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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7/16 00:11
중화 문명을 보면 유독 '치수'를 국가의 근본으로 삼지요. 단순히 '물은 농사에 중요해!'가 아니라 날뛰는 대자연, 강줄기에 적극적으로 맞서 통제하는 것이 지도자의 덕목이란 느낌으로요. 고대 중국 위인의 칭송을 보면 '물을 잘 다스렸다.' 같은 내용이 흔하죠. 뭐 그렇게 노력해도 시대의 한계상 물난리에 휩쓸리는 경우가 많긴 했습니다만.
농경 문명 치고 물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문명은 없지만, 이렇게 공동체의 근본을 '치수'라는 말까지 써가며 물을 통제하는 것에서 찾는 건 꽤 특이하다고 생각합니다. 유럽이야 비교적 고르고 잔잔한 강수량으로 일찍부터 내륙수운이 발달한 지역이고, 이집트만 봐도 나일강의 범람은 일정하게 이루어지고, 농업에도 도움을 주는 축복이라 취급 되지 그렇게 '혹독한 대자연과 살아남기 위해 맞서 싸운다!'라는 느낌은 아니니까요.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21/07/16 01:00
이집트/메소포타미아 문명을 두고 서구인들이 "동방적, 전제적"이라고 외치던 점이 꽤 재미 있지요. 강의 차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
21/07/16 00:17
임계치를 넘어 폭동을 일으킬 만큼 분노한 민중의 에너지를 홍수 같은 자연 재해에 비유한 글을 본 적이 있는데, 황하와의 치수 전쟁이나 국민 통제를 위한 공안 전쟁이나 비슷한 맥락으로 볼 수 있겠네요.
21/07/16 01:02
그것도 좋은 통찰이십니다. 동북아 문화에선 집단을 위해 개인이 희생을 감수하는게 성숙한 성인/건전한 시민의 태도로 여겨지는 점과 이어지는 것 같습니다.
21/07/16 03:56
전편에 이어 이번편도 잘 읽었습니다. 먼가 장편대작의 냄새가 나서 기대중입니다. 다만 중국에서 河는 황하를, 江은 장강(양자강)을 의미하므로 황하강이라는 표현은 단순중복을 넘어 적절치 않은것 같습니다.
21/07/16 08:14
황허와 황허가 중국어 원어 표기와 한국어 표기의 차이인 줄 알았는데 그런 부분이 있었군요. 황하라고 통일하겠습니다. 피드백 감사합니다.
21/07/16 15:06
항허강의 옛 이름이 하(河), 양쯔강의 옛 이름이 강(江)이었죠.
하는 굽어있는 물이라고 해서 可을 써서 河라고 했고, 강은 곧게뻗은 물이라고 해서 工을 써서 江이라 했습니다. 그외의 하와 강으로 들어가는 작은 물줄기들은 수(水)라고 했구요. 삼국지에 나오는 회수 같은게 그런거죠.
21/07/16 18:17
이게 Hangang이냐 Hangang river의 차이냐죠. (Han river는 황강이라 안하니까 논외로 치고)
한국인이 한국어로 한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글이라면 사실 황하강 같은 표기도 얼마든지 사용해도 된다고 봅니다. 원어로는 그런 의미가 있어도 한국어엔 없으니까요. 나일'강', 사하라 '사막', 산스크리트'어' 같은 표기도 따지고보면 다 겹말인데 잘 쓰잖아요? 원어에는 각각 강, 사막, 언어란 뜻이 다 포함돼 있지만, 우리말엔 없으니까요. 어차피 중국에서도 강이나 하는 애저녁에 일반명사가 되기도 했고요.
21/07/16 08:53
이집트는 사막이어서 중동, 북아프리카 문명을 통합 못했던건지...나일과 유프라테스를 지배하여 하나의 문화로 만든 건... 그리고 지금까지도 이어 온 건 이슬람이었으니...
21/07/16 11:04
좋은 글 감사합니다
인간의 사고방식은 본인이 처한 환경에 의해 지배받는다는 얘기를 여러 글에서 봤는데 황화 쯤 되는 거대한 자연 앞에선 인간 개개인 뿐만 아니라 집단에 동질감을 부여하기도 하는군요 인류 문명의 시작은 단순히 사람들의 뜻이 맞아서 생긴게 아니라, 자연이라는 천재지변에서 살아남기 위해 강제로 발생했을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긴 먹을께 풍부하고 기후가 온난한 지역이면 굳이 문명이 발생할 이유도 없었겠죠
21/07/16 12:09
근데 의외로 문명의 발상지인 중동은 지금이나 사막이지 5천년 전에는 그야말로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이었습니다.
일단 그 정도로 비옥하지 않으면 문명을 일으킬 정도로ㅗ 많은 사람이 모일 수도 없는듯
21/07/16 13:00
이제 꽤 대중화된 총균쇠에서 지적하듯이 최초의 문명들은 대부분 그당시 온대기후에서 발생했습니다. 지금은 지력이 쇠해서 그렇게 보일 뿐이지
21/07/16 12:49
나일강과는 어떻게 다를까요?
헤로도토스는 나일강이 이집트의 축복이고, 이집트 사람들은 농사를 편하게 짓는다고 기록했다던데.. 주기적 범람 뒤에 씨뿌리면 자란다는 식이었다고 기억합니다.
21/07/16 19:18
예측 가능한 재난이냐 아니냐가 큰 것 같습니다.
나일강의 범람은 이걸 기준으로(천문학과 결합하여) 역법으로 쓸 만큼 매년 일정한 시기에, 주기적으로 범람했습니다. 범람을 하면 상류에서 엄청난 토사를 쏟아 붇는데, 이것이 땅의 지력을 회복시켜주지요. 화학 비료 발명 이전엔 인위적으로 땅의 지력을 회복시킬 방법이 없어서 한 번 농사 지은 땅을 몇 년씩 놀려놓는 등 농업 생산력이 지력에 달려있었는데, 이집트는 이 지력 제한을 매년 나일강이 리셋시키고 땅도 영양이 풍부해지니 농사가 굉장히 잘 될 수밖에 없죠. 또 범람 자체가 언제 일어나는지 뻔하니 범람하지 않는 시기에 농사를 짓고, 범람이 일어나는 시기엔 안전지대로 이동하면 그만이었습니다. 마찬가지 이유로 중국도 황하 유역은 굉장히 비옥한 땅이었습니다. 괜히 문명이 일찍부터 들어선 게 아니에요. 툭하면 예측 불가능한 성난 강이 가옥이고 농지고 다 때려 부쉈다는 게 문제지. 범람이 끝나면 강줄기도 조금씩 바뀌고, 토사도 지멋대로 붙으니 땅 모양은 이전과 판이하게 달라집니다. 땅 자체 모양도 달라져, 표식이나 뭘 세워 놔도 범람하면 다 쓸려가, 여러모로 토지 소유권 문제가 복잡해지고, 심한 분쟁이 일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또 황하보다야 낫다지만 어쨌든 대자연인지라 평소보다 심하게 홍수나면 원래 침수 안되던 부분까지 다 쓸어가, 범람 수위가 낮으면 토사 유입이 잘 안 돼서 농사를 망쳐, 여러 문제가 생기니 이 모든 것을 한 번에, 통합적으로 관리할 중앙집중적 제정일치 사회가 들어섭니다. 그 꼭대기에 있는 게 파라오죠. 파라오는 모든 땅의 소유자이자 강을 통제하는 종교 사제입니다. 범람 잘 하라는 제사를 주관하고, 노동력을 동원해 제방, 수리시설을 만들어 물을 통제하고, 범람이 시원찮아서 가뭄 나면 이전에 쌓아뒀던 세금으로 구휼하고, 범람 시기에 일거리가 없는 민중을 고용해 피라미드나 스핑크스를 만드는 일종의 고대판 뉴딜정책을 시행하기도 하지요. 어쨌든 언제 폭주해서 모든 것을 쓸어버릴지 모르는 황하와는 다르게, 나일강은 체계만 갖추면 어느정도 인간이 안정적으로 이용해 먹을 수 있습니다. 물론 결국 물줄기 자체는 인간의 손을 벗어난 일이니, 나일강 범람이 화끈하면 이집트 문명은 번성하고, 가뭄이 들면 불만이 쌓이고 쇠퇴하기도 했습니다. 어차피 아스완 댐 짓고 난 지금이야 별 의미 없는 일이지만요. 범람을 안하니 이전에는 겪지 못했던 지력 고갈 문제 등이 생겼다 하더라고요.
21/07/16 22:22
요순시대가 태평성대이자 선양의 모범적인 사례로 언급되긴 한데, 죽서기년이라는 역사서를 보면 순임금이 찬탈을 한 뒤에 요임금을 유폐시킨다는 내용이 나오기도 하죠. 물론 위작 논란도 있어서 사실 여부는 판단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다른 시각으로 생각해볼 여지가 있지 않을까 싶네요.
21/07/16 22:30
뭐 남북조시대의 선양의 흔한 패턴이네요...크크 아니지 유폐정도면 그나마 온건한건가...저시기는 목을땄으니까...
그리고 애초에 그런 전설이 있다 정도이고 그걸 이용해먹은거죠 권신들이 날먹할려고...정통성까지...
21/07/16 15:26
좋은 글 감사합니다. 재밌게 읽었어요. 윗분들 말씀대로 대놓고 ‘치’란 단어에 물 수가 숨어있는게 이런 의미였군요.
21/07/16 19:17
중세 유럽인들도 로마문명의 후계자라는 의식을 갖고 있었죠. 진짜 로마인 동로마 제국은 물론, 신성로마제국의 게르만인들과 라틴 지역의 프랑크인들도 모두 로마문명을 계승했다는 로마 뽕을 하나씩 갖고 있었습니다.
동로마 제국이 이슬람에게 멸망당하고 나서는 슬라브인들도 동로마제국을 계승했다는 로마 뽕을 가지게 되었구요. 그런데, 유럽이 중국과 다른 점은 로마 문명을 계승하면서도 철저하게 중세 봉건국가 -> 근대 국민국가의 형태로 수십,수백여개의 정치 단위로 분리되어 나뉘어져 있습니다. 반면에 중국은 거대한 제국으로 정복되어서 통합되어있었구요. 저는 이런 '과도하게 분열된' 유럽과 '과도하게 통합된' 중국의 차이를 북방 유목민족의 존재여부로 보고싶네요. 아무튼, 중국에 관한 좋은 글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21/07/17 14:25
유럽에 비해 중국은 강력한 치수에 대한 필요로 중앙집권화되었다는 말이 있죠.
마침 중부유럽의 기록적인 호우와 홍수 뉴스를 들으며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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