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하도 문정권이 사방에서 십자포화를 당하고 있어서 잘 언급이 안 됩니다만, 2월 27일로 예정되어 있는 자유한국당의 전당대회에서 503 번호 달고 있는 그분이 자그마한 파문을 던지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유영하 "황교안 박근혜 수인 번호도 몰라"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0&oid=025&aid=0002883332


감옥에 갇혀있는 박근혜의 사실상 스피커라고 볼 수 있는 유영하 변호사가 차기 대권 후보로까지 신분이 상승한 황교안을 공개적으로 저격해서 화제인데요. 황교안이야말로 저번 사단으로 인해 완전히 풍비박산이 난 자유한국당과 친박진영에서 유일하게 수혜를 입은 정치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노무현 정권때 한직만 떠돌다가, 보수정권이 들어서자 검사장으로 승진하였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법연수원 동기들에 비해 그다지 검찰 내의 입지가 넓다고 보긴 힘들었고, 결국 이명박 정부시절 부산고검장을 끝으로 검찰을 떠나 변호사로 활동하였습니다. 그런 그를 중앙정치로 발탁한 이가 박근혜고, 박근혜 정권 하에서 법무부 장관을 지내다 통진당 코인 탑승으로 국무총리로 영전, 나중에 대통령이 탄핵되자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해보는 등 관운 하나는 기가막히게 타고나 인물이죠. 문제는 박근혜가 감옥에 들어가자 공개적으로 자기가 홀대받았다고 주장하며 황교안의 면회조차도 거부하는 등 차기 대권후보에 대해 단단히 뿔이 나 있다는걸 선언하고 있다는겁니다. 자기 감방 갔을때 책상도 제대로 안 넣어줬다고 꽁해있죠.


황교안은 바로 다음과 같이 반박했습니다.


황교안, 朴 前대통령 접견거부에 "할 수있는 최선 다했다"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0&oid=421&aid=0003822669


박근혜가 도대체 황교안에게 뭘 기대하고 꽁해있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철저히 박근혜의 입장과 사고방식을 대입하여 생각해 본다면 아예 이해가 안 가는 행보는 아닙니다. 아닌말로 현재 친박은 '박근혜 없는 친박'이나 다름 없이 돌아가고 있으니까요. 무도에서 나온 '홍철 없는 홍철팀'이나 예전 친박연대 시절의 '박근혜 없는 친박연대'같은 꼴이나 다름 없습니다. 정부여당의 지지율이 하락하고 자유한국당이 다시 예전의 기세를 찾아가기 시작하는 와중에 예전에 친박이라고 떠들었던 이 중 상당수가 박근혜에 대해 언급조차도 자제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아마 박근혜는 감옥 속에서 40년전 그 날의 기시감을 느끼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자기 아버지가 부하의 총탄에 사망하고 그저 똘마니라고 생각했던 이들이 개평 좀 던져주면서 자기를 철저하게 외면하는 현실을 다시 체험하는 느낌이랄까요? 제가 볼 땐 설령 다음 대선에서 보수정권에게 청와대를 내줘도, 박근혜가 중앙정치의 정면에 등장하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사면정도야 될 수 있겠습니다만 그 분이 그 정도로 만족하실 분이 아니니.


다소 의외인건 골수 친박 지지층조차 이번 유영하(박근혜)의 행보에 대해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다는 겁니다.
대표적인 친박 사이트인 조선일보 해당 기사 댓글을 몇 개 긁어보면


"당시 권한대행으로서는 말썽의 소지가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하지 않는것이 현명했다고 본다 . 의자나 책상을 들여 달라고 보고 받았는지 안받았는지도 확실히 모르는 상태에서 유영하의 말은 좀 경박하다고 본다 그리고 한국당에서 누가 박통면회를 신청한 사람이 있는가 그래도 퇴자를 맞으면서도 3-4번 면회를 할려고 했다는 사실이다 이것역시 면회를 전부 거절한 박대통령이 황총리만 면회를 했다면 문가놈정권에서 가만히 있었겠는가 그리고 면회를 거절한 부분을 유영하가 박통으로 부터 들었다고했는데 그것을 이용해 이렇게 황교안을 흔들어 놓으면 어떻게 하겠다는것인가. 유영하의 사무실에서 배신자중 아주 악날한배신자 김한수를 들여놓고 일을 시킨 이유가 뭐냐가 우리는 더 궁굼하다 . 일개 집사출신의 변호사 한마디에 한국당이 일비일희 하는것은 맞지 않다 . 그리고 박대통령은 자한당의 전당대회에 대해서는 일체 말이 없다는 사실을 유영하가이야기 해놓고 자신의 사견을 늘어놓고 자한당을 흔드는 이유가 뭐냐 ."

"황교안에 대해서 이런 저런 논란은 있을수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가 입당하고 자유한국당의 지지도가 10%이상 상승했다는 점이다. 또한 지금 현재 차기 대권후보 1위를 달리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보수 후보를 보수세력들이 흠집을 내려들면 문재인 사탄만 좋아진다.지혜릅게 생각하자."

"유영하가 박근혜를 들먹거릴수록 '박근혜가 아직도 정신을 못차렸군'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박근혜만 더 OOO 된다. 박근혜가 그렇게 안타까우면 황교안 대통령되도록 힘써야 한다. 그래야 조금이라도 빨리 감옥에서 나올것 아냐? 그리고 박근혜가 언제까지 왕처럼 주군 노릇 할거야? 유영하 이 자식도 꼴같지도 않은게 글러먹었어. 자유한국당, 황교안 지지자들이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단다."


이전에도 댓글에 적었지만 보수층의 황교안에 대한 지지도는 매우 높은 편입니다. 거의 이번 판결 직전 친문 지지층이 김경수에게 걸었던 기대와 유사한 수준으로 황교안을 지지하고 있습니다. 보수층이 좋아할만한 정통 공안검사 출신에, 이른바 골수 '빨갱이'들이 운집해있던 통진당을 폭파시켰다는 업적, 다른 자유한국당 대표 후보와는 다르게 쓸데없는 설화에 '아직까지는' 휘말리지 않은 신사적인 이미지까지 겹쳐 보수층이 아주 좋아할만한 차세대 보수 기수로서 입지가 탄탄합니다. 자유한국당 지지율이 오르는게 단순히 문정권의 삽질 때문만은 아닙니다. 지난 2년 넘게 자유한국당에는 지지할만한 '깜'이 되는 정치인이 없었는데, 오랜만에 그다지 흠결도 없고(자유한국당 지지층들에게 탄핵은 그렇게 큰 흠결이 아닙니다) 믿을만한 대선주자가 나타났으니 지지층이 다시 한 번 믿고 보는거죠.



위기를 느낀 비박세력은 이 와중에 미북회담을 핑계로 또다시 땡깡을 부리고 있는데


홍준표·오세훈 등 당권주자 6인 "全大 연기 안하면 보이콧"
https://news.naver.com/main/ranking/read.nhn?mid=etc&sid1=111&rankingType=popular_day&oid=008&aid=0004171177&date=20190208&type=1&rankingSeq=2&rankingSectionId=100


뭐 표면적으로는 미북회담이 있으니 자기네가 관심을 못 받는다(...)라는 핑계입니다만, 이대로 가면 자기들은 다 죽을거 같으니 미북회담 결과에 따라 아직 중앙정치에 미숙한 황교안을 흔들어서 대세를 뒤집어 보겠다라는 속셈이죠. 어차피 비박세력은 이번에 당권 못 얻으면 끝입니다. 내년이 바로 총선이고 지금 대표는 총선 공천권을 쥐고 있는 막중한 자리니까요. 문제는 지금 돌아가는 상황상 미북회담의 결과가 본인들에게도 큰 피해로 다가올 거 같은 삘이 느껴진다는거. 근데 뭐 트황상이 하는 일을 자기들이 감히 왈가왈부 할 수는 없는 노릇이고 ;; 그나마 흔들어볼 수 있는 전대 일정가지고 견제를 넣고 있죠. 뭐 그 견제가 얼마나 통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어찌됐건 참 재미있게 돌아가는 상황입니다. 친박과 비박이 싸우는데 정작 '박'은 빼놓고 싸우니 진짜 '박'이 열받아서 빼액하는 상황이니까요. 껄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