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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21/03/15 21:25:52 |
Name |
파랑파랑 |
출처 |
해주갤 |
Subject |
[텍스트] 해주갤 문학) "좀 늦었네, 스퀴즈" |
오후 2시.
희미하게 무선청소기를 알리는 윙 소리가 귓가에 들려오면
뒤집어 쓴 이불 밖으로 오늘도 여지 없이 거칠게 방문이 열리고
입갤한 엄마가 신경질적으로 커튼을 젖히는 소리가 이어지고 나면
뒤집어 쓴 이불 틈 사이로 작은 빛들이 새어 들어온다
“ 야! 밤에 뭐 대단한걸 한다고 핸드폰 게임이나 쳐 하고 허구헌날 대낮에 쳐 자빠져 자기나 하고
내가 나가 죽던가 해야지 진짜 너때문에 동네 챙피해서 어휴
넌 누굴 닮아서 그모양 그꼴이냐 남들은 그냥 여기 저기 살아보겠다고 알바자리라도 알아보고 난리인데
매일같이 일나가는 니 아빠랑 동생 보기 미안하지도 않냐?!
얼릉 일어나서 밥이나 쳐먹고 학원이라도 알아봐!
옆집 아들은 벌써 취직해서 부모한테...“
소란스러운 엄마의 격양된 목소리가 문자 알림소리에 잠시 멈추었다
주섬주섬 앞치마 주머니에서 전화기를 꺼내는 소리가 들린다
“이게 뭐야.. 이 현 우 로 부 터 오천.만.원.이 입금.되.었.습니.다? 본.인.이 아니.시면..이게 뭐야?”
난 이내 뒤집어쓴 이불을 재끼고 일어나 크게 기지게를 켜고 찌뿌둥한 몸으로 대낮의 빛에 눈이 부셔 찡그린 모습으로
엄마에게 다가가 대수롭지 않은 말투로 지나가듯 말을 꺼냈다
“엄마 요즘 스트레스도 많으신거 같은데 어디 친구들이랑 맛있는것도 사 드시고 백화점가서 옷이랑 백도 좀 사고 하시라고
내가 좀 넣었어 훗.
난 좀 있다 아빠 바꿔줄 새차 계약때문에 나가봐야 하니까 좀 씻으께 엄.마. 훗”
이내 바닥에 급하게 떨어지는 무선청소기 소리를 못들은 척 뒤로하고 욕실에 들어가 물을 틀었다
따뜻한 샤워기의 물이 흐트러진 머리칼을 진정시키며 타고 흘러내릴때
착각일지는 몰라도 눈물 몇방울과 섞이는 느낌이 들었다.
잠시 샤워기를 멈추고 습기가 찬 욕실 거울을 손바닥으로 슥 밀어 좀더 선명한 내 모습을 바라보았다
엷은 미소의 내 모습에는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왠지 모를 멋짐이 묻어 있었다.
이내 그 엷은 미소 사이로 나도 모르게 지난 몇달간 가슴속에만 품고만 있었던 그 말이 무심코 새어나오고 있었다.
“좀 늦었네. 스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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