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일전에 황당한 사건이 있었다.
처음 겪어 보는 일도 아닌데 그 짧은 시간동안 나를 상당히 불쾌하게 만들었던 사건.

먼저 내 소개를 간단히 하자면 난 저그유저다. 그런데 토스전은 못하고 저그전은 안하는 터라 반쪽도 못되는 3분의 1쪽자리 저그유저다. 고로 나에겐 '스타크래프트=저그 vs 테란'이라는 공식이 성립된다. 이런 나를 진정한 저그유저로 부를 수 있는지 나조차도 의심이 들지만, 홍진호를 좋아하고 마본좌에게 무한한 존경심을 가지며 용호어린이를 너무나도 사랑하는걸 보면 저그유저 맞긴 맞는 것 같다. ^^

그러던 어느날. 가끔 놀러다니던 채널에서 이번에도 역시 테란유저와의 한판을 치루게 됐다. 매일 테란전만 하다보니 고수는 아니어도 대충 비슷한 실력의 테란과의 경기에서는 자신이 있는 터였다. 다행히 상대방의 실력도 그다지 좋은 것 같지는 않아서 평소 애용하던 퀸으로 커맨드 먹기 신공을 펼치며 gg를 받아냈다.

여기까지는 아주 좋았다. 하지만 문제는 나의 특이한 스타크래프트 습관(?)에서 비롯되었다. 테란이 주종이 아니니 토스로 리겜을 부탁한단다. 나야 뭐 토스전 자체를 안하니 당연히 거절을 했는데 갑자기 상대방쪽에서 버럭! 화를 내는 것이 아닌가. 리겜은 기본 매너라며 훈계를 시작하는데 의기소침해진 나는 무한 잠수신공을 펼치는 걸로 사건은 마무리 되는 듯 했다. 이름하야 알트탭 신공!

하지만 그 테란유저 커맨드 먹힌거에 상처를 많이 받았나보다. 피지알의 유머게시판을 한바퀴 돌고나서 한겜 더 해볼까 하는 마음에 스타창으로 돌아갔는데 이게 왠일? 나와 게임을 했던 그 테란유저 아니 테란으로 나와 게임을 했던 토스유저가 자신의 팀원들에게 신나게 나를 씹어대고 있었다.

리겜 매너도 모르는 허접한테 졌다 제길. 토스로 하면 질럿 한부대 거리도 아닌데 말야. 하하하. 대충 이런 내용이었던걸로 기억한다. 사실 토스전 하면 질까봐 안한건 맞긴 맞는데 대놓고 그렇게 말하니 하고 게임하고 싶은 의욕이 싹 사라졌다. 게임이란거 즐기려고 하는건데 기분상하면서 까지 해야할 이유는 없지 않은가. 생각해보면 별거 아니지만 그때는 왜 그래 화가 났었는지, 이 할일없는 오후에 뜬금없이 생각이 나서 이렇게 적어본다.


뱀다리1) 반말체 쓰는거 양해해 주세요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