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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9/08/08 13:52:03
Name 알테마
Subject [일반] 러시아, 일본, 미국의 역학관계와 가쓰라-태프트 밀약
19세기 서쪽으로의 진출과 유럽에서의 패권 획득의 야망을 가졌던 러시아는 목표를 이루지 못하고 좌절하게 됩니다. 그 이후 러시아의 황제 니콜라이 2세와 강경파 군부 세력들은 목표를 동쪽으로 수정합니다. 동아시아에 그 야망을 드러낸 러시아는 만주를 독점하고 조선에 있는 일본 세력을 몰아내고자 했습니다. 일본은 절대로 물러날 수 없었습니다.

1904년 2월 8일, 일본은 만주(당시 여순)에 주둔하고 있던 러시아군을 기습했고 인천 앞바다(당시 제물포)에 있던 러시아 군함을 침몰시킨 후 이틀 뒤인 2월 10일 러시아에 대해 선전포고를 했습니다. 기습적인 일격을 당한 러시아는 매우 격분했고, 압도적인 국력차이를 바탕으로 일본을 서서히 말려죽이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전쟁은 1년간 지속되었으며 양측의 사망자 숫자만 15만명이 넘어가고, 러시아와 일본은 서로 한발짝도 물러나지 않은 채 전쟁이 끝날 기미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 때, 당시 미국 대통령 시어도어 루스벨트가 중재에 나섰습니다.

시어도어 루스벨트는 무절제하고 충동적인 성격을 가졌지만 평화를 사랑하는 인물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그는 미국의 위대함을 평생 가슴속에 담고 산 인물입니다. 루스벨트는 세계평화를 추구한 대통령이었지만 이를 위해선 소수의 희생을 언제든지 용인할 수 있다는 신념을 가진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제국주의 국가들의 역학관계 속에서 미국의 힘을 이용하는 것에 거부감이 없었습니다.

루스벨트의 중재 제안을 러시아는 거들떠보지도 않았습니다. 러시아의 야망과 자존심은 가벼운 것이 아니었으나, 곧 상황이 급변하게 됩니다. 1905년 5월 27일 쓰시마 해전에서 러시아의 발트 함대가 일본 해군 연합함대에 의해 개전 1분만에 바다로 가라앉았습니다. 세계 해전사에 남을만한 역사적인 패배로 인해 황제 니콜라이 2세와 강경파 군부들의 야망 역시도 물거품이 되었습니다.

연이은 승전보는 일본을 고무시켰지만 일본의 국력 역시도 1년간의 전쟁 동안 한계를 맞이하고 있었습니다. 결국 러시아와 일본은 루스벨트의 제안대로 종전 협상에 들어가기로 합의했고, 루스벨트는 양국 대표단을 미국 뉴햄프셔의 포츠머스로 불러들였습니다.

일본은 가쓰라 총리의 측근이자 루스벨트 대통령과 하버드 대학 동문인 고무라 외무대신을 보냈고, 러시아는 강경파에 밀려 권력을 잃은 세르게이 비테를 대표로 선정하고 로마노비치 미국 대사가 보좌하도록 했습니다. 이 회담은 각국에서 온 120여명의 취재진들로 북적였고, 전쟁이 끝날 것인지에 대해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었습니다.

일본은 10년 전 미국의 중재로 이토 히로부미와 이홍장이 맺었던 시모노세키 조약과 준하는 결과를 들고 가는 것이 목적이었습니다. 일본은 조선의 독점적 지배, 만주의 러시아군 철수, 요동반도 조차권, 전쟁배상금, 사할린 섬 양도를 조건으로 내세웠습니다. 일본의 요구가 보도를 통해 알려지자 러시아의 여론이 급격히 악화되었고, 협상 결렬 후 전쟁을 재개하자는 의견이 주류를 이루었습니다.

세르게이 비테는 조선, 일본, 만주에 대한 부분은 러시아가 양보할 수 있으나 전쟁배상금과 사할린 섬 양도는 결코 수용할 수 없다고 못박았습니다. 기본적으로 러시아는 자신들이 전쟁에 패배한 것이 아니라 본국이 아닌 원정지역에서 일시적으로 큰 손해를 입은 것에 불과하다는 자세였습니다.

양측이 한치도 물러나지 않자 루스벨트 대통령이 급히 중재에 나섰습니다. 루스벨트는 사할린 남쪽을 일본에게 양도하고 전쟁배상금은 국제재판소에가서 해결하자는 제안을 했습니다. 러시아의 황제 니콜라이 2세는 협상 중지를 명령했습니다. 세르게이 비테는 즉각적으로 황제의 명령을 따르는 대신 루스벨트에게 니콜라이 2세의 지시를 얘기하고 관망적인 입장을 취했습니다.

루스벨트는 일본의 전쟁배상금 요구는 무리한 것이라고 입장을 바꿨고, 세르게이 비테는 사할린 섬의 남쪽 양도까지만을 수용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그리고 러시아 본국에선 니콜라이 2세가 비테에게 회담종결을 다시금 명령했고, 공식적으로 전쟁을 재개하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러시아의 이러한 움직임을 본 일본의 가쓰라 총리는 긴급 내각회의를 소집한 뒤, 메이지 덴노의 결재를 받아 루스벨트의 중재안을 수용하기로 했습니다. 1905년 9월 5일, 회담은 극적으로 타결되어 러시아는 배상금을 주지 않는 대신, 북위 50도 이남의 사할린 섬을 일본에 할양하는 포츠머스 조약이 맺어졌습니다.

루스벨트는 기적이 일어났다며 기뻐했고, 당시 교황 비오 10세는 루스벨트에게 축복을 내렸습니다. 러시아의 황제 니콜라이 2세는 지시를 무시하고 협상을 타결시킨 세르게이 비테에게 백작위를 수여하고 공로를 치하했습니다. 그러나 일본의 분위기는 달랐습니다. 전국에 폭력시위가 일어났고 신문에는 협상 대표를 암살하겠다는 글이 실렸습니다. 결국 가쓰라 내각은 그해 말 총사퇴 했습니다.

가쓰라 총리와 고무라 외무대신은 2년 후 다시 정계에 복귀했습니다. 1909년, 그들은 조선을 병합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린 뒤 대한제국 통감 이토 히로부미를 설득하기 위해 찾아갑니다. 이토 히로부미는 급진적인 병합에 반대하는 대표적인 신중론자 였습니다. 당시 그는 강경파인 야마가타 세력에 의해 정계의 입지가 심각하게 위협받는 상태였고 새로운 동력이 필요했습니다. 이토는 조선 병합에 동의했습니다.

루스벨트는 포츠머스 회담 당시, 자신의 측근 윌리엄 태프트 육군장관을 도쿄로 보내 가쓰라 총리와의 만남을 갖도록 했습니다. 도쿄에서 일본은 조선을, 미국은 필리핀을 지배한다는 가쓰라-태프트 밀약이 맺어졌습니다. 시어도어 루스벨트는 포츠머스 조약 타결 이듬해 1906년 미국인 중 최초로 노벨상을 수상했습니다. 바로 노벨 평화상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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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trieval
19/08/08 14:01
수정 아이콘
개화만 빨랐어도... 그놈의 공자맹자 때문에 우리 의견은 들어주지도 않았네요
크레토스
19/08/08 14:52
수정 아이콘
공자 맹자랑 관련도 없고 더 개화도 빨랐지만 식민지 됐거나 쪼개진 비유럽국가들이 한둘이 아니죠.
후마니무스
19/08/08 19:51
수정 아이콘
공자 맹자는 엄밀히 말하면 현실주의 이론에 가깝습니다.

조선의 성리학은 초기에는 제대로 지켜지는듯 했으나 점차 동력을 잃어갔죠.

특히 말기에 정조 암살 이후 왕실 종친들의 안하무인격의 국정운영이 국운을 달리하는데 크게 일조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뜨뜨미지근
19/08/08 20:56
수정 아이콘
정조 암살이요...?
후마니무스
19/08/09 13:18
수정 아이콘
네.

정조사후 정약용이 심환지가 정조를 독살했다는 식으로 언급하죠.
뜨뜨미지근
19/08/09 20:14
수정 아이콘
누가 언급합니까? 이덕일?
밴가드
19/08/08 14:17
수정 아이콘
시어도르 루스벨트가 평화를 사랑했다는 문구를 읽고는 처음엔 반어법인줄 알았네요.. 동의하기는 힘든 평가인 듯.. 몇년전에 그에 대한 다큐멘타리를 봤는데 거기에 나와 대통령으로써 루스벨트의 리더쉽을 좋게 평가하던 미국 역사가들도 전쟁과 관련해서는 그에 대해 "위험한 인물" "피에 굶주린 인물"같은 평가를 서슴치 않더군요. 루스벨트가 퇴임 후 아마존에 탐험을 갔다가 몸을 크게 망치고 겨우 살아 돌아왔는데 얼마안가 1차 세계대전이 터지고 나니까 미국이 전쟁에 참전해야 한다고 수년간 강력하게 주장을 했었고 심지어는 자기가 몸소 군대도 이끌고 가겠다고 윌슨 대통령에게 부탁도 할 정도였죠.
알테마
19/08/08 14:25
수정 아이콘
루스벨트는 대통령이 되기전 스페인 전쟁을 설계한 해군차관이기도 했고, 러프 라이더 라는 자원병 연대를 조직하고 대승을 거둔 전쟁영웅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당시까지 미국 대통령 중에서 강대국이 보유한 힘의 논리를 가장 잘 이용한 대통령이라고도 평가받습니다. 그러나 그가 세계평화에 대한 신념을 늘 공공연히 밝히고 이를 위해 행동한 것 역시 사실입니다. 다만 그가 가진 세계평화에 대한 신념에서의 중심은 늘 미국이었고 약소국의 입장은 전혀 고려되지 않았습니다.
Love&Hate
19/08/08 14:22
수정 아이콘
제 여친이 친구 친척인데.. 들이대기 전에 친구를 불러서 물어봤습니다.
저 : 친구야 나 현서(가칭)랑 만나도 되냐?
친구 : (깜짝놀라서) 현서가 너 좋대?
저 : 아니 그건 너한테 먼저 허락받고나서 물어보려고. 연락처는 있는데 아직 개인적으로 연락도 안해봤어.
친구 : (휴..) 뭐 말릴 권한이 나한테 있냐 잘해봐라. 잘되면 모모 잘부탁한다. 근데 걔 엄청 콧대높은데 쉽지 않을껄~

그리고 나서 한참뒤에 여친과 사귀게 되고 잘지내고 있었는데
그때 여친이 한국사 검정 준비하고 있었는데, 그때 문득 이 이야기가 생각나서 이야기해줬더니
정말 어처구니가 없어하면서 했던말이
"가쓰라 태프트 밀약이 요기있네??" 라고 했습니다.

본문과는 상관없는 이야기인데, 그 뒤로 가쓰라 태프트 밀약보면 이 추억밖에 생각안납니다 크크


참고로 저도 친구도 친구끼리 마음이 잘맞을때, 다른 여러관계로 엮이는거 그 사람이 누구냐에 상관없이 꺼리는 스타일인데
친구가 시도도 안하고 허락을 받으려해서 막을 명분도 없고 잘 되지 않을 확률이 더 높은거같아서 오케이했다고..
저는 친구가 사귀고 나서 이야기하면 반대할수도 있을거같고, 친구 성격 그런거 알아서 미리 허락부터 받으려고 하면 쉽게 오케이 해줄거같아서 미리 허락받았습니다.
랜슬롯
19/08/08 16:41
수정 아이콘
개화가 빠른것과 선진화는 다른 차원의 문제죠. 설사 조선이 애시당초 쇄국이 아니라 문을 열고 있었다고 한들 일본처럼 근대화에 성공했을 거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당장 일본과 한국은 사실 천지 차이지만요. 일본은 이미 예전부터 조금이나마 포르투칼과의 교류가 있었고, 일본조차도 사실 정말 수많은 조건들이 맞아떨어져서 성공한게 메이지 유신이지, 이걸 단순히 국가차원에서 빨리 개방하고 바뀌자 라고 한다고 한들 가능했을 거라는 생각은 전 솔직히 안듭니다.

한국은 지리적으로 그때 기준으로 보자면 너무 안좋았어요. 앞 중국 뒤 일본. 솔직히 최악의 지리구도 였죠. 루스벨트는 제가 미국역사를 미국 시점에서 배울때는 정말 대단한 대통령이라고 생각했었는데 나중에 조선 입장에서 보다보니까 미워할 수밖에 없는 인물이더군요. 아무튼, 좋은글 잘봤습니다.
19/08/08 17:19
수정 아이콘
그당시 조선은 결과를 알고있는 우리가 가도 답이 안보여요
후마니무스
19/08/08 19:53
수정 아이콘
(수정됨) 아인슈타인과 몇몇 물리학자들을 조선으로 데리고 갔더라면 어땠을까요?

강원도 산골 깊숙한 곳에서 어느순간 핵폭탄이 만들어지는데...
조말론
19/08/08 19:54
수정 아이콘
그럴리가..
19/08/09 00:59
수정 아이콘
핵폭탄은 만들수있다쳐도 그걸 천자총통에 넣어쏴야하는데요
수정자
19/08/09 03:01
수정 아이콘
크크크크
Supervenience
19/08/11 03:44
수정 아이콘
농담이신거죠??
아모르
19/08/08 17:40
수정 아이콘
다른 이름의 루즈벨트 두명이 한반도의 운명을 바꾸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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