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부터 PGR 게시판에 군대 입영, 제대에 관련한 많은 글이 올라왔습니다.
아무래도 방학 시즌이였고, 7,8월이다 보니 이 기간에 입대,제대하시는 분들이 많은 까닭이겠지요.
저 또한 이제 내일 부대에 입영하게 됩니다.
다른 사람들도 다 가는 곳이고, 워낙에 심각하지 않게 사는 인생이라 그런지,
아니면 아직까지 실감을 못해서 그런지 별다른 생각은 없네요.
군대에 가기전에는, 잠시 집을 나와서 약 두달정도 자취생활을 했습니다.
그래서 시간이 많이 남아 PGR에 분석글이 추천게시판에 올라가는 영광(?)도 있었네요.
지금 다시 읽어보면 참 어색하고 못 쓴 글인데 추천게시판까지 가있는 것을 보면,
역시나 양으로 밀어붙였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네요.
스타크래프트는 지난 일년간 제 삶의 일부였다고 할 정도로 많은 부분을 차지했습니다.
초등학교 6학년, 스타크래프트가 처음 나왔을 때, 피시방이란 곳이 생기고,
친구들과 함께 어울려 IPX로 게임을 처음 할때의 그 감동을 잊지 못합니다.
그리고 아주 오랜시간동안 게임을 하지 않다가, 약 일년전부터 다시 스타라는 게임을 잡았습니다.
스타라는 게임은, 정말 재밌는 게임입니다.
왜 그렇게 생각하냐고 물으신다면, 집중력,센스,노력,컨디션, 이 모두를 필요로 하는 아주 어려운 게임입니다.
개인적으로, 게임적 센스는 아주 높은 편이라, 왠만한 게임들은 몇일정도면 쉽게 적응하고,
금방금방 깨는 편입니다. 숨겨진 길이라던지 이러한 요소들도 잘 찾아내구요.
격투게임 같은 경우는 처음하게 되더라도 쉽게 이기고 어느정도 하다보면 속칭 '고수'소리를 듣습니다.
하지만 스타크래프트라는 게임은 그것이 쉽지 않습니다.
입으로하는 '입스타' 가 가능한 이유를 곰곰히 생각해보았습니다.
혼자 내려본 결론은, 스타가 결국 '정신'으로 하는 게임이기 때문입니다.
체육선수들이 100m를 10초에 뛰는 것을 보면서 우리는 그건 할 수 없다고 말합니다.
눈으로 보이는 시각적 효과가 있고, 현재 자신의 능력을 정확히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스타크래프트라는 게임은, 정신으로 하는 게임입니다.
정신은 측정할수도 없고, 다른사람의 정신을 알 수도 없습니다.
제 3자의 입장에서 보면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플레이가 되어버리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에겐 스타가 재미있습니다.
자신의 생각대로 쉽게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게임을 하다보면 정신이 없고, 자신이 원래 생각했던 플레이는 잊어버리고,
늘 하던데로 연습량에 의존해 게임을 하게 됩니다.
센스있는 플레이를 하려고 의식하다보면, 손이 느려지고 실수를 할 때도 있습니다.
처음 1:1을 할때 엄청 어렵게 느껴졌던 친구 녀석들도,
어느순간 보면 그때는 내가 저렇게나 못했었구나 싶은 느낌을 받습니다.
재밌는 것은, 스스로는 뭐가 달려졌는지 잘 모르겠는데, 이상하게 점점 승률이 높아집니다.
APM이 100 근처를 맴돌던 시절에서, 200을 넘어간 지금을 생각해보면,
승률이 높아진 것은 APM의 영향이 조금은 있기 때문이다 라고 말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어느순간부터 제 APM은 250에서 더이상 늘지 않습니다.
단축키 사용도 언제나 그렇듯이 123456 890만 사용하고, 부대지정 방식도 변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게임을 하면 할수록 실력이 늘어갑니다.
무엇인지 잘 알 수 없는 미묘한 변화가 비록 게임이지만, 자신을 변화시킨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그렇게나 잘해보이던 친구녀석들이, 어느새인가 쉽게 이길 수 있는 상대로 변해있습니다.
그런데, 그 높아보이던 친구를 이긴 제 위에 또다시 이길 수 없는 상대가 존재합니다.
그래서 전 스타를 좋아합니다.
눈에 보이진 않지만, 헛된 노력은 없다는,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물론, 프로게이머가 아닌 저이기에 계속 게임만 하면서 살 수 없다는 것 또한 알고 있습니다.
다만, 스타라는 게임은, 생각처럼 마음대로 되지 않기 때문에 재미가 있고,
가끔씩 플레이하면서, 그것을 느끼는 것이 좋습니다.
'마음대로 되는 것은 없다' 는 것을 말이죠.
아마 제 입스타대로만 게임이 됐다면 전 랜덤 프로게이머로 우승했을지도 모릅니다.
이번에 군대에 가면서 아쉬운 것은,
가장 기대되는 이번 MSL을 볼 수 없다는 것이 큽니다.
임요환 선수의 군대를 가는 모습이라던지, 마재윤선수와 스파키즈 선수들의 경기도 궁금하고 말이죠.
2년 뒤에 왔을 때도, 스타가 아직까지 이러한 매니아층을 유지하고 있다면,
전 또다시 스타에 빠지게 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실력은 예전같이 못해서 엄청난 고생을 하겠지요.
스타의 평균 실력은 점점 올라가고, 신규 유저의 진입 장벽은 점점 더 높아지고 있으니까요.
그렇지만 아마도 전 군대에 다녀와서도 스타를 계속 할지 모릅니다.
그리고 다녀와서는 더 본격적으로 맵분석 칼럼을 쓸지도 모릅니다.
신맵의 양상을 보지 못하고 가는 것도 아쉽네요.
지난 일여년 동안, 제 생활에 있어서 많은 부분을 차지했던 스타크래프트를 뒤로 하고,
이제 곧 부대로 출발합니다. 부대 앞에서 하루밤을 자고 다음날 입영해야겠네요.
아마 제대전까지는 휴가를 나와도 눈팅만 하는 정도에서 그칠 것 같습니다.
그럼 모든 PGR식구분들 모두 몸 건강하시고, 제대후에 다시 뵐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