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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9/07/29 17:06:36
Name 글곰
Subject [일반] (삼국지) 이릉 전투 (1) (수정됨)
  피지알의 삼국지 덕후 여러분. 오랜만입니다.



  어려서부터 열 권짜리 삼국지를 마르고 닳도록 읽었습니다. 초등학생 때는 칠십년대 초반에 출판된 누런 갱지로 된 삼국지를 읽었고, 조금 더 머리가 굵어져서는 이문열 평역본을 보았습니다. 나이가 들어서는 리동혁 본삼국지였고요.

  그렇게 열 권짜리 삼국지를 수십 번이나 읽다 보면 유독 8권만은 다른 책들에 비해서 깨끗해 보이기 마련이었습니다. 손이 덜 타서 그렇죠. 삼국지 독자분들은 다들 그 이유를 아실 겁니다. 판본에 따라 조금씩은 다르지만 대체적으로 8권에서 형주 공방전과 이릉 전투가 연달아 이어지거든요. 촉빠로서는 가장 견디기 힘든 대목입니다. 그리고 이 두 전투가 끝나고 나면 한없는 허탈함이 찾아오죠. 이 장대한 이야기를 오랫동안 끌고 온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유관장 삼형제가 연달아 최후를 맞이하고, 오직 제갈량만이 홀로 남아 절망적인 고군분투를 시작하게 되니까요. 이릉 전투는 마치 천 길 낭떠러지로 굴러 떨어지는 것만 같은 그 견디기 힘든 파국의 절정에 해당하는 대목입니다.

  이전 글이 기억나지 않는 분은 아래 링크 참조하시면 되겠습니다.

  형주 공방전 (1) : https://cdn.pgr21.com./?b=8&n=78303
  형주 공방전 (2) : https://cdn.pgr21.com./?b=8&n=78311
  형주 공방전 (3) : https://cdn.pgr21.com./?b=8&n=78324
  형주 공방전 (4) : https://cdn.pgr21.com./?b=8&n=78364
  형주 공방전 (5) : https://cdn.pgr21.com./?b=8&n=78371
  형주 공방전 (6) : https://cdn.pgr21.com./?b=8&n=78375
  
  자. 이제 시작합니다.




  
  219년 12월. 형주 공방전은 관우의 죽음으로 종결되었습니다. 유비는 세상에서 가장 믿을 수 있는 신하이자 마치 형제와도 같았던 가까운 인물을 잃었지요. 하지만 그는 슬퍼하는 대신 분노했습니다. 그리고 극에 달한 분노를 강동의 쥐새끼에게 쏟아 부었습니다. 유비는 손권을 정벌하겠다고 선언합니다.

  혹자는 유비의 이러한 결정에서 솔직한 감정을 정치적 이해타산보다 앞세우는 인간적인 면모를 봅니다. 저도 그런 해석에 일정부분은 동의합니다. 유비는 본래 타고나기를 그런 인물이었고, 그것이 바로 유비의 한계인 동시에 매력이었으니까요. 하지만 그렇다 해서 단지 복수심 때문에 유비가 손권을 공격한 것이라고 해석하면 곤란합니다. 유비가 손권을 공격한 건 사사롭게는 관우의 복수를 위해서였겠지만, 동시에 몹시 현실적인 이유도 있었습니다.

  형주의 상실은 곧 유비의 영토와 물자, 인재와 병력 등이 일순간에 대량으로 증발해 버린 막대한 피해를 의미했습니다. 한중 전투가 유비의 승리로 끝나고 유비가 스스로 한중왕에 등극한 시점에서, 유비와 손권의 국력은 비등하거나 혹은 유비가 조금 더 앞서는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그로부터 미처 반년도 지나기 전에 유비는 형주를 상실하며 순식간에 손권보다 열세에 처하게 되었지요. 유비는 진심으로 형주를 되찾고 싶었을 겁니다.

  게다가 유비는 유장처럼 한 개 주(州)에서 거들먹거리며 안주할 생각이 없었습니다. 그는 천하를 원했지요. 그렇기에 형주가 반드시 필요했습니다. 과거 제갈량이 유비에게 출사했을 때 이른바 융중대 전략을 제시했습니다. 익주와 형주를 겸병하면서 때를 노리다가 양쪽에서 동시에 출병하여 중원을 공격한다는 대전략이었지요. 그런데 익주에서 한중을 거쳐 장안 방면으로 나아가는 길은 몹시 험하여 병력의 이동이 어렵고 물자의 운반도 곤란합니다. 반면 219년에 관우가 보여주었듯이, 형주의 강릉 방면에서 북상하여 양양을 지나면 위나라의 수도인 허도가 곧 눈앞에 보입니다. 북벌을 위한 길목을 확보한다는 의미에서도 형주는 몹시 중요한 곳이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손권은 한때 동맹이었으나 이제는 자신을 배신한 적이었습니다. 형주를 빼앗은 후에도 익주 남부 일대인 남중의 강성한 반유비파 호족 옹개를 지원하고 형주에 있던 유장을 허수아비 익주목으로 임명하는 등 유비에 대한 노골적인 적대감을 드러내고 있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손권을 그냥 놓아둘 수 있을까요? 생각해 봅시다. 일본이 갑자기 한반도를 침공해서 경상북도와 경상남도 일대를 점령했다고 가정해 보죠. 그 상황에서 대한민국이 오히려 먼저 화해의 손길을 내민다는 게 상상이나 가십니까? 말도 안 되는 소리죠. 이건 유비 자신은 물론이거니와 그 부하들이나 지역의 호족들도 납득할 수 없는 선택이었습니다.

  그랬기에 유비는 자의로든 타의로든 절대 형주를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전쟁은 불가피했습니다.

  하지만 유비는 극도로 분노했으면서도 동시에 무척이나 침착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연의를 보면 관우의 죽음에 분노한 유비가 무작정 동쪽으로 돌진한 것처럼 묘사되지요. 하지만 관우가 죽고 형주를 손권에게 빼앗긴 건 219년 12월이고 유비가 동쪽으로 친정(親征)을 떠난 건 일 년 반이나 지난 221년 7월의 일입니다. 전쟁을 일으키기까지 일 년 반이나 되는 시간이 있었지요.

  그 사이에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220년 정월에 유비 평생의 호적수였던 조조가 죽었습니다. 아마도 형주를 빼앗기지 않았더라면 유비는 이 기회를 결코 놓치지 않고 천하통일을 위한 전쟁을 시작했을 겁니다. 하지만 관우가 죽고 형주를 상실한 유비는 곧바로 그런 대전쟁을 벌일 여력이 없었어요. 손권은 그럴 만한 의지나 능력이 없었고요. 조비는 너무나도 손쉽게 왕위를 계승합니다.

  하지만 손권에게 원대한 포부는 없더라도 영토에 대한 욕심은 있었습니다. 그는 조조의 죽음으로 위나라가 혼란에 빠진 사이에 양양을 슬며시 탐냅니다. 4월에 병력을 보내 봤죠. 본격적인 전쟁이라기보다는 찔러보기에 가까웠습니다. 이런 움직임에 대한 쪼다 조비의 반응은 양양성과 번성을 불태우고 조인을 완으로 도망치게 하는 것이었습니다. 별 생각 없이 양양으로 갔던 손권의 병력은 텅 비고 불타버린 성이나마 차지했습니다. 불과 한 해 전에 명장 관우와 조인이 운명을 건 치열한 결전을 벌이던 그 두 성은 이렇게 무척이나 허망하게 손권에게로 넘어갔습니다.

  몇 달 후, 조비는 자신이 겁먹었던 게 쪽팔렸는지 조인에게 양양과 번을 탈환하라 명령합니다. 조인은 손권의 부하 장수를 어린이 손목 비틀 듯 박살내고는 다시 두 성을 되찾았습니다. 이후 삼국시대가 끝날 때까지 이곳은 북쪽 황조의 차지가 됩니다.

  같은 해 10월에 조비는 헌제로부터 황위를 선양받습니다. 이로서 한나라는 마침내 멸망했습니다. 흥미로운 건 조비가 황위에 오르자마자 손권을 오왕으로 임명했다는 점입니다. 아버지의 숙적 유비를 자신의 적으로 상정하고, 손권을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여 유비를 치는 도구로 삼겠다는 정치적인 계산이었지요.

  조비의 얄팍한 수작을 모를 정도로 저능한 손권이 아니었지요. 찬탈자에게 왕위를 받음으로써 스스로 역적의 신하가 되는 모양새가 그리 내키지는 않았을 겁니다. 하지만 그는 불안했습니다. 서쪽에서 유비가 자신을 공격해 올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거든요. 결국 손권은 왕위를 넙죽 받습니다. 그러면서도 꼴에 자존심은 있었던지 옛적 한고제 유방도 항우가 준 왕위를 받은 적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들먹입니다.

  한편 한나라의 멸망은 유비에게 청천벽력 같은 일이었습니다. 게다가 헌제가 조비에게 살해당했다는 식의 소문까지 돌았습니다. 당시 헌제는 황위를 선양한 후 구석에 처박혀서 그럭저럭 먹고 살고 있었는데 말이지요. 단지 뜬소문이 와전된 것인지 아니면 유비 세력의 정치적 속임수였는지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유비는 헌제의 제사를 지낸 후 시호를 올리고, 그로부터 몇 달 되지 않아 한나라의 계승을 천명하며 스스로 황위에 오릅니다. 그래서 유비가 세운 나라의 이름은 촉(蜀)이나 촉한(蜀漢)이 아니라 그냥 한(漢)입니다. 촉이나 촉한이라는 이름은 헷갈리지 않기 위해 후대의 역사가들이 임의로 붙인 이름이지요.

  221년 4월. 유비는 황위에 오른 후 제갈량을 승상(丞相)으로 삼고 허정을 사도(司徒)로 올리며, 마초와 장비를 각기 표기장군(驃騎將軍)과 거기장군(車騎將軍)에 임명합니다. 여기서 개인적으로 흥미롭게 보는 부분이 대장군(大將軍)을 임명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왜냐면 유비는 한의 계승을 천명했던 만큼 한나라의 제도를 거의 그대로 답습했는데, 그 제도에 따르면 군부의 서열은 가장 위에 대장군이 있고 그 다음에 표기장군-거기장군 순서거든요. 그래서 저는 유비가 마음속으로 죽은 관우를 대장군으로 여겼기에 그 자리를 공석으로 놓아둔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근거는 없습니다만 어쩐지 그랬을 것만 같아요.

  여기까지가 관우가 죽은 지 일 년하고도 다시 한 해의 절반이 지나는 사이에 있었던 사건들입니다. 그리고 그 동안 유비의 손권에 대한 복수심과 적개심은 전혀 사그라들지 않고 있었습니다. 손권 토벌을 위한 전쟁 준비는 신중하게, 그러나 동시에 지속적으로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바야흐로 전쟁의 막이 오를 때가 다가오는 긴박한 때였습니다.

  221년 6월. 성도의 황제 유비에게 비보가 날아듭니다. 거기장군 장비가 죽었다는 소식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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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odDarkFire
19/07/29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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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잘 읽고 있습니다. 이 글을 읽으니 새삼 같은 꿈을 꾸다를 재독하고 싶네요
19/07/29 17:20
수정 아이콘
오랜만에 뵙습니다. 언제 봐도 글이 참 잘 읽히는게 너무 좋아요. 자연스럽게 눈이 문장을 따라갑니다.
열역학제2법칙
19/07/29 17:24
수정 아이콘
요새한창 삼국지에 다시 꽂혀있는데 정말 이부분 넘기기가 참 힘드네요 흐흐
Summer Pockets
19/07/29 17:28
수정 아이콘
촉빠의 마음에도 불을 지르는 이릉...
19/07/29 17:31
수정 아이콘
아닙니다 아닙니다 관우님 전차로 종변하고 양양에서 조인 때려잡으러 다시 오신단 말입니다!
19/07/29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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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성대제께서는 하찮은 인간들과 굳이 겨루어 손을 더럽히는 대신 승천하셨습니다. 그래서 안오신답니다...ㅠㅠ
강동원
19/07/29 17:34
수정 아이콘
하아... 이릉 진짜...
전 한 때 삼국지에서 육손이 제일 싫었습니다.
19/07/29 18:04
수정 아이콘
전 지금도 싫어하는 사람 셋 안에 들어갑니다.
나머지 둘은 물론 손권과 여몽이죠.
강동원
19/07/29 19:24
수정 아이콘
(수정됨) 근데 좀 커서 후반부 이야기를 좀 집중해서 보면서 육손은 정상참작이 된다고나 할까
어쨋든 촉과 오가 국력을 쏟은 거대한 대전에서 적을 이긴 것 뿐이고 비열한 술수를 쓴 것 도 아니니까요.
거기다 말년을 보면, 이궁의 변이라든가... 이궁의 변 같은... 하아...
답은 손제리를 깝시다. 제리는 나의 원쑤
후추통
19/07/29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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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이릉 전투 관련해서는 저는 단순히 형주문제가 아니고 촉과 오가 너죽고 나살자라는 상황이었는데 단순히 형주 + 관우 문제 라고만 한정지어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특히나 아예 오는 남중 지역관련해서 친오파를 지원하며 촉을 흔들려는 행동을 계속 했는데 말이죠. 사실 이릉전투라는 단어 자체가 너무 문제를 형주문제에만 한정짓는다고 생각해서 촉오전쟁이라고 봐야한다고 생각하지만...
19/07/29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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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감입니다. 손권도 나름 모든 걸 걸고 혼신의 뒤통수를 친 거지요. 유비 사후 제갈승상이 너무나도 스무스하게 동오와의 동맹관계를 회복하는 통에 사람들이 당시 형주를 둘러싼 219년의 전쟁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는 듯한데, 실상 말 그대로 목숨을 건 전쟁이었습니다.
Bemanner
19/07/29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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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양이 저렇게 쉽게 뺏을 수 있는 곳이었나요? 이건 관우의 문제인가 아니면 손권의 문제인가.. 혹은 조인이 불을 지르고 도망간게 그 이후 탈환할 때도 주효했던건지 신기하네요
19/07/29 18:12
수정 아이콘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https://cdn.pgr21.com./?b=8&n=82020&c=3614097
19/07/29 17:39
수정 아이콘
촉빠는 그저 웁니다...ㅠㅠㅠ
19/07/29 17:43
수정 아이콘
선 추천 후 정독갑니다
한없는바람
19/07/29 17:46
수정 아이콘
아니 형주를 먹었으면 천하를 취할 꿈이라도 좀 꿔야지 거기서 어영부영하다가 그대로 끝나버리는건...
19/07/29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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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처럼 좋은 글 감사합니다.


일 잘하는 사람은, 조직 전체의 최종 비전을 항상 염두에 두고 일하는 사람이지요. 내가 하는 업무가 회사가 10년 후 업계에서 국내 1위를 하는데 어떤 역할을 하는지 알고 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얘깁니다.

그런데.. 간혹가다가는 그냥 눈앞에 닥친 일이나 잘 처리해서 그때그때를 넘기는게 나을 때도 있습니다. 지금 매출 1조하는 회사가 10년 후 20조를 노린다? 허황된 비전은 단순한 구호일 뿐 제대로된 길을 제시해 줄 수 없거든요.


3국의 국력을 감안하면, 촉한이 삼국을 통일할 가능성은 NC가 올해 야구 우승할 가능성과 비슷하지 않았을까요. 그나마 형주를 상실한 시점에서는 한화가 우승할 확률로 떨어져 버렸고. 통일하려면 형주 수복이 필요해..에서 통일 자체가 이미 허황된 비전이라 이후에는 더 꼬이는 것 밖에 안남지 않았나 싶습니다.

지금 한화가 우승하겠다고 매경기 총력전하는 건, 올해만 아니라 내년 내후년도 말아먹겠다는 얘기가 되겠죠.
미하라
19/07/29 17:48
수정 아이콘
하지만 손권에게 원대한 포부는 없더라도 영토에 대한 욕심은 있었습니다. 그는 조조의 죽음으로 위나라가 혼란에 빠진 사이에 양양을 슬며시 탐냅니다. 4월에 병력을 보내 봤죠. 본격적인 전쟁이라기보다는 찔러보기에 가까웠습니다. 이런 움직임에 대한 쪼다 조비의 반응은 양양성과 번성을 불태우고 조인을 완으로 도망치게 하는 것이었습니다. 별 생각 없이 양양으로 갔던 손권의 병력은 텅 비고 불타버린 성이나마 차지했습니다. 불과 한 해 전에 명장 관우와 조인이 운명을 건 치열한 결전을 벌이던 그 두 성은 이렇게 무척이나 허망하게 손권에게로 넘어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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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주공방에 대한 이야기를 볼때마다 가장 이상하게 생각하는게 이 부분입니다. 일단 조인이 그토록 필사적으로 수성하려고 안간힘을 쓰던 양양을 저렇게 쉽게 포기하는것도 이상한데 더더욱 이상한건 손권의 움직임입니다. 궁극적으로 장강 방어선을 완성시키기 위해서는 양양, 번성 두곳은 필수인데 저곳을 진소인지 뭔지 하는 다른 기록에는 나오지도 않은 듣보잡을 배치했다 조인과 서황에게 격파당하고 다시 저곳을 잃는다는게 상식적으로 아무리 강동의 쥐라고 해도 이해가 안가는 대처죠. (이후 위의 침공을 당했을때 주연이 엄청난 악조건 속에서도 강릉에서 똥꼬쇼하면서 필사적으로 강릉을 지켜내고 위군을 패퇴시킨거 생각하면 더더욱 이해 안되는 대처...)
19/07/29 17:58
수정 아이콘
역사에 기록된 중요한 사건들이 실은 무척이나 터무니없는 이유나 단지 우연의 일치 떄문에 일어나는 경우가 많지요.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손권 : 그냥 한 번 슬쩍 찔러나 볼까?

조비 : 손권이 그 대단한 관우까지 때려잡은 걸 보니 엄청 센 게 틀림없다! 도망쳐!

손권 : 그냥 찔러봤을 뿐인데 조비놈이 도망친 걸 보니 무슨 꿍꿍이가 있는 게 틀림없어! 불타서 방어하기 곤란한 이 성에 주력부대를 주둔시키다가 격파당하기라도 하면 돌이킬 수 없어진다. 대충 듣보잡만 하나 배치해 두자.

조비 : (잘 생각해 보니 내가 삽질한 거 같지만 쪽팔리니까 모른척해야지.) 자. 손권의 얕은 수작은 이미 짐이 꿰뚫어보았다! 이제 전력을 다해서 양번을 탈환하라!

조인 : 우리 집안 동생인 저 황제놈은 왜 저 난리야. 짜증나 죽겠네. 서황아 얼른 가자.

손권 : 역시 속임수였군! 조비의 속임수를 꿰뚫어본 나님은 역시 대단해!

......이게 제가 내린 결론입니다.
미하라
19/07/29 18:40
수정 아이콘
설령 조비가 그런 멍청한 생각을 했더라도 조조가 관우한테 쫄아서 수도를 옮기려고 했을때 다른 신하들이 말렸던 것처럼 분명 말렸을건데 이거는 봐도 참 이상합니다. 뭔가 중요한 사건이 누락되었거나 아예 기록이 잘못되었을 가능성이 저는 더 높다고 보는 편입니다.
19/07/29 18:44
수정 아이콘
말렸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무려 최측근이었던 사마의가 반대했고 조비가 걍 밀어붙였지요.
Je ne sais quoi
19/07/29 17:51
수정 아이콘
잘 읽었고 잘 읽겠습니다
19/07/29 17:54
수정 아이콘
주작입니다!!
19/07/29 18:15
수정 아이콘
황조 내내 잘지키던 땅을 개발살낸 가남풍 당신은 도덕책..
비상하는로그
19/07/29 18:22
수정 아이콘
최근에 이릉에 대해 찾아보고 있는데.
이 타이밍에 이런글을 감사합니다~

제가 왜..이릉을 찾아봤나 생각해보니..
안읽어서 모른다는거...촉빠는 그저웁니다ㅠ
블리츠크랭크
19/07/29 18:29
수정 아이콘
연의만 볼때는 이릉으로 간 유비가 잘못했다고 생각했는데, 요새 다시 보면 그냥 유비가 지지리도 운이 없었다는 생각 밖에....
19/07/29 18:35
수정 아이콘
촉빠는 그저웁니다 ㅠㅠㅠㅠㅠㅠㅠㅠ
19/07/29 18:40
수정 아이콘
장비 죽는 순간, 촉빠인 저는 책을 또 집어 던졌다가..

혹시 제갈랴면 끓이지 않을까? 하며 책을 다시 들었다가..

갑옷대신 Nospeis 입은 녀석만 아니었어도..ㅠㅠ
치열하게
19/07/29 18:53
수정 아이콘
(수정됨) 부릉부릉 이릉 대전의 시동을 거시는 군요.

토탈워갤에서 '가즈앙냥'이란 사람이 삼탈워맵으로 삼국지 시리즈 연재하는데 형주공방전 편 읽고 있는데 보니 역시 '글곰'님 글을 참고했다고 하더라구요.

아래 링크글 댓글에서 형주대여에 대한 논쟁이 흥미롭더군요.
단순히 유비가 핑계대며 안 돌려줌인 줄 알았는데 여러가지를 살펴보니 복잡하더군요. 새로 알게 된 사실이 빌린 땅은 강릉일부-강하쪽은 유기가 태수-인데 나중에 형남4군까지 돌려달라 했다는 내용입니다. 그렇게 따지면 역시 손제리가..... 노양심인건데...

이부분에서도 귀찮으시겠지만 글곰님의 견해를 듣고싶습니다. 다른 분들도요.
19/07/29 19:03
수정 아이콘
링크 걸어주신 것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그런데 혹 단축URL로 링크 걸어주실 수 있으실까요? 링크가 길다 보니 본문까지 횡으로 깨져 버려서요... ㅜㅜ
치열하게
19/07/29 19:10
수정 아이콘
제갈량의 북벌

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ttwar&no=249336 (1편, 토탈워에선 제갈량의 북벌루트를 자세히 구현했다고 하는 군요. 코웨이가 상용배치한거 보다가 삼탈워에 상용을 보면 중요성이 한 눈에 보인다고)

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ttwar&no=250147 (2편)

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ttwar&no=252353 (3편)


형주공방전(연재중)

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ttwar&no=254881 (1편)

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ttwar&no=282314 (2편)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superidea&no=187012 (3편)
19/07/29 19:12
수정 아이콘
아... 그 의미가 아니라 맨 처음 거신 댓글의 링크 3개가 너무 길어서 익스플로러나 엣지에서 글이 깨져 버립니다. 그거 수정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치열하게
19/07/29 19:17
수정 아이콘
엌... 이제 괜찮나요?
19/07/29 19:18
수정 아이콘
오 됐습니다. 감사합니다! 의견 물어보신 것에 대해서는 따로 정리해서 말씀드릴게요.
19/07/29 19:36
수정 아이콘
소위 '형주를 빌린' 건에 대해서는 친 년도 전부터 무수한 학자들이 키배를 벌여 왔습니다. 그래서 제가 '진실은 이거다'라고 말해 봤자 그저 하나의 의견에 지나지 않을 겁니다.

그 점을 감안하고 말씀드리자면, 일단 유비고 손권이고 간에 '형주 일부는 손권이 유비에게 빌려준 것이고 유비는 돌려줘야 한다'라는 점에는 모두 동의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양쪽이 생각하는 형주의 영역이 다르다는 데 있죠. 형남 사군이야 유비가 직접 점령했고 손권은 손가락 하나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한편 강릉 일대는 좀 다릅니다. 남군, 특히 강릉현은 주유가 주도하여 공성전을 벌인 끝에 쟁취한 땅입니다. 유비가 도와주었지만 어디까지나 보조적인 역할이었지요. 주유전의 기록을 보면 강릉성을 점령한 후 주유가 남군태수로 임명되었고 유비는 공안에 주둔했습니다. 그런데 이 강릉이, 주유 사후 어느 순간엔가부터 은근슬쩍 유비에게로 넘어가 있습니다. 심지어 미방이 남군태수로 임명되었고요. 그러면 이런저런 사정을 따져볼 때 '손권이 빌려준 형주'가 바로 이곳이라는 걸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죠.

이유야 빤합니다. 강릉은 형주의 요충지인 동시에 대 조조 전선의 최전방이었습니다. 유표가 유비를 신야에 두었듯 손권이 유비 강릉에 두어 조조를 견제하는 수단으로 삼았다고 추측할 수 있지요. 그렇기에 손권이 빌려준 형주는 바로 이 남군을 가리킨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한편 유표의 장자 유기가 강하에 있었는데 이 강하는 어느 순간 은근슬쩍 손권에게로 넘어가 있습니다. 조금 더 과감하게 추론해 보면, 강하를 손권에게 넘겨주고 강릉을 대신 받는 형태로 거래를 했다고 볼 수도 있을 겁니다. 이 추측이 사실이라 해도 결과적으로는 유비의 이득입니다. 강하의 절반은 이미 조조의 차지였거든요.

제 결론은, 손권이 그토록 내놓으라고 했던 형주의 정체는 바로 남군이라는 겁니다. 하지만 형주의 요충지이자 군사거점이며 동시에 향후 북벌의 근거지가 될 남군을 포기할 수 없었던 유비는 남군 반환을 거부했고 결국 익양대치를 불러왔지요. 이 때 손권은 형남 네 군 중 무릉을 제외한 나머지 세 곳을 점령하는데, 거꾸로 말하자면 적어도 (유비의 근거지인 공안에 인접한) 무릉은 유비의 것으로 인정하고 있었을 수도 있습니다.

여하튼 익양대치는 형주를 절반으로 나누는 걸로 끝납니다. 유비는 결국 남군을 돌려주지 않았죠. 대신 장사와 계양을 내줍니다. 이로서 양쪽 모두 불만족스러우나마 합의가 이루어진 거죠. 유비는 남군과 무릉군과 영릉군을, 손권은 강하군과 장사군과 계양군을 가졌습니다. 이 때 유비의 다급했던 사정(조조가 한중으로 옴)을 감안한다면 이게 유비 쪽으로 유리한 협상 결과였을 거란 생각은 안 듭니다. 손권은 적어도 본전 이상은 챙긴 거죠. 그러니 이후 손권이 뒤통수를 친 건 결국 손제리가 나쁜 걸로...
홍승식
19/07/29 19:00
수정 아이콘
죽은 자식 불알 만지기일 뿐이지만 결국 관우가 죽은 가장 큰 이유는 미방의 배반입니다.
1. 위나라야 공격을 받았으니 당연히 모든 힘을 다해서 방어해야 하고
2. 오나라도 이 때가 형주를 차지할 가장 좋은 기회이니 놓치기 싫을 겁니다.
무엇보다 위-오 는 촉나라와는 다른 나라에요.
3. 맹달과 유봉은 해야할 일을 못한 거라 무능한 것일 뿐입니다.
4. 그런데 미방은요???
아무리 관우에게 푸대접을 받았다지만 자기 누나가 유비의 아내이고 자기 형은 유비 세력에서 명예로는 최고 중의 최고였습니다.
그럼에도 배반을 하다니요.
미방이 무능했어도 배반만 안 했다면 사태가 이지경까지 오지는 않았을 겁니다.
Multivitamin
19/07/29 19:35
수정 아이콘
처음엔 유비의 발끈러쉬인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유비는 충분히 준비를 했더군요.
촉빠로서 결과가 아쉽지만 촉오 대전은 한번은 일어났어야만 했었던것 같습니다. 그나마 위가 메롱했던것이 다행이었을지도요.
저항공성기
19/07/29 19:56
수정 아이콘
촉오대전은 서로 상대가 어찌 굴었던 간에 결국 작은 나라 둘이서 큰 나라를 두고 싸워 1강 2약 구도를 고착화시킨 거라 이릉으로 한 쪽의 잠재 국력을 결딴내기까지 간 건 소탐대실이라는 평가를 면할 수가 없죠.
TWICE NC
19/07/29 20:01
수정 아이콘
전 솔직히 이 이후는 한번도 종식 판본의 글을 읽은 적이 없습니다
왠지 손이 안가더라구요
인터넷에서 여기저기 편린의 글들로만 접했습니다
붉은빛의폭풍
19/07/29 23:02
수정 아이콘
이때 유비가 갈량이형의 말을 들어 오와 화친했다면 어땠을까? 라는 if 를 상상해본 적이 있었는데 본문에 나와있는 글곰님의 비유를 보니 그건 절때로 있어서도 있을수도 없는 일이었군요;;

항상 촉빠를 울리는 좋은글 감사합니다. 댓글은 자주 못 남겨도 항상 정독하고 있어요.
19/07/30 02:52
수정 아이콘
재밌네용!
19/07/30 04:51
수정 아이콘
삼탈워하면서 정사랑 여러 전투들에대해 더 깊게 관심을 가지게되었는데..
알면 알수록 유비는 대단하다는 생각밖에 안듭니다. 그래서 더 안타깝네요. 다음화도 기다리겠습니다 :)
전설속의인물
19/07/30 08:30
수정 아이콘
좋은 글로 출근길을 즐겁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기대하며 보겠습니다!
랜슬롯
19/07/30 08:53
수정 아이콘
보고 싶지만 보고 싶지 않은 가슴을 울리는 전투네요 ㅜㅜ
韩国留学生
19/07/30 14:15
수정 아이콘
아조씨 글은 항상 선추천 후감상이에요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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