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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5/01/08 09:03:45
Name The Siria
Subject World E-Sports Games 16인의 시인에 대한 단상(6) - MagicYang, 조우천
신영복님의 『나무야,나무야』를 읽다 보니, 이런 장면이 나오더군요.
집을 짓는 목수가 그리는 집의 설계도는 주춧돌부터 그리기 시작을 해서, 기둥을 세우고, 마지막에 지붕을 그린다는 말. 반대로 자신이 그리는 집은 지붕부터였다는 말. 일하는 사람의 그림이 바로 이런 것임을 깨닫습니다. 그리고 지붕이 먼저 지어지는 집이 없다는 사실을 느끼고, 자신이 그간 얼마나 무심했는지, 자신이 배운 서가에 대해 부끄러움을 느끼는 대목이 나옵니다.
그렇습니다.
세상에 지붕부터 만들어 가는 집은 없습니다.
반드시 주춧돌을 짓고 집을 지어가는 것이 정상이지요.
어떤 일이나, 진행되는 사건을 보는데 있어서도 꼭 봐야 하는 것이 바로 주춧돌입니다. 주춧돌을 보면서 일의 진행을 봐야 하는 것이지요. 주춧돌이란 바로 그래서 의미가 있는 것입니다. 일의 진행의 기초가 되는 것이자, 어떤 업적의 기본이 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건물의 주춧돌이 건물의 지속성을 판단하는 지표가 된다면, 일에서의 주춧돌은 사람과 제도와 운영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 중에서도 사람의 비중은 설명이 필요 없을 듯 합니다. 현실에서 모든 일은 사람이 하는 일이고, 사람의 참여로 일이 꾸려지니까요. 그런 점에서 사람을 아는 것은 어느 일이든지 그 일을 파악하는데 중요한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매직양.
우리에게는 이 별칭으로 더 잘 알려져 있는 인물입니다.
한국 선수와는 악연도 있습니다. WCG 2003에서 한국 선수를 둘이나 토너먼트에서 탈락을 시킨 장본인이 바로 그입니다. (32강에서 곽대영 선수를, 16강에서 강윤석 선수를 탈락을 시켰습니다.) 결국 WCG 2003의 성적은 8강으로 막을 내렸지만, 중국에서 당시에 굉장히 유명한 게이머라는 사실은 사람들에게 많이 인상에 남았지 않았을까 합니다.
마법의 손을 뻗는 나엘 유저. 건물로 인상에 남았던 나엘 유저.
벌써 1년하고도 시간이 더 지난 일이군요.
하지만, 여전히 그를 기억하는 사람은 있을 것입니다.
기억이라는 단어, 그리고 마법이라는 단어,
중국 센티널의 한 축이자, 중국 땅에서 가장 유명했던 선수가 바로 그였습니다.
과거형으로 쓰고 있지만, 현재형으로 쓸 수 있는 것이 그입니다.
지금도 그는 게임을 합니다.
그리고 이 자리에 왔습니다. 과거형의 선수가 아니라, 현재형의 선수로, 과거의 유명한 매직양이 아니라, 현재 실력을 가진 매직양으로 그는 왔습니다.

중국 E-Sports 계에서 그는 주춧돌입니다.
눈에 당장 드러나는 것은 아닙니다. 주춧돌은 땅에 깊숙하게 박혀 있는 존재입니다. 깊숙하게 박혀 있기 때문에 눈에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없다면 집은 무너지지요.
그는 그런 존재입니다. 탁월한 성적을 내고, 뛰어난 경기력으로 상대를 제압하는 모습은 없어도, 주춧돌처럼 진득하게 버티는 그런 존재입니다.
돌이 흔들리면, 그 집은 무너집니다.
그가 지금도 돌의 역할을 한다고 장담할 수는 없겠습니다.
아직도 돌의 역할로 모든 것을 다 짊어지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여전히 그는 주춧돌의 역할을 하고 있을 것입니다.
자신이 걸었던 길을 후배들이 걷게 하는 그런 의미로 말입니다.
주춧돌은 땅 속에 박혀 있습니다.
그리고, 건물이 흔들리거나, 건물에 대해 다시금 생각할 때, 그제서야 기억하게 됩니다.
중국이라는 나라에서 다섯의 사람이 옵니다.
그 중의 하나가 바로 매직양, 조우천입니다.
지금, World E-Sports Games에서 가장 많은 선수들을 출전시키는 나라는 중국입니다.
새삼 중국에 대해 다시 생각하고, 중국 E-Sports 계에서 주춧돌이었다는 그를 생각하게 됩니다. 그것은 한 나라에서 주춧돌로 기여했던 사람에 대한 평가이자, 현재형으로 자신만의 시를 쓰는 사람에 대한 예우일 것입니다.

그의 리플을 보았습니다.
많이는 보지 못했지만, 경기를 보면서 참 여유가 느껴진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유라는 것은 이겼다는 오만이 아닌 것 같습니다.
상황을 유연하게 판단을 하는 그런 여유가 느껴집니다.
경기를 슬금슬금 풀어나가는 여유가 느껴집니다.
슬금슬금, 그가 풀어나가는 여유는 분명 그가 해온 시간에 대한 여유일 것입니다. 그가 해온 여정에 대한 여유일 것입니다. 과정을 생각하며 표현하는 모습, 그런 모습은 오랜 경험을 한 사람에게 나오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여유, 그것은 자신감의 표현입니다.
자신이 지금껏 해온 여정에 대한 강력한 믿음의 표현입니다.
자신이 지금껏 써 온 시에 대한 믿음이자, 앞으로도 더욱 좋은 시를 쓸 수 있다는 믿음입니다.
자신에 대해 믿음을 가진 사람만이 이런 시를 쓸 수 있습니다.
자신을 아끼는 사람이 이런 표현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런 표현은 옛날에도 계속되었고, 지금도 지속되고 있습니다.
옛날과 지금의 표현이 이루어지고 있는 한, 그가 쓰는 여유는 앞으로도 계속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가 쓰는 여유라는 이름은 그가 자신의 시 쓰기를 지겨워하지 않는 한, 자신에 대한 자신감을 잃지 않는 한 계속되지 않을까 합니다.
아, 물론 리플 몇 개만으로 그런 이야기를 하느냐고 하실 수도 있습니다.
서투른 평가를 내릴 수도 분명 있습니다. 본 것이 너무 적으니까요.
하지만, 저는 그런 인상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그가 중국에서 중국 E-Sports 계의 주춧돌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떠 올리게 되었습니다.
그것이 제가 이런 판단을 내리게 된 근거입니다. 나름대로 오래 되었던 그의 여정을 떠올리게 되면서 말입니다. 여정이 있기에, 지금과 같은 여유가 있었다는 생각이 들어서 입니다.

「큰 바람이 일고 구름은 날아가네(大風起兮雲飛揚)
위세를 떨치고 고향으로 돌아왔네(威加海內兮歸故鄕)
언제나 용사를 얻어 사방을 지킬 수 있으리(安得猛士兮守四方)」
그는 지금껏 주춧돌이었습니다.
주춧돌이었기에, 그는 자신보다 더 뛰어난 기둥과 서까래와 지붕이 나타나기를 바라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주춧돌도 충분히 자신의 가치를 드러내고 싶은 것이 사실일 것입니다.
여유와 자신에 대한 믿음, 자신감.
큰 바람이 일 때, 그도 자신을 드러내는 기회를 얻어 화려하게 날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 큰 바람이 일기 시작합니다. 한국에서 그가 자신만의 용사를 얻기를 기원합니다.
여유와 자신감이 보이는 주춧돌, MagicYang 조우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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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1/08 21:21
수정 아이콘
매직양 중국에서 인기 젤로좋지요 -0-; 확팩와서 주춤했다고들 말하는데 요즘 포스 장난아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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