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9/08/11 01:42:59
Name 리버풀EPL우승
Subject [일반] [리뷰] '멜로가 체질'을 보고...
보좌관 시즌 1이 끝나고 볼 게 없던 차에 우연히 1화 재방송을 봤습니다. 이거다 싶었습니다. 2화도 역시나 재미있더군요.
이병헌 감독의 첫 드라마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기대 반, 걱정 반이었습니다. '스물'과 '바람, 바람, 바람'은 참 좋았지만, 최근작인 '극한직업'에서의 연출은 관객 수와는 별개로 실망스러웠습니다. 어딘가 하자 있는 인물들을 맛깔나게 꾸며내어 그 매력을 극대화하는 것, 그래서 스토리는 조금 성글지라도 인물 자체에 관심이 가게끔 만드는 이병헌 감독의 최대 장점이 제대로 드러난 작품이 아니라고 느꼈습니다.

그런데 1화를 보고 '스물'에서 느꼈던 '이 대사 누가 썼는지 모르겠는데, 돌I인 건 확실하다.'라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되었습니다. 허구한 날 '잭스하고싶다'만 외치는 '스물'의 세 남주인공에 비해 이 드라마의 세 여주인공과 주변 인물들이 선사하는 아득함도 만만치 않습니다. 첫 화부터 그야말로 '뇌절'의 연속입니다. 뇌절이라는 시대적 트렌드를 잘 캐치하다 못해 '뇌절이 일상이 되어버린 시대의 인물들은 이렇게나 당당하구나!'라고 느낄 정도입니다. 저도 모르게 '요것 봐라. 재밌네, 경영 시켜'라는 말이 나왔습니다.

대사도 참 주옥같습니다. 세 주인공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대화의 티키타카가 예술입니다. 스물에서도 그렇고 3이라는 숫자가 주는 구조적 안정감, 혼자 하면 이상하고, 둘이 하면 쪽팔리지만, 셋이 하면 이상하게 그럴듯해 보이는 3의 오류를 절묘하게 잘 활용합니다. 또, 극 중 직업이 작가인 주인공의 대사처럼 '잘 읽히는(들리는) 쉬운 말'들로 꽉 채워져 있어 하나하나 생각할 필요가 없어 좋습니다. 우리의 일상은 기대와는 달리 대부분의 별 의미 없는 말들로 이루어져 있고, 그 시시콜콜한 단어들 속에서 나름의 의미를 부여할 뿐임을 다시 깨닫게 됩니다.

한 가지 더 이 드라마가 좋게 느껴진 것은 묘하게 '달콤한 나의 도시'라는 드라마를 떠올리게 했기 때문입니다. 누구나 어떤 시절을 추억하게 만드는 글이나 음악이 하나쯤 있을 텐데, 제겐 '달콤한 나의 도시'가 그렇습니다. 일단 음악이 너무 좋았고, 내용도 살랑살랑하니 드라마가 끝나고 나면 연애 세포 뿜뿜해지는 스무 살의 청년이 되던 저였습니다. '나도 최강희 같은 누나를 만날 수 있겠지' 하며 우주의 나이를 되뇌던, 지나치게 자신감 넘치던 그때가 지금은 너무 그립네요.

마지막으로 1화에서 가장 인상 깊은 대사로 마무리합니다. 지금의 제 심정과 너무나도 비슷하네요.
[사랑하지 않겠다는 말은 사랑을 잘하고 싶다는 말과도 같지. 지긋지긋한 연애, 그 고단한 과정을 끝낸 후의 결심과 불과하고. 그런데 그 결심은 별로 힘이 없어.]
이 드라마가 끝날즘엔 제 체질도 개선이 될런지. 모르겠습니다.

p.s. 배우 천우희 선생님,,,너~~무 연기도 잘하고,,아주그냥,,,곱고,,울 동년배들,,,싹다,,좋아라 합디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구동매
19/08/11 02:12
수정 아이콘
너무 재밌더라구요 하하핫
리버풀EPL우승
19/08/11 21:44
수정 아이콘
처음부터 끝까지 매섭게 킬각보는게 통닭천사님 유튜브 보는 느낌도 좀 있습니다.
아이뽕
19/08/11 03:22
수정 아이콘
주연 여배우들 셋이 너무 매력있더라구요. 앞으로 본방사수 예정입니다
리버풀EPL우승
19/08/11 20:16
수정 아이콘
특히 그 다큐멘터리 감독역맡으신분 표정이...크크 제 사촌동생보는거같아서 너무 웃기더라구요.
스킨냄새 풀풀나는게 여자들 사이에서 인기 절정일거 같아요.
레가르
19/08/11 04:33
수정 아이콘
저도 그냥 채널 돌리다가 우연히 1화 재방송보고 이거다 하고 보고 있는데 1,2화 진짜 다 너무 좋았습니다. 주연 여배우들 캐릭터들도 연기들을 잘해서 그런지 참 좋더군요
19/08/11 12:36
수정 아이콘
글 보고 1~2화 몰아서 봤는데 재밌네요. 여배우들도 매력 터지구요..흐흐
살만합니다
19/08/11 14:50
수정 아이콘
한지은 배우 너무 매력적이더라구요 크크 공명은 작품 되게 잘 찾는거 같아요
리버풀EPL우승
19/08/11 21:56
수정 아이콘
그 한승연 닮은 배우 말씀하시는거죠? 연기좀 늘었네하고 봤더니 다른 사람이더라구요. 맹하니 속터지는 연기는 상위호환이라고 봅니다.
Olivier Lenheim
19/08/11 15:00
수정 아이콘
전반적으로 이병헌 감독님 특유의 감성이 있어서 폭소가 아니라 씨익 웃으면서 볼수 있더라구요.
특히 2화 마지막 기타 노래신과 함께 이후에 일어날 일을 삽입하는게 너무 좋더라구요.
리버풀EPL우승
19/08/11 20:19
수정 아이콘
저도요. 티져같은 느낌으로 미리보기 해주니까 기대도 되고, 읭?하는게 안 볼 수가 없겠더라고요.
19/08/11 15:02
수정 아이콘
배우들 인지도가 떨어지고, 기존 드라마랑 다른 느낌이라 시청률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진 못하지만 이병헌 감독의 똘끼 넘치는 대사를 계속 볼 수 있어 너무 좋습니다. 이병헌표 구강액션?에 적응이 안되면 호불호가 갈릴듯 한데 1,2회를 보니 주조연배우들 연기 구멍이 하나도 없고 스토리도 전형적이지 않아서 재밌었습니다.
레가르
19/08/11 15:34
수정 아이콘
보면서 느낀게 예전 청춘시대와 비슷한거 같아요. 유명배우는 없지만 배우들 연기 다 좋고, 내용도 좋고, 매니아층 형성하기 딱 좋은 드라마. 이번 드라마도 청춘시대 볼때 그 느낌이네요
리버풀EPL우승
19/08/11 20:21
수정 아이콘
오 맞아요. 청춘시대. 그것도 JTBC였죠?
느낌이 비슷해요. 다만 조금 더 때묻은 느낌이라는 거.
호박주스
19/08/11 15:36
수정 아이콘
우연히 채널 돌리다가 배우들 연기랑 대사가 인상 깊어 검색해 봤더니 연출이 이병헌 감독이더라고요. 드라마 재밌어요.크크
리버풀EPL우승
19/08/11 21:54
수정 아이콘
예전에 부모님전상서라고 김수현 작가 작품보면서 '정말 대사 맛깔나게 잘 쓴다' 감탄했는데, 이병헌 감독 작품들도 대사가 참 찰진게 좋은것 같아요.
호박주스
19/08/12 00:23
수정 아이콘
김수현 작가와 이병헌 감독은 뭔가 대척점에 있는 인물들 같은데요 띠용
리버풀EPL우승
19/08/12 00:27
수정 아이콘
그런가요? 대사들이 별 의미없는말 궁시렁대는게 비슷하다고 느껴서요.
손연재
19/08/11 21:02
수정 아이콘
정말 정말 재미있습니다.. 인생 드라마 될 것 같아요
리버풀EPL우승
19/08/11 21:42
수정 아이콘
매회 B급감성 단편영화 한편 보는 느낌입니다. 천우희 배우, 이렇게 표정이 많은지도 처음 알았네요.
19/08/11 21:27
수정 아이콘
어제 재밌어서 보다가 오늘 또 재방송 봤는데도 재밌네요 두번째볼때는 안보인게 보이니 신기하기도 하고
능소화
19/08/11 22:58
수정 아이콘
좋은 드라마입니다.
19/08/12 08:38
수정 아이콘
보증금 1000 에 월세 450.

거~~짓~~말

전 여기서 빵 터졌네요
양념반자르반
19/08/12 10:42
수정 아이콘
각 여주의 캐릭터도 확실하고 연기도 잘하고 무엇보다 대사가 너무 좋더라구요...크크
닭장군
19/08/12 15:09
수정 아이콘
홀로가 체질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82178 [일반] [리뷰] '멜로가 체질'을 보고... [24] 리버풀EPL우승8504 19/08/11 8504 1
82177 [일반] 배워서 남주네) 엑셀과 vba를 이용해 공정관리 시트 구현하기 - 2-1 [9] 산양7489 19/08/11 7489 14
82176 [일반] . [64] 삭제됨15014 19/08/11 15014 16
82174 [정치] 광화문광장 재구조화를 둘러싼 서울시와 행정안전부의 2라운드 [54] 아유8812 19/08/10 8812 3
82172 [일반] 퇴직금 적립금 중 3%를 국민연금으로 전환하자는 안이 나왔습니다 [58] 홍승식13168 19/08/10 13168 3
82171 [일반] 박사과정 1년차 생존기 [58] Finding Joe13243 19/08/10 13243 42
82170 [일반] 한국(KOREA)형 게임모델 [30] 성상우7857 19/08/10 7857 4
82169 [일반] 바둑에 대하여 [38] 성상우10092 19/08/09 10092 24
82168 [일반] 그냥 적어보는 군 부대의 인원문제 (feat 유게 7군단장이 흑화한 이유) [73] BK_Zju15286 19/08/09 15286 21
82165 [일반] [일상] 그냥... 날이 더워서 끄적이는 남편 자랑 [125] 초코머핀14203 19/08/09 14203 72
82163 [일반] 네이버 블로그는 돈이 안 되는데 네이버에서는 양질의 글을 원한다. [74] 삭제됨14738 19/08/09 14738 23
82162 [정치] [명단] 8월9일 정부 인사 개각 발표 [133] aurelius17575 19/08/09 17575 3
82161 [일반] 엑시트 - 재난 영화보단 액션 영화?(약 스포) [16] aDayInTheLife6990 19/08/09 6990 1
82160 [일반] 동료직원이 떠났습니다. [82] 예혁17879 19/08/08 17879 70
82159 [일반] 여론참여심사 결과를 알려드립니다. [2] jjohny=쿠마5256 19/08/08 5256 6
82158 [일반] 하승진과 변덕규 리더쉽 [29] 위버멘쉬9623 19/08/08 9623 3
82156 [일반] 팔라우 여행 추천해 드립니다 [37] Jun9119653 19/08/08 9653 2
82155 [일반] 가장 현대적인 장르: 테크노 스릴러 [20] Farce12242 19/08/08 12242 6
82154 [일반] 축구에 대하여 [13] 성상우6404 19/08/08 6404 2
82153 [일반] vs놀이. 남녀 매력어필 신체부위 1등 대회 [76] 삭제됨13335 19/08/08 13335 2
82152 [일반] 반도체와 EUV 이야기 [65] 가라한15802 19/08/08 15802 45
82151 [일반] 러시아, 일본, 미국의 역학관계와 가쓰라-태프트 밀약 [17] 알테마8405 19/08/08 8405 6
82150 [정치] '폴리페서' 논란에 대한 조국 前 민정수석의 대답 [253] Danial19836 19/08/08 19836 18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