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9/08/09 04:31:22
Name aDayInTheLife
Subject [일반] 엑시트 - 재난 영화보단 액션 영화?(약 스포)


솔직히 말해서, 엑시트가 처음에 괜찮은데?라는 얘기가 나왔을때. 저는 반신반의 했습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영화를 재밌게 보고난 지금도, 포스터를 보면 이거 별로일거 같은데.라는 얘기를 할 수도 있을거 같아요. 근데 일단 저는 틀렸습니다. 그거도 제대로요.


엑시트를 보다가 엔딩에 승환옹의 <슈퍼 히어로>가 나올때(이번에 새로 편곡해서 싱글이 나왔더라고요.) 깨달았습니다. '아 이거 슈퍼 히어로물이구나' 그리고 엔딩 크레딧에서 오프닝에 스쳐지나간 이름이 다시 떠오르면서 저는 무릎을 탁 쳤습니다. '아 이거 류승완 감독 스타일인거 같은데?'


저는 제 기준에서 되게 오래된 영화긴 하지만 <아라한 장풍 대작전>을 좋아합니다. 약간 싼티나고 촌스러운 느낌을 극장이 아닌 한참 후의 비디오였나 디비디에서 받긴 했지만요. 류승완 감독 특유의 소시민 내지 루저 히어로와 도심을 배경으로 일어나는 액션 장면을 좋아합니다.

저는 엑시트를 보면서 비슷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촌스럽고 유치하지는 않은 대신, 도심 한복판을 액션 영화의 재료로 써먹는 측면과 청춘 (그리고 반쯤 루저) 히어로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측면에서요.


엑시트의 가장 강력한 부분은 철저하게 장르에 집중했다는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 영화는 재난을 배경으로 한 '액션'영화라고 생각해요. 도심 배경의 클라이밍 영화면서, 여기에 유독 가스라는 시간 제한까지 걸어놓고 있습니다. (유독 가스의 짙은 안개는 배경을 가려주는 제작비 세이브도 같이 해줍니다.) 포스터는 코미디 영화 같지만 실상은 '웃픈' 개그에 가까워요. 나도 살고 싶은데, 남아야하는 부분이나 뭐 좀 잘해보고 싶은데 맘대로 안되는 장면이나 웃기긴 한데 참 웃픈류의 개그에 가깝습니다.

기본적으로 다수의 캐릭터의 군상극으로 흐를 수 밖에 없는 재난영화와 달리, 조금은 이른 시간에 나머지 캐릭터를 지워버리고 철저하게 두 주인공의 탈출과 클라이밍에 집중한 구성이 강력하게 밀고 나가는 영화였습니다.


이 영화 액션씬에서 되게 좋았던 점이 직진성과 구불구불한 클라이밍 장면을 적절하게 섞었던 부분이 아닐까 싶어요. 복기해보면 영화에서 직접적으로 '내달리는' 장면은 거의 세 씬이 끝이거든요. 안개 속, 육교 위, 클라이맥스 직전. 근데 영화를 보고 나면 기억에 남는게 강렬한 '직진성'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영화가 깔끔하게 앞으로 내달리는류의 영화이기 때문이라고 생각이 들더라구요. 무시무시하게 직진하는 영화라서 그런가. 싶은 느낌의.


여름용 영화로 충분히 차고 넘치지만 굳이, 굳이 트집을 잡자면 아무래도 영화가 다루는 재난의 크기와 실제로 전달하는 재난의 크기가 일치하진 않는다는 점이겠죠. 어쩌면 그 강력하게 묘사된 가스 자체가 주인공들에게 가까울 수록 위력이 약해지는 느낌도 있긴 하구요. 근데, 솔직히 말해서 그 안개 속에서 울리는 휴대폰만으로도 재난의 크기가 충분히 전달이 되는거 같긴 해요. 고통받는 피해자 없이도 전화벨 소리 만으로 충분히 인상적인 묘사라고 생각하긴 해요.


루저 스타일의 슈퍼 히어로가 등장하는 강렬한 액션 영화로 되게 보면서 즐겁다.라는 생각이 되게 많이 들더라고요. 클리프행어에 시간 제한까지 걸려있는데, 이걸 영리하게 우회하거나 돌파하는 장면 하나하나가 되게 즐거웠어요. 코미디, 재난 영화라고 접근하기 보단 묘수풀이?식의 액션영화로 재밌게 즐길만한 영화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p.s. 아 조정석은 그래도 클라이밍이라도 했는데.. 나는 스펙이... 크흠..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오리아나
19/08/09 05:31
수정 아이콘
(수정됨) 제작에서 강혜정, 류승완이라는 이름 보고 '어라?' 싶었는데 감독이 류승완 감독 조연출이었다는 얘기 듣고 납득했습니다. 은근히 닮은 구석이 있더라구요.

가스는… 사실 '아니 대체 뭘로 만들었길래 저렇게 넓게 퍼지는데도 효과가 있는데?' 싶었습니다…. 뭐 자체적으로 증식하는 나노머신 같은 것도 아니고 유효 범위가 너무 넓었어요….
aDayInTheLife
19/08/09 09:30
수정 아이콘
엄밀한 재난 영화라기 보단 재난의 형식을 빌려온 영화 같아요.
도라귀염
19/08/09 07:50
수정 아이콘
저는 기대보단 그냥 그랬어요 처음부터 스토리가 너무 뻔하게 예상되서 조정석 특유의 능글능글한 연기보다 진지한 연기가 많이 나와서 그부분이 좀 아쉽긴 했고요
aDayInTheLife
19/08/09 09:31
수정 아이콘
약간 정석적인? 영화 느낌이 강하긴 했죠.
들깨수제비
19/08/09 09:11
수정 아이콘
윤아가 너무 잘 달려서 보는데 시원시원하더라구요.
19/08/09 09:50
수정 아이콘
영화보면서 가장많이한생각이

윤아진짜잘달린다

윤아 길쭉해서 씬이 예쁘게찍힌다

윤아예쁘다

였습니다.
세츠나
19/08/09 10:35
수정 아이콘
전 영화보면서 '와 잘만들었다' 하는 생각을 제일 많이 했네요. 게임으로 나왔으면 GOTY 받았을 것 같습니다.
aDayInTheLife
19/08/09 12:34
수정 아이콘
개인적으로 파쿠르 생각이 나다보니 미러스 엣지 느낌이 나더라고요.
치열하게
19/08/09 13:41
수정 아이콘
저는 한 번 더 보고 리뷰를 쓸까하는데 보면서 라이온킹 생각이 많이 났습니다.
페로몬아돌
19/08/09 12:32
수정 아이콘
클라이밍 고증 디테일이 너무 좋았어요. 작가가 산악부인가 하는 정도로 손 떠는 장면, 카라비너 장면, 매듭법 등 보면서 와 저런거 까지 신경쓰네 했죠. 영화 자체도 너무 잼났습니다.
aDayInTheLife
19/08/09 12:35
수정 아이콘
쵸크, 매듭, 각종 묘수풀이.. 은근 위험요소들을 타개해나가는 맛이 있는 영화 같더라고요. 재난 전문가들도 호평하는 요소가 많구요.
19/08/09 19:30
수정 아이콘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한국판 같은 기분이었습니다.
방구석 찌질이, 벽타기, 줄타기, 마지막은 썸씽타는 여자와 크레인?
19/08/10 12:39
수정 아이콘
저는 정말 별로였네요. 액션도 지루하고 관망하는 것 외엔 기능이 없는 인물들이 쓸데없이 화면을 잡아먹고요. 특히 몇몇 연출(인방... 드론...)은 영화 전체의 격을 떨굴 정도로 최악. 간간히 나오는 아이디어가 재밌던 영화 정도뿐이었습니다.
aDayInTheLife
19/08/10 12:44
수정 아이콘
인방은 저도 갑자기? 싶긴 했네요. 흐흐
매일푸쉬업
19/08/10 16:21
수정 아이콘
최종 700~800만 예상합니다.
희망근로
19/08/21 09:04
수정 아이콘
드론들 모이는 장면은 마치 아이언맨3 오마쥬 느낌이었죠 크크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82178 [일반] [리뷰] '멜로가 체질'을 보고... [24] 리버풀EPL우승8502 19/08/11 8502 1
82177 [일반] 배워서 남주네) 엑셀과 vba를 이용해 공정관리 시트 구현하기 - 2-1 [9] 산양7489 19/08/11 7489 14
82176 [일반] . [64] 삭제됨15013 19/08/11 15013 16
82174 [정치] 광화문광장 재구조화를 둘러싼 서울시와 행정안전부의 2라운드 [54] 아유8811 19/08/10 8811 3
82172 [일반] 퇴직금 적립금 중 3%를 국민연금으로 전환하자는 안이 나왔습니다 [58] 홍승식13168 19/08/10 13168 3
82171 [일반] 박사과정 1년차 생존기 [58] Finding Joe13243 19/08/10 13243 42
82170 [일반] 한국(KOREA)형 게임모델 [30] 성상우7857 19/08/10 7857 4
82169 [일반] 바둑에 대하여 [38] 성상우10091 19/08/09 10091 24
82168 [일반] 그냥 적어보는 군 부대의 인원문제 (feat 유게 7군단장이 흑화한 이유) [73] BK_Zju15286 19/08/09 15286 21
82165 [일반] [일상] 그냥... 날이 더워서 끄적이는 남편 자랑 [125] 초코머핀14203 19/08/09 14203 72
82163 [일반] 네이버 블로그는 돈이 안 되는데 네이버에서는 양질의 글을 원한다. [74] 삭제됨14738 19/08/09 14738 23
82162 [정치] [명단] 8월9일 정부 인사 개각 발표 [133] aurelius17575 19/08/09 17575 3
82161 [일반] 엑시트 - 재난 영화보단 액션 영화?(약 스포) [16] aDayInTheLife6990 19/08/09 6990 1
82160 [일반] 동료직원이 떠났습니다. [82] 예혁17879 19/08/08 17879 70
82159 [일반] 여론참여심사 결과를 알려드립니다. [2] jjohny=쿠마5256 19/08/08 5256 6
82158 [일반] 하승진과 변덕규 리더쉽 [29] 위버멘쉬9623 19/08/08 9623 3
82156 [일반] 팔라우 여행 추천해 드립니다 [37] Jun9119653 19/08/08 9653 2
82155 [일반] 가장 현대적인 장르: 테크노 스릴러 [20] Farce12242 19/08/08 12242 6
82154 [일반] 축구에 대하여 [13] 성상우6404 19/08/08 6404 2
82153 [일반] vs놀이. 남녀 매력어필 신체부위 1등 대회 [76] 삭제됨13334 19/08/08 13334 2
82152 [일반] 반도체와 EUV 이야기 [65] 가라한15802 19/08/08 15802 45
82151 [일반] 러시아, 일본, 미국의 역학관계와 가쓰라-태프트 밀약 [17] 알테마8405 19/08/08 8405 6
82150 [정치] '폴리페서' 논란에 대한 조국 前 민정수석의 대답 [253] Danial19836 19/08/08 19836 18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