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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9/02/07 10:22:40
Name 듀란과나루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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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일반] 명절에 전 부쳐본 이야기.




설 연휴의 후유증은 잘 이겨내고 계신가요?

이번 연휴는 설 당일에 앞서 주말 토, 일요일이었던지라 각자의 가정에서 쉬고 사실상 월요일부터 명절연휴로 느끼신 분들이 많죠?
저도 그랬습니다. 연휴가 3일뿐이야....

지난 주말에 있던 전 부쳤던 이야깁니다.

-

저는 결혼 3년차 입니다.

우리부부는 아직 아기가 없습니다. 아마 올해나 내년안에는 애기가 곁에 있을거 같네요? (희망)
때문에 명절전에 주말도 있겠다. 두 손이 자유로울 마지막 명절에 우리 부부는 양가에 의미있는 선물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전을 부쳐서 양가에 가져가자]

둘이 카페에 가서 커피마시며 손바닥만한 포스트잇에 생각없이 적기 시작합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삼색전, 집사람이 좋아하는 호박전, 쭉쭉 써 나갑니다.
두부전, 두부살거면 그럼 동그랑땡도 하면 되겠네...어? 동그랑땡 재료로 깻잎이랑 고추에 넣으면 깻잎전이랑 고추전이잖아?
고추전, 깻잎전, 송이전, 동태전...

얼마가 걸릴지, 얼마나 어려울지 생각안하고 막 적습니다.

그냥 양가 가족들이 맛있게 먹을 그림을 그리며 그냥 막 적습니다.

-

2월 3일 일요일.

아침먹고 장바구니 챙겨 집앞 e마트 e브리데e 갑니다.
뭐가 얼마나 필요할지 모릅니다.
눈이 보고 뇌에서 시키는대로 재료를 집습니다.

무작정 집는것이 아니라 나름의 견적을 뽑으며 재료를 집습니다.

부침가루 한봉지, 다짐돈육 한팩, 애호박 3, 송이버섯2, 식용유 1, 손질새우2, 김밥햄2 등등등
계란은 한판이면 되것지? 계란한판...

10만원이 훌쩍 넘네요.
속으로 생각합니다.

'꽤 나오네?'

-

오후 2시에 재료들을 펼치고 씻고 자르고 거실에 신문지를 깔고 불판을 놓고 준비를 합니다.

1시간이 지났습니다. 셋팅만 1시간 경과.

3시부터 비교적 쉬운 녀석들부터 부칩니다. 애호박, 송이버섯.

거실에 익힌 기름냄새가 퍼집니다. 고소하던 냄새가 싫어질 때 즈음 엄마한테 전화가 옵니다.
아들이 전 부쳐 간다는 카톡에 잔뜩 기대를 한건지 전화벨이 울립니다.

"어 엄마"
- "뭐? 전을 부쳐? 아가도 그러자고 하디?"

"어 우리둘이 얘기한거지 내가 시켰것어 지금 둘이 하는 중"
- "아이고 아이고 그걸 왜 해오고 앉았어 시장에서 사든 간단히 한두개만 해먹으면 되지"
- "한 접시만 해 진짜 그냥 맛만 보게", "진짜야 많이 하지마 진짜 몸살 나"

기대보다는 걱정이 앞서는 엄마의 우려섞인 목소리였습니다.

-

어느 덧 3시간이 지났습니다.

허리가 아픕니다. ㅜㅜ
집 사람이 한숨을 쉬기 시작합니다.

눈치가 보입니다. '아 내가 이걸 왜 시작했지?'

벌여놓은 판을 봅니다. '이미 거두기엔 늦었어......'

아내가 입을 엽니다. "하아", "계란사와", "쑥갓하고 홍고추도 사와"

전 입 꾹 닫고 부리나케 뛰쳐나갑니다. 계란사러.

마트가는 길 생각에 잠깁니다.
'어머니ㅜㅜ 장모님 ㅜㅜ 그 동안 이걸 어찌 하고 사셨나요, 이 못난 아들 이제야 알게 되었습니다.ㅜㅜ'

-

5시간째.. 끝이 보입니다. 거실 공기청정기는 시뻘건 신호를 보내며 5시간째 돌고 있습니다.
거의 다 됐습니다. 이제 정리하고 설거지 하면 끝.

-
시계를 보니 8시입니다. 2시부터 했으니 6시간이 걸린거네요?

경추와 척추가 땡깁니다. 아내는 묵묵히 키친타올을 정리하며 한 마디 건넵니다.
"오빠도 고생했어"

우리는 각자의 휴대폰을 꺼내 사진을 찍기 시작합니다.

찰칵, 찰칵,


그리곤 다짐했습니다.

"다신 하지 않겠다. 아니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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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니스타
19/02/07 10:33
수정 아이콘
전 하나만 해도 저렇게 힘든데 제수 음식 및 매 끼니, 설거지, 간식 등등 얼마나 힘든지 모릅니다.
남자도 같이해야 해요.
듀란과나루드
19/02/07 10:44
수정 아이콘
저희집은 제사를 안지내서 망정이지 제사까지 지내는 집은 진짜 음식양이 어마어마 할거 같네요. 진짜 와닿게 느꼈습니다.
들깨수제비
19/02/07 10:33
수정 아이콘
고생하셨습니다. 데코가 정말 예쁘네요. 전 부치다보면 기름 냄새에 물려서 먹고싶어지진 않는데 맛나게 드셨나보네요. ^^
그리고 공기청정기 관련해 말씀 드리자면, 요리할 땐 공기청정기를 꺼두시는게 좋습니다. 기름이 필터에 끼기 때문인데요 요리중엔 창문열어 환기하고 어느정도 냄새가 빠진 후 창문닫고 그때 청정기를 돌리라고 하네요.
듀란과나루드
19/02/07 10:44
수정 아이콘
안그래도 필터를 바꿀때가 되어 그냥 켰습니다 ㅜㅜ
그날 따라 찬바람이 어마어마 하게 불어서 ㅜㅜ
순둥이
19/02/07 10:35
수정 아이콘
저희는 올해 처음 사서갔습니다. 모두가 해피합니다. 다들 사서 가세요.

전/부침개 종류만 사서 가면 탕국이랑/밥/설겆이만 하면 됩니다. 기름냄새 안맡아도 되고 전날 할일도 별로없고 아주 좋습니다. 가격도 많이 비싸다는 생각 안들던라고요.
듀란과나루드
19/02/07 10:46
수정 아이콘
전 부치는게 일이란 소리 듣기만했지 직접 해보니 확 와닿더라구요
사악군
19/02/07 10:35
수정 아이콘
진짜 고생하셨습니다... 명절에 전 왜이렇게 많이 하는지 모르겠음...
전 싫어하지 않는데 연휴에 며칠 먹다보면 질려욧...

서로 고생하지 말고 쫌만 했음 좋겠...

근데 진짜 예쁘게 잘 부치셨네요 크크크
듀란과나루드
19/02/07 10:47
수정 아이콘
처음 하는거니 이왕하는거 잘해 보자 라고 해서 신경을 썼는데 허리가 끊어질거 같이 아팠네요 ㅜㅜ
19/02/07 10:37
수정 아이콘
매 명절마다, 전부치는 날은 기름냄새때문에 저녁을 제대로 못먹지요. 그래서 항상 저녁은 라면 or 비빔면.. ㅠ
듀란과나루드
19/02/07 10:47
수정 아이콘
어제까지 집에 냄새가 안빠졌습니다. 다신 안하려구요 크크
19/02/07 10:48
수정 아이콘
명절전에 재료 준비하고 (고기, 고추, 등) 전날 부치곤 했었죠. 예전엔 정말 많이했는데 그나마도 점점 줄여서 한다는게 함정이지만...
어릴때말고 학생시절엔 공부한다고 안하다가 이후에 하려니 정말 힘들더군요 흐흐흐
10년째도피중
19/02/07 10:53
수정 아이콘
....고생 많으셨네요...라고 말하고 싶지만 전 하나에 이런 말씀을 하시면 여자들이 "남자가 여태 얼마나 안했으면 저러냐"라고 할 것 같기도하고... 크크크

집집마다 다른데 어떤 집들은 여자 손만 맡기기 그래서 남자들이 하기도하고 그래요. 그렇다고 해봐야 아버지 세대 쪽은 밤만 까고 결국 제사나 벌초에 집중하는 수준이었는데 저흰 그냥 남자가 거의 절반은 다합니다. 실은 여자가 별로 없.... 그래서 요새는 적이나 나물도 그럭저럭 해요. 하는 자체보다 그걸 시간에 맞게 예산도 맞춰가면서 남을 음식처리, 어르신 입맛까지 고려하는거... 그런게 어려운거 같아요.

이런 입장에서 짜증나는 건 결국 남자에게 전통적으로 부과되는 일은 일대로 하면서 여자들이 해온 영역까지 가사분담이라는 명목으로 해야한다는 겁니다. 필연적으로 전통문화양식은 간소화시킬 수 밖에 없을것 같아요. 소시민 기준에서 말이죠.
백인정
19/02/07 10:54
수정 아이콘
(수정됨) 그렇게 안힘듭니다. 저도 명절에 자주 전을 부치는데 저정도 양이면 두시간에서 세시간이면 됩니다. 안해보셨으니 더 힘들고 오래걸린거죠.

이번에 해보셨으니 추석에는 시간이 절반으로 줄겁니다.
19/02/07 10:58
수정 아이콘
명절은 점점 외주 & 간소화 되는 방향으로 갈거라고 봅니다
이미 안하는 집도 많고요

근데 맛깔나게 부치셨네요. 맛있겠다 ㅠㅠ
19/02/07 11:00
수정 아이콘
저도 어머니가 남자도 이제는 해야한다고 하여 5년전부터 하고 있지만 제일 싫은건 역시 동그랑땡...
다른건 기본 베이스 모양대로 부치면 되는데 동그랑땡은 모양부터 만들어야해서 휴...
저도 어머니한테 내년부터는 사서 합시다 선언 했습니다.
페스티
19/02/07 11:03
수정 아이콘
이쁘게 잘 부치셨네요
희원토끼
19/02/07 11:08
수정 아이콘
제사때 딱 한접시...좋아하는건 그 두배정도?만드는데도 오래걸려요흐흐 데코신경쓰셔서 더 걸리신듯...근데 진짜 이쁘네요~
벌써2년
19/02/07 11:11
수정 아이콘
예쁘게 부치셨네요. 맛나보입니다.
저도 명절 제사 때 전 담당입니다. 아버지 돌아가신 후 어머니가 지내고 싶다고 하셔서요.
저야 어머니가 밑준비 다 해놓으신 재료 부치기만 하지만 그것도 힘들어요. 서너시간은 부쳐야 하니.. .
솔직히 우리 아버지 제사니까 하지 얼굴도 못 본 남의 조상 위해 하라면 정말 못할 것 같습니다.
듀란과나루드
19/02/07 11:15
수정 아이콘
많은 분들이 댓글 주셨네요... 감사합니다.

요즘이야 많이 간소화 하는 추세고 저희야 이벤트성으로 한번 해본건데

그간 계속해서 명절 fm으로 지내신 분들은 정말 힘들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ㅜㅜ

그냥 고기 사다가 궈먹는게 어떨지....크크크 ㅜㅜ
19/02/07 11:17
수정 아이콘
와 진짜 예쁘게 부치셨네요. 전부치는 당일날 장보시는거 보고 '훗 초보티가 나는군' 하면서 즐겁게? 읽었습니다 크크 그래도 처음인데 저정도 하신건 진짜 박수 받을 일입니다. 고생많이 하셨어요.
데오늬
19/02/07 11:53
수정 아이콘
부치는 것도 부치는 건데 뒷처리가...
바닥에 신문지를 아무리 넓게 깔아도 전 부치고 나면 꼭 한번씩은 미끄덩 하더라구요
다리기
19/02/07 11:55
수정 아이콘
일단 보기에 좋네요. 워낙 이쁘게 만드셔서 크크
배고픈데 충격받고 기름진거 먹으러 갑니다
19/02/07 13:01
수정 아이콘
그런데 맛깔나 보이네요.. 전 하고 부치는거 좋아하는데 저정도 양은 절대 못합니다.
돌돌이지요
19/02/07 13:35
수정 아이콘
잘 부치셨네요, 사실 전이 하기 힘든 음식입니다, 손질해야 할 것들이 많아서요
두분이서 하기에는 양이 많아보이는데 고생하셨겠습니다
세츠나
19/02/07 13:56
수정 아이콘
전 부치는 문화는 언제 어떻게 시작된 것일까요? 아무리 맛있는 전이라도 껍데기(?) 없는게 더 맛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19/02/07 14:06
수정 아이콘
고생하셨습니닷!
캐모마일
19/02/07 14:24
수정 아이콘
양도 양이지만 너무 정성스럽고 예쁘게 부치셨네요..
19/02/07 14:40
수정 아이콘
저희도 아이가 생기기 전까지는 저렇게 했었죠. 나름 가서 하는거 보다 집에서 해가는게 편하니까 전만 만들어서 가자고 한건데 그렇게 일이 많을 줄 몰랐...
주방도 엉망이되고 안그래도 좁은집에 기름냄새 안빠지고 곳곳에 기름 범벅...
이제는 아이 핑계로 그냥 맨몸만 갑니다. 그래도 아이 짐이 많아서 고생이지만 전하는거 비하면....
19/02/07 15:28
수정 아이콘
수고하셨습니다. 두 분 다 진짜 멋지시네요. ^^
파라돌
19/02/07 15:31
수정 아이콘
전은 준비와 정리가 힘들죠 흐흐... 저정도 걸린게 아마도 여러가지 하다보니 더 그런거 같습니다.
많이 고생하셨겠어요. 그래도 저렇게 해가면 좋아하죠~ 게다가 모양도 좋네요.
미나리를사나마나
19/02/07 17:07
수정 아이콘
와 고생하셨지만 그만큼 예쁘게도 부치셨네요
19/02/07 19:10
수정 아이콘
결혼하고 난 이후부터 본가에 가서 제일 먼저 하는 일이 전 부치는 것이고 제일 마지막에 하는 일이 저녁먹은 거리 설겆이 하는 겁니다 흑흑흑 와이프는 애기 보느라 바쁘시고..

정말 대여섯시간씩 전부치면 명절 끝날때까지 머리에서 기름 냄새가 빠지질 않아요..
19/02/07 21:00
수정 아이콘
하지만 존맛탱 ㅠㅠ
19/02/07 21:16
수정 아이콘
원래 이런 상다리 부러지게 차리는 차례/제사상이라는 게 신분제가 존재하던 사회의 귀족층 집안에서 노비를 부려서 하던 방식이란 걸 생각하면 21세기에 직접 할까? 했을 때 견적이 안 나오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음식의 생산은 장기적으로 공장에서 맡도록 문화가 변하는 게 자연스럽지 않을까요..
19/02/08 00:41
수정 아이콘
(수정됨) 전통 있는 집은 오히려 상다리 부러지게 안한답니다.
관련 뉴스 :
2017년 - http://mn.kbs.co.kr/news/view.do?ncd=3418135
2001년 - http://imnews.imbc.com/20dbnews/history/2001/1873294_19546.html

상다리가 부러지게 하는 전통은
족보를 구매하신 돈 많고 전통 없는 분들이 (잘 몰라서) 만드셨다고 하네요..
19/02/07 22:44
수정 아이콘
2년 전부터 제가 전담으로 혼자 전부치고 있습니다 딱 사진에 나온 양정도로 하는데 명절만 다가오면 소화가 안 됩니다...
애플민트
19/02/08 06:36
수정 아이콘
저도 전을 부쳤는데(어릴때부터 종갓집이라 매년부쳤어요) 나름 요리공부가 돼지 않나요?
양이 엄청많아보이는데 양이많아서 힘드셧던것같아요 양만줄이면?
차례때 쓴 전은 계속 다시 부쳐서 먹구있는데 금방 다먹을것같아요.
그래도 명절이 돼야 전도 부쳐먹고 좋은것같아요.
가나다라마법사아
19/02/09 20:48
수정 아이콘
아 이번 설에는 막걸리를 못먹었네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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