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6/03/17 09:56:55
Name santacroce
Link #1 http://santa_croce.blog.me/220657137349
Subject [일반] 결국 호세프의 장관이 된 룰라 그러나 더욱 꼬여가는 브라질 정국(도청파일 추가)

잠시 전 브라질 호세프 대통령은 전 대통령 룰라를 비서실장(chief of staff)에 해당하는 장관직에 임명하기로 발표했습니다. 

이번 달 70세가 되는 전직 대통령이자 현직 대통령을 2005년 비서실장으로 발탁하여 후계자로 삼았던 그 자리에 임명하는 것은 아무리 별난 일이 벌어지는 브라질이라고 하지만 결코 자연스러운 일이 아닙니다. 룰라 전 대통령은 2018년 대선 출마를 적극 고려 중이라고 하니 가능성은 낮지만 러시아에 이어 자칫 브라질판 베트맨과 로빈 정치가 연출될지도 모르겠습니다.  

호세프 대통령과 노동자당(PT)은 적극 부인하고 있지만 브라질 사람들 눈에는 이번 임명이 브라질 검찰이 룰라 전 대통령을 부패 혐의로 기소하여 인신구속될 위기에 처하자 이를 피해보려는 꼼수로 보일 것입니다. 

브라질 장관들은 대법원의 명령이 아니고서는 사법기관에 대한 면책권을 가지고 있다고 하니 이번 조치는 호세프 대통령이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격입니다. 


* 룰라, 호세프, 룰라 부인 마리사: 세명 모두 부패 혐의에서 자유롭지 않습니다.


룰라 전 대통령은 어색한 장관직 수락으로 페트로브라스 스캔들을 맡아 국민적 스타가 된 44살의 모로 판사의 손길은 급한대로 피하겠지만 명예는 바닥으로 떨어질 것입니다.  


* 페트로브라스 스캔들을 담당하고 있는 모로 판사

Federal Judge Sergio Moro gestures as he attends an Economic Forum in Sao Paulo, Brazil, August 31, 2015. REUTERS/Paulo Whitaker


한편 이번 룰라의 장관직 임명은 헤알화 상승이 주춤하는 것과 동시에 일어나면서 브라질 정국이 결코 간단히 해결되지 않을 것임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대통령 중심제인 브라질에서 4년 임기 중 15개월만 경과한 호세프 대통령의 권력은 남은 임기를 생각하면 매우 공고할 것 같지만 여당인 노동자당(PT)은 상하원 모두에서 과반에 절대적으로 모자라는 소수파입니다. 현 호세프 정권도 부통령과 상하원 의장 그리고 주요 장관직을 다수 확보하고 있는 연립 파트너 정당 PMDB의 도움이 없으면 어떠한 일도 처리할 수 없습니다. 


*호세프 대통령과 테메르 부통령

Brazilian President Dilma Rousseff (R) and Vice-President Michel Temer attend the launching ceremony of the Investment Program in Energy at Planalto Palace in Brasilia, on August 11, 2015. Analysts say Brazil's once booming economy suffers deep underlying illnesses, notably the massive corruption scandal unfolding at national oil company Petrobras and rippling across other top companies and into political circles. It is also on the brink of recession. According to a recent poll that put Rousseff's approval rating at eight percent, she is now Brazil's most unpopular democratically elected president since a military dictatorship ended in 1985. AFP PHOTO / EVARISTO SA (Photo credit should read EVARISTO SA/AFP/Getty Images)


* 브라질 하원의장 쿠냐: PMDB 소속으로 호세프와는 개인적 악연이 깊고 본인 스스로도 페트로브라스 스캔들 관련 부패에서 자유롭지 못 합니다.


그런데 최근 PMDB 소속 테메르 부통령은 당원들에게 호세프 정권과의 협력을 전면 재고하겠다면서 당원의 고위 공직 진출을 금지하였습니다.

아무래도 빠르면 4월 있을 하원의 탄핵 투표를 지켜보고 PMDB의 최종 입장을 정하겠다는 의지로 보입니다. 

탄핵안이 하원을 통과하여 상원으로 넘어가 대통령의 직무가 최종 탄핵 결정까지 최대 180일 동안 정지되면 테메르 부통령이 권한 대행을 맡게 되는데 이때 PMDB가 정권을 인수하거나 또는 차기 선거를 위해 본격적인 준비를 하겠다는 것 같습니다.  

이제 호세프와 룰라의 남은 선택은 지지자들을 결집하는 일 같습니다. 

하지만 이번 룰라의 임명으로 자극을 받은 탄핵 지지측 인사들은 더 많은 시위대를 거리로 나오게 할 계획인데 자칫 노동자당의 지지자들과 유혈 충돌이 벌어진다면 정말 가능성이 매우 낮게 보였던 차베스 사후 베네수엘라 거리에서 벌어진 극악한 사태가 재현될지도 모르겠습니다. 

 

* 2015년 시위 사진: 또 다른 베네수엘라가 되고 싶지 않다는 시위대의 구호

Protester in Sao Paulo


추가 소식을 전하면 CNN에 따르면 이번 임명건의 흑막을 담은 통화 녹음이 공개되었다고 합니다. 호세프 대통령이 룰라의 경호원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어 수사관이 들이닥치면 사용할 수 있는 서류(장관 임명장)를 보낸다는 내용의 통화는 모로 판사의 도청 허가로 녹음되었으며 브라질 시간 수요일 밤에 공개되었다고 합니다. 


* 유튜브에 공개된 브라질 법원 명령으로 도청된 전현직 대통령의 통화 녹음: 포르투갈어를 모르지만 정황을 보면 호세프 대통령 비서(여)가 룰라 전 대통령의 경호원(남)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어 룰라 대통령을 바꾸게 한다음(20초쯤) 호세프 대통령을 바꿔주고 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mk4sExmGcpU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스푼 카스텔
16/03/17 10:15
수정 아이콘
아... 제 오래된 브라질 채권은 어디로 가려는지... 쿼바디스~ 헤알...
16/03/17 10:18
수정 아이콘
우리나라도 남말을 할 처지는 아니지만
브라질, 아르헨티나 볼리비아 등 남미 국가들을 보면 안타깝네요 그 넓고 땅과 좋은 자원을 가지고도
16/03/17 14:19
수정 아이콘
아르헨티나는 진짜 한때 세계 4위권안에 드는 경제 대국으로 알고있었는데 어떤 바보를 뽑았는지 전쟁과 몬산토(이건 미국이 잘못한겁니다만)로 인해 국가가 망조가 든걸로 압니다. 뭐 그래도 축구랑 먹거리덕에 G20이긴 합니다만...
16/03/17 10:28
수정 아이콘
구질구질하네요 ;;
쩌글링
16/03/17 10:29
수정 아이콘
안타깝네요. 이곳이나 저곳이나 막장이라. 역시 헬조선이 아니라 헬지구인지도...
스무디킹
16/03/17 10:37
수정 아이콘
헬조선보다 낫네요
저런것도 파헤치고
어리버리
16/03/17 12:07
수정 아이콘
다만 남미쪽은 검사가 저런걸 파헤치다가 살해를 당한다는...;;
http://www.clien.net/cs2/bbs/board.php?bo_table=lecture&wr_id=258164&sca=&sfl=mb_id%2C1&stx=santacroce&page=7
santacroce님이 쓰신 아르헨티나에 대한 글을 추천해드립니다.
스무디킹
16/03/17 13:38
수정 아이콘
링크 감사드립니다.
근데 우리도 경우만 다르지 마티즈에 의문사까지..다른나라 사례를 봐도
전 여전히 우리나라가 개막장이구나 하고 생각되네요.. ㅠㅠ
16/03/18 18:08
수정 아이콘
보복으로 검사의 가족들이 몰살당하자..
검사는 복수의 칼을 갈고... 시카리오가 되어..
영원한초보
16/03/17 10:47
수정 아이콘
룰라가 국가를 위한 신념은 어느정도 될까요?
만약에 모든 걸 다 밝혀서 처벌이 된다면 브라질은 제대로 굴러 갈 수 있을까요?
santacroce
16/03/17 13:08
수정 아이콘
룰라의 체포와 처벌은 바로 현직 대통령 호세프의 탄핵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그리고 이는 노동자당의 몰락을 의미할 것 같습니다. 지금 저럼 무리수를 두는 것으로 봐서는 양측의 대결이 더 뜨거워질 것 같습니다.
16/03/17 10:49
수정 아이콘
리우 올림픽은 잘 할 수 있으련지...
정치 막장...지카 바이러스 창궐....
아이폰6s Plus
16/03/17 10:49
수정 아이콘
지구 자체가 헬일지도...
로하스
16/03/17 10:52
수정 아이콘
위아더헬?
홍승식
16/03/17 11:41
수정 아이콘
남미도 참...
이러니 저러니 해도 한국 정도면 그래도 살만한 나라구나 라고 한번 더 느낍니다.
16/03/17 12:08
수정 아이콘
롤라 대통령에 대해 알고 있던 이미지가 확 바뀌네요. 참...
춘천닭갈비
16/03/17 12:29
수정 아이콘
룰라는 브라질의 노무현이라고 진보좌파 진영에서 빨았던 인물이죠. 노무현과 비교되는 세계의 지도자들. 룰라 천수이벤 차베스등. 집권 이후가 좋지 않은 공통점이 있는 듯
16/03/17 16:07
수정 아이콘
룰라는 우리나라 진보좌파만 빤 게 아니라 당시 세계가 다 빨았던 인물입니다.
오바마도 자신이 가장 존경하는 대통령이 룰라라고 했었고요.
santacroce
16/03/17 13:07
수정 아이콘
브라질 전현직 대통령의 매우 독특한 방식의 장관직 임명 대화를 법원 명령으로 도청한 유튜브 파일이 올라와서 추가했습니다.
Brasileiro
16/03/17 13:23
수정 아이콘
간단하게 요약하면 지우마가 자기가 서류를 하나 첨부했으니까 검찰이나 누가 들이닥치면 이걸 보여줘라 그러면 해결될것이다..라고 하는데 이 서류가 바로 장관직 임명장이라는 이야기가 있네요.
내일 환율이 기대되는군요
santacroce
16/03/17 14:11
수정 아이콘
자세한 설명 감사합니다.
Re Marina
16/03/17 16:31
수정 아이콘
정치를 이미지만으로 보아서는 안된다는 하나의 사례가 아닐까 싶네요.
임시닉네임
16/03/18 00:07
수정 아이콘
아프리카 제외하면
중남미가 치안도 그렇고 부패도 그렇고 최악인거 같습니다.
-안군-
16/03/18 11:23
수정 아이콘
만만치 않은 동네로 동유럽과 중앙아시아가 있습셒슾...
공유는흥한다
16/03/18 02:36
수정 아이콘
저 동네에 비하면 헬조선은 그나마 희망이 보이죠 크크크...
16/03/18 08:38
수정 아이콘
룰라가 거의 세계에서 가장 존경스러운 인물로 추앙받았었는데.. 너무 밑도 끝도 없이 빨아대는것 같은데.. 싶더니 저 꼴이 났군요.
16/03/18 12:11
수정 아이콘
완벽한 민주주의는 없다는 것이 결론입니다. 칼포퍼의 유명한 말 "민주주의는 최악을 방지하기 위해 차악을 선택하는 것이다."

남미쪽은 딱히 보수도 신뢰가 안가죠. 대부분 독재와 식민주의 세력이었고, 현대사에서 남미 국가를 망친 주범들이죠. 룰라와 노동자당의 추악한 비리를 심판해야겠다만, 보수정권이 들어서도 딱히 더 좋아질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들의 전력도 수십년 동안 만만치 않았죠.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64144 [일반] 서울 미타사에서 여말선초에 제작된 관음상 발견 [55] 군디츠마라10171 16/03/17 10171 2
64143 [일반] [3.17] 김치찌개의 오늘의 메이저리그(박병호 2타점 2루타,김현수 2안타) [14] 김치찌개6124 16/03/17 6124 0
64142 [일반] [역사] 1844년, 네덜란드 국왕이 일본 쇼군에게 보낸 친서 [9] aurelius7522 16/03/17 7522 6
64140 [일반] 신원창씨가 숨진 채 발견되었다네요... [146] 로빈33249 16/03/17 33249 1
64139 [일반] 1:4 패배에도 승복하지 않는 대단한 한국기원 [65] 장난꾸러기16049 16/03/17 16049 11
64138 [일반] 서울메트로·도철 통합 잠정합의, 1천명 자연감축 [67] 군디츠마라8295 16/03/17 8295 0
64137 [일반] <갓 오브 이집트> - 속빈강정에 구멍까지 송송(스포일러 가득) [49] aSlLeR6668 16/03/17 6668 0
64136 [일반] 결국 호세프의 장관이 된 룰라 그러나 더욱 꼬여가는 브라질 정국(도청파일 추가) [27] santacroce7033 16/03/17 7033 4
64135 [일반] 출사 : 삼국지 촉서 제갈량전 22 (5. 문득 바람의 방향이 바뀌니) [34] 글곰4517 16/03/17 4517 57
64134 [일반] 레드벨벳/월간윤종신/Jerry.k/강지영/한해/에일리/백지영 MV, 종현x헤리티지 티저 공개 [11] 효연덕후세우실4415 16/03/17 4415 1
64133 [일반] 한국형 AI를 만들고 싶다면, 게임산업을 육성하라. [106] 짱세11416 16/03/17 11416 22
64132 [일반] 일본, 섭정의 역사 - 2 [18] 눈시7538 16/03/16 7538 5
64131 [일반] 가장 오래가는 가전제품은?... [46] Neanderthal8103 16/03/16 8103 3
64130 [일반] [3.16] 김치찌개의 오늘의 메이저리그(이대호 1타점 적시타) [2] 김치찌개3699 16/03/16 3699 0
64129 [일반] <삼국지> 유비가 즉위한 것에 대한 의의. [1] 靑龍4090 16/03/16 4090 6
64128 [일반] 한국의 장바구니 물가는 왜 유달리 비쌀까? [35] santacroce11616 16/03/16 11616 41
64127 [일반] 봄맞이(?) 신발 대 추천 [159] aura17489 16/03/16 17489 18
64126 [일반] [WWE/스포] 2016/3/14 RAW 데이브멜처 팟캐스트(펌) [27] 피아니시모5455 16/03/16 5455 0
64125 [일반] 캐치 유 타임 슬립! - 9 튜토리얼(끝) (본격 공략연애물) [6] aura4082 16/03/16 4082 3
64123 [일반] 이세돌 대 알파고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5번기 관전 후기 [54] 홈런볼11874 16/03/16 11874 14
64122 [일반] 3회 사소한 지식 경연 대회 기부 후기입니다. [11] OrBef4411 16/03/16 4411 21
64121 [일반] 미 공화당의 대선후보 마르코 루비오가 대선경선후보에서 사퇴했습니다 [40] Igor.G.Ne9103 16/03/16 9103 0
64120 [일반] 일본, 섭정의 역사 - 1 [52] 눈시10723 16/03/16 10723 9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