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국민에게 기쁨과 희망을 안겨주었던 토리노 동계올림픽이 끝난지 이제 한달이 조금 넘
었습니다.

쇼트트랙에서 엄청난 선전으로 우리나라는 높은 종합순위를 기록했고 안현수(편의상 존칭은 생략합니다.)와 진선유는 3관왕이라는 대위업을 달성하였습니다. 불과 한달전쯤의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떻습니까....

얼마전 폐막한 ISU세계 쇼트트랙 선수권대회에서의 사건때문에 쇼트트랙이란 효자종목이 집중포화를 맞고 있군요.

파벌싸움이란 사건말입니다.

그 사건의 중심에 서 있는 안현수는....네티즌들에게 '안톤수' '안혀수'라는 비하를 듣고 있구요.

정말 참담한 심경입니다.

제 일이 아닙니다. 제가 비난받는 것도 아닐진데, 제가 10년 동안 열정을 불살라왔던 종목이 자랑스런 금메달로 인한 것이 아닌, 파벌싸움으로 언론의 집중조명을 받고 있다는 것이, 이 상황이, 제가 지금까지 10대를 고스란히 바치고 20대 초반을 바친 이 종목에 회의감이 들게합니다.

오늘, 정말 인터넷이 무서운 공간이란걸 알았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면서, 그 상황이 어떤 상황인지도 모르면서, X가지가 없네 뭐네 하며 안현수를 비난하는 사람들..그리고 그 속에서 안현수를 옹호하려 애쓰는 사람들..

저보다 어린. 저도 아직 어리고 젊은 사람인데. 다른사람에게 비난 비슷한 말 한마디 들어도 상처가 되는데, 겨우 22살에 쇼트트랙의 역사를 바꾸었던 한 선수는 지금 심경이 어떨까요.

아무리 봐도 고의적인 상황이 아니었습니다. 반칙으로 인한 실격은 그 선수의 비열함을 나타내는 것이 아닙니다. 왜 반칙이 비열한 짓입니까. 반칙상황에서 실격을 안 받았다면 모를까..분명 실격판정을 받음으로서 대가를 치루었음에도 불구하고 한때 대한민국의 영웅이었던 한 청년은 더이상 영웅의 칭호로 불리기 어려워졌습니다.

파벌싸움을 선수들이 했습니까. 선수들이 했다면 네티즌들 욕하는게 이해라도 갑니다. 그러나 하루 열 시간씩 하고 싶은 것 못하고 자고 싶은 것 못자고 운동한 선수들을, 평생 노력이라곤 자기들 발가락에 때만큼도 못한 열등한 종자들은 오늘도 내일도 씹어대겠지요.

비난을 받을것은 빙상연맹이고 어른들입니다. 그들의 무능함과 수수방관을 욕해야 할진데, 이제 겨우 20대초중반인 어린 선수들이..자신의 일평생을 불살라왔던 작은 영웅들이 무슨죄가 있습니까.

그는 자신의 속도를 제어하지 못했을 뿐입니다. 겨우 그 잘못입니다. 국제대회에 수없이 출전했던 그가..실격될것을 뻔히 알면서도 이호석을 일부러 넘어뜨리려 했을까요?

정말 제가 그와 친하다면, 밤새도록 소주라도 한 잔 하면서..이런말을 해주고 싶네요.

'누구도 못했던 일을 해냈고, 누구보다 더 위대해졌어. 다른사람들이 하는 말은 신경쓰지마. 아무리 사람들이 널 깎아내리고 비난해도 니가 이룬것은 변하지 않아. 앞으로 니가 걷는 한 걸음이 한 종목의 역사를 바꿀거야. 그리고 힘들때 뒤를 돌아보면 너의 질주를 보려 밤새던 국민들이 있어. 힘을 내. 이미 너의 존재 자체가 쇼트트랙의 역사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