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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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를 자제하는데 필요한 의지력은 마나 시스템과 유사하다.
서로 다른 목표들은 서로 경쟁한다. 너무 많은 걸 한 번에 하면 안 된다.
올바른 식습관과 휴식이 의지력의 근원이다.
의지력은 늘릴 수 있고 한 가지의 의지력이 커지면 다른 행동에 대한 의지력도 늘어난다. 하지만 이를 유지하기란 어렵다.
안녕하세요 22입니다.
1. 의지력이 필요한 상황을 줄인다. (스킬을 아껴 쓴다.) - 기본 원칙
2. 의지력 회복에 초점을 맞춘다. (마나 리젠을 늘린다.)
3. 의지력을 키운다. (마나통을 늘린다.)
4. 의지력을 조금만 써도 되게끔 훈련한다. - 습관화, 환경 변화 (마나 코스트를 줄인다.)
지난번 글에서 3번 전략, 의지력을 키우는 방법과 이것의 의미에 대해 다뤄봤습니다.
이번에는 4번 전략, 즉 의지력 소모값을 줄이는 전략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코비 브라이언트의 노력
농구판, 특히나 NBA에 조금만 관심있는 분들이라면 농구황제 마이클 조던의 위상에 대해 잘 아실겁니다. 조던은 농구판에서 그야말로 신에 가깝습니다.
인터넷 게시판이나 댓글에서 ‘야 XX가 조던보다 이건 더 낫지 않냐?’ 하는 저급 어그로에 수많은 사람들이 눈 뒤집어까고 달려드는걸 심심치않게 볼 수 있죠.
그런데 어느 할배가 다음과 같이 어그로를 끕니다.
훈련에 임하는 자세 만큼은 코비가 조던 이상이었다.
- 필 잭슨
하지만 저는 아직 이에대한 반박을 보지 못했습니다.
왜냐면 굳이 찾아보지 않았기 때문에 ...
코비 브라이언트, 81점의 사나이. 조던과 가장 닮은 선수.
조던의 모든 것을 따라하려 했던 코비.
그는 조던의 쪼잔함까지 따라합니다. 백넘버를 24번으로 바꾼 이유가 뭐냐는 질문에 공격제한시간 24초 동안 최선을 다하기 위함이라는 말도 안 되는 대답을 한걸 보면 말이죠. 누가봐도 조던(백넘버 23번)을 넘고 싶어서 바꾼건데 왜 솔직하지 못할까요?
조던의 모든 것을 훔친 코비.
그로인해 커리어 내내 거의 모든 면에서 조던과 비교되었으며 안타깝게도 거의 모든 면에서 조던 아래라고 평가 받죠.
하지만!
노력 만큼은 조던 이상이라고 해도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였다는 말입니다.
조선왕조실록, 팔만대장경 등과 더불어 우리나라에서 가장 가치있는 기록물 중 하나인 ‘나무위키’에서는
코비의 훈련을 다음과 같이 묘사합니다.
아침 4시에 기상. 가볍게 몸을 풀고 5시 30분에 개인 체육관에서 훈련 시작. 각각 5개의 스팟에서 200개씩 던지며, 들어가는 것만 카운트. 완료 후 같은 5개의 스팟에서 페이더웨이로 100개씩 카운트. 이후 팀훈련 종료 후 또다시 개인 훈련 시작. 이때 웨이트도 병행하는데 그 종류는 다음과 같다.
Day 1 & Day 4
Bench press
Lat pull-downs
Incline press
Military press
Abdominal crunches
Day 2 & Day 5
Lateral dumbbell raises
Bar dips
Tricep press-downs
Bicep curls
Abdominal crunches
Day 3 & Day 6
Back squats/Front squats
Leg curls
Leg extensions
Calf raises
Abdominal crunches
이런 어마어마한 노력에 대해 설명하는 자기계발서, 많이 보셨을 겁니다. 그리고 이 이후에 씨부리는 패턴은 너무 뻔하죠.
‘야 저 정도로 타고난 애들도 저렇게 노력을 하는데 넌 노오오오오력 안 할거냐?’
여기까지는 너무 당연한 말입니다.
과거에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면 ‘아 엄청 노력해야되는구나!’ 하고 넘어갔을겁니다.
하지만 자아 고갈이론에 대해 생각해 보고나니 한 가지 의문이 들더군요.
저 사람이 저렇게 노력하는데 필요한 에너지와 내가 같은 노력을 하는데 필요한 에너지는 엄청난 차이가 있지 않을까?
즉, 같은 노력을 해도
코비는 나보다 훨씬 적은 에너지를 쓰지 않을까?
당장 내일 아침부터 6시 30분에 일어나서 운동장 한 바퀴 돌고 오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생각해봅시다. 생각만 해도 엄청 귀찮습니다.
근데 이에 소모되는 에너지의 양을 생각해봅시다.
휴가나온 20대 현역 상병이 이 지시를 받았다면? 조금 투덜거리더라도 그리 어렵지 않게 해낼겁니다. 매일 하던거니까요.
반면 30대 예비역 아저씨가 이 지시를 이행하려면? 온갖 핑계를 대면서 어떻게든 안 하려고 할겁니다.
같은 노력이라도 어떤 상황이냐에 따라서 소모되는 에너지가 천차만별입니다.
그리고 이 사실은 정말로 어마어마하게 중요합니다!
자기 절제를 잘 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생활할까?
자아 고갈 이론의 창시자 바우마이스터는 네덜란드의 데니서 드 리더르(Denise de Ridder)와 카트린 핀켄나우어르(Catrin Finkenauer)와 함께 자기 절제분야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성격테스트를 진행합니다.
그리고 이들은 평소에 절제 가능한 행동을 더 많이 할 거라고 추측합니다.
초인적인 절제력을 갖고 있는 사람은 일상생활에도 온갖 충동에 맞서 싸우고 승리하며 살아갈 거라고 생각한거죠. 그렇게 승리하면서 더 강한 절제력을 갖게 될 것이구요.
???
실험 결과를 분석해보니
정반대의 패턴이 나타났습니다.
높은 자기절제력을 보인 사람들은 평소에 초인적인 절제를 발휘하며 살고있지 않습니다!
아니 거꾸로
이들의 행동은 거의 자동적으로 행해지는 경향이 뚜렷했습니다.
자동적으로 행해지는 행동은
습관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이들에게
초인적인 절제력을 발휘하는 행동은 오히려 특별한 행동이고 일회적인 행동입니다.
서두에 언급한 이야기로 돌아가봅시다.
코비는 앞서 설명한 독한 훈련을 하기 전에
“아 오늘 진짜 힘들어 죽겠는데, 진짜 훈련하기 싫은데 나니까 이거 하는거다. 내가 초인이니까 견디는거다. 나니까 참고 하는거다.”
라고 말하지 않을겁니다.
오히려
“지금 몇시지? 어 페이더웨이 던질 시간이네? 얼른 다 끝내고 벤치프레스하러 가야지.”
라고 생각할 거란거죠.
자기만의 특별한
루틴을 갖고 있는 스포츠 스타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중 일부는 강박증 아닌가 싶을정도로 루틴에 집착합니다.
2016~2017 NBA 시즌 MVP를 차지한
러셀 웨스트브룩의 예를 봅시다.
갓무위키에 따르면 웨스트브룩은
항상 부모님께 전화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해야 하고
정해진 구역에만 주차를 하며
코트3에서만 슛 연습을 합니다.
게임 전에는 반듯한 대각선으로 잘려있는 빵에 피넛 버터와 잼이 아주 얇게 발라져 있는 피넛버터-젤리 샌드위치를 먹으며
원정을 떠날 땐 본인이 직접 이 샌드위치를 준비해서 갑니다.
경기 시작 3시간 전에 웜업을 시작해야 하고
정확히 팁오프 60분 전에는 예배당에 들르며
게임 카운트다운 클락이 정확히 6분 17초 남았을 때 팀 레이업 훈련을 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병적으로 트리플 더블에 집착합니다.
과거엔 이런 병적인 루틴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왜 굳이 저렇게까지 하는지 궁금했죠.
하지만 지금은 ‘와 나도 저런 루틴이 있으면 좋겠다.’ 싶어요. 저런 어마어마한 루틴을 지키는데 생각보다 적은 노력을 쓸 것 같기 때문이죠.
바우마이스터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합니다.
자기 절제를 잘 하는 사람은 대체로 콘돔을 사용하고, 흡연이나 군것질 혹은 지나친 음주 같은 습관을 피하는 경향이 있다. 건강한 습관을 정착시키는 데는 의지력이 필요하며-의지력 강한 사람이 이러한 습관을 잘 지키는 이유이기도 하다-
일단 습관이 자리 잡으면, 그 다음부터는 특히 어떤 부분에서 삶이 순조롭게 흘러갈 수 있다.
밥 보이스의 연구
대학 교수 사이에서는 종신 교수가 되는 것이 가장 어렵고 중요한 일이라고 합니다.
평생동안 대학원생을 부릴 수 있다는 걸 생각해보면 그럴만 합니다.
신입 교수가 종신 교수가 되기 위해서는 독창적이고 품격 있는 논문들을 집필해야 합니다.
밥 보이스라는 연구자는 이제 막 교직 생활을 시작한 젊은 교수들의 집필 습관을 관찰합니다.
어떤 교수들은 준비가 될 때까지 자료를 수집한 다음 한꺼번에
폭풍 같은 에너지를 발휘해 1~2주 동안 몰아서 집필합니다.
어떤 교수들은
하루에 1~2쪽씩 꾸준히 집필합니다.
어떤 교수들은 이 둘의 중간 방식을 취합니다.
밥 보이스는 몇 년 후 교수들을 추적해서 조사하고 그들의 지위가 현격하게 다르다는 걸 발견합니다.
하루에 1~2쪽씩 꾸준히 집필한 교수들은 대부분 종신교수가 되었습니다. 업무적으로도 훌륭했고 성과가 좋았습니다.
반면 이른바 폭풍집필을 한 교수들은 성과가 나빴습니다. 안타깝게도 많은 이들이 중간에 자리를 잃었습니다.
흔히 하는 착각
요즘 세상에는 드라마 영화가 너무 많습니다.
영화를 보면 평소에는 우리처럼 찌질한 삶을 살던 주인공들이 갑자기 찾아온 삶의 핵심적인 순간에 어마어마한 의지력을 발휘해서 고난을 이겨냅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순간적으로 어마어마한 영감이 떠올라서 일필휘지로 곡을 썼더니 대박이 났더라.
흔히 접할 수 있는 사례입니다만,
그가 정말 운이 좋았기 때문에 일어난 일일까요?
아닙니다. 그 작곡가는 매일 같이 어떤 곡을 쓸까 고민하고 멜로디를 떠올리고 연구했을겁니다. 습관적으로요. 그런 습관 덕에 기가막힌 영감을 떠올렸을 겁니다.
한정된 자기절제력을 어떻게 써야 효율적일까요?
저자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합니다.
자기절제력을 발휘해
습관을 만들면 장기적으로 볼 때 적은 노력으로 더 좋은 성취를 얻을 수 있다.
결국은
습관입니다.
특정 행동을 반복하고 패턴화하고 습관화하면 그 행동에 필요한 에너지가 줄어듭니다.
스킬의 숙련도를 올릴수록 마나 소모량이 줄어드는 경우를 자주 보셨을겁니다.
더 강한 기술을 쓰는데 사용하는 에너지가 줄어든다는 건 다소 이상하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그 스킬을 점점 습관화하는 거라고 생각해보니 이해가 가네요.
자아 고갈이론에 대해 알아가면서 노력하기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노력에 대해 생각해봤습니다.
스킬을 아껴 쓰는 것, 마나통을 늘리는 것, 마나 회복에 초점을 두는 것.
모두 중요하고 의미가 있습니다만 실질적으로 어떤 노력을 해야할지에 대해 명확한 해답을 주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네번째, 마나 소모량을 줄이는 것, 습관화 하는 것은 더 연구해볼 수 있을거같아요.
퇴근후에 헬스장에 가는 것이 식사 후에 양치를 하는 것 만큼 자연스러워진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물론 이게 잘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렇게만 된다면 엄청 건강해지지 않을까요?
다음부턴 이 습관화에 대해 좀 더 자세히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