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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봐도 좋은 양질의 글들을 모아놓는 게시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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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4/06 15:50
다른 사람은 잘 하는것 같은데 나는 내 가치관을 논리적으로 남에게 전달하지 못하고 있거나 힘이 부칠 때 느껴지는 패배감이나 압박감은 데미지가 상당하거든요. 그리고 제가 피지알 키배에서 배운 큰 교훈중에 하나는 내 가치관으로 남을 설득하거나 이기려고 할 필요가 없다는 겁니다. 요는 가치관 보다는 논리가 중요하다는 거죠. 그러다보니 방어적이고 개인주의적인 논리를 펴게 되고 이 때문에 현실에서도 논쟁할 때는 지나치게 차갑고 냉소적이라는 말을 많이 듣습니다. 그런면에서 글쓴님의 생각에 공감 합니다.
13/04/06 15:57
기본적으로 pgr은 저격금지를 원칙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제대로 된 키배가 일어난 적이 없다고 보고 댓글이 길어지는 게시물은 키배라기 보다는 다수의 생각이 어떤가를 확인하는 정도라고 봅니다. 그런 점에서 네임드들이 사라진 현상에 이런 것들이 얼마나 영향을 미쳤을까 싶네요. 세월이 흐르고 게시판의 문화가 달라지니 직접 나서는 것 보다는 그냥 흐름을 지켜보는쪽이 편하게 느껴져 그런게 아닐까 합니다.
그리고 pgr이든 어디든 인터넷 상의 토론은 그 커뮤니티의 다수를 점하고 있는 사람들의 성향에 의해서 승패가 결정지어집니다. 아주 허망한 소리를 하는 경우가 아닌 한. 합리적인 보수성향의 사이트와 합리적인 진보성향의 사이트가 어떤 주제를 갖고 토론한다고 해서 같은 결론이 나오지 않죠. pgr이 자유주의적인 견해가 많다면 그것이 논파하기 어려워서가 아니라 그런 성향의 사람들이 많은 이유일 겁니다
13/04/06 15:59
저는 조금 다르게 생각합니다. 본문에서 다루는 주제가 피지알에 올라오는 내용의 전부는 아니니까요. 예전에 그런 느낌을 글로 남긴 적이 있었는데, 골든리트리버님이 쓰신 글을 읽고 문득 떠올라서 댓글로 남겨봅니다. (그런데 댓글로 달기에는 조금 길기는 하네요.)
13/04/06 16:11
0. 요새 피지알에 오는 이유 중 하나는 PoeticWolf님 글을 보는 것입니다. 글을 잘 몰라도 그냥 읽는 재미가 있거든요. 오늘도 여느 때와 같이 pgr21.com을 치고, 자유게시판에 무슨 글이 올라왔나 확인을 합니다. 그리고 시적늑대님이 새로운 글을 올리신 것을 발견합니다. "암호를 대라고? 무슨 글일까?" 글을 읽다 보니 이번에도 아내분 이야기입니다. 항상 느끼는 점이지만 이분 글을 읽다 보면 나도 결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글을 읽은 후에는 제 주위에 아무도 없음을 확인하고 한숨을 내쉬긴 하지만요. 이번에도 그런 생각을 하며 글을 읽는데 아래 대목에서 생각의 흐름이 멈췄습니다. ... 아날로그한 사람이거든요. "흠, 아날로그?" 1. 아날로그라는 말을 인지했을 때가 언제인지 정확하게 기억은 못하지만 아마도 친구가 각종 버튼이 달린 디지털 시계를 자랑했던 때가 아니었나 합니다. 아날로그는 괘종시계가 째각 째각 움직이는 그러한 것을 나타내는 말, 그리고 아날로그랑 다르게 숫자로 시간을 나타내고 로봇 느낌이 나는 게 디지털. 아날로그라는 단어가 무슨 의미인지는 몰랐지만, 첫인상은 대략 그러했습니다. 그리고 조금 더 머리가 크게 되면서 아날로그의 의미가 무엇인지 고민을 시작했는데, '디지털은 숫자를 의미하는 digit에서 유래된 단어'라는 내용을 우연히 발견한 것이 계기였습니다. "디지털이 이산적인 숫자의 느낌을 나타내는 말이었구나! 그러면 아날로그는?" 그래서 사전에 찾아보니 대략 아래같은 알 수 없는 말만 쓰여져 있습니다. <아날로그> 명사 어떤 수치를 길이라든가 각도 또는 전류라고 하는 연속된 물리량으로 나타내는 일 예를 들면, 글자판에 바늘로 시간을 나타내는 시계, 수은주의 길이로 온도를 나타내는 온도계 따위가 있다. "무슨 말이지?" 이리저리 찾아서 정리를 해보니, 디지털은 불연속적인 것을 나타내는 말, 아날로그는 연속적인 것을 나타내는 단어. 연속과 불연속이라는 표현, 그리고 일상생활에서의 느낌과 연관짓기에는 그 괴리가 너무 크고 추상적이었기에 아날로그는 그냥 연속적인 것을 나타내는 말이라고 담아 두고 그렇게 넘어갔습니다. 2. 머릿속에 숨겨놨던 '아날로그'가 다시 나오게 된 것은 고등학교 수학 시간이었습니다. 극한단원을 공부하는 중 연속이라는 말이 등장하였고, 저는 다시 아날로그란 무엇인지 생각에 잠겼습니다. 고민한 끝에 나름대로 내놓은 답은 이렇습니다. "아날로그는 인식의 정도를 의미하는 단어가 아닐까?" 일상에서 우리가 보는 사물은 끊임이 없는 '연속적인 대상'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화학에서 설명하는 바에 의하면 원소가 불연속적으로 뭉쳐진 대상이죠. 현미경과 같은 도구를 이용하면 그런 불연속이 보이지만, 인간의 눈은 그런 점을 인식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저는 연속과 불연속의 차이가 이런 인식의 한계에서 오는 것으로 추측했습니다. "사람은 어차피 직접 대상을 인식 못하고 소리와 빛을 통해 대상을 간접적으로 인식하므로 그렇다면 결국 연속이라는 건 대상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이런 인식의 정도를 나타내는 것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이를 바탕으로 흔히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설명할 때 예로 드는 'MP3에서 나오는 소리'와 '일반소리'의 차이를 다음 같이 해석했습니다. - 일반소리를 아날로그로 보는 건 소리를 연속으로 인식한 것이고 - MP3의 경우에는 연속인 소리의 불연속을 찾아 사람이 인식할 수 있는 부분만을 전달한 것이다. 오답이라고 하더라도 그런 답을 내놓기 위해 오랜시간 고민했었기에 지금도 기억에 남아 있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3. 삼국지는 읽을 때마다 그 맛이 다르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읽는 사람의 경험이 달라지고, 언어에 담긴 이면의 내용을 정확하게 모르기 때문입니다. 글도 마찬가지로 생각합니다. 그래서 과거에는 글을 읽으면서 그런 경험적 요소와 이면의 내용을 파악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아마도 디지털한 사고방식이겠지요. 하지만 어느 순간 연속의 끝이 어디인지 파악하는 게 힘들고 재미없다는 것을 느끼고는 그러한 시도를 포기했습니다. 그리고 이후에는 가볍게 글을 읽고 그렇게 느낀 내용을 즐기는 아날로그한 사람이 돼버렸습니다. 글을 읽으면서 잠시 호흡을 멈추고 아날로그란 대목을 주목했던 것은 아마도 이런 추억이 떠올랐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PoeticWolf님이 아날로그라는 표현을 사용하셨네? 어떤 의미로 사용했을까? 이런 문맥에서는 어떤 느낌일까? 등등 오랜만에 그런 생각을 하다가 멈춥니다. 디지털하게 읽으려니까 재미없고 머리가 아파오기 시작하네요. 다시 가볍게 읽기 시작합니다. 시인같은늑대님의 글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던 것은 아마도 저 같은 사람에게 읽기 편하게 다가왔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때로는 아날로그 인간이 읽기 힘든 글을 보고 좌절을 하지만 그래도 이런 사람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글이 올라오기에 오늘도 pgr21.com을 칩니다.
13/04/06 16:19
위에 댓글이 너무 길었네요. 간단하게 제 생각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먼저 1)과 2) 사이에는 간극이 있고, 1)에는 2)에서 다루는 떡밥 및 토론 글에 속하지 않는 영역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스타 글이 그 경우가 될 수 있습니다. 물론 스타글 안에서도 2)에 해당하는 글이 있겠지만요. 하여튼 1+2) 부분과 제목이 호응을 이뤄 피지알 전체로 확장시켰다는 느낌이 들고, 이부분이 저에게는 어색하게 다가온 것 같습니다. 글 내용은 잘 봤습니다. 여담으로 poeticwolf님 글 추천합니다. https://cdn.pgr21.com./?b=1&n=1720 항상 쓰신 잘 보고 있습니다. 혹시 이 댓글을 보신다면, 계속 피자알에 글 남겨주세요!!
13/04/06 16:55
그렇죠. 피지알은 키워하려고 오려는 곳이 아닙니다. 온 김에 키워도 하는거죠. 시적늑대님에 관한 부분은 따로 글을 쓰셔도 될 정도지않나 싶습니다.
13/04/06 16:05
키배를 벌일 때 아군의 숫자가 얼마나 되느냐가 승패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듯이, 자유주의를 구사하는 키워들은 현대 사조의 주류라는 덕을 알게 모르게 받게 되어있습니다. '자유를 제한하는 쪽이 그 이유를 대야 한다' 라는 그럴 듯한 말도 사실 들춰보면 '왜? 왜 그래야 하는데?' 라는 질문에 답변이 궁색한 것은 마찬가지지만 아무도 그렇게까지 물어보지 않거든요. 뭐 저야 꽤 오래전부터 리버럴이었기 때문에 저런 사조의 덕을 보는 쪽이긴 했지만, 공정하지 않은 게임인 것은 인지하고 있습니다.
13/04/06 16:10
일상적인 논쟁에서는 논리보다 가치관이 오히려 주류인 느낌입니다. 일상생활에서는 제가 사용하는 방법이 비주류라는 느낌을 많이 받아요. 피지알에서 벌어지는 논쟁이 제 성향과 비슷하고 받아들이기 더 쉽기 때문에 더 자주 보게되고 끊기 힘든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곤 해요. 그리고 재밌는건 매우 이성적이지만 동시에 타인에 대한 배려와 따뜻함도 느껴지거든요.
13/04/06 16:18
저는 '나는 게이가 아니지만 게이를 존중합니다' 라던지 '나는 근친혼을 할 생각이 없지만 근친혼하는 사람을 뭐라 할 근거를 찾지 못하겠습니다' 라는 말이 크게 양심에 거리낌없이 나오는 편이라서, 일상 생활에서도 인터넷하고의 아주 큰 괴리감이 없긴 합니다만.... 분명히 제가 소수파인 것 같긴 해요. 아마돌이님 말씀처럼, 많은 사람들이 '내 가치관이 이러니까 넌 이렇게 생각해야해' 라던지 '어찌 너는 사람이 그렇게 생각할 수가 있지?' 라고 답정너를 구사하지요. 뭐 그런 분들하고는 어제 먹은 카레가 맛있었네 이런 정도의 이야기 이상은 나누지 않습니다.
13/04/06 16:27
저도 OrBef님과 비슷합니다. 그렇다보니 소위 '말이 통한다' 라고 느껴지는 분들과는 싸우면서도 등지는 일이 거의 없죠. 서로 그정도로 말이 통하는 사람이 흔하지 않기 때문일까요. 아무튼 피지알에 저와 말이 통하는 분 들이 많다는 점은 확실히 느끼고 있습니다.
13/04/06 16:12
글쓴이 및 아마돌이 님의 의견에 공감합니다. 인터넷상에서의 논쟁과 현실에서의 논쟁은 분명 차이가 있습니다. 아니 엄밀히 말하면 현실에서는
평등한 관계에서의 논쟁 자체가 성립하기도 힘든 경우가 부지기수고.. 현실에서 사람과 사람 사이에 존재하는 상호 관계가 인터넷의 그것과는 다르다 보니 인터넷의 이성적인 논리를 현실에 대입하면 난감해지는 경우가 많더라구요. 예로 들어주신 근친혼 관련 논쟁은 저도 흥미있게 봤는데 만약 내가 이 멋진 논리로 지인들을 설득할 수 있을까? 라고 하면 곤란해지죠. 현실적으로 제 사회적 입지가 있으니까요. 지금의 인터넷은 말그대로 가상 현실 같은 느낌입니다. 진짜 현실과의 그 거리감을 잘 재야 하는 게 현대인의 숙명이라는 생각도 들고.. 그래도 이런 가상 현실 아래서 보다 순수하고 본질적인 의미의 토론이 이루어진다는 건 부정할 수 없고, 저도 모르는 것들을 많이 알고 가게 되는 만큼 지나치게 파이어되지 않는 선에서 많은 논쟁이 벌어졌으면(?) 하는 것은 매번 자유게시판을 새로고침하는 저의 작은 소망이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하하..
13/04/06 16:36
그리고 저는 진화론을 안믿고, 창조론을 믿습니다. 즉, 본문에서 말한 결과는 피지알 공간에서 키보드 신이 우리에게 남겨주신 성령께서 떠났기 때문에 발생한 일이라고 봅니다. 밑의 글에서도 적었는데, 다시 한번 적어봅니다.
""" 사실 키보드 드는데 거창한 이유는 필요없다고 생각합니다. 배틀이 펼쳐지는 그곳에는 이미 이성은 남아있지 않고 - 만약 있다면 그것은 전투를 위한 보조 역할일 뿐 - 오로지 볼 수 있는 건 본능이죠. 그리고 제 연구결과에 의하면 그 배후에는 키보드의 신이 존재합니다. 물론 아직 증명되지는 않았습니다만, 과정을 부분이나마 설명하자면 이렇습니다. " 먼저 키보드 전쟁은 키보드 성령께서 인터넷 공간을 돌아다니는 각자에게 임하사, 신의 말씀을 전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합니다. 저는 오래전부터 이 느낌을 다각도로 분석해왔는데 다음 문장과 비슷하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Are you ready?" 그 이후는 손가락이 타이핑해가는 댓글의 궤적이 어떻게 내 손으로부터 나왔는지 자신도 모르는 기적의 영역입니다. 이러한 흐름은 무의식적으로 끊임없이 계속해서 이어지는데, 이 바탕에는 역시 신의 깊은 뜻이 들어가 있습니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우리는 아래 문장을 고민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 서로의 의견을 존중해주자. 물론 옳은건 나고 틀린건 너이지만. 크큭" " 주제에 대한 타협, 타결, 배려와 같은 건 사실 처음부터 없었던 것입니다. 이는 신의 뜻이 인터넷 공간에 영원히 남아있기를 바라는 자연의 이치입니다. 어쩌면 우리가 그러한 것을 이해못하고 마음 뒷편으로 억누르고 있기에 불행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런 믿음이 사라진 세계는 얼마나 공허한가요. 만약 예전에 많은 사람이 떠들석했던 황금기로 돌아가고 싶다면, 우리가 해야할 일은 다시 키보드 신에게 귀의하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
13/04/06 16:44
길게 얘기할것도 없이 제가 예전에사형제 찬성리플 달았다가 나름 네임드양반한테 미개한사람이라는 소리 들은적이 있죠. 주제는 다를지 몰라도 이런 식으로 경직된 사람들이 자신은 아주 합리적일 뿐이라고 자신만만해하는분들을 몇몇 봅니다.
13/05/13 09:47
그렇겠죠.. 저는 한사람이 끈질기게 판님을 물고 늘어지는 걸 봤어서...
흑흑 그분도 좀 지식이 있으시고, 논리력이 강한 분이었는데, 어느샌가 사라지셨더군요.
13/04/06 17:02
피지알유저를 자유게시판에서 토론하는 빈도에 따라 1부터 10까지 나누었을때,
7이상의 사람들은 대부분 위에서 서술한 ‘도태되지 않은 주장을 내세우는’ 키워들입니다. (이부분에서 몇몇 분의 닉네임이 떠오른다면 기분탓이겠죠) ............................. 바 .... 반성하겠습니다 ;;
13/04/06 18:15
보통은 인해전술에 논파당하지 않나요?
한쪽의 의견이 주류일 때는 반대쪽이 합리적 근거를 제시한다해도, 같은 내용을 또 묻고 또 묻고, 같은 대답 반복... 위에 댓글 읽지도 않고 같은 질문 반복, 논리적으로 말도 안되는 의견도 다수가 반복적으로 제기하면 옳은 것처럼 보이고 여기에 시니컬한 공격 몇마디 더해지면 철저한 패배로 이어지죠.
13/04/06 18:22
키배 외의 것들이 아주 많아서 키배만으로 국한지어 보는 것은 바르지 않다 생각하지만(사실 많은 피지알러들이 떠난 이유는 바빠져서이거나, 다른 재밌는 사이트를 찾았기 때문에 떠났다고 생각합니다. 키배에서 지는 것으로 끊기에는 피지알의 중독은 심하거든요.),
키배만으로 국한지어서 봤을 때는 맞는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보통의 경우 '키배'가 발생하는 건 피지알 내에서 결정된 사항이 아니라 할 지라도 일견 보기에 앞뒤가 맞지 않은 의견을 끈질기게 반복했을 때 발생하거든요. 개인적으로는 정말 몰라서 그러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키배가 하고 싶어서 그런다고 생각하지만, 혹, 정말로 몰라서 그러는 지도 모르죠. 어쨌든 저도 피지알 내에서 저를 '감정적으로' 싫어하는 분들이 많기 때문에 말을 조심하는 편입니다. 설사 키배에서 좀 더 나은 논리로 판정승을 거뒀다하더라도 남는 건 상한 감정 뿐이거든요.
13/04/06 18:35
저는 사실 닉은 신경쓰지 않아서, 한달쯤 지나면 그 닉이 익숙하니 반갑더라구요...
언젠가 오프에서 만나 익숙한 닉네임이어서 반갑게 인사했는데 알고 보니 익숙했던 이유가 심하게 키배를 했던 상대여서...
13/04/06 18:41
토론의 목적은 '논파'가 아니라 '이해'에 있다고 보는게 맞을 겁니다.
100분토론 수백회를 했는데, 상대방을 논파했다는건 '네 의견이 틀리고 내 의견이 맞아'라는 대충의 공감을 얻었다는 얘긴데, 그 반대편 주장을 하거나, 또는 그 반대편 신념을 갖고 있던 시청자가 그 논파된 결과로, 그 토론 이전과 반대편 의견을 덥썩 물게 되는 경우를 본 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100분 토론 초기에는 승패가 아주 중요하게 여겨졌는지 몰라도, 최근 토론들은 승패분위기로 흘러가는건 아니더군요. 과장하면 서로 웃고 떠드는 정도? 대립되는 부분에서는 입장차는 분명히 하고 그 근거를 내세우지만 말입니다. 옛날처럼 잡아먹을 분위기는 아니더군요. 옛날엔 우리가 지금 이기고 있어...... 지고 있는 분위기야....... 역전시켜야 해...... 대충 이런 분위기였던것 같습니다. 요즘은 가끔 젊은 열혈모드 논객이 등장하지 않는 한에는 이런 분위기 잘 안나오더군요. 토론이란 것도 워낙 오래 하다보니 좀 더 토론 문화가 성숙해졌다.... 이런 생각도 듭니다. 지금 분위기가 좀 더 나은 면이 있다고 생각합니다.(승패가 없으니 시청률은 좀 더 떨어졌겠지만 말입니다) 왜 상대방이 저런 주장을 할까 들어보고 이해하면서, 내 의견을 바꿀 수는 없지만 다른 3의 대안을 만들어 합의할 수 있는 방법은 없나... 이런 방안을 모색하는 거죠. 토론에서 발전이 있을려면 이해를 해야 합니다. (저는 사실 별로 이해를 하지 않죠....... 누구나 마찬가지 일겁니다...... 남의 의견을 들을 수 있는 이는 세상에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성인의 성자에 큰 귀가 들어가지 않습니까?........ 한나라에서 가장 위대한 분이라는 대통령도 백성 말을 귀담아 들은 분이 여태 별로 없었는데 범인들이야 오죽하겠습니까?)
13/04/06 19:01
좋은의견들 감사합니다. 글에서는 피지알이라고 뭉뚱그렸지만 기본적으로 피지알 전체가 아닌 '토론'과 '토론을 하는 사람들'에 대한 글쪽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자신의 직업과 관련이 있거나, 평소에 강하게 어떤 방향으로 생각하고 있던 바가 나오면 평소에 별로 논쟁을 즐기지 않는 사람도 참여하게 되는 경우가 있죠. 혹은 굳이 논쟁에 참여하지 않더라도 내가 생각하고 있는 쪽 의견, 혹은 내가 속한 직업군이나 집단의 의견이 처참하게 논파당하는걸 보면 썩 기분이 좋지는 않거든요. 심지어 유머게시판에서도 꽤 진지한 댓글들이 오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모든 피지알러들이 토론 및 논쟁과 연관이 전혀 없는 경우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13/04/06 19:14
실제로 비교적 최근에 피지알을 활발히 활동하던 모 게임관계자분이 있었습니다. 피지알을 눈팅하는 관계자분들이나 게이머가 많다는건 기정사실이지만, 그렇게 활발히 활동하는 분은 정말 오랜만이었죠. 그런데 댓글로 논쟁에 한번 참여하신 후로는 보이지 않더군요. (꼭 그 이유때문은 아닐수도 있지만 말입니다) 제가 관계자나 네임드유저가 되본적이 없어 잘 모르겠지만, 어느정도 눈에 보이지 않는 '사이트 내에서의 입지'라는게 올라갈수록 다수가 자신을 공격(혹은 반박)한다는 것에 대해서 정신력소모가 더욱 큰 경향이 있는게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얼굴이 대중적으로 알려진 게이머나 관계자들은 더 심할테고요. 아주 예전 10년도 전에 추게에 올라간 어떤 글의 내용처럼. 프로토스의 쉴드가 다 닳고 체력이 깎이면 다시 회복되지가 않죠. 피지알 끊기는 엄청나게 어렵지만 로그인 끊기는 아주 쉽습니다.
13/04/06 19:30
토론 자체에 대한 논을 떠나 부분적인 것에 대해서만 말하자면..
유저는 원래 시간이 지나면 사라집니다. 안 사라지는 게 이상한 거에요. 아마 키배가 차지하는 영역은 미미할 것입니다.
13/04/07 12:28
물론이죠. 자연스레 사라진 사람들과, 몇가지 굵직한 사건 이후에 아예 피지알을 그만둔 사람들도 많습니다. 이리님 말씀처럼 아예 피지알을 그만둔 사람들을 보면 그쪽의 비율이 더 크겠죠.
제가 말하고 싶은건 활발한 토론자가 눈팅러로 바뀌는, 혹은 눈팅러가 영원한 눈팅러로 남는 이유중에서, 키배가 꽤 영향을 미쳤다는 것입니다. 리버럴에 그다지 가깝지 않은 사람들은 의견을 올리는걸 무서워 할 수 밖에 없습니다. 또한 올라온 주장에 대해 반박하기도 힘들죠. 반면에 리버럴쪽에 가까운 사람은 그냥 대세에 따라서 공감하는 리플만 달거나, 가끔 뻘소리 하는사람들 면박만 주면서 논파하면 되죠. (글 말미에서도 밝혔지만 딱히 이것이 좋다나쁘다를 얘기 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게 된 것에는 다 이유가 있겠죠)
13/05/13 11:20
글도 정말 좋지만 제목도 명품이네요. 많은 생각이듭니다. 저는 최근에 가입한 뉴비지만 스타를 보기 시작한 2003년부터 꾸준히 피지알을 눈팅해 왔습니다. 어린 나이었던 당시에는 피지알에서 벌어지는 키배를 보고있으면 당사자들이 펼치는 논리를 이해하기도 벅찼으니 가입해서 의견을 나누는 일은 생각지도 못했지요. 어린 나이에도 보기에 대단하다 생각했던 몇몇 네임드들이 생각이 나는데 특히 항즐이님이 인상이 깊었습니다. 피지알의 보안관같았는데 요즘은 잘 안보이시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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