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7/12/04 06:00:15
Name 부끄러운줄알아야지
Subject [일반] 어느 역무원의 하루 - 새옹지마
보람찬 하루일을 끝마치고서~
기분좋게 하루일과를 끝마치고 퇴근하는 저녁..나도 모르게 콧노래가 나온다.
월급날도 아닌데 내무부장관께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묵은지등갈비찜을 해놓았다는게 아닌가!
아무이유없이도 마냥 즐거운 두 번째 주간근무날에 이런 득템이라니~~!!

마트에 들러 일용할 소주를 들쳐메곤 가뿐한 마음으로 집으로 향한다.
‘한병만 마실까..두병을 마실까?’
‘간만에 미뤄두었던 영화도 보고 내일은 야간이니 늘어지게 자야지’
‘아..마눌님 샤워는 안했으면 좋겠는데..’
등등 잡생각을 하며 엘리베이터 닫힘버튼을 누르려는 찰라..

“잠시만요~! 같이가요!!”

헐..저, 저게 누구야.
씨발라먹는 고로케 빵집 쥔장이 여긴 어떻게 알고 찾아온거야!!
설마 날 기다리고 있던건가?
때리면 그냥 맞을까? 이참에 몇주 편히 쉴까?
동네 소문나면 쪽팔려서 얼굴 못들고 다닐텐데..

그 남자가 아파트 입구에서 엘리베이터까지 걸어오는 그 몇초동안
어떻게 맞아야 덜 아플까를 궁리하는 나를 보니 이것은 분명 직업병인게다.
고객 만족! 고객 만족!

분명 나를 알아보는 눈치다.
하긴 소심한 복수를 한지 3일밖에 지나지 않았으니 몰라보는게 이상하겠지.
1초가 1분같은 마법의 시간을 5초정도 보내고 참다 못한 내가 먼저 선빵을 날린다.

“어..어디 가시나요?”
“아 예. O층 갑니다”
“아..아하하하.. 여기..사시나봐요?”
“아뇨. 장인어른이 여기 사셔서요”
“아하~ 제가 아직 이사온지가 한달도 안되서 몰라뵜네요. 전 OO층인데 잘 부탁드립니다. 하하하”

표정은 웃지만 손발은 오그라든다.
오늘따라 엘리베이터는 왜 이리도 늦게 올라가나..

============================================================

그 후로도 가끔 우리는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치곤 합니다.
차마 서로를 투명인간 취급은 안하지만 인사도 하는둥 마는둥.
이웃사촌이 아니라 이웃원수가 되어버렸네요.

인생사 새옹지마라 했던가요.
갑이 언제 을이 되고 을이 언제 갑이 될지 모르는 이 세상에서
최소한 저처럼 이웃원수는 생기지 않도록
피지알 여러분들은 더욱 조심하시길 바랍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17/12/04 06:13
수정 아이콘
(수정됨)
삭제, 어그로입니다.(벌점 4점)
RainbowWarriors
17/12/04 09:05
수정 아이콘
마눌님 샤워는 안했으면 좋겠는데 으하하
시리즈물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사신군
17/12/04 09:45
수정 아이콘
아 인생이란 이런 재미가 있더라고요..
하우두유두
17/12/04 10:01
수정 아이콘
샤워는 해야지요 엄근진 흐흐
이민들레
17/12/04 12:15
수정 아이콘
고로케팔아준 고객님을 왜 때리겠어요
-안군-
17/12/04 16:02
수정 아이콘
자기네 빵 맛있어 보인다고 칭찬해준 사람을 왜 때리겠습니까? 크크크크...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74853 [일반] (교육) 우리 동네는 왜 세계사 수업을 늘 설렁설렁 나가는 건지 [22] 9년째도피중5981 17/12/05 5981 2
74852 [일반] 공감을 넘어서 이해가 필요한 이유 [9] VrynsProgidy5495 17/12/05 5495 12
74851 [일반] 정부의 폐쇄적인 비트코인 방향성 [54] Ko코몬8857 17/12/05 8857 1
74850 [일반] 문득 든 생각인데 군필자에 대한 세제혜택을 주는건 어떨까요? [151] Chandler10211 17/12/05 10211 2
74848 [일반] 박진성 시인은 죄가 없습니다. [114] 써니13909 17/12/05 13909 22
74847 [일반] 오프라인 강연 정보, 어디서 얻을까? [11] 윌모어9205 17/12/05 9205 18
74846 [일반] 1호선은 고통입니다 [16] 다크템플러7814 17/12/05 7814 1
74845 [일반]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광고를 보며 [26] 717107216 17/12/05 7216 1
74844 [일반] 어느 역무원의 하루 - 회상(1) [2] 부끄러운줄알아야지3656 17/12/05 3656 21
74843 [일반] 북한의 핵보유국를 용인하려는 중국과 러시아, 그리고 미국의 고민 [73] 군디츠마라11647 17/12/04 11647 5
74842 [일반] 어느 역무원의 하루 - 자수 [14] 부끄러운줄알아야지5340 17/12/04 5340 40
74841 [일반] 공공기관의 신뢰도와 이미지 지형도가 나왔습니다. [62] 아유12455 17/12/04 12455 11
74840 [일반] 귀여운 단편 애니 하나 'The Summoning' [7] 인간흑인대머리남캐6380 17/12/04 6380 2
74839 [일반] (삼국지) 탕거 전투 - 장비 일생일대의 대승 [38] 글곰16870 17/12/04 16870 30
74838 [일반] 어느 페미니스트의 글에 대한 생각 [37] 로빈9134 17/12/04 9134 23
74837 [일반] 뒤늦게 돌아본 지난 대선에서의 복지 [8] 네오5647 17/12/04 5647 2
74836 [일반] 쌈장 [52] 50b11560 17/12/04 11560 23
74835 [일반] 복지 이야기를 좀 해도 될까요. [300] 18902 17/12/04 18902 49
74834 [일반] 오빠 우리 가게에 폭발물이 설치되어있대 *후기사진 추가 [37] RENTON15847 17/12/04 15847 10
74833 [일반] 어느 역무원의 하루 - 새옹지마 [6] 부끄러운줄알아야지6052 17/12/04 6052 3
74832 [일반] 레진 관련 트윗 탐험기와 개인적인 의견 [101] 배두나11466 17/12/04 11466 3
74831 [일반] 1달 연애 종료 [9] G5109629 17/12/04 9629 9
74830 [일반] 美 세금감세법안이 통과되었습니다. [497] Luxtau18163 17/12/04 18163 2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