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다시봐도 좋은 양질의 글들을 모아놓는 게시판입니다.
Date 2005/10/20 12:53:49
Name sylent
Subject [sylent의 B급칼럼] 박지호와 오영종, 프로토스 쌍생아의 탄생
[sylent의 B급칼럼]은 월드컵보다 스타리그를 좋아하며, 지루하기 짝이 없는 물량전 보다는 깜짝 아이디어가 녹아있는 ‘올인’ 전략에 환호하는 sylent(박종화)와 그에 못지않게 스타리그를 사랑하지만, 안정적인 그리고 정석적인 플레이 스타일이 정착되는 그날을 꿈꾸며 맵과 종족의 밸런스에 대한 엄격한 기준을 강조하는 왕일(김현준)이 나눈 스타리그에 대한 솔직담백한 대화를 가공해 포장한 B급 담론이다.


[sylent의 B급칼럼] 박지호와 오영종, 프로토스 쌍생아의 탄생

테란의 ‘FD' 전략과 프로토스의 ’수비형 프로토스‘, <815>와 <알포인트> 그리고 ’투신‘ 박성준 선수의 부진이 복잡하게 맞물린 <SO1 2005 스타리그>는 결국 ’임요환 vs 박지호‘, ’최연성 vs 오영종‘이라는 테란과 프로토스의 대결로 4강을 맞이하게 되었다. 전승 우승의 가능성을 한껏 뽐내며 왕의 귀환을 시도하고 있는 임요환 선수의 기세도, 주춤했던 발걸음에 속도를 붙여 정점을 향해 내달리는 최연성 선수의 질주도 쉽게 멈출것 같지 않은 분위기 속에, ’물량 그 이상의 물량‘으로 이병민 선수와 서지훈 선수를 끌어내린 박지호, 오영종 선수에게서 희망의 단서를 찾아내려는 프로토스 팬들의 마음을 읽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마치 땅 위의 길과 같이 희망이란 본래 있다고도 할 수 없고, 없다고도 할 수 없다. 본래 땅 위에는 길이 없었다. 걸어가는 사람이 많아지면 그것이 곧 길이 되는 것이다. 박지호 선수와 오영종 선수가 소환한 수많은 질럿, 드래군들이 달려드는 것처럼.


문제의 FD, 운영이 아닌 빌드

‘투신’ 박성준 선수가 홍진호 선수보다 더 얇고 깊은 날카로움으로, ‘운영의 마술사’ 박태민 선수가 조용호 선수보다 더 두텁고 넓은 여유로움으로 저그의 르네상스를 꽃피웠을 때, ‘몽상가’ 강민 선수가 맵과 자원의 한계에 대한 인식을 지우고 수비형 프로토스로 저그 플레이어들을 극한의 상황을 몰아갔을 때 우리는 대안으로서의 ‘운영’이 각 종족의 현재를 더 나은 미래로 개선시킬 것이라 믿었다. 하지만 박성준 선수와 박태민 선수의 급격한 체력 저하와 동시에 FD의 유입이 본격화 되면서, 다시 한 번 맞게 될 테란의 전성시대에 대한 마음의 준비가 요구되고 있다.

FD라는 전략 하나로 스타리그의 판도가 크게 영향을 받는 이유는 FD가 ’빌드‘의 일종이기 때문이다. 모든 저그 혹은 프로토스 플레이어가 박성준 선수와 박태민 선수 그리고 강민 선수의 ’운영‘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완전한 체화를 위한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한 반면, FD는 더욱 강력한 건담러시 그리고 더욱 안전한 1팩 멀티 가운데 즈음에 존재하는 ’빌드‘이기에 대부분의 테란 플레이어들이 어려움 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다.


프로토스 쌍생아의 탄생

저그가 멸종한 오늘, 야성과 지성이 공존하는 프로토스의 쌍생아가 테란의 독점을 향해 반기를 들었다. 경기를 보다 보면 저절로 정신착란 증세에 도달하게 되는, 향정신성 물량의 진수를 아낌없이 펼치고 있는 박지호 선수와 오영종 선수는 프로토스의 미래를 기대하게 만드는 힘을 갖고 있으며, 동시에 자꾸만 과거를 복기하게 만드는 힘 또한 갖고 있다. 더 빠른 타이밍에 더 많은 물량으로 더 자주 몰아치면 승리할 수 있다고 믿는 두 선수는, 새로움을 포용하면서도 늘 탄탄한 베이스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2002 SKY 온게임넷 스타리그>의 주인공, ‘영웅’ 박정석 선수를 떠오르게 한다.

박지호 선수와 오영종 선수의 등장 이전에, 2게이트로 시작해 테란과 동시에 멀티를 가져갔음에도 불구하고 대등한 혹은 우세한 지상전을 펼칠 수 있다는 생각을 한 사람은 없다.  그동안은 테란의 FD가 프로토스의 2게이트를 강제하였지만, 이제는 오히려 프로토스의 2게이트가 테란의 첫 타이밍을 제압하는(실제로는 탱크의 수를 줄이는) 이상하고 신기한 만화경의 세계를 우리는 바라보고 있다. 그렇게 고정관념을 파괴하고 비상식적으로 프로토스의 본질을 빗겨간 운영에 접근하는 박지호 선수와 오영종 선수의 스토리는 팬들로 하여금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만든다.

물량 지상주의로 무장한 두 선수가 동시에 <SO1 2005 스타리그> 4강에 안착했다는 것은 프로토스의 패러다임이 다시 한 번 ‘물량’으로 회귀하고 있음을 반증한다. 모든 흘러가는 것들은 다시 되돌아오고, 되돌아온 모든 것들은 다시 흘러간다. 전략도, 운영도 마찬가지 이다. 박정석 선수가 걷잡을 수 없는 물량 공세로 프로토스를 왕좌에 올린 것처럼, 측면 시야를 가린 말처럼 앞만 보고 내달리는 박지호, 오영종 선수의 내일도 정상에서 그리 멀지 않아 보인다.


<815>와 <알포인트>를 극복해야

<네오포비든존>에 비해 <815>가 프로토스에게 더욱 불편한 이유는 가스 자원이 모조리 섬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테란은 자원을 섬맵처럼 수급하고, 전투는 수송선 겨루기와 지상 힘 싸움 중 필요에 따라 선택할 수 있다. 프로토스가 다수의 드랍십으로부터 멀티를 안전히 지켜내기 위해서는 더 많은 템플러가 필요하고, 이는 캐리어 생산의 지연을 의미한다. 늦은 캐리어 운용은 업그레이드에 충실한 골리앗의 지상 장악 앞에서 무력할 수 밖에 없다. <알포인트>도 테란에게 우호적이기는 마찬가지이다. 맵을 아우르는 구조물들이 복잡한데다 넓지 않아서 프로토스의 지상전을 방해함과 동시에 캐리어의 운용을 원천봉쇄하고 있다.

각각 <815>와 <알포인트>에서 두 경기를 치러야 하는 박지호, 오영종 선수에게 임요환 선수와 최연성 선수의 이름이 갖는 무게는 남다르다. 우연히도, 비교적 유사한 스타일의 두 프로토스 플레이어가 비교적 다른 스타일의 두 테란 플레이어를, 비교적 불리한 맵 앞에서 마주하고 있다. <SO1 2005 스타리그>를 지켜보고 있는 모든 프로토스 팬들은 이 우연이 주술적인 힘을 발휘하기를 바라고 있다.


by sylent, e-sports 저널리즘.
* homy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5-10-24 17:46)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05/10/20 12:57
수정 아이콘
잘 봤습니다. 여전한 필력이시군요
darksniper
05/10/20 13:10
수정 아이콘
좋은글입니다
홍승식
05/10/20 13:22
수정 아이콘
대체 언제 제대하시나요?
이 멋진 글들을 띄엄띄엄 볼 수 밖에 없다는 것은 좀 슬픕니다.
My name is J
05/10/20 13:23
수정 아이콘
물량으로 회귀하는 프로토스...
그네들의 칼이 더 날카롭고 길고 강하기를 바랍니다.
그렇다보면 방패도 더 두껍고 튼튼해질테니까....으하하하-
05/10/20 13:25
수정 아이콘
휴가 나오신 건가요? 오랜만에 글 보니 반갑네요.^^

박지호 선수와 오영종 선수는 예전에 한 팀이었으니 서로 영향을 주고받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이 듭니다. 지금까지도 그랬고 앞으로도 기대가 되죠.
가을의 전설, 기대해 보렵니다.^^
05/10/20 13:33
수정 아이콘
정말 대단히 재미있고 좋은 글입니다. 감탄의 연속!
05/10/20 13:35
수정 아이콘
박정석선수와 임요환선수의 그 대결에서의 케리어의 활용은 극히 적었.....다고 생각합니다만 ^^;
비프의 2경기[?] 와 포비든존의 4경기만 생각이 나네요;;; 개마고원에서의 1경기와 ....맵 까먹은 3경기는 제외하고서도요. 프로토스가 대 테란전에서 물량을 추구하는 이유는 아마도 현 맵들의 자원상황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말 그대로 모든것이 돈에서 시작된다면, 더 많은 자원을 주는 맵에서는 물량보다는 태크, 혹은 빌드가 더 중요해질수도 있죠. 그와 마찬가지로 본진자원이 미네랄6 / 개스1인 맵, 혹은 미네랄8 / 개스2인 맵에서는 사뭇 다른 양상을 보이리라 생각됩니다.

아, 이거 글 쓸 감인거 같은데. 안타깝군요[..] 로템형 자원에서 (본진과 앞마당, 미네랄 8~9, 개스 1 - 앞마당에는 없을지도) 최적화된 경우가 이런 경우 같고요. 자원상의 뚜렷한 변화는 지금 상황에서 있기 어려울 것이니까요. (베타테스트를 참 오래 해야할지도-_-)

현재의 패러다임이 아무래도 자원상황에 맞춰진것 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그렇다면 그 환경을 바꾸면 새로운 것이 나오리라.. 는 생각이죠.

..... 저도 글 잘 쓰고 싶어요오오 ㅠ_ㅠ;
05/10/20 13:57
수정 아이콘
오전에는 Dizzy님이 저를 즐겁게 해주시더니...

오후에는 Stylet님이 저를 흥분 시키시는 군요...

대단... 대단...
05/10/20 14:38
수정 아이콘
spin님/ 2002년 스카이배 결승전 세번째 경기의 맵은 네오 버티고였습니다
05/10/20 15:58
수정 아이콘
좋은 글이네요. 잘 읽었습니다.
생각은 막연하게 하되 옮기기는 어려운 법, 너무 부럽습니다.^-^
웅컁컁♡
05/10/20 15:58
수정 아이콘
글 정말 재밌습니다. ^^

군생활 어떠신가요... 저도 이제 곧 가는데 ㅠㅠ
05/10/20 16:18
수정 아이콘
웅컁컁♡님, 군생활을 한마디로 한다면, "아스트랄합니다~!" 헤헷.
이제 200일 정도 남았는데 아직도 깜깜-하네요. -_-
05/10/20 16:42
수정 아이콘
와. sylent 님 군대 가신다고 해서 이제 경기 후기 컬럼을 보기 힘들어지는가 걱정했던게 어제 같은데, 벌써 시간이 이렇게 흘러서 200일 밖에 남지 않은거군요. (sylent 님은 무척 지겨우시겠지만요. 염장질 아닙니다;;)
체념토스
05/10/20 17:28
수정 아이콘
낯선 곳에서.. 홍정석님의 냄세를 맡았다... 쿨럭 죄송합니다..(__)
바카스
05/10/20 19:24
수정 아이콘
이야 -_-; 군대다니시면서 이런 글을 쓰신거였나요;;;
솔라리~
05/10/20 21:23
수정 아이콘
정말 글 최고군요~
군생활은 어떠신지... 그리고 언제 제대하시는지
아무튼 대단하십니다...
그리고 가을의 전설... 정말 기대가 되네요^^
박지호, 오영종 선수가 관록의 두 테란을 상대로
정말 후회없는 일전 치루길 바랍니다~
유신영
05/10/21 00:25
수정 아이콘
언제 봐도 최고의 칼럼이군요!!!
llVioletll
05/10/24 18:33
수정 아이콘
바카스//

외국인이 본다면.. 군대가 대학의 일종으로 알겠어요 ^^;;
빈집털이전문
05/10/25 07:33
수정 아이콘
향정신성 물량...멋진 비유십니다...크..
05/10/26 02:28
수정 아이콘
올만에 추게 입성.. -_-bb 축하!!. 그러나 복귀했네.. 벌써.. -_-bb
Oops + ㅁ + !
05/11/01 06:40
수정 아이콘
좋은글이네요.. 잘 읽었습니다 ^^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401 홍진호, 그에겐 너무 잔인했던 게임의 법칙 [161] Judas Pain51029 05/11/19 51029
400 [yoRR의 토막수필.#4]약속. [41] 윤여광8228 05/11/15 8228
399 물량 진형 컨트롤의 법칙 [61] 한인24965 05/11/09 24965
397 귀한 선수들입니다. [25] My name is J15357 05/10/29 15357
396 [광고] World Of so1Craft [42] 안개사용자12865 05/11/04 12865
395 발칙한 상상 - 부커진에 대한 새로운 접근 [21] 호수청년18720 05/10/20 18720
394 [sylent의 B급칼럼] 박지호와 오영종, 프로토스 쌍생아의 탄생 [21] sylent16955 05/10/20 16955
393 향후 kespa 랭킹은 어떻게 될 것인가? [12] Dizzy12919 05/10/20 12919
392 삼년, 일주일...그리고 일분 [77] 정일훈17941 05/10/15 17941
391 나이 서른셋. 권태기. 그리고 임요환. [83] 그러려니19602 05/10/11 19602
390 [낙서] 시즈탱크의 시대 [89] 안개사용자21013 05/10/06 21013
389 프로토스와 테란의 사투, 승부의 갈림길 [91] 김연우25224 05/09/17 25224
387 서러워라, 잊혀진다는 것은(2) - Shoo, 추승호. [22] The Siria20291 05/08/27 20291
386 FD의 출현과 토스의 대응법 변천사 & 추후 대테전 양상에 대한 소고 [41] ArcanumToss22757 05/08/30 22757
384 스타, 그리고 스타게이머의 미래는?? [33] SEIJI13513 05/08/29 13513
383 스타크래프트소설 - '그들이 오다' 를 마치며... [12] DEICIDE11888 05/08/30 11888
382 젯따이 마케루나(절대 지지 마라) [71] Timeless17265 05/08/16 17265
381 PGR21에 대한 무례한 글 [32] 임태주11790 05/08/16 11790
380 협회와 규정에 대해서 주저리 주저리... [36] SEIJI7590 05/08/13 7590
379 케스파씨, 몇 가지만 물을게요. [84] 토성13226 05/08/13 13226
378 인간임을 잊지 말자 [23] 포르티8739 05/08/10 8739
377 솔로들을 위한 치침서 - 나도 가끔은 여자의 속살이 그립다 [64] 호수청년22257 05/08/12 22257
376 이 녀석..... 저에게는 자식같은 존재입니다. [19] BluSkai10545 05/08/09 10545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