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마지막으로 본, 스타리그의 어느 준결승을 기억한다.
개척시대. 백두대간. 당시로선 저그에게 그닥 좋을 것 하나 없는 맵의 조합이었지만
5경기 내내, 폭풍이 불어닥쳤다.
전성기의 옐로우, 폭풍저그 홍진호의 부활에 모두 이번에는 설마 하는 기대를 걸었다.
상대는 테란, 고비마다 자신의 발목을 붙들었던 테란의 바이오닉 황태자 한동욱.
3연속 벙커링에 무너졌던 지난 4강전의 악몽에서 이제는 벗어난 듯이
그는 12풀, 12앞마당, 9오버풀로 자유로운 빌드와 특유의 몰아치는 공격적 운영을 보여주며
모두가 경악한 4경기 원햇 러커 상대로의 한동욱의 칼타이밍 바이오닉 역공격을 저지해내며
마지막 5경기, 신 개척시대까지 승부를 끌고 갔다.
그리고. 두 선수 모두, 앞만을 보고 내달렸다.
9오버풀 후 4햇 러커 올인러쉬를 선택하는 홍진호, 멀티를 생각조차 하지 않으며
최종테크까지 본진에서 올라가는 테란의 한동욱.
4개의 성큰 콜로니를 돌파하려는 바이오닉 부대의 압박을 막아내고,
4해처리를 돌리며 저글링 러커로 테란의 한방조합과 계속해서 교전을 벌이던 홍진호.
그러나 결국 베슬이 확보되고, 2기의 탱크가 추가된 테란의 주병력에 앞마당이 파괴되고,
본진의 드론이 전멸하고, 마지막 저글링이 전사하고.
그는 느낌표를 달아 GG!를 치고는, 4강의 마지막 경기를 마쳤다.
8강에서, 누구보다 홍진호를 존경해 ID마저 Yellow로 달았던 신예, 박명수가 탈락했다.
4강. 본선 100승째를 기록하며 올라온 홍진호가, 다시 한번 테란에게 패배하며 탈락했다.
홍진호의 경기 VOD를 보다 보면, 눈가를 붉힌 팬들의 모습이 자주 카메라에 잡힌다.
그는 이제 예전처럼, 아주 많이 이기지도, 아주 압도적으로 이기지도, 아주 쉽게 이기지도 못한다.
그보다 강력하고, 안정적이고, 승률이 높은 저그 플레이어는 아마도 이제는 그 수가 꽤나 될 것이다.
그는 각종 커뮤니티에서 구시대의 선수로 비난받거나, 혹은 신시대의 부적응자로 비춰지곤 할 때도 있다.
그보다도 화려하고, 그보다도 강력한 선수들이, 이제는 너무 많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옐로우의 팬들은 이제, 그가 이기거나, 혹은 지거나, 항상 그의 경기 후에 밀려드는 눈물을 감추는 법을 배워나가고 있으며, 여전히 계속되는 그의 싸움에 묵묵히 응원할 줄 안다.
오늘의 4강이 끝난 뒤에도, 다음 시즌의 그에게 설레일 준비가
아직도
그의 우승에 환호할 준비가, 우리는 되어 있다.
스타크래프트의 팬이라면, 종족을, 소속을 떠나 누구나 옐로우의 우승을 바란다.
이토록 많은 이들의 한결같은 믿음을 받는 플레이어를, 나는 그리 많이 알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