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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8/10/16 22:32:21
Name 군디츠마라
Subject [일반] [번역] 재해에 지지마라, 로컬선!
한국과 마찬가지로 저출산 고령화에 시달리고 있는 일본에서는 수도권 집중화로 인해 지방의 인구가 격감하면서

해당 지역을 중심으로 운행하던 로컬선(한국의 벽지노선)이 경영난에 시달리다 못해 자연재해로 노선이 파괴라도 되면 복구를 하지 않은 채 그대로 폐선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https://www.yomiuri.co.jp/fukayomi/ichiran/20181005-OYT8T50023.html?page_no=3
아래 글은 여류작가 다나카 테루미(田中輝美, 사진)가 10월 6일 요미우리신문에 기고한 칼럼을 번역한 것으로, 인구감소로 쇠락하는 지방에 대한 안타까움과 함께 철도에 대한 일본인들의 인식이 어떤지를 잘 보여주는 글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정말 다행입니다" 올해 8월 8일, 시마네(島根)현 운난(雲南)시 JR 키스키선(木次線) 키스키(木次)역에서 이즈모다이토(出雲大東)역의 업무를 위탁받은 지정관리자 '츠무기' 의 난바 유미코(南波由美子) 대표는 다행이다 싶은 표정을 지었다.

이날, 7월에 있은 서일본 폭우피해로 일부 구간이 불통이 되었던 키스키선의 전선이 운행을 재개한 것이었다. 키스키역에는 "어서와요 키스키선" "고생했다 키스키선" 따위의 횡단막이 늘어지면서 연선 주민들이 댄스 공연을 하는 등, 운행 20주년을 맞이한 인기 토롯코 열차 '오쿠이즈모 오로치호(奥出雲おろち号)' 의 출발을 떠들석하게 전송했다.

난바 씨가 안도의 표정을 지은 데에는 이유가 있다. 같은 시마네현에서 3월 말 산코선(三江線)이 폐지된 지 얼마 안되었기 때문이다.

마쓰에(松江)시의 신지역과 히로시마(広島)현 쇼바라(庄原)시의 빈고오치아이(備後落合)역을 잇는 JR 니시니혼 키스키선(노선길이 81.9km)은 2017년도 수송밀도(1일 1km당 평균수송량)가 204명으로 산코선을 제외하고 JR 니시니혼 관내 노선 중 뒤에서 두번째로 낮았다. 이에 키스키선을 둘러싼 상황의 엄혹함을 지적하는 기사가 인터넷에 올라오기도 했다.

더욱이 폭우피해 이후 운전 재개까지 1년 이상이 걸린다는 전망이 나오기도 하여 연선에서는 "복구하지 않고 이대로 폐지되는 것인가" 라는 불안감이나 위기감이 엄습해오고 있었다.

실제로 자연재해는 로컬선 폐지의 요인이 되어왔다. 2005년 9월 미야자키(宮崎)현의 타카치호 철도(高千穂鉄道)는 태풍으로 철교가 유실되자 운휴하였고, 그 뒤 폐지가 결정되었다. 인접한 가고시마(鹿児島)현의 가고시마교통 마쿠라자키선(枕崎線)도 집중호우로 인해, 이와테(岩手)현의 이와이즈미선(岩泉線)도 토사붕괴로 인한 탈선사고가 결정타가 되어 각각 폐지가 되었다.

그렇다곤 해도 피해를 입은 철도가 모두 폐지되는 것은 아니다. 대박을 친 NHK드라마 '아마짱(あまちゃん)' 으로 유명해진 이와테현의 산리쿠 철도(三陸鉄道)는 동일본대지진의 피해로부터 3년에 걸쳐 복구되어 '기적의 철도' 라고 불리워진다.

그 외 2011년 7월 니가타・후쿠시마 폭우로 불통이 되었던 후쿠시마현의 타다미선(只見線) 아이즈카와구치(会津川口)-타다미(只見) 간은 2021년까지 복구예정으로 공사가 진행중이다.

올해 6월, 재해를 입은 철도의 복구지원을 확대하는 개정철도궤도정비법이 통과되어, 국가의 보조를 받을수 있게 되어 지역의 부담이 당초 예상보다 절반 정도 줄어들었다. 이 법은 향후 재난으로 피해를 입은 철도의 복구에 큰 힘이 될 것이다.


-버스의 수송력에는 한계도 있다-
철도가 폐지가 된 경우에는 대체교통수단으로 버스가 선택되는 일이 많다.

2000~2001년에 후쿠이(福井)현에서 열차충돌사고를 일으켰던 케이후쿠 전철(京福電鉄)이 운행중지가 되었을 무렵, 대체버스가 운행되었다. 그러나 철도로는 1편성 2량으로 약 300명을 수송할 수 있는 것에 비해 버스는 1대에 40명이 고작인지라 후쿠이 시내로의 통근, 통학 수요를 충족하지 못하였다. 심지어 승객들이 버스에 타지 못한 채로 발을 동동 구르는 일마저 벌어졌다.

그 결과 대절 등 자가용에 의존하는 사람이 늘어나 교통량이 증가되어 정체가 발생, 회사원이나 고교생이 지각하는 사태가 빈발하였다. 원래부터 자가용으로 통근하던 사람들에게도 영향을 미친 것이다. 눈이 내리는 겨울철에는 정체가 더욱 심각해졌다. 어르신들이 버스를 기다리려고 선 채로 계속 기다리는 모습도 보였다.  

이리하여 고령자나 학생들처럼 차를 가질 수 없는 소위 '교통약자' 는 외출이 어려워지고 사람들간의 교류가 줄거나, 관광객이 줄거나 지역이 피폐로까지 이어지게 되면서 대체 버스 사태는 '장대한 부(負)의 사회실험' 으로 신문에서도 열거되기도 했다.

이러한 경위로부터 대량수송, 정시운행이라는 철도의 강점이 다시금 재발견되어 케이후쿠 전철의 후계인 제3섹터 '에치젠 철도(えちぜん鉄道)' 의 탄생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현재 에치젠 철도는 차량에 승무원을 배치해 어르신들이 타고 내리는 걸 돕는 등, 지역 주민들의 도움이 되는 서비스를 전개하고 있다.


-철도만이 가진 장점이란-
후쿠이현의 사례는 대량수송이라는 철도의 강점이 최대한으로 발휘된 경우이고, 인구절벽에 직면해 있는 대다수의 로컬선에서는 사정이 다르다. 버스는 철도에 비해서 유지나 운행비용이 낮으며, 버스정류장의 설치도 용이해 즉각적인 대처가 가능하다. 이러한 장점을 활용한다면 철도 폐지 후에도 이동하기 쉬운 지역을 만드는 길은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철도에는 '철도이기에' 의 요소가 있다.

예를 들면 철도를 타는 것을 좋아하는 '노리테츠(乗り鉄)' 를 비롯해 철도사진을 찍는 '토리테츠(撮り鉄)', 철도역을 탐방하는 '에키테츠(駅鉄)'. 승차권을 수집하는 킷푸테츠(切符鉄), 에키벤을 즐기는 에키벤테츠(駅弁鉄), 열차의 구동음이나 차내방송 등의 소리를 수록하는 '온테츠(音鉄)' 등, 일본 철덕의 범위는 넓다. 철도가 있기에 온다는 사람은 확실히 존재한다. 로컬선에는 지역에 사람을 불러들이는 '잠재성' 이 있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인구 3천명의 돗토리현 와카사정(若桜町)의 본사를 두고 있는 와카사 철도는 2015년에 해당 구간에서 시속 10km의 속도로 증기기관차를 시험운행한 'SL주행사회실험' 을 했는데, 전국에서 13,000명이나 되는 사람이 모여 연선 지역의 경제효과는 1,805억엔(한화 약 1조 8천억원)으로 추산된다.

또한 철도회사의 경영자에게 철도와 버스의 차이는 무엇인지를 물었을 때, "철도가 있다면 지도에 노선명과 역이 기재된다. 그 광고효과는 매우 크다" 라고 입에 담는 사람들이 많았던 것도 인상적이었다.

본격적인 인구감소시대에 돌입한 일본에서 현재로서는 지역에 새로운 철도나 노선을 만드는 것은 기본적으로 어렵다. 그렇게 본다면 지금 로컬선이 있는 지역은 다른 지역이 가지기 힘든 '자원' 을 갖고 있다고 할 수도 있지 않을까.

서두에 소개했던 키스키선에서는 지역의 극단이 차량 내와 역사에서 연극을 상연하는 '연극열차' 나 지역의 음식과 술을 즐기는 투어, 가족동반 승객을 대상으로 기관사 체험 등을 차례로 행하여 지역을 다시 부흥시키고 있다. 어느 것이든 호화스런 '관광열차' 가 아닌 지역 주민들이 기획하고 일반적인 열차를 활용해 궁리해 낸 것이 특징이다.

이리하여 철도를 살리려는 움직임은 각지에서 행해지고 있다. 내가 정리했던 2013년도의 데이터에서는 JR을 제외한 전국 82개의 지방철도 중 60%에 달하는 49개의 철도가 전년도보다 승객수가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경향은 현재도 이어지고 있다.

취재로 전국을 돌아보고 느꼈던 것이 있다. 철도와 지역은 운명공동체라는 것이다. 정설이라고도 하는 "철도가 사라지고 번영한 지역은 없다" 라는 말은 다수의 지역에도 들어맞는다. 로컬선을 지역자원으로 간주하여 그 자원을 살릴지 말지는 지역이 하기 나름인 것이다.  


-요약-
1. 최근 자연재해가 빈발하면서 철도회사들이 로컬선의 복구를 미적거리거나 그대로 폐지하는 일이 발생하면서 지역 주민들의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
2. 로컬선이 폐지되고 버스가 운행되는 일이 많지만 후쿠이현의 사례를 볼 때 꼭 버스전환만이 정답은 아닐 수 있다.
3. 철도 전반을 좋아하는 철도 팬이나 경치를 보려고 기차를 타러 오는 수요는 언제든지 있기 때문에 이들을 잘 공략하면 로컬선을 다시 살릴 수도 있다.
4. 인구감소에 직면한 일본에서 더 이상 신규 철도의 건설은 어렵고, 철도가 존재하는 곳은 철도의 존재만으로 큰 홍보효과를 얻는다.
5. 그러므로 로컬선이 있는 곳은 로컬선 자체가 있다는 것만으로 지역에 큰 자산이 존재하는 것과도 같다.
6. 그러니 지역 전체가 적자 로컬선에 체념만 하지 말고 온갖 방법을 짜내서 살려보는 것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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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0/16 23:18
수정 아이콘
잘 읽었습니다 항상 일본 얘기는 남 이야기가 아니고 우리 미래라는 생각이 들어서 더 생각해보게 되네요
우리나라도 지방 철도와 역들이 인구 부족 등으로 폐쇄 위험에 처할텐데 과연 어떻게 대처할지.
우리나라도 모든 인력과 자본등으로 수도권에 몰빵하고 있는데 그것을 정말 인위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것도 한계가 있는 것 같고 참 어렵습니다.
프로피씨아
18/10/16 23:21
수정 아이콘
철도와 같은 인프라스트럭처를 효율성으로만 따져서 민영화하면 안 되는 중요한 근거라고 생각합니다. 수익이 안 나는 노선도 적자를 감수하고 공익을 위해 끌어안아야 할 때가 있는데 민간에서 그걸 감당하긴 힘듭니다. 특히 흑자 간당간당하게 운영되는 노선이 이번 일본처럼 자연재해 등의 이유로 끊어지면 도저히 공사비 감당이 힘들죠..
루트에리노
18/10/16 23:31
수정 아이콘
하지만 일본이 철도강국이 된 데에는 과감한 민영화가 큰 몫을 차지하는걸로 알고 있습니다.

찾아보니 위에 언급된 키스키선도 시초는 사철이었네요.

저도 국내철도의 민영화에는 반대하지만, 민영화가 꼭 나쁜 건 아닙니다.
프로피씨아
18/10/16 23:51
수정 아이콘
네. 무려 100년이 넘은 노선입니다.

수요는 시대에 따라 변화하게 마련이기에 수익성이 나빠지면 또 문제가 생기고 그런거죠 뭐. 수익보전이 안되는데 민긴기업에게 유지를 강요하긴 힘드니까요
루트에리노
18/10/16 23:23
수정 아이콘
교통업계 종사자로서 팬만으로 수요가 충분하다는 얘기가 굉장히 신선하게 들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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