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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3/07/18 00:25:15
Name 천기용
Subject 잡담)님들께선 아버지와 어떤 이야기를 하십니까?
오늘 아버지와 정말 오랜만에 많은 이야기를 했습니다.

전형적이 부산 사람이신.. 우리 집에선 왕이신 그런 아버지와 말입니다.

무서워서 또 별로 할 이야기가 없어서 아버지와의 대화 채널은 항상 닫혀 있었습니다.

그런 아버지와 오늘 많은 이야기를 했습니다.

어떤 이야기를 했냐구요..?

바로 새만금 이야기입니다.

뉴스에서 새만금 이야기가 나왔고 아버지는 환경단체들 욕을 하시기 시작했습니다.-_-;;

전 그냥 한마디 했습니다. "새만금은 당연히 안되지요~"

그 말이 발단이 되어서 그 무섭던 아버지와 언성을 높여가며 이야기?를 했습니다.

새만금 이야기는 핵폐기물 처리장으로 번지고 민노총등 이익집단에까지 번졌습니다.

아버지와 전 전혀 반되되는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저도 환경단체나 그 외 이익단체의 주장에 대해서는 잘은 모르지만 어떤 막연한 '그 사람

들이 주장하는게 옳겠지...' 라는 마인드를 가지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습니다만... 아버지

는 정 반대더군요..

저는 제가 알고있는 겟벌(철자가 이게 맞나?-_-)의 중요성 인공 방조제때문에 일어나는

몇가지 않좋은 현상들(해파리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가서 인근해 연안 생태계가 파괴 된

다는 다큐를 언젠가 본적이 있어서 그부분을 집중적으로..) 시화호의 예 등등을 대며 환

경 친화적이지 않은 것은 물질적인 피해가 얼마가 되던 당장 중지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

고 아버지는 아버지는 그런 주장들이 아무 쓸데 없는 것이었다는 낙동강 이야기부터 뭐 이

런 저런 이야기들을 하셨는데 제가 워낙 흥분을 하고 고함을 치는 바람에 기억이 잘 나지

않네요..

니가 인생을 덜 살아서 아직 모른다는 이야기도 하셨고.. 음...

부산 사나이 답게? 한나라당 골수 팬이셔서 한나라당이 하는건 무조건 옳고 민주당이 하

는건 무조건 나쁘게 보셔서 그거 가지고도 언성을 높혀가며 대화(-_-)를 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대화의 수준을 벗어나 거의 싸우는 분위기 였지요 --;;

9시 뉴스가 시작되자 마자 시작한 대화가 1시간 넘게 아버지와 저의 고함으로 어느덧 흘

러가버리고 지치셨던지.. 아버지께서는 방으로 들어가시더군요..

저도 방에 들어와서 멍하게 있었습니다.

엄마의 놀란듯한 표정이 떠오르고.. 또.. 아버지께 고함지는 내 목소리가 귀에 쟁쟁하고..

그 무섭던 아버지께 말이죠...

솔직히 내가 주장했던 말들이 전부다 옳진 않았을텐데...

그래도 굽히지 않고 아버지를 꺽으려... 했더라고요..

왜 그랬는지.. 지금은 참.. 음..

여튼 묘한(아픈..)기분에 여기다가 글을 끄적입니다.

아버지가 늙으셨나봐요..

밑에 글중에 어머님과 싸우고 글적으신 분 계시던데 지금은 어찌 되었나요?

가슴이 아프네요..

생산적인 대화가 가능할까요? 아버지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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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림...그리
03/07/18 00:30
수정 아이콘
저도 고등학교땐 뉴스를 보며 아버지와 대화? 를 하곤 했는데
대학들어오고 나선 그런 기억이 거의 없네요 제가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요즘 그때 생각을 하면 아버지 말씀이 맞았다는걸 알게되면서
그런 현실이 서글퍼지곤 하지요
As Jonathan
03/07/18 00:32
수정 아이콘
저도 부산사람입니다..
저는 종교적인 문제로 참 많이 싸웁니다,,;;
항상 언성을 높이며 서로 싸우면서도, 나중에는 화해하지 못하는 경상도 남자인 아버지와 나,,

또, 아버지와 어머니의 티격태격한 싸움이 싫어서,,
"그만 싸우세요,!!"라는 말 한마디에,,
갑자기 이성을 잃으시는 아버지에게 선풍기로도 얻어맞았던 적도 있고,,
뺨도 맞아봤습니다,,
뒤에 저에게 남은 것은 '미안함'이었습니다,,
왜, 나는 아버지가 기쁘시는 일을 하지 못했을까,, 하는,,

최근에 아버지의 책장 사이의 책에서 편지지들을 발견 했습니다,,
편지들은 제가 살아온 세월동안 아버지에게 썼던 편지들이었었죠,,
거의 대부분이 어버이날 특집편이더군요,,
편지지는 7개,, 내 나이는 20살,,
왜 그리 아버지께 미안한지,,

아버지께 잘 대해 드리세요^^;
저도 분명히,, 이 글을 쓰신 분보다 나이는 작겠지만,,
제가 이때까지 살아온 길을 먼저 사신 분이시고,
내 갈길을 먼저 아시고, 앞서서 묵묵히 빗자루로 내 갈길을 깨끗케 쓸어주시는 분이시란걸 아셨으면 하네요,,

잡담이 길어졌네요^^ 죄송,,
As Jonathan
03/07/18 00:34
수정 아이콘
아버지와 대화는 주로 진로쪽인데,,
세상 사는 이야기들은 제가 아버지의 말을 많이 경청하는 편이고,,(아버지의 연륜이 있으시니,,^^)
요즘 아버지는 저에게 인터넷을 배우십니다~;; 제가 선생이죠^^
가끔 귀엽습니다..ㅡ_ㅡ;;
Index of Life
03/07/18 01:01
수정 아이콘
아버지와 문자 주고 받습니다. 초복에는 이모티콘 써가며 제가 맛있는 거 드세요~! 이런 식으로 보냈더니 아버지가 다시 답문에 하트를 5개나 달아서 보내주셨습니다. 그 문자에 답변이; 없으니 삐지셨는지 손수 전화까지 하셨었죠. 예전엔 엄하고 무서웠는데 아버지도 나이가 드셔서.. 온화해지신 것도 같고 예전보다 제가 아버지와 이야기를 하려고 노력합니다. 그저 지나가는; 이야기라도 대화를 나누는 게 좋아요 확실히. 예전보다. 오늘만 해도 백화점 가는 차에서 ^^; 동생 핸드폰 번호 저장 번지를 찾으시는 모습이 귀여워서..^^ 웃어버리고 말았더랬죠.
실비아스
03/07/18 01:20
수정 아이콘
나 : "아빠~ 이거 용비불패 재밌는데^^ 재밌어. 아빠 좋아하는 무협이야"
"에이, 재미없을거 같다. 제목이 별로다(-_-;) 거 말고 다른 재미있는 무협소설이나 무협만화 없냐?"
"열혈강호 재미없다며-_-; 비천무도 그저 그렇다며? 용비불패 재밌다니까! 그럼 아빠가 직접 가서 골라."
"싫다. 창피하게."
...저희 아버지가 제일 재밌게 읽은 책 : 아웃복서, 마계대전(...1부만)
어찌나 책읽는 취향이 까다로우신지^^;;; 특히 아버지 휴가때는 제가 힘듭니다;
DayWalker
03/07/18 02:46
수정 아이콘
아... 아들은 아버지의 사고방식을 이해하지 못하면서도 나이가 들어갈수록 닮아간다는 이야기가 있죠.. 전 이제 27살이라 아직은 아버지를 이해하지 못하는 축에 들어갑니다만... 가끔 내 모습이 아버지를 닮아가고 있다는 사실에 깜짝 놀라기도 합니다. 제가 느낀다기보다는 남들이 지적해줄 때 그렇더군요. 20살에 자취생활을 시작해서 거의 7년을 집과 떨어진 곳에서 살았지만, 이제서야 아버지의 성격을 닮아간다는 건 무슨 조화인지 모르겠습니다. 둘째가라면 서러울 황소고집이시던 아버지께서 갈수록 약해지시고 있는게 집에 전화할 때마다 느껴지더군요.. 그런데도 '건강은 어떠세요''요즘도 낚시 많이 다니세요?'같은 살가운 말들을 못해드리는 제가 가끔은 답답하기도 합니다.
엄준식
03/07/18 04:27
수정 아이콘
견해의 차이는 어쩔 수 없는 세대의 차이로도 말할 수 있습니다. 그것을 좁히기란 제가 당장 임요환, 홍진호 선수와 2:1 게임을 해서 이기는 것보다 힘이 들 겁니다. 20년 후의 우리도 자식들과는 분명히 다른 생각을 갖고 있을 테니까요.

ps : 싸우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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