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23/01/08 21:03:31
Name 라울리스타
Link #1 https://brunch.co.kr/@raulista
Subject [일반] 『더 퍼스트 슬램덩크』 소감(스포일러 주의)
fKi2FVJ_rnli9QO-pXfSgoAPz_k




슬램덩크 극장판 『더 퍼스트 슬램덩크』를 보고 왔습니다. 울컥할 것이라는 것을 예상은 했지만, 작가의 펜터치로 북산 농구부 5명이 등장하는 오프닝 장면부터 눈가와 가슴이 뜨거워지기 시작했습니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그 어떤 슬램덩크 관련 창작물보다 원작자인 이노우에 다케히코의 손길이 많이 닿은 작품이라고 합니다. 따라서 작품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통해 원작자의 의도를 어느정도 파악할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느낀 이노우에 다케히코의 작품 의도는 원작『슬램덩크』에서 산왕전 에피소드를 빌려서 '농구란 이런 스포츠다' 라고 작정하고 말하는, 극한의 사실주의 농구 만화를 그리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 점에서 북산고 5인방 중 원작에서 가장 서사가 적었고 비인기 캐릭터에 가까웠기 때문에, 뜬금 없는 결정으로 느껴졌던 송태섭의 주인공 채택이 영화를 보고 난 이후에 비로소 이해가 됩니다. 송태섭의 포지션인 포인트 가드는 '코트위의 사령관'이라 불립니다. 볼을 가장 많이 만지고 패스를 통해 팀원들의 플레이를 살리는 플레이메이커(Playmaker)의 역할을 합니다. 따라서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농구 경기의 전체적인 흐름과 북산의 공격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구체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포인트 가드인 송태섭의 시선에서 산왕전을 그립니다.




Rd3jbsg0lGh-2VjLept_UyLH13I.jpg
나머지 4명의 공격을 살릴 수도, 죽일 수도 있는 포인트 가드




송태섭의 시점에서 농구 경기가 그려지니, 원작에서 만화책이라는 매체의 제약 때문에 보이지 않았던 '농구의 면모'들이 보이게 됩니다. 평소 농구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에겐 만화책에서의 송태섭은 존재감이 드러나는 장면이 다른 4인방에 비해 적기 때문에 크게 하는 일이 없어 보입니다. 송태섭은 강백호처럼 가공할 운동 능력으로 리바운드를 잡아낸다거나, 정대만처럼 폭발적인 삼점슛을 성공시키지도 않습니다. 서태웅처럼 화려한 득점력이 있는 것도 아니며, 채치수처럼 파워풀한 골밑 존재감을 보여주는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영화를 통해서라면 농구에서 포인트 가드가 코드 반대편에서 상대의 압박을 뚫어내고 우리 팀의 공격 코트까지 볼을 운반하는 것 자체가 얼마나 힘든 일인지 절실히 느껴집니다. 게다가 송태섭은 자신보다 훨씬 사이즈가 큰 이명헌의 신체적인 압박을 경기 내내 달고 다닙니다. 송태섭의 성장기에 형과의 1 on 1을 즐겼던 장면이 삽입된 것도, 어린 시절부터 송태섭은 자신보다 큰 선수들을 상대했던 것에 익숙하다는 점을 표현하기 위함으로 보입니다. 이것은 공교롭게도 어렸을 때 부터 아버지와 1 on 1을 해온 산왕 정우성과도 동일한 성장 환경입니다. 기존 애독자에게 조금 뜬금없게 느껴지는 장면이 송태섭과 정우성이 미국에서 상대 팀으로 만나는 결말입니다. 하지만 두 선수의 동일한 농구 성장 배경과, 정우성이 인터뷰에서 미국에서 겪는 어려움을 '사이즈'로 표현한 점에서 작가는 농구에서 신체적인 핸디캡을 이겨냈을 때 선수의 역량이 더 성장한다라는 메시지를 담고 싶은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O1IISpqhc8xOxaeaDcHvUCZT3AQ.png
16cm나 크지만 결코 느리지도 않은 이정환도 상대했던 송태섭




'팀 스포츠'로서의 농구의 면모도 영화를 통해 더욱 극대화 됩니다. 채치수의 스크린을 받은 정대만이 오프더볼 움직임을 통해 슛 찬스를 만들고, 그 찰나의 순간에 맞춰 송태섭의 패스가 나가며 공격이 성공합니다. 실패를 대비하여 강백호는 공격 리바운드 준비를 합니다. 포인트 가드 송태섭의 1인칭 시선과 영화라는 영상 매체를 통해서 한 번의 슈팅 찬스를 만들어내기 위해 각자 맡은 역할을 충실히 하는 팀원들의 호흡을 생생히 느낄 수 있습니다. 만약 흥행을 위해 인기가 높은 강백호나 정대만을 주인공을 채택 했더라면, 이런 팀 플레이 장면들 보다는 두 명의 하드캐리 장면 묘사에 비중이 더 높았을 것입니다. 실제로 만화책의 산왕전을 기억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강백호와 정대만이 미쳐서 이긴 경기'로 기억하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작가는 영화를 통해 산왕전을 이러한 영웅적인 스토리에서, '팀 스포츠' 농구 만화로 재탄생 시킵니다. 사실주의 농구 만화를 그리고자 했던 작가의 의도가 가장 잘 드러난 예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특정 색채가 강한 영화이기 때문에, 갈리는 '호불호'는 어쩔 수 없습니다. 농구 자체에 주목을 하다 보니 만화책 만의 감동적인 명장면들이 지나치게 담백해 지거나 생략, 삭제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면 삼점슛을 폭발시키며 정대만이 쏟아낸 각종 명대사들의 임팩트가 매우 약해졌습니다. 경기 내내 신현철에게 털리다가 승부처에 혼을 담은 채치수의 마지막 블로킹도 그냥 '블로킹 1' 처럼 담백하게 지나갑니다. 변덕규의 '도미와 가자미'론이나 슬램덩크 전체의 주제를 관통하는 강백호의 '정말 좋아합니다' 등의 명대사들은 경기의 긴박한 흐름에 방해가 된다고 여겨졌는지 통으로 편집 되었습니다. 강백호가 전반전에 자신보다 훨씬 큰 신현필을 극복하여 한 단계 더 성장하는 장면이나, 조재중 에피소드가 삭제 되다보니 원작을 보지 않은 사람의 입장에선 강백호의 부상 사실을 알면서도 교체하지 않은 안 감독의 태도가 더욱 이해가 가지 않을 것입니다. 따라서 다소 진부한 스토리의 송태섭의 서사를 담을 바에는 기존의 명장면들을 살리는 것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의견도 이해가 가는 지적입니다.




CMnwRAlVZrby3Dw3m7wVc6QrguY.jpg
이 명장면을 산왕전을 묘사한 극장판에서 볼 수 없다는 게 실화?




원작에서 가지고 있었던 송태섭의 고유의 캐릭터성이 변하게 된 점도 아쉽습니다. 원작에서 송태섭은 능남전을 제외하면 항상 자기보다 크면서 괴물같은 포인트 가드들을 상대해 왔습니다. 상대한 선수들의 유형도 다양합니다. 왼손잡이에 빠른 슈팅 릴리즈로 득점력까지 갖춘 듀얼 가드 김수겸, 르브론 제임스를 연상하게 하는 이정환, 사이즈와 슈팅력으로 강하게 밀어붙이는 나대룡, 정통 포인트 가드이자 흔들리지 않는 냉정함을 갖춘 이명헌 등 각자 개성 넘치면서 기량이 차고 넘치는 포인트 가드들을 상대해 왔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송태섭은 항상 그들에게 겁먹지 않은 깡다구를 가지고 있으며, 이러한 정신력 때문에 그렇기에 산왕전에서도 강백호와 유이하게 경기 끝까지 정신을 차리고 임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영화에서 송태섭의 개인적인 서사가 추가되는 바람에 이러한 송태섭만의 깡다구 묘사가 다소 희석된 감이 있습니다.




이런 저런 불호적인 요소들을 감안하더라도 결론적으로 저의 개인적인 평가는 '호'입니다. 먼저 농구라는 매력적인 스포츠를 현재 구현할 수 있는 기술을 최대치로 활용하여 이끌어낸 점이 눈에 띕니다. 농구 경기 중계에서도 담을 수 없는 농구 코트에서 벌어지는 박진감이 제대로 묘사되었습니다. 또한 원작의 스토리보다 농구 경기에 초점을 맞춘 덕택에, 차기 극장판 후속작도 기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원작의 산왕전 에피소드는 말 그대로 연재 내내 쌓아온 스토리와 작가의 역량을 총 집합한 마무리 에피소드 입니다. 따라서 원작 스토리에 충실하여 더 감성적인 만들었더라면, 산왕전을 능가하는 극장판 후속작이 나오기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농구 경기 자체에 집중하는 현재대로라면 산왕전과는 정반대의 흐름으로 전개되는 능남전도 충분히 극장판 후속작으로 기대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fwJhUPP-fH76LSWJIuguCycd67o.png
후속작은 능남전 에피소드로 나오면 어떨까 상상해 봅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아케이드
23/01/08 21:34
수정 아이콘
(수정됨) 좋은 리뷰 감사합니다 뭔가 생각지 못한 관점으로 쓰신 리뷰라서 아 이렇게 볼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
포인트 가드인 송태섭 시점으로 그려냄으로서 얻어지는 장점 같은 것도 그럴 듯 하네요
말씀대로 다른 시합들도 이번 극장판 퀄리티로 내줬으면 좋겠습니다
커피마시쪙
23/01/08 22:10
수정 아이콘
영화관 관객들의 반응이 거의 농구 경기를 관람하는 반응이었습니다. 영화관이 아니라 농구 경기장인줄... 북산이 극적인 골 넣을때 마다 탄성에 박수에... 그만큼 몰입감 있게 잘 만든거겠죠.
23/01/08 22:18
수정 아이콘
농구 장면은 정말 좋았어요. 3D CG도 전혀 어색하지 않게 느껴졌구요. 다만 송태섭 서사는 투머치라는 느낌을 지울수 없네요. 경기 중간중간에 자꾸 과거회상이 나오니 몰입감도 끊기구요.
23/01/08 22:21
수정 아이콘
저를 성불시켜 줄 영화일줄 알았는데, 성불한건 송태섭이였고... ㅠ_ㅠ 그러니까 계속 후속작 내라고요..
김유라
23/01/08 22:40
수정 아이콘
송태섭 서사에 집중하려고 중요한 장면 다 쳐냈다고 들었는데... 솔직히 이도저도 아닌 느낌이 들긴 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슴 뜨겁게 하는 스포츠 영화였네요 크크크
낭만이 있었다면 오케이입니다.
재미없는소설책
23/01/08 23:41
수정 아이콘
슬램덩크 원작을 봤던 사람들이 대부분 관람객이라고 생각하지만, 보지 않았던 사람들도 하나의 영화로 볼 수 있게 하기 위해
송태섭 주인공의 이번 영화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 아니었나 싶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산왕전 중간중간 나오는 송태섭 에피소드가 맥을 좀 끊는다고 생각을 하면서도
자막판과 더빙판 둘 다 보겠다고 두 번 관람하면서 모두 송태섭이 어머님께 편지 쓸 때
살아남은 것이 형이 아니라 본인이라 죄송하다는 것을 썼다가 버리는 장면에서 눈물을 흘리는 것을 저를 보며
이런 것 때문에라도 산왕전 농구 경기 외에 이런 서사가 필요할 수 있겠구나 납득했네요.

저도 본문처럼 후속작이 나오게 된다면 권준호를 주인공으로 한 능남전 에피소드가 그려지면 좋을 것 같은데...
제발 이노우에 선생님, 관람을 하고 싶으니 영화로 또 만들어 주세요~
아케이드
23/01/08 23:54
수정 아이콘
권준호 주인공 능남전 정말 명작 냄새 풀풀 나네요 ㅠㅠ
시린비
23/01/08 23:59
수정 아이콘
어쩔수 없는건 각색이 필요한 부분이지
그 각색이 이번 송태섭 주인공 서사인게 어쩔수 없는건 아니지 않을까.. 싶어요
봤던 사람들과 보지 않았던 사람들을 위해 원작 과거부분들을 적당히 넣어선 안될 이유도 없고...
서태웅 미국행 이야기도 전혀 설명되지 않았고 강백호 서사도 많이 들어냈고 그런거 과거와 함께 넣었어도
하나의 영화로 만드는 각색은 가능은 했으리라 봅니다 송태섭으로 집중한것도 하나의 선택이겠지만 다른 선택도 가능하지 않았을런지...
23/01/09 00:03
수정 아이콘
송태섭 관련해서 좋았던 장면은 채치수가 거기서 그렇게 멋있는 척 패스할 필요가 있었는지 의견이 갈리는 장면과 산왕전 중에 서태웅 올라가라는 대사 후 정대만에게 패스하며 수비는 물론 관객마저 속인 장면이었네요. 이런 게 말씀하신 가드의 맛이죠.
라울리스타
23/01/09 00:22
수정 아이콘
저도 말씀하신 두 장면이 기억에 남습니다.

껄렁한 3학년 선배한테 채치수가 '태섭이는 패스를 잘합니다' 라고 말하는 장면은 그 동안 갈린 의견에도 채치수가 송태섭을 인정하게 된 장면인 것 같네요. 그리고 송태섭은 그 동안 채치수가 지켜온 단단한 골밑 덕분에 평범한 북산이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이야기하죠.

사실 포인트 가드의 입장에서 보면 사실 북산의 1옵션은 당시 농구 트렌드를 감안했을때 명백히 채치수입니다. 인터하이 평균 득점이 채치수가 24점, 서태웅이 30점인데 포지션 특성상 채치수 야투율이 훨씬 좋았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채치수가 흔들리는 모습에 송태섭이 걱정하는 점도 경기를 풀어가는 포인트 가드 입장에선 꽤나 난제였을 것이라는 점이 잘 묘사된 것 같습니다.
23/01/09 00:44
수정 아이콘
거기서 그렇게 패스를? 에서 태섭이는 패스를 잘합니다 로 이어지는 에피소드가 원작에 없었던 장면 중에 제일 좋았어요. 경기 장면들도 말씀하신 [가드의 시선]이라는 걸로 생각해보면 영화의 매력이 확실히 올라가는 거 같습니다.
수지짜응
23/01/09 01:05
수정 아이콘
채치수가 인정하게 된거라기 보다는
채치수는 처음 봤을때부터 송태섭이 패스, 드리블 잘하는걸 알고있었죠

건방진 태도, 1학년이라는 점 때문에 계속 잘 하는데도 주전으로 못 뛰던 송태섭을
지금까지 어떻게 생각해 왔던건지 표면적으로 보여준 장면으로 봤습니다 저는
switchgear
23/01/09 00:39
수정 아이콘
아쉬운 점들에 대한 의견들도 공감이 가고 송태섭의 다소 뻔한 성장기에 대한 아쉬움도 있긴하지만 송태섭 시점에서의 경기진행과 흔한 설정이라도 송태섭의 개인사 스토리가 저는 좋았습니다. 티비판이 너무 쓰레기였던게 이번 작품에 대한 아쉬움을 더한 가장 큰 원인이었다고 봅니다. 티비판에서 제대로 된 작화로 산왕전이 진행 되었다면 그걸 굳이 극장판으로 똑같이 다시 볼 필요가 없었을거고 송태섭 시점의 극장판에 대한 평가가 좀 더 좋았을건데요. 저는 더빙판으로 봐서 자막판 한번 더 볼 예정입니다.
구라쳐서미안
23/01/09 01:35
수정 아이콘
(수정됨) 묘한 영화입니다.
막 엔딩크레딧을 보고 났을 때의 생각과 시간이 지난뒤에 차분히 생각했을 때, 평가가 많이 달라질 수도 있는 영화처럼 보여서요.
막 엔딩크레딧을 봤을 때는 [아 그래 폭풍같은 마무리였다. 이걸 보러 온거지.] 라는 생각이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송태섭 서사가 너무 계륵이지 않나?라는 생각이었습니다.
.
.
그런데 시간이 좀 더 지나서 차분히 생각해 보니..
작가가 의도한 게 이런 뜻이었을까 라는 생각이 많이 드네요.
.
[농구장을 찾은 팬의 대다수는 산왕팬이다. 우리를 응원하는 사람은 거의 없지. 악당등장!!]
.
[영화관을 찾은 팬의 대다수는 슬램덩크팬이다. 원작을 그대로 재현하는 걸 당연히 가장 좋아할 게 뻔하다. 악당등장!!]
작가는 중요 고비고비마다 결정적인 장면을 온전히 다 보여주지 않습니다.
.
.
"신현철은 신현철.. 채치수는 채치수... 나는 누구냐?" 를 보여줬으면서...
"그래 난 정대만. 포기를 모르는 남자지." 는 빠졌습니다.
서태웅의 끊임없는 도전과 성장 그리고 "하나 잊고 있군."을 보여주면서도...
"오늘 여기서 널 쓰러뜨리고 간다." 는 넘겼습니다.
강백호의 "농구 좋아하세요. " "정말 좋아합니다. 이번엔 거짓이 아니라구요." 는 뺐는데..
"영감님의 영광의 시대는 언제였나요? 전 지금입니다." 는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죠.
.
이쯤 되면 의도가 너무 드러납니다.
그렇게 개인의 서사를 온전히 보여주진 않았는데... 사실 우린 다 알고 있거든요.
책으로 수십 번 보고 또 봤으니까. 어지간한 내 지인보다 쟤들에 대해서 더 아는 것 같아요.
그나마 잘 몰랐던 것 같은 송태섭씨는 한 시간 반 동안 주구장창 이야기 들었구요.
.
.
이 경기에서 드러난 부분과 드러나지 않은 부분처럼...
얼핏 보면 무미건조해 보이는 삶도 가까이 보면 드라마는 존재하고,
인생에서 드러나는 부분만큼이나 감춰진 부분이 많다라는 걸 의도한 것 같더군요.
자세히 들여다봐야 인생이 제대로 보인다라고 주장하는 것 같더라구요.
.
그렇게 은근히 감추는 연출이 마지막 1분에 이르러서 극에 이르렀는데..
경기부분을 제외하고는 다 없애버리는 바람에 모두가 숨죽이며 경기를 관람하는 관객화가 되었죠.
영화관에 공 튀는 소리와 초침소리만 나는데...
다들 숨죽이면서 보고만 있습니다.
심장이 두근대듯 공 튀는 소리와 무상하게 흘러가는 시간을 상징하는 초침소리속에서...
.
.
그렇게 끝나고 한참 뒤에 다시 생각해보니 내 삶도 이렇게 집중해서 보진 않았겠다 싶어서 반성도 좀 되고...
"신현철은 신현철.. 채치수는 채치수...나는 누구냐?"에서
생략되었던 대답을 해보게 되더군요.
.
.
정우성은 정우성.. 현빈은..현빈.. 나는 누구냐?
.
그래 난 XXX. 구라를 포기하지 못하는 남자지.
설거지도 잘 해!
WeakandPowerless
23/01/09 01:56
수정 아이콘
마지막까지 숨죽여 댓글을 읽다가 '설겆이'에서 김에 팍 새버렸어요. 설거지가 맞다고요!
구라쳐서미안
23/01/09 02:43
수정 아이콘
아차차.. 바뀐 맞춤법!!
23/01/09 01:59
수정 아이콘
(수정됨) 1. 산왕전을 애니로 볼 수 있었다는점이 너무 좋았다. 모든 경기장면이 좋았고, 중요하지 않은 생각,대화,개그 장면은 과감히 들어내고 스피드하게 경기 장면을 묘사한점은 좋았고, 특히 마지막 1분... 원작을 완벽하게 구현해서 너무 좋았다.
2. 그럼에도 빠진 장면에 대한 아쉬움은 들 수 밖에 없지 않나..
3. 송태섭의 과거를 넣는다고 해서 원작을 보지 않은 분들이 강백호와 서태웅이 하이파이브 하는 장면의 놀라움을, 농구부에 폭력 사태를 일으켰던 정대만이 체력이 바닥난 상태에서 팀원들에게 기대어 활약하는 모습의 느낌을, 항상 벤치에서 얌전히 있던 안선생님이 서태웅의 패스를 보고 리액션 포즈를 취하는게 놀라운일임을, 풋내기인 강백호가 마지막에 2만번을 연습한 미들슛하는 장면의 느낌을 온전히 느낄 수 있지는 않을텐데...

어차피 모든 장면이 과거 빌드업의 영향력 아래에 있는데, 차라리 주요장면을 살려서 원작 팬들의 뽕을 더 채워주었으면 어땠을까... 그러면 오히려 원작을 보지 않은 분들도 송태섭의 과거보다 더 임팩트 있는 장면을 볼 수 있지 않았을까 싶었습니다.

물론 구현된 경기장면만으로도 돈값은 합니다.
네파리안
23/01/09 02:23
수정 아이콘
예전에 한참 슬램덩크를 여러번 읽을 동안은 어리기도 했고 농구도 친구들과 반코트 하는정도였는데
슬램덩크의 영향으로 농구를 꾸준히 하다보니 동호회도 가고 제대로 5:5팀전도 해보고 나서 보게된 이번 슬램덩크 영화는
농구경기 자체를 정말 리얼하게 재밌게 잘 그렸구나 싶었습니다.
중간중간 루즈해지는 부분이 분명 있었지만 너무 재밌게 봤어요.
태정태세비욘세
23/01/09 06:02
수정 아이콘
내가 연출 안해도 어짜피 너네 뇌속에서 재생되자나 하는 자신감으로 느껴졌습니다
제가LA에있을때
23/01/09 12:56
수정 아이콘
크크 이거죠
23/01/09 08:12
수정 아이콘
저는 오히려 원작을 안보면 이게 재밌을까? 라는 생각이 상영 내내 들었습니다. 각종 빌드업, 내부 심리 묘사, 주변 인물들의 관객석 대사 등을 다 쳐내니 원작을 봐야 의미를 알 수 있는 장면들이 너무 많았어요. 순전히 산왕전이 실제로 재현된다면 관람하는 관람객, 제3자의 시선이 이렇겠구나 이런 느낌이 들 정도? 오히려 거꾸로 이 극장판을 계기로 원작을 보게 만드려는 의도면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듭니다만 크크

송태섭 서사는 넣을 순 있는데 투 머치였다고 봅니다. 특히나 변덕규 잘라 낼려고 채치수 서사를 중간에 꼽사리 끼우고, 정대만도 넣고, 엔딩을 위해 정우성 분량도 끼워넣었는데, 그럴 거면 송태섭 분량 줄이고 등장 인물들 서사 간단하게라도 각각 빌드업 다 채워 넣었으면 됐다고 봅니다.
산왕전을 재현 했다는 점에선 만족했으나 기대했던 대사, 명장면이 자세히 묘사 안된건 너무 아쉽더군요. 위에서도 말했지만 미국 엔딩씬 넣을 거면 정우성 미국 간다는 도발 대사도 넣었어야하지 않았나 이런 생각도 들고. 개똥슛 왜 쏘는 건지도 그래서 생략되고.
레드빠돌이
23/01/09 09:05
수정 아이콘
저는 명대사들을 넣지 않은점이 오히려 좋았습니다.
처음부터 본 사람들이야 그 대사들의 의미를 알 수 있지만
산왕전만 보고는 그 대사들이 주는 감동을 느끼지 못할테죠
제가LA에있을때
23/01/09 12:56
수정 아이콘
담백해서 좋았습니다
23/01/09 09:24
수정 아이콘
경기장면 연출을 원작 이상으로 그냥 아주 입이 떡 벌어지게 만들었다. 그것만 해도 돈값이상 충분히 해줬다 싶습니다.
솔직히 와.. 영화가 안끝났으면 좋겠다 정도의 꿀잼&몰입감은 아니었는데 10번이상 정독할 정도로 몰입했던 이 만화를 이정도 퀄리티로 재현해준 것만 해도 영화관을 나오면서 감사하고 또 감사했습니다.
23/01/09 09:52
수정 아이콘
20~30권의 서사를 영화 1편에 담을 수가 없으니 각색은 어쩔 수가 없고, 또한 다소 비인기 캐릭터이자 그래서 그런지 작가의 편애가 느껴질 만한 송태섭을 주인공으로 한 건 이해가 되는데... 그럴 거였으면 개인 가족사보다는 송태섭이 단신 포인트 가드로서 맞닥뜨리는 역경과 이를 극복하는 서사가 어땠을까 싶습니다.

예를 들면.. 중학교 때부터 키가 작은 편이라 어려움을 겪었지만 (이건 본 영화에서 형과의 대결 등에서도 일부 보여지죠) 어떠한 일을 계기로 스피드를 살려서 극복을 하고 (창작 에피소드) 그리고 북산에 들어와서도 선배들과 겪는 갈등을 본 영화보다 좀 더 세밀하게 그렸으면 존프레스 돌파 등 산왕 경기에서도 연결점이 더 자연스럽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김수겸, 이정환 등과 상대하는 장면들도 중간중간 넣어줘서 송태섭의 기량 성장을 보여주구요.

사실 만화에서도 송태섭이 서사 비중이 적어서 그렇지 지역예선부터 전경기 풀타임 출장에 지역 내 최고를 다투는 김수겸, 이정환과 맞상대하고 능남전에서는 가드진을 압살하는 수준으로 팀내 공헌도가 적지 않죠. 그런 부분을 더 부각시켜서 산왕 경기와 연결시켜 줬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미국 진출은 진짜 사족 끝판왕... 만화 원본에도 당연히 없는 내용이고 산왕 경기에서도 정우성과의 연결 고리가 전혀 없다시피 했는데 이게 뭔.. 너무 뜬금없었네요;
23/01/09 10:38
수정 아이콘
근데 산왕전 이후의 스토리가 나와야지 또 과거로 들어가는건 좀 별로라고 생각합니다.
Not0nHerb
23/01/09 11:02
수정 아이콘
저는 극극호지만 특히 경기 장면이 너무 좋았어요.
슈터가 백스크린을 받고 3점을 던지는 장면은 거의 실제 경기장면같더라구요.
티비판 애니의 촌스러움 없이 박진감이 넘치면서도, 리얼함에 더해 만화 장면들을 삽입해서 만화적인 연출을 덧 붙인 것도 너무 좋았습니다.

아니 이렇게 할 수 있으면서 왜 다른 실사 영화들은 그렇게...
도뿔이
23/01/09 14:36
수정 아이콘
무조건이라고 말하긴 뭣하지만 원작 팬들은 불만을 가질수 있지만
'농구'팬이라면 열광할수 밖에 없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예 제작 전반을 이노우에가 했던데 과거 자신의 위치때문에 겪었던 아쉬움들을
한번에 털어내는 느낌이었습니다.
도뿔이
23/01/09 14:34
수정 아이콘
방금 보고 왔는데 떠오른 영화는 스파이더맨 그리고 아이언맨이었습니다.
스포츠 관련 창작물 영화, 애니, 게임등등 다 포함해도 경기 연출이 아예 다른 차원이었습니다.
제가 모든걸 다 봤다고 말하긴 뭣하지만 제가 알고 있는 선에선 그랬습니다.
농구란 종목 자체를 좋아하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이게 다른 메이저 스포츠에 비해서 컨텐츠화가 꽤나 어려운 종목입니다.
영화나 애니는 물론이거니와 게임도 그렇죠.
그런 농구 팬들 입장에서 상상속에서만 그려왔던 그런 경기 연출을 눈앞에 보여준 것때문에
같은 평가를 받는 초창기 히어로물들이 생각나더군요..
스토리북
23/01/09 14:36
수정 아이콘
완벽한 슬램덩크 애니메이션. 거기에 바닷마을 다이어리를 더한.
유유할때유
23/01/09 17:03
수정 아이콘
일반관 더빙판 봤습니다
극초반에 북산이랑 산왕 스케치로 등장하는 부분
뚫어!!! 송태섭!!!!(브금) 부분
마지막 1분 좋았어요 흐흐
돌비관 자막판으로 다시 보려고 생각중입니다 크크
23/01/09 19:23
수정 아이콘
일단 아는 장면들을 다른 시점으로 볼 수 있는게 많아서 너무 좋았어요.
마지막에 미국에서 송태섭이랑 정우성이 만나는건 좀 뜬금없기도 했구요.
뻔히 결과도 알고 과정도 다 아는데 너무 몰입해서 봤네요. 진짜 재밌었습니다.
청순래퍼혜니
23/01/09 20:16
수정 아이콘
너무 보고 싶어서 금쪽 같은 휴일날 집앞 영화관에 갔습니다. 커플 사이에서 혼자 보게 되겠다 싶었는데 의외로 슬램덩크 세대로 보이는 아재들 단체도 있고 어렸을 적 슬램덩크 남캐 덕질하던 분들로 보이던 아줌마 단체들도 있고 해서 어색하지 않게 영화를 볼 수 있었죠.

강백호가 미친 피지컬로 공을 따내거나 예상하지 못한 똘추짓 (물론 대부분의 사람들은 만화에서 다 본 내용이지만)할 때마다 꺄악꺄악 울부짖던 건너편 아주머니 덕분에 좀 더 재미있었음. 마음 같아선 싱얼롱 관람 마냥 다들 북산이 한 골 넣을 때마다 소리도 치고 환호성도 하고 응원전도 하면서 봤으면 훨씬 더 재미있었을 것 같았는데 연륜들이 있어서 조용하더구만. 마지막 클라이막스에선 슬쩍 눈물도 나서 좀 울었습니다. 쟤들은 여전하네... 난 이미 늙었는데.

뭐 취향에 안 맞거나 원작에 못미친다는 평가를 하거나 본 사람 자유이고 다 설득력 있는 평가다 싶긴 하지만.. 그래도 저 같은 아재들에게는 선물같은 영화였습니다. 이런저런 평을 할 능력은 안되지만 감사인사는 하고 싶네요. 그 시절의 상상을 추억을 이렇게 생생히 재현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97663 [일반] TouchEn nxKey 취약점 공개 [38] 졸업17779 23/01/10 17779 24
97662 [일반] 애플 생태계의 풀떼기가 되어야 하나 [50] 어느새아재15930 23/01/09 15930 7
97661 [일반] PGR은 진영중립적 도편추방제를 사용하고 있다. [118] kien.19389 23/01/09 19389 12
97660 [일반] 강백호 vs 정대만, 산왕전의 활약상. [206] 아이n17178 23/01/09 17178 8
97659 [일반] 인천 강화군 서쪽 25km 해역 규모 3.7 지진 발생 [58] 손금불산입18350 23/01/09 18350 0
97658 [일반] 건알못의 수성의 마녀 시즌1 소감 (강스포) [45] 피죤투12141 23/01/09 12141 1
97657 [일반] 『더 퍼스트 슬램덩크』 소감(스포일러 주의) [33] 라울리스타12680 23/01/08 12680 11
97656 [일반] 더 퍼스트 슬램덩크 조금 아쉽게 본 감상 (슬램덩크, H2, 러프 스포유) [30] Daniel Plainview12265 23/01/08 12265 27
97655 [일반] 요즘 본 영화 감상(스포) 그때가언제라도7317 23/01/08 7317 2
97654 [일반] <더 퍼스트 슬램덩크> - 원작에 의지하거나, 의존하거나.(약스포) [84] aDayInTheLife13898 23/01/08 13898 6
97653 [일반] 뉴욕타임스 읽는 법 도와주세요(영자신문을 선택한 이유 추가) [49] 오후2시46995 23/01/07 46995 5
97652 [일반] 점심시간 은행 문 닫아요… KB국민, 일부 점포 시범 운행 [192] 만수르23921 23/01/07 23921 2
97651 [일반] 커피, 에스프레소, 수동머신 [47] 해맑은 전사16079 23/01/07 16079 9
97650 [정치] 미국에서 6살 어린이가 선생님을 쐈네요... [70] 우주전쟁20384 23/01/07 20384 0
97649 [일반] 제임스완 제작 공포 영화 "메건" 보고 왔습니다 [5] 흰긴수염돌고래9358 23/01/07 9358 1
97648 [일반] 분류와 구분짓기의 사회 [30] 휵스10822 23/01/07 10822 1
97647 [정치] 한겨레 편집국 간부, 김만배씨와 금전거래. 한겨레 신문 사과문 발표 [204] D.TASADAR23879 23/01/06 23879 0
97646 [일반] 나의 전두엽을 살펴보고 싶은 요즘 [8] 사람되고싶다11076 23/01/06 11076 12
97645 [일반] 그녀는 왜 부모 걱정을 하는 노총각만 보면 도망가게 되었을까? 2 [21] 김아무개12071 23/01/06 12071 21
97644 [일반] 국내 민간 동호회, 10년 전부터 무인기로 북한지역 촬영 [44] Regentag14759 23/01/06 14759 1
97643 [일반] 13500 + 4070TI 초기 가격 서치 [51] SAS Tony Parker 12202 23/01/06 12202 4
97642 [일반] 여성의 사회성이 높은 이유 중 하나는 [61] Gottfried17404 23/01/06 17404 17
97641 [일반] 북산의 안감독은 과연 명감독이었을까요? (애니 스포 없음) [98] 외쳐2212897 23/01/06 12897 25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