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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6/04/27 23:46:19
Name Neanderthal
Subject [일반] 월드컵 역사상 가장 비극적인 실점...

1994년 월드컵은 월드컵 역사상 처음으로 미국에서 열리게 됩니다. 그 당시 축구 불모지였던 세계 최고의 스포츠 시장에 축구를 안착시키기 위한 FIFA의 의도가 들어가 있는 결정이었다는 얘기들도 많이 있었지요.

우리 한국 팀도 거의 예선 탈락의 문턱까지 갔다가 이라크의 자파르 선수가 일본과의 예선전 마지막 경기에서 추가 시간에 극적인 헤딩 동점골을 뽑아줘서 천신만고 끝에 일본을 제치고 본선에 합류하게 되지요.  

월드컵 본선이 시작되자 브라질, 독일, 아르헨티나, 이탈리아 등 늘 우승후보로 꼽히던 전통의 강호들과 함께 다크호스로 주목받던 팀이 있었으니 바로 남미의 콜롬비아 팀이었습니다. 그때까지는 아직 예언자로서의 확고한 명성을 쌓기 전이었던 펠레가 우승 후보로 콜롬비아를 꼽아서 화제가 되기도 했었습니다.

하지만 그때 펠레는 그냥 장난으로 콜롬비아를 우승후보 가운데 하나로 꼽은 게 아니었습니다. 콜롬비아 팀은 남미예선에서 1조에 속해 있었는데 우승후보 아르헨티나와 무시 못 할 강호 파라과이, 그리고 복병 페루를 제치고 당당히 4승 2무 승점 10점으로 조 1위로 본선에 합류하는 저력을 보여주었습니다. 조 예선에서 단 한 경기도 패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벌어졌던 아르헨티나와의 원정 경기에서는 홈팀을 5 대 0으로 묵사발을 만들어놔서 전 세계 축구팬들을 경악하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정말 예선에서의 모습만 보면 콜롬비아는 우승후보로서 손색이 전혀 없었습니다.

그리고 콜롬비아 팀에는 나름 스타플레이어들도 있었습니다. 특유의 "사자머리" 스타일로 알려진 미드필더 카를로스 발데라마와 콜롬비아의 주 득점원이었던 "검은 머스탱" 파우스티노 아스프리야 같은 선수들이 팀에서 주목을 받고 있었습니다.



카를로스 발데라마


파우스티노 아스프리야


하지만 본선에서의 콜롬비아는 예선에서와는 전혀 다른 팀이었습니다. 조별 리그 첫 경기 루마니아와의 대결에서 "발칸의 마라도나" 게오르게 하지가 이끄는 루마니아에게 1 대 3으로 덜미가 잡히고 말았습니다. 첫 단추부터 잘못 꿴 것이었죠. 루마니아와의 경기가 끝난 후 팀의 미드필더였던 가브리엘 고메즈는 팩스로 살해위협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단지 악몽의 시작에 불과했습니다.

두 번째 경기는 개최국 미국과의 경기. 콜롬비아 입장에서는 16강 진출을 위해서 반드시 이겨야만 하는 상대였습니다. 주심이 경기 시작을 알리는 휘슬을 불었을 때만 하더라도 이 경기가 나중에 엄청난 비극의 씨앗이 될 줄은 아무도 몰랐습니다. 전반 35분 미국의 존 하크스 선수가 중앙으로 쇄도하던 동료 어니 스튜어트에게 낮은 크로스를 올립니다. 이때 콜롬비아의 수비수였던 안드레 에스코바르는 올라오는 크로스를 걷어내기 위해 슬라이딩을 하면서 다리를 뻗었습니다. 하지만 운명의 장난이었던지 에스코바르의 발에 맞은 공은 바로 자기 팀 골대 안으로 빨려 들어가고 말았습니다. 크로스가 정상적으로 올라올 것으로 예측한 콜롬비아의 골키퍼는 역동작에 걸리는 바람에 꼼짝도 할 수 없었습니다. 결국 이 경기에서 콜롬비아는 1 대 2로 패했고 예선 마지막 시합이었던 스위스와의 경기에서 2 대 0으로 승리했지만 최종적으로 승점 3점, 조 4위로 예선탈락하고 말았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그냥 다크호스로 지목되던 한 팀의 불운한 예선탈락 정도로 일이 마무리 되는 줄 알았습니다.



문제의 자책골 장면...에스코바르 선수의 망연자실한 얼굴 표정이 잊혀지지 않는다...


하지만 그로부터 채 한 달도 지나지 않은 7월 2일, 축구역사상 가장 비극적인 사건 가운데 하나가 벌어집니다. 팀의 예선 탈락 후 콜롬비아로 돌아와 있던 안드레 에스코바르는 7월 1일 밤 친구들과 함께 콜롬비아의 메데인이라는 도시에서 술을 마셨습니다. 술을 마신 후 에스코바르 일행은 밤늦게 근처의 한 나이트클럽을 찾아갑니다. 그로서는 자책골의 부담을 그렇게 유흥으로 풀고 싶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나이트클럽에 그가 등장하자 당시 나이트클럽을 찾았던 손님들이 그를 향해 "자책골! 안드레, 자책골!"하고 야유를 퍼부었습니다.

그날의 유흥은 파장이 되었다고 생각한 에스코바르는 7월 2일 새벽 무렵에 나이트클럽을 나와서 다시 자신의 차가 주차되어있던 근처 주차장으로 되돌아갔습니다. 당시 그는 일행들 없이 혼자였습니다. 하지만 거기에서 그는 그 지역의 마약 카르텔을 관리하던 갱단의 두목과 그의 부하들과 맞닥뜨리게 됩니다. 갱단의 조직원들은 당시 혼자였던 그에게 시비를 걸었고 시비 끝에 마약 카르텔 두목의 운전사가 그에게 총 여섯 발을 발사합니다. 그 당시 그 운전사는 에스코바르에게 총을 쏘면서 한 발이 발사될 때 마다 "골!", "골!",  "골!"하고 외쳤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총격 후 조직원들은 피를 흘리는 그를 그대로 남겨 둔 채 도주했고 에스코바르는 병원으로 급히 후송되었지만 사망하고 말았습니다. 그에게 총을 쏘았던 움베르토 카스트로 무노즈라는 사람은 나중에 자수를 했고 재판에서 43년형을 선고받았으나 이후 26년으로 형이 줄었으며 2005년에는 모범수로 출옥하게 되었습니다. 에스코바르를 살해하고 난 후 약 11년이 흐른 뒤였습니다.

에스코바르의 죽음은 전 세계 축구계에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그 당시 국내뉴스에서도 그의 죽음을 비중 있게 다루었던 기억이 납니다. 에스코바르의 장례식에는 약 12만 명의 인파가 운집했습니다. 에스코바르 선수는 현역시절 별명이 "El Caballero del Fútbol(축구의 신사)"였을 정도로 수비수로서 절대 흥분하는 일 없이 차분하고 묵묵하게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는 선수였습니다. 그런 그였지만 운명의 장난이었는지 단 한 번의 실수로 목숨까지 잃는 비극의 주인공이 되고 말았습니다.

다시 한 번 안드레 에스코바르 선수의 명복을 빕니다.



안드레 에스코바르 (1967 - 19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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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hmylove
16/04/27 23:50
수정 아이콘
자살골 넣었다고 사람을 죽이냐..
베이비블루
16/04/27 23:53
수정 아이콘
안타깝네요... 본인 스스로도 자책감에 무척이나 괴로워했을텐데..
몽키매직
16/04/27 23:54
수정 아이콘
제목보고 이거일줄 알았습니다.
앞날이 창창하던 분인데...
화려비나
16/04/27 23:55
수정 아이콘
제목보고 이거일줄 알았습니다(2)
16/04/27 23:58
수정 아이콘
정말 황당한 일이었죠.. 어렸는데 기억이 생생합니다.
16/04/27 23:59
수정 아이콘
당시 자살골 넣은 선수가 귀국해서 총맞았다 정도로만 전해듣고 웃자고 하는 소린줄 알았다가 진짜라 그래서 충격에 휩싸인 기억이 나네요... 축구가 뭐라고..
우리형
16/04/28 00:02
수정 아이콘
안타깝네요..
Galvatron
16/04/28 00:04
수정 아이콘
메데인, 영화 시카리오에 나오는 콜롬비아 카르텔이 이 메데인 카르델이죠.....저때 제가 중학생이였는데 저 사건을 계기로 콜롬비아라는 나라가 얼마나 막장 나라인지 알았더랬죠.
Neanderthal
16/04/28 00:19
수정 아이콘
그가 피살된 도시 이름이 메데인이군요...영어로만 봤을 땐 메델린인줄 알았는데...
지니쏠
16/04/28 00:45
수정 아이콘
미드 나르코스 보세요 엄청 재밌어요. 메데인 카르텔 이야기예요.
Jon Snow
16/04/28 01:55
수정 아이콘
나르코스 꿀잼인정!
아무로나미에
16/04/28 03:48
수정 아이콘
이런이야기에 꿀잼이라니. 안타까워서 단 댓글인데요. 저는 죽을때까지 안볼거같네요
한글날아닌데닉바꿈
16/04/28 09:08
수정 아이콘
에스코바르 성도 동일하네요...
16/04/28 00:06
수정 아이콘
축구를 잘 몰라서 제목보고 마라카낭 얘기 나올줄...
밀로세비치
16/04/28 00:07
수정 아이콘
하아 어린나이에 진짜 뉴스로 이소식을 접하고 엄청난 충격을 받은 기억이있네요
캡틴아메리카
16/04/28 00:22
수정 아이콘
제목만 보고도 어느 경기인지, 그리고 그 문제의 자책골 장면이 생생하게 생각납니다.
음란파괴왕
16/04/28 00:50
수정 아이콘
갱단의 두목과 그 부하들과 마주쳤는데 정작 총을 쏜 사람은 두목의 운전기사라니. 저 동네 분위기로 봐선 이것도 사실 믿기 힘드네요.
아무로나미에
16/04/28 03:51
수정 아이콘
도박때문에 살해당했단 이야기가 많았죠 아시아나 남미나 양아치들 하는짓 똑깉죠. 어디 조직이 운전기사를 시켜 죽입니까. 자기조직에 킬러로 키우는 애들이있는데
Neanderthal
16/04/28 07:09
수정 아이콘
단순 운전기사가 아니라 총을 쏜 저 사람 역시 갱단의 일원이라고 합니다. 저 사람이 감형되고 결국 나중에 모법수로 나왔을 때 마약 카르텔과 당국 간에 어떤 모종의 거래가 있었을 거라는 얘기가 많이 돌았다고 합니다...
스프레차투라
16/04/28 00:55
수정 아이콘
살아있었다면 하메스, 콰드라도가 이끄는 지금의 콜롬비아를 보며 뿌듯해 했을텐데, 안타깝죠
Korea_Republic
16/04/28 00:59
수정 아이콘
두명의 에스코바르라는 다큐멘터리 본적 있습니다. 마약 카르텔이 콜롬비아 축구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정말 심각할 정도입니다.
빠니쏭
16/04/28 01:51
수정 아이콘
예상적중

말도안되는 일이죠
바람이라
16/04/28 02:01
수정 아이콘
여러분, 이 소식을 뉴스로 어린 날 보았다는 분들이 있으신 것을 보면 우리는 그 분들의 나이대를 추측할 수 있습니다. 물론 저는 아닙니다!(엄.근.진)
Neanderthal
16/04/28 10:41
수정 아이콘
그렇게 어린 나이도 아니라는...ㅠㅠ
황승언
16/04/28 02:05
수정 아이콘
제목보고 예상하고 들어왔는데 맞네요. 참 안타깝습니다..
무무무무무무
16/04/28 03:06
수정 아이콘
엘살바도르 대 온두라스 경기일 줄 알았는데....
16/04/28 03:29
수정 아이콘
저런 또라이를 무기징역도 아니고 43년형에 감형에 모범수까지... 막장 나라 막장 도시 인증.
렌 브라이트
16/04/28 08:34
수정 아이콘
전 조선일보 꼭지로 읽었던 기억이 나네요.

제목 보자마자 이 사건일 것 같았습니다.

워낙 축구 열기가 뜨거운 나라들이다보니.....
노네임
16/04/28 08:44
수정 아이콘
이제보니 엄청 젊은 나이에 총격 사건을 당했네요. 이번 월드컵에서 브라질이 독일에게 탈탈 털릴 때 똑같은 비극이 일어날까봐 걱정됐습니다.
은솔율
16/04/28 13:23
수정 아이콘
제목보고 이거일줄 알았습니다(3)
루카쿠
16/04/28 16:14
수정 아이콘
하... 정말 비극이죠. 자책골 넣었다고 사람을 죽이다니요.

참 그러고보면 우리나라도 박주영이 2010 남아공 월드컵 아르헨티나전에서 자책골을 넣었네요.

하지만 그 다음경기인 나이지리아전에서 골을 넣어 깔끔하게 뭍혔던 걸로 기억합니다.
Goldberg
16/04/28 17:20
수정 아이콘
메시의 어시스트를 받아 골을 넣은 유일한 아시아선수....
슈퍼잡초맨
16/04/30 14:28
수정 아이콘
1994년, 당시 전 초등학교 4학년이었습니다. 축구를 좋아했던 어린이였던 저는 축구 영웅 펠레의 말을 그대로 믿고 콜롬비아가 뭔가를 할거라 기대했습니다. 당시 루마니아와 콜롬비아의 경기는 정말 멋졌습니다. 하지와 발데라마라는 두 뛰어난 선수의 경기를 보며 응원을.. 미국전의 믿을 수 없는 결과.. 그리고 얼마 후 이 비보를 들었습니다. 어린 나이에 정말 충격이었습니다. 축구가 뭐길래..
마지막 에스코바르 선수의 사진이 정말 멋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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