다니라구요.. 안그러면 무슨 일 당해도 모른다구... 현지 사장님이 그러시더군요. -_-;;
게레로
06/04/19 11:40
수정 아이콘
공립 고등학교는 담배피는 구역이 있지않습니까... 물론 사립은 규제하지만.... 마리화나 피다 걸려도 훈곈데.... (거래하지 않으면...)
T1팬_이상윤
06/04/19 12:54
수정 아이콘
IntiFadA님//머 NRA넘들덕도 있긴 있죠. 근데 민주당도 터치 전혀 하지 않고있죠. 법을 폐지할꺼면 폐지하지 왠만해선 안바꿉니다. 예외조항만 추가할뿐이죠.
딥퍼플
06/04/19 14:02
수정 아이콘
우리나라 학생들 담배 피우고 술도 마시지만, 아직 착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중에 별난 놈들도 있지만 어느 시대나 똘아이들은 있기 마련이니까요. 제가 중학교 때도 반에서 절반은 담배피었고, 심지어 싸움할 때 망치로 상대방 뒤통수 까는 놈들 있었습니다.(조금 불량중학교였음...-_-;;;)
T1팬_이상윤
06/04/19 14:51
수정 아이콘
암튼 미국 나라가 워낙 크다보니깐 별의별놈 다 있습니다. ㅡㅡ;;;;;
06/04/19 14:59
수정 아이콘
아무리 민족이 한민족이래도 결국에가서는 미국인인 것입니다. 얻는게 있으면 잃는게 있는것이죠. 약한 우리나라를 원망해야지요.
케케케나다
06/04/19 16:18
수정 아이콘
쯧쯧... 역시 서부라서 틀린가요??? 정말 전 뉴욕에 산게 10년이 다되어가는데 저한테 누구하나 총겨눈일이 없는데... 신기하네요, 전 새벽에도 잘만 걸어다니는데... 맨하턴에만 살아서 그런가??? ㅡㅡ;;; 할렘가도 가끔 가고 그래도 저런일은 없는데... 저런일은 참 신기하네요. 근데 저도 나름대로 미국 전국 곳곳은 다 돌아다녔다고 생각하는데... 저건 너무나도 익스트림한 케이스아닐까요? 주변에 흔히말하는 KP였다는 선배들은 있어도 아직도 총가지고 장난치는 사람들은 없고 특히나 한국사람들이 한국사람한테 총겨누는건... ㅡㅡ;;;
Sulla-Felix
06/04/19 16:35
수정 아이콘
제 지인의 친척중 한명이 총맞았습니다.
뭐 편의점 강도라는 전형적인 패턴에 서부라는 지역적 특징이
있긴 하지만...
[Random]부활김정
06/04/19 16:41
수정 아이콘
미국에 사는 친구가 한낮에 길을 가고 있는데 등에 먼가 차가운 기운이 갑자기 느껴져서 움찔 했는데 '지갑 내놔' 라는 소리가 들리더랍니다. 근데 마침 현금은 없고 카드만 있어서 애들이 가져가지 않았다더군요
근데 웃긴건 몇미터 앞에 경찰이 있었는데 그걸 보고도 그냥 모른척 딴데를 쳐다보았다는군요 -_-;;
경찰도 총 맞을까 무서워서 대낮에 강도질이 발생하는 나라 무섭습니다..
06/04/19 18:34
수정 아이콘
담배... 어떤 영화를 봤는데 영화에 한해서인지, 법이 아닐 수도 있지만은 어린 아이가 담배피니까 그 아이 엄마가 "13살 되면 펴라."라고 하더군요... 미국은 어릴 때[즉 13살 이상 정도]부터 담배 필 수 있긴 한 것 같군요;
You.Sin.Young.
06/04/19 19:52
수정 아이콘
으하핫~ 멋진 나라네요 ^^ 누구든 쏠 수 있고, 누구에게든 맞을 수 있는~!
06/04/19 21:09
수정 아이콘
죄송한데, 만 18세로 바뀌었거든요 -_-; 만 16세 운전 할 수 있었는데 사고가 너무 많이 나서 법 바뀌었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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