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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6/03/23 12:42:32
Name 王天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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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일반] [스포] 무스탕: 랄리의 여름 보고 왔습니다.


영화의 줄거리는 한 단어로 요약할 수 있다. 가출소녀!

이 선택은 단순한 사춘기 충동(사춘기 충동이라는 것 자체가 단순한 게 아니라서 어폐가 있지만)으로 일어난 게 아니다. 가출보다는 출가라는 말이 더 맞을 것이다. 그렇게 보면 영화의 결말은 의미심장해진다. 이것은 한 세계의 부정이다. 랄리는 삼촌, 고모부에 반항하는 대신 자기가 속한 세계관 자체를 벗어난다. 탈출은 힘없는 자가 저지르는 가장 비겁한 수단인 동시에 한 세계의 질서를 무시하는 탈규격의 존재로서의 발돋움이다. 그리고 근원적인 자유의 쟁취다. 규칙을 바꾸기 위해, 규칙을 점령한 자들과 힘겨루기를 하는 과정을 모두 생략하고 스스로에게 곧바로 자유의 결과를 가져다주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세계를 바꾸기 위해서는 변화에 필요한 만큼의 성장과, 이를 바탕으로 한 투쟁이 강요된다. 그러나 탈출에는 그런 과정이 필요치 않다. 공간적, 제도적 제약을 견딜 수 없는 인내심의 한계가 저절로 인간을 이끈다. 거기서 중요한 것은 정치적 갈등의 과정이 아니다.  갈등의 트리거를 당기는 에너지 자체다. 그래서 <무스탕: 랄리의 여름>은 급진적이다. 감정의 질이 변하더라도 영화는 내내 밀도 높은 에너지로 가득차있다. 이 영화의 제목인 야생마처럼.

<무스탕>은 여성을 에너지 넘치는 존재로 그리고 있다. 부조리의 자극으로 내면에 숨어있는 에너지가 부글부글 끓어올라 터지는 게 아니다. 흔히 말하는 “한”이나 “원”같은 마이너스의 에너지가 아니라는 뜻이다. 영화는 인간 본연의 활기와 자유를 그 기폭제로 놓고 있다. 랄리와 그의 자매는 모두 발랄하고 생기가 충만한 존재들이다. 이들은 특별하지도, 특이하지도 않다. 영웅적 존재나 반사회적 존재가 아니라 어느 곳에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여자들이다. 영화의 첫 장면, 랄리 자매는 또래 남자애들과 바닷가에서 함께 물장난을 치며 논다. 카메라는 파도에 맞춰 흔들리며 이들을 터키 내 규율을 흔드는 약동적인 존재로 잡아낸다. 그리고 뒤이어 사과를 훔쳐먹는, 성경의 모티브를 재현하는 발칙한 존재로 그린다. 이것은 이들이 발랑 까졌거나 신지식인이라서 그런 게 아니다. 아직 어린 그대로 그냥 순수한 존재라서 그렇다. 서로 어울리고 끌리는 자매의 에너지는 원초적인 것이며, 영화를 끌고 가는 원동력이 된다. 엽총의 공포도 이들에게는 금새 추억이 되버린다. 이들에게는 그 사건을 웃음거리로 소비할 수 있는 에너지가 있기 때문이다.

영화는 이들의 에너지를 제도권 안으로 꾸겨넣으려 한다. 그리고 첫째부터 넷째까지 랄리 자매는 차근차근 희생물이 된다. 첫째 소냐는 행복한 결혼을 할 수 있었지만 이조차도 결혼이라는 굴레를 강요당한 끝에 나온 차악의 선택이다. (그 전에 금기시된 연애를 선행했던 끝에 고를 수 있었던 선택지기도 하다) 이들에게는 신부수업을 받지 않고, 자기 마음대로 결혼을 하거나 하지 않을 자유가 없다. 이를 부추기는 것은 가부장제라는 관습과 그 관습에 휘둘리는 중장년층의 전 세대들이다. 이들은 고민하지 못한다. 오로지 의무만을 이야기하며 이를 강제로 주입한다. 랄리 자매가 뿜어내는 에너지는 제도권이라는 틀 안에서 응고되어 차례차례 떨어져나간다. 여성이 의지할 수 있는 여성의 연대는 얇아지고 이들의 반항은 무력해진다. 첫째 소냐와 둘째 셀마가 결혼한 이후 이들에게는 결혼이라는 것이 당연한 과제가 된다. 왜냐하면 이들의 동지이자 리더였던 첫째와 둘째가 결혼이라는 제도권 안으로 편입되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부조리는 이들의 에너지를 꺾어간다. 굴절된 에너지를 어쩌지 못하고 자신에게 향한 셋째의 비극이 생기지만, 집안의 웃어른들은 여전히 이를 이해하지 못한다. 그리고 넷째마저도 이 제도에 불만을 품은 채로 굴복한다. 그래왔고, 그래야 하니까 하기 싫어도 어쩔 수 없이 그에 따른다. 넷째 누르마저 결혼을 하려고 할 때, 랄리가 반항하기 시작한다.

랄리는 자매 안에서 제일 어리다. 가장 미성숙하고, 지식과 힘에서 가장 열등한 존재다. 랄리는 아직 사회적 여성의 자아가 가장 투명한 상태에 놓여있다. 이는 곧 자연 그 상태로의 인간이라는 뜻도 된다. 그런 존재가 할머니와 삼촌에게 대든다는 것은 두가지 의미를 지닌다. 하나는 이 영화가 표방하는 페미니즘이 성대결이라기보다는 인간 근원의 자유를 이야기한다는 점이다. 또 하나는 교육이나 계몽이 아닌, 원시성이야 말로 제도에 맞서는 제일 큰 힘이라는 점이다. 언니들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항거를 포기할 때, 랄리는 그 안에서 분노를 계속 키워오고 있었다. (한편으로 랄리는 선대의 악습이 어떤 희생을 야기하는지 학습할 수 있었던 후대의 관찰자이기도 했다) 랄리는 이 분노를 차근차근 실행한다. 축구를 좋아해서 지나가던 트럭을 세울 만큼의 무모함과, 어른들의 허를 찌르는 영민함을 합쳐 누르의 결혼식을 방해한다. 랄리에게는 약자로서의 두려움이나 실패에 대한 부담이 없다. 현재를 넘기고, 더 나은 미래를 끌어오려는 의지만이 가득 차 있다. 어른 특유의 회의나 자조 대신 그 모든 역경에 꿋꿋이 부딪힌다. 안되면 될 때까지 운전을 배우고, 막무가내로 조르고, 빈틈을 이용한다. 타바스코 내음 찐한 폭동이다. 누구도 랄리를 말릴 수 없다.

랄리는 탈출에 성공한다. 그 옆에는 남성 조력자의 존재가 있다. 트럭운전수 야신은 랄리에게  희망이자, 응원군이다. 축구장에 데려다주고, 운전을 가르쳐주고, 마지막에는 이스탄불로 랄리와 누르를 태워다준다. 영화의 시작에서 랄리 자매는 남자 아이들과 바다에서 어우러져 논다. 영화 막바지에는 성인 남성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랄리 자매를 돕는다. 관습에 물들기 이전의 이들은 선하지도 악하지도 않다. 자유를 갈구하고, 에너지를이해할 수 있는 똑같은 인간이다. 그 시작과 끝에서 함께 어울려야 할 존재다.

랄리는 선생님과 헤어졌었고, 선생님과 다시 만난다. 영화의 맨 처음과 맨 마지막은 다시 이어진다. 결혼해서 행복하고, 결혼해서 불행하고, 결혼하기 싫어서 자살하고, 결혼할 뻔 했던 언니들을 보며 여름을 보낸 랄리의 안식처는 경찰도, 아동보호센터도 아닌 여성 교육자다. 그렇다고 랄리의 선생님이 얼마나 다정하며 진보적인지 영화는 보여주지 않는다. 대신 랄리가 그 먼 거리를 도망쳐 무조건 찾아와 안기는 것만 봐도 희망을 걸기에는 모자람이 없을 것이다. 그렇다 해도 랄리의 희망을 다른 모든 이에게 답으로 내놓을 수 있을까. 사마리안의 힘을 빌려 집안을 어지러트리고 도망치는 것이 궁극적인 해결책은 아닐 것이다. 싱그럽게 쏟아지고 뜨겁게 끓어오른다고 이들의 에너지가 알아서 크기만을 기대할 수는 없다. 그렇게 당찬 존재도 울먹이며 안길 누군가가 필요하다. 누군가는, 무언가는 이들을 울고 싶게 만든다. 더 늦기 전에 찾아내고 바꿔야 한다. 여름을 초원 대신 감옥으로 보내는 이들을 위해, 시원스런 웃음 소리가 마음껏 질주하기 위해.

@ 터키를 비웃을 만큼, 대한민국의 결혼 문화와 다른 관습은 자유롭고 성숙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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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아
16/03/23 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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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cdn.pgr21.com./?b=23&n=5252

이 글을 건게에 올리셨던 것이 기억나네요. 물론 여러 개의 글을 자게에 올리는 것은 규정에 위반되지는 않는 행동이지만 또한 비슷한 영화 리뷰글 5개를 한꺼번에 올리는 것이 흔한 일은 아니며 이목을 끄는 행동이 될 것이라는 사실또한 잘 알고 계시리라 생각됩니다.

최근 상당한 부침이 있으셨고 여기에 대해 더 하고싶은 말은 없습니다.
또한 영화 리뷰글에 대한 단순 감상이 아니라
회원님의 행동에 대해 뭐라뭐라 언급하는 것이 몹시 조심스럽게 느껴지네요. 이미 몹시 예민한 일들이 있었으니까.
그럼에도 이렇게 주목을 끄는 커뮤니티 활동을 굳이 선택하시는 데 대하여 아쉽다는 생각을 지울수 없습니다.
물론 규정에는 문제가 없으므로 더 이상 이 부분으로 드릴 말씀은 없습니다. 영화는 저도 좋아하므로 리뷰글들은 잘 읽겠습니다.
16/03/23 13:00
수정 아이콘
메인 페이지에서 한 카테고리를 전부 도배 한 건, 좀 아닌거 같습니다.
저 신경쓰여요
16/03/23 13:01
수정 아이콘
아쉽게도 올리신 리뷰들의 영화를 본 적이 없어서 본문은 읽지 못하겠지만...
이렇게 올리시는 게 그냥 혼자 생각해서 괜찮겠지 하고 올리신 것도 아니고, 건게에 문의도 하신 결과 올리신 거니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다크나이트
16/03/23 13:02
수정 아이콘
두개씩만 묶어도 나을 것 같네요.
개인의 자유겠으나 사람들 이목 끄는 능력은 확실하시네요 크크(빈정 아닙니다 진심)
파랑니
16/03/23 13:03
수정 아이콘
리뷰가 여러개 연속되길래
순간 게시판을 잘못 들어왔나 착각했네요^^
아무튼 글 올리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
피노키오의코
16/03/23 13:19
수정 아이콘
한페이지 전체를 도배한 것도 아니고 이 정도는 용인가능할 법 합니다. 한동안 왕천군님께서 게시판에 글을 올리지않으셨기도 하고요.
다만 리뷰하신 영화들이 다소 생소하고 스포가 있어서 정성껏 쓰신 글에 대한 피드백을 받기 어렵지 않을까 하는 우려는 드네요.
한 두편씩 올리시면 찾아볼 부담도 적어 영화를 본 뒤에 더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파란만장
16/03/23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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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전환용인가 ...
그런다고 공천 못받아요
예비군1년차
16/03/23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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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크크 글쓴이분께 죄송하긴한데 현웃터졋습니디
지나가다...
16/03/23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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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는 꾸준히 써 왔습니다.
16/03/23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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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이목 끌기 좋아하는건 한결같으시네요
16/03/23 18:50
수정 아이콘
?? 왜그러세요?
그리드세이버
16/03/23 13:50
수정 아이콘
종합문화인..
그러고보니 오늘은 회사지정 문화가정의 날이네요..
자갈치토스
16/03/23 15:22
수정 아이콘
본문 작성자가 게시판에서 소동이 있기 이전에도 비슷한 방식으로 한꺼번에 영화 리뷰를 올렸던적이 있었으니 게시판에서 문제가 있었다고 도배를 하는 의도적인 트롤링이나 세탁을 한다고 보긴 힘든것 같습니다. 눈치안보고 다함께 깔 수 있는 판이 한번 열렸다고 까임 자격증이 생긴것도 아닐텐데 비아냥이 심하네요.
스위든
16/03/23 15:43
수정 아이콘
동감합니다. 규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하니.. 한마디씩 툭툭 던지고 가는 것은 지양해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물론 저도 글 다섯개를 연달아 올리는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이글과는 별개로, 최근 인티넷에서 누군가(연예인 혹은 일반인)의 결점이나 잘못이 발견되면 우르르 몰려들어 돌을 하나씩 던지고 가는 모습이 많이 보이는데.. 가끔 보면 그 정도가 과하다 싶어요. 말씀하신대로 한 번 욕먹을만한 짓을 한 상대에게는 욕을 마음껏 퍼붓는 그런 모습들도 많이 보이구요.
구밀복검
16/03/23 16:32
수정 아이콘
왕천군님을 예시로 그 이유를 생각해보자면...일단 왕천군님의 글에는 공격적인 비아냥을 가하더라도 비판 당할 가능성이 낮습니다. 왕천군님은 PGR에서 트롤링 왕따로 [낙인]이 찍힌 상황인지라 공격적인 응대를 하더라도 동조할 이는 많고 반발할 이는 적죠. 다른 이들에게 가했을 시에는 반격의 위험이 있는 발언들도 왕천군님에게 가했을 시에는 안전한 발언이 됩니다. '그렇게까지 심하게 잘못된 글은 아닌 것 같은데?'라는 신중론이 제기된다고 한들 '같은 글이더라도 사람이 다르면 다른 글이다. 그 전까지 행적을 봐라'라는 식으로 물타기하기도 쉽고요. 설혹 제3자가 아닌 왕천군님 본인이 반발을 한다고 해도 문제가 안 됩니다. '어머 쟤 봐요 문제 일으킨지 얼마나 되었다고 또 발정나서 저러는 거 봐요'라는 식으로 일소에 붙일 수 있으니까요. 왕천군님이 그럴 위험성을 의식해서 소극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는 것도 누구나 알 수 있는 것이고... 다소 적나라하게 말하자면, 작금의 왕천군님은 작금의 PGR의 적잖은 유저들에게 있어 만만해보이는 손쉬운 사냥감일 것이며 부담없는 린치 실습 도구일 것입니다.

온라인의 커뮤니티에서 행위에 걸맞지 않게 과한 집단적 공격을 당하는 경우가 바로 이런 식이죠. 결국 커뮤니티도 따지고 보면 자연 생태계 같은 것이고, 이 또다른 자연계에서의 생존에 가장 중요한 것은 합리적인 태도나 성실성이나 인격 등이 아니라 역시나 [힘]이죠. 얼마나 강하냐, 얼마나 만만하냐, 얼마나 위협적이냐, 저 유저에게 공격했을 때 호되게 반격 당할 일은 없느냐 등등...그리고 이 힘의 1할 정도는 논리적 의사 개진 능력에서 나오지만 나머지 9할은 이미지 관리, 곧 그 유저가 커뮤니티 내에서 얼마나 정치질을 잘했느냐에 따라 좌우되지요.

여하간 본문은 안드로로 갔고 뭐...안타깝군요.
16/03/23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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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정리해주셨네요. 후...
my immortal
16/03/23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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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추천 드립니다.
지금뭐하고있니
16/03/23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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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공감이 됩니다만 이 건은 정치질과 상관없죠. 글쓴이는 정치질의 희생자가 아니고 일탈행위를 보이는 사람도 정치질의 승자가 아닙니다.
과거 행위로 인해 정치적지형?이 글쓴이에게 비우호적으로 형성된 것은 사실이지만 그게 소위 정치질의 결과는 아니니까요.
구밀복검
16/03/23 2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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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관리 = 정치질이라는 뜻입니다. 즉 커뮤니티 내에서 어떤 식으로 자기 PR을 하고 어떤 식으로 자신의 포지션 설정을 하고 어떤 페르소나로 자신을 어필하여 커뮤니티 대중들에게 호소할 것이냐, 곧 어떤 프로파간다를 행할 것이냐를 말하는 것이죠.
지금뭐하고있니
16/03/23 23:21
수정 아이콘
그런데 님이 말씀하시는 정치질은 일반적인 의미는 아니지 않나요? 정치라는 게 희소한 자원을 권위적으로 배분하는 걸 의미하는 데 그렇다면 일반적인 의미는 커뮤니티 내에서 집단을 구성하는 등 정치적 힘을 갖추고 의제 설정이나 분위기형성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거라고 봐야죠. 이미지 관리가 정치질과 동치라는 건 넓어도 너무 넓은데요??
그리고 힘을 얼마나 저유저에게 공격했을 때 호되게 반격당할 일이 없느냐 등이라고 하면서 그 1할이 논리적 의사 개진이라고 했는데, 왕천군님이야말로 반박시 결코 가만 있지 않는(호되게 반격하는) 대표적 유저 중의 하나이고, (그게 논리적 의사 개진이 뛰어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그 동안 충분히 그걸 사용하면서 살았죠. 이번에 크게 터지면서 힘을 잃은 것처럼 보이지만 그 전까지 (그게 타당해서든 피곤해서든 반박을 웬만하면 안 하게 했으니) 힘을 갖고 있는 사람이었죠. 1할은 말도 안 되게 낮은 비율인 거 같네요. 9할이 이미지 관리라고 했는데, 그게 9할이면 이 분은 진작 문제가 터졌어야 하는 게 그 때 성토하는 분들 중 처음 겪는 일이 아니라는 말이 많았죠.
그리고 여기서 이미지 그렇게 관리하는 사람이 누가 있는지 모르겠네요. 대부분은 이미지 관리 잘 안 하고 그냥 자기 편한대로 커뮤니티질 하는 겁니다. 밖에서 사는 것도 피곤한데 여기서 무슨 프로파간다니, 포지셔닝이니, 피알이니 하나요.

왕천군님에 대한 이 글에서의 공격이 저열하다고 생각합니다만, 이 분이 무슨 정치질과 이미지 관리의 희생양/실패라는 생각은 안 드네요.

ps. 하긴 뭐 정치질이든 아니든, 비율이 어떻게 됐든 그게 또 무에 그리 큰 상관인가 싶네요. 괜시리 다른 일하다 심통난 게 까탈스럽게 만든 건지도 모르겠고...지울까 말까 하다 그냥 둡니다.
구밀복검
16/03/24 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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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관리와 정치질이라는 것이 그리 특별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쉽게 말해, 사람 모이는 곳이면 정치는 어디에나 있다는 의미죠. 비유가 빠를 것 같은데, 하다못해 학교에서 학급 생활만 하더라도 정치질의 연속입니다. 학교에서 철덕질하다가 어휴 철덕후 XX 하면서 빈축 먹을 수도 있는 거고, 돈자랑 하다가 질시 받을 수도 있는 거고, 약하게 생겼다고 무시 받을 수도 있는 거고, 함부로 남 조롱하다가 원한 살 수도 있는 거고, 어떤 식이든 모두에게 손가락질 받는 처지에 내몰릴 위험은 항존합니다. 아무런 영향력도 행사하지 못하고 무시만 당하는 신세로 전락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최소한의 권력과 발언권을 얻기 위해 우리는 집단에서 적절히 관용되는 수준의 규범적/도덕적 행위를 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그리고 이는 커뮤니티에서도 이뤄지는 행위들이고요. 이것이 정치가 아닌 다른 무언가일 수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커뮤니티에서 그냥 눈팅만 하는 사람이면야 이런 정치적 행동이나 동기와 무관하겠습니다만, 커뮤니티에서 글을 쓰고 의사교환에 참여하는 사람이라면 모두 커뮤니티에서의 정치적 생존을 원하죠. 커뮤니티에서 글을 쓰는 행위 자체가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의 기호와 입장과 생각을 공유하고 인정 받고 싶은 욕망이 전제되어 있는 것이니까요. 이것이 정확히 [정치적 힘을 갖추고 의제 설정이나 분위기 형성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죠. 특별히 별다른 것이 아닐 것입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는 자신은 반사회적/반커뮤니티적 인물이 아니며 대화할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필연적으로 어필해야 하지요.

PGR도 동일합니다. 예컨대 PGR에서 사람들에게 무시 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여러가지 조건들이 필요합니다. 초성체 쓰면 안 되고, 짧은 뻘글 쓰면 안 되고, 언어 예절을 어기면 안 되고, 어그로 끌면 안 되고, 영양가 없는 키배에 억지쓰며 매달리는 모양새 되면 스타일 구기니 피해야하고 등등...이러한 암묵적인 규칙들을 넘어서는 모난 돌이 되면 뭇매를 맞고 왕따가 되어 결국에는 아무도 상대해주지 않죠. 반대로 지적이고 상냥하고 예절 바르다는 이미지가 잡히면 네임드가 되어 커뮤니티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고요. 상당한 영향력이라고 해서 무슨 선동이나 친목질을 한다는 것이 아니라, 작자의 말이 경시되지 않게 되고, 그의 글에 많은 댓글이 달리고 피드백을 받으며 커뮤니티의 메인 이슈와 의제가 된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힘의 차이'이지요. 그리하여 PGR 유저들이라면 너나할 것 없이 커뮤니티 내에서의 정치적 사망 상태를 피하고 발언력을 확대하여 더 만족스러운 의견교환을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요. 이를 실증하는 것이, 종종 'PGR에서는 다른 커뮤니티에서와 달리 행동한다'라든가 'PGR이나 다른 커뮤니티나 규칙만 다르지 사람은 다 똑같다'는 이야기가 나온다는 것이죠. 말씀대로 만약 대다수의 사람들이 그저 커뮤니티를 자기 편한대로 한다면 이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어느 커뮤니티에서든지 행실이 같아야겠죠. 그렇지 않다는 것은, 다시 말해 사람들이 PGR에서는 다른 곳과 달리 행동한다는 것은, PGR 사람들에게 미움 사고 손가락질 받는 상황을 회피하여 여기서 대접받을 만한 유저로 대우받기 위해 노력하고 있음을 의미할 테고요. 이것은 국정 운영에 관한 것이 아닐 뿐 정치적인 행위이겠지요. 이러한 현상들이 옳다 그르다를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저 사람 모이는 곳에는 어디나 있는 행태고 법칙이란 뜻이죠.

그리고 왕천군님 같은 경우가 바로 반PGR적 인물로 간주되어 PGR 내에서의 의제 설정이나 분위기 형성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어려워지고 커뮤니티에서의 정치적 생존이 위태로워진 케이스이지요. 그 원인은 본인이 PGR에서 내세운 페르소나가 블로그에서 보여주었던 것과는 상반되어 일관성이 의심된다는 것이었고요. 이 자체는 사실관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그리고 저도 그에 대한 가치 판단은 하고 싶지 않습니다. 제가 말하고 싶은 것은, 이렇게 왕천군님이 PGR에서 발언권이 사실상 무시당하고 존중 받지 못하게 되는 일련의 과정은, 학교에서 '야 쟤 부자라고 깝치고 다녔는데 알고보니 그지래'라든가 '야 쟤 공부 잘한다고 뻐기더니 모의고사 200점이래'라든가 하는 식의 사건이 일어나서 왕따가 된 것과 완전히 같은 종류의 일이라는 것이죠. 그렇게 한 번 찌질이로 낙인 찍히면 그것을 되돌리는 것은 지극히 어렵고요. 그러니 이제는 어떤 글을 쓰고 어떤 말을 하더라도 무력하게 공격에 당하고만 있을 수밖에 없게 되고요. 그리고 이것은 그저 힘의 문제고 권력의 문제고 정치의 문제입니다. 얼마나 그 사람의 의견이 합리적이냐 이전에, 얼마나 그 사람 말에 동의해줄 사람이 많은가, 얼마나 그 사람 의견을 옹호해줄 사람이 많은가, 내가 이 사람을 공격했을 때 이를 동조해줄 사람이 얼마나 될까 등등의 판단에 의해 커뮤니티의 여론 흐름이 결정된다는 것이지요.

길게 쓰다가 느낀 것입니다만, 사실 그리 대단한 내용은 아니라서 왜 이렇게 길게 쓰게 되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커뮤니티에서 말이 먹히려면 호의 가진 사람은 많고 원한 가진 사람은 적어야한다' '이에 실패하면 커뮤니티의 약자가 되어 누구에게나 쉽게 공격당하게 된다' 정도의, 아주 뻔한 이야기니까요. 써둔 게 아까워서 그냥 올려둡니다만..

또한, 딱히 현상 인식에서 지금뭐하고있니님과 제가 큰 차이가 있는 것 같진 않습니다. 그저 제가 커뮤니티의 생리에 대해 좀 더 냉담하게 접근한 것 뿐이지 않나 싶군요.
cottonstone
16/03/24 03:41
수정 아이콘
오아, 말씀 잘하신다~
16/03/24 06:41
수정 아이콘
대체로 동의합니다만 근본적으로 왕천군님의 적이 많은 건 블로그와 pgr의 페르소나 불일치가 원인이 아니죠. 말씀해주신 예시에서의 '깝치고 다녔는데' 쪽에 좀 더 포커스가 가지 않나요? 평소에 공부 잘한다고 뻐기던 애가 모의고사 200점인 거랑 아무 말 없이 조용히 있던 애가 모의고사 200점인 거랑은 상황이 많이 다르잖아요.
그리고 낙인이 찍혔으니 되돌리기 어렵다고 하셨는데 왕천군님이 쓰신 사과글에 달린 댓글과 추천을 보면 그것도 정말 그런지는 섣부르게 확신하기는 어렵다고 봅니다. 이 글 안에서도 '이런 식의 비꼼은 좋지 않다'는 의견도 많구요.
연환전신각
16/03/24 14:07
수정 아이콘
맞습니다
사실 이거 그리 대단한 내용이 아니라 길게 쓸만한 이유가 없죠
구밀복검님이 뻘짓을 했다는 의미가 아니라 이런 단순한 사실을 이렇게 길게 써서 설명 해야 한다는 게 안타깝다는 뜻입니다

저도 종종 있는 일인데 키배질하다가 내가 이 짓을 왜 하고 있나라는 생각이 가장 많이 드는 때가 너무나 당연한 말을 길게 써서 설명을 해야 하는 때였던 것 같습니다

더불어 키배질좀 하다가 든 생각이 뭐냐면 결국 키배질은 어떤 단어나 개념의 정의 범위를 규정하는 것이라는 거였죠
이 경우....
정치질의 정의는 무엇인가
정치질이라는 단어는 좋은 의미인가 나쁜 의미인가
....뭐 결국은 그런 식이죠
16/03/23 15:37
수정 아이콘
누가 옳고 그르다를 떠나서, 글의 주제와 별개의 논의는 새로운 글타래로 다뤄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거 뭐, 댓글은 산으로 갔고 영화 얘기를 나누기는 이미 글렀거든요.
16/03/23 15:38
수정 아이콘
관심드리겠습니다.
지나가다...
16/03/23 15:46
수정 아이콘
비아냥거릴 일에나 비아냥거립시다 좀.
16/03/23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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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gr 자게 수준이 높다는것도 진짜 옛말이네요.
이게 그렇게 까일일입니까? 수준낮은 비아냥하고는..
16/03/23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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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게의 '글' 수준이 높았던거지. (글쓰기버튼의 무거움 때문이겠죠) 댓글수준이 높았던적은 한번도 없었던 것 같습니다.
16/03/23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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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천군님 관련해서 일전에 있었던 일은 그것으로 마무리가 된 것으로 생각합니다. 다섯 개의 글이 한꺼번에 올라온 것이 약간 평범한 상황은 아니지만, 그것을 고려하더라도 이 글에 댓글로 과도한 비꼼을 하시는 분들은 삭제/벌점 처리될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이진아님의 첫 댓글 링크에서 보실 수 있듯이, 원글자분은 나름대로 룰을 알아보신 뒤 글을 올리신 상황입니다. 따라서 도배 관련해서 앞으로 자운위 방침이 변할 수는 있겠지만, 이번 일을 문제삼지는 않을 예정입니다. 감사합니다.
16/03/23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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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그전일을 알고 있지만 쓸데없는 비아냥은 자제했으면 합니다. 글은 잘 읽었습니다.
자유의영혼
16/03/23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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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성의있게 쓰신거 같은데.. 이러면 리뷰를 열심히 읽어볼 사람은 거의 없지 않을까요. 글이 아까운데..
칼라미티
16/03/23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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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16/03/23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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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아냥거리는 사람도 이해 안되지만 이런 반응이 나올 가능성을 모르시지도 않았을텐데 이런 방식으로 올리신 이유도 잘 모르겠어요.
어차피 다섯 개의 글을 한달음에 일필휘지로 써내려가신 것도 아닐텐데...
리뷰 자체는 정성스러운 것 같은데 여러모로 안타깝네요.
곧내려갈게요
16/03/23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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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영화는 사실상 아트하우스 외에는 극장에서 볼 방법이 없는거죠?
지나가다...
16/03/23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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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그렇죠. 각 극장 브랜드마다 다양성 영화를 상영하기는 하지만 상영관이 제한되어 있고, 그마저도 잘 팔릴 만한 영화와 그렇지 않은 영화에 차이가 있어서... 이 영화는 CGV에서도 4개 개봉관에서만 하네요.
WeakandPowerless
16/03/23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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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창고 대방출인가요 흐흐 잘 읽었습니다.
지나간 일은 지나간 일인데 글 한꺼번에 올리는 게 뭔 문제인지 모르겠네요
오스카
16/03/23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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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간 일 가지고 전혀 상관 없는 글에 비아냥 거리는 건 진상이네요. 요즘 자게 대세인 진상.
우파루파
16/03/23 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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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히 왕천군님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원래 전에도 세 개 연달아 양질의 리뷰 쓰셨던걸로 기억하는데 이 글에만 비아냥 덧글 달릴 이유는 없는 것 같네요.

잘 읽었습니다.
16/03/23 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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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란의 씨앗이네요. 어떤 의미로든 간에.
예니치카
16/03/23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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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정에 문제가 없고 글들도 성의를 다해 작성되었는데 이런 비아냥들이 나오는 건....비열하다고 밖엔 할 말이 없군요.
지금뭐하고있니
16/03/23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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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로 좋아하는 분은 아니지만 힘내시길.

영화는 본 게 없어서 말을 할 게 없군요..
술마시면동네개
16/03/23 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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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문제가 잇엇는지는 모르겠지만 낚시글도 아니고 정성들여 쓴글에 비꼼은 이상하네요
16/03/24 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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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왜 비꼬는거죠? 정말로 이해가 안 됩니다.
너 같은 애는 더 맞아야 정신차릴거야 이런의도로 비꼰건지

글은 잘 읽었습니다.
두콩이
16/03/24 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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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글까지와서 비꼬시는것까지는 너무한것 같네요 눈살 찌푸려집니다요 정도껏 해주세요
연필깎이
16/03/24 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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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대로 읽으면서 올라와서 이런 이유로 리플이 많을 거라곤 생각을 못했네요.
대충 쓰신 리뷰도 아닐 뿐더러 모두 요즘 개봉한 영화들이라 저는 잘 읽었습니다.
덕분에 볼 영화가 몇 개 늘어났네요.
세인트루이스
16/03/24 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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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리뷰글 감사합니다. 글 내용과 관계없는 논쟁때문에 본문글이 묻히는 것 같아서 아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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