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하루에 두개나 글을 올리는 횡포를 부려 죄송합니다.

그럼 사과를 마쳤으니 본론으로 후다닥~

전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것만 하고 싶어하는 성향'이 굉장히 강한 편입니다. 이걸 뭐 오탁후 기질이라고 해도 좋고, 사회성이 부족한 전형적인 공돌이라고 해도 좋습니다. 다만, 제가 단순히 '게을러서' 그런 것은 아닙니다.

좋아하는 것이 게임/광합성/수다떨기/일하는 자체/협동해서 뭔가 해낸 뒤 맥주한잔/일해서 남들보다 앞서기 등등등.. 이라면.. 싫어하는 것은 단연 가사노동입니다. 가사노동이란 것이 뭐 밥하고 빨래하는 것으로 좁게 정의할 필요는 없고, 모든 종류의 Maintenance 개념의 행위를 극도로 싫어합니다. 한다고 나아지는 건 하나 없고, 안하면 티나는 그런 것들 말이죠. 그래서 전 가감없이 말씀드릴 때, 밥먹는 것도 싫어합니다. 안먹으면 죽으니까 먹을 뿐이죠. ( 개인적으로 돼지고기와 닭고기, 에스프레소와 모카도 구별하지 못할 정도의 미맹인 것도 영향은 있었겠지만요 ) 그래서 전 누군가 권하지 않을 경우, 일주일이고 열흘이고 맨밥만 먹은 적도 있고, 요즘도 하루에 두끼먹으면 많이 먹는 편입니다.

자자자... 그런 제가 당연히 요리와 설거지는 더욱 싫어하겠죠.

근데 문제는, 전 애딸린 유부남이라는 점입니다. 그것도 완전히 가부장적인 사고방식을 체화하지 못한, 머리만큼은 완전히 여성부에서 좋아할만한 남성이죠.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머리로 결론을 내리는 제 성격상, '모든 집안일은 50대 50으로 하는거야~ 약속~' 이라는 말을 7년전에 해버렸고, 아이가 태어나기 전까지는.. 솔직히 아이도 태어나고 외국 나와서 양가 부모님의 노동 원조가 끊긴 지금에 비하면 애들 장난이었기 때문에 제법 약속을 지켜왔었습니다.

다가오는 위기 : 제 아내는 저보다 꼬박꼬박 두배씩 돈을 벌던 당찬 아줌마였던 데다가, 아이도 갖고싶고 제 공부도 도울겸 2년간 집에 있었지만 이제는 다시 공부를 시작하려는 참입니다. 사실 많이 고맙죠. 저런 희생은 정말 쉬운게 아닙니다. 당연히 이제 갚아 줘야죠.

근데.. 아까 말씀드렸듯이, 전 정말로 가사노동이 싫습니다. (물론 제 아내도 싫어하긴 하죠) 저녁에 서너시간씩 돕는 것에서 받는 스트레스가 너무 심해서 끊었던 담배를 다시 피우기 시작한지 어언 1년이 됐네요. 물론 이게 원인이라고는 아무에게도 얘기 안했지만요. 남들은 월요병이라고 하지만, 전 금요일이 두렵고 월요일은 한없이 반갑습니다.

참으로 어려운 문제입니다. 도의적으로는 뭐가 옳은지 너무 자명하지만, 실천하기는 너무 어렵단 말이죠.

제가 응당 해야할 부분의 70% 만 하면서, 매일 애꿎은 담배만 뽀개면서, 설거지와 청소가 필요하게 세상을 창조한 브라흐만 아저씨라도 저주하면서 살것 같습니다.

파출부 아주머니를 쓰기위해서라도 전 출세해야합니다. 출세욕의 주요 원인이 파출부인 사람은 아마 그리 많이 않겠죠? 전 나름대로 개성적이군요. 흑흑흑

안구에 습기가 밀려옵니다.

ps: 사실 집안일을 50대 50으로 한다고는 하지만, 이게 진짜로 궁합이 잘맞는 부부를 빼면 완전 허상에 지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집안일이라는 것은 객관적으로 양이 정해져있는 것이 아니라, '저정도면 청소해야겠는걸?' 이라는 주관적 판단에서 비롯되는 부분이 절반 가까이 되기 때문입니다. 즉, 제 생각에는 안해도 되는 일인데, 저쪽은 해야한다고 생각할 때가 있는거죠. 반대도 마찬가지구요. 그럴 때 그 애매한 일을 50대 50으로 나눈다는 것은, 의외로 어려운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