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리온의 우승으로 1516 시즌이 끝이 났습니다. 시즌이 끝났다는게 아직 실감이 안되긴 합니다 흐흐흐
막상 파이널 리뷰를 쓰자니 많이 떨리네요. 부족한 필력 때문에 안 쓰고 싶지만 이미 얘기한 것도 있고, 그리고 댓글을 통해 경기내 전술에 대해 보다 더 자세히 알고 싶어서 부족하나마 리뷰를 작성해 봅니다 그리고 파이널 리뷰와 함께 지난번에 같이 올리지 못한 상위 4개 팀의 리뷰도 올립니다 :)
<파이널 리뷰>
1. 시리즈 시작 전
오리온은 4강에서 모비스를 스윕하고 올라온 상태. 4강 1차전이 몹빠인 저에게 큰 충격이었습니다. 전반전에 의외로 모비스가 밀리지 않으면서 보던 몹빠들이 ‘오리온이랑 합이 맞네? 가능성 있는거 아냐?’라고 생각하고 있을 때, 이번 플레이오프 최고의 한 수 라고 생각하는 수가 3쿼터 시작하면서 나옵니다. 바로 최진수를 양동근의 수비로 붙인거죠. 최진수는 ‘운동신경은 있지만 가로 수비가 안된다’는 이미지가 강합니다. 하지만 애초에 사이즈에서 상대가 안되는 양동근을 상대로는 스텝이 한두발 늦어도 긴 리치와 운동신경으로 커버가 가능했고, 결정적으로 모비스의 핵심 공격전술인 양동근의 2:2 게임도 봉쇄 할 수 있었습니다. 스위치를 해봐도 헤인즈/문태종/김동욱이거든요. 이 깜짝 카드를 통해 1차전을 신승하고 기세를 몰아 2, 3차전까지 오리온이 내리 따냈습니다. 최진수 카드가 파이널에서 추일승 감독이 보여줄 전술들의 맛보기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KCC는 KGC를 상대로 이정현-마리오 더블캐리에 3차전을 내주긴 했지만, 큰 이변없이 3:1로 승리하였습니다. 정규시즌 막판 파죽의 12연승을 달릴 때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추승균 감독이 하승진 활용법을 완벽하게 터득한 것 같다는 느낌이었습니다. 기존에는 하승진이 상대 외국인선수를 상대하면서 몸에 무리가 오거나, 상대 국내 선수들의 거친 플레이들이 누적되면서 결국 시즌 후반부에 부상을 달고 폼을 풀 핏 유지하는데 실패했다면, 이번 시즌 막판에는 하승진을 페인트 에어리어 끝에 자주 세워놓더라구요. 물론 팀에 전태풍과 에밋이라는 스코어러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긴 합니다만 하승진이 하이에 가까운 위치에서 일종의 컨트롤 타워/징검다리 역할을 해주는 활용법이 무척 인상깊었고 실제로 효율도 어마어마 하더군요. 키가 워낙 크니 그 위치에 있어도 공격 리바운드 가담이 가능하구요. 6강 플레이오프 기간을 지나면서 ‘혹시나 하승진의 컨디션이 떨어지진 않았는지’, ‘6강에서 라틀리프-김준일을 잘 막아냈던 로드-오세근이 수비에 성공할지’ 궁금했는데 4강에서 KGC의 포스트를 그냥 박살내는걸 보고 저도 각종 언론을 통해 공개된 농구 관계자들의 전원일치 예상처럼 KCC의 압승을 예상했습니다. ‘장신포워드가 아무리 많아도 에밋과 하승진을 동시에 막는건 불가능하다’라고 말이죠.
2. 1차전
최종 스코어
(1승)KCC 82 : 76 오리온(1패)
경기가 시작되자마자 오리온은 에밋 수비 전술을 꺼내들었습니다. 기사를 통해 알려진 바에 따르면 ‘1.에밋을 [한쪽 방향으로만] 돌파하게 유도 2.에밋의 주득점은 페인트 에어리어 부근에서 이뤄지기에 [퍼러미터에서 헬프 수비]를 들어간다 3.하승진은 이승현이 마킹하며 포스트업 상태로 볼이 투입되면 하승진이 돌아서지 못하게 하승진이 볼을 잡는 즉시 헬프 4.전태풍-김효범-에밋-하승진 외 한자리는 김태술-신명호-정희재-김태홍 등이니 새깅’. 결과적으로 오리온이 시리즈를 대파하였기에 성공이 아주 당연한 전술로 보이지만, 사실 이게 말도 안되는 전술이죠. 이승현이 하승진을 시리즈내내 묶어낸 말도 안되는 공헌은 차치하고, 에밋이나 하승진에게 더블팀을 들어갈 때 그 빈자리를 40분내내 다른 3선수들이 로테이션으로 실수없이 메꿔준다는게 이론적으로나 가능할법한 소린데 이걸 해낸겁니다. 이 전술의 해법은 역시나 4번에서의 대놓고 새깅 당하는 한자리에 있죠. 2~3쿼터에 외국인선수가 2인동시 출전 할 때 이 부분이 공략되었어야 했는데, 2쿼터에는 힐이 헤인즈를 압도하지 못합니다. 전반전 종료 스코어는 26:34였지만 이는 오리온의 슛감이 2점슛 47.2%, 3점슛 28%로 좋지않아서 그랬을뿐 1차전 이후의 슛감이었다면 역시나 압도적인 점수차이가 났겠죠. 에밋 잡는 저 전술외에 또 놀라게 했던 것은 오리온의 제공권 장악입니다. 다른 부분이야 뭐가 어쨌든 제공권만큼은 KCC가 가져갈거라고 보았는데, 오리온은 5명의 선수 전원이 리바운드 다툼에 참여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러니 롱 리바운드가 떨어져도 오리온 볼, KCC가 바깥으로 쳐내도 오리온 볼, 주인없이 볼이 흘러나와도 오리온 볼. 문제는 그런 상황에서 후속으로 속공과 얼리오펜스가 나온다는겁니다. 오리온의 포워드들도 힘들겠지만 상대적으로 KCC보다 자신들이 빠르다는 것을 처절할 정도로 이용했습니다. ‘내가 이정도로 힘들면 쟤네는 죽을꺼다’라는 마인드랄까요.
아무튼 1차전 전반이 ‘에밋 봉쇄-제공권 장악-속공’ 3가지가 모두 성공적으로 이뤄진 오리온의 리드로 끝이 나고, 팬들이 혼란해질 무렵 3쿼터에 결국 힐이 터집니다. 힐의 매치업은 문태종/헤인즈이기에 힘과 높이에서 상대가 되질 않죠. 자연히 힐의 득점이 들어가니 다른 선수들도 수비의 타이트함이 다소 풀리고 이는 에밋이 후반전에 18득점을 넣는 결과를 가져옵니다. 그리고 4쿼터 5분이 남은 순간. 경기가 KCC 쪽으로 크게 요동칩니다. 김민구가 2연속 3점을 성공시키면서 35분내내 뒤지던 경기를 KCC가 따라잡은거죠. 직후 문제의 김민구-문태종의 충돌이 일어났고, 분위기가 전환되나 싶은 순간에 나온 결정적인 오심. 이현민이 전태풍이 3점을 시도할 때 건드렸다는 콜이 나왔는데, 이는 경기내내 바디터치에 일관되게 관대하게 콜을 했으며 심지어 리플레이를 봐도 스쳤는지 명확히 알 수도 없었습니다. 이 콜이 1분 30초간 3번의 공격에서 9점을 넣는 것으로 연결되면서 경기를 뒤집었기에 아쉬운 판정이 되었고, 결국 경기는 82:76으로 KCC가 승리하였습니다.
3. 2차전
최종 스코어
(1승 1패)KCC 71 : 99 오리온(1승 1패)
1차전이 끝나고 장외에서 김민구-문태종 충돌건으로 시끌시끌 했습니다. 아마 양 팀 선수들에게 영향이 없지 않았을텐데요. 충돌건과 관련이 있는지 없는지는 알 수 없지만, 2차전부터 눈에 띄게 소프트콜이 사라진 느낌을 받았습니다. 아무래도 벌떼 같은 다수의 장신포워드들을 포스트에서 상대해야 하는 KCC에게 불리해진 측면이겠죠. 힐은 2~4차전동안 오리온의 터프한 수비와 이를 불어주지 않는 콜 때문에 정상적인 플레이가 불가능 할 정도로 예민해 있었고, 인성 좋기로 소문난 하승진마저 이승현을 패대기치는 비신사적인 파울을 할 정도로 답답해 했습니다. 어쨌든 2차전 전반은 전태풍이 전반에만 9득점, 에밋과 힐이 각각 10득점, 하승진이 8득점을 하면서 마찬가지로 막혀있던 슛 맥(?)이 터진 오리온을 상대로 43:48로 대등하게 붙습니다. 그리고 여기에서 시리즈 전체의 운명을 좌우한 터닝포인트가 발생하는데요. 시리즈 시작전 미디어데이에서 잭슨을 도발했던 전태풍. 그로인해 1차전에서 잭슨은 전태풍을 상대하다 파울아웃으로 자멸했고, 2차전 전반에도 극도의 흥분상태로 경기를 뛰었습니다. 하지만 하프타임때 대체 어떻게 컨트롤 한 것인지, 3쿼터에 잭슨의 쇼타임이 벌어집니다. 전태풍을 찍어 누르겠다는 마인드로 지나치게 1:1을 고집하던 전반과는 달리 돌파 후 슛 감이 좋은 팀원들을 우선 살려주는 플레이를 하면서 2쿼터 종료시 5점이던 차이가 3쿼터 종료 후 17점 차이로 벌어지게 됩니다. 팀원들을 살려주는 플레이를 하면서 KCC의 수비를 헝클어 놓던 잭슨이 3연속 3점을 성공시키는 장면은 2차전의 실질적인 마침표였습니다.
4쿼터에도 오리온의 맹공은 멈추지 않았고 경기는 71:99 오리온의 압승으로 끝납니다. 여기서 KCC 팬분들이 많이 아쉬워 하는 부분이 추승균이 3쿼터 막판 하승진을 빼는 것으로 시작해 4쿼터 초반에 백기를 들어버린 점입니다. 어차피 가비지 타임이니 체력관리라도 해주겠다라는 의도는 잘 알겠지만, 하루걸러 경기가 계속되는 파이널에서 아무리 가비지라도 저러면 안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많았고 결과적으로 시리즈를 완패하면서 시리즈내내 KCC 팬들이 아쉬워하는 부분이 되었습니다.
열광적인 전주 어웨이 경기에서 1승을 따낸 2차전이 시리즈의 향방을 갈랐다고 보입니다. 1차전에서 리드하다 역전패를 당했고 홈경기가 3번밖에 없기에 반드시 어웨이에서 승리를 따내야만 하는 상황에서 부담이 컸을텐데, 잭슨이 각성하면서 2차전을 대승으로 이끌었고 남은 시리즈에서의 부담을 덜 수 있었습니다.
4. 3차전
최종 스코어
(1승 2패)KCC 70 : 92 오리온(2승 1패)
고양으로 온 3차전. 2차전을 통해서 김태술은 공수에서 해답이 될 수 없음을 느낀 추승균 감독은 3차전에 주전 4인외 한자리에 잭슨이 나올 땐 신명호, 헤인즈가 나올 땐 송교창-정희재를 기용합니다. 잭슨이 코트에 있을 때는 잭슨부터 틀어막으면 된다는게 2차전 2쿼터에서 보였었죠. 하지만 2차전에 감을 잡은 오리온의 포워드진은 잭슨 죽이기를 보고만 있지 않았습니다. 신명호가 철저하게 페이스 가딩을 하지만 다른 포워드들의 외곽포가 불을 뿜으니, 추승균 감독은 ‘신명호로 잭슨 잡을래, 신명호 빼고 공격에서 활로를 찾을래?’라는 선택을 강요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 이게 난감한 것이 신명호를 빼면 잭슨 본인이 넣고, 잭슨을 막아도 포워드들이 넣어줍니다. 따라서 어차피 점수를 줄거라면 공격에서라도 활로를 뚫어봐야 한다는 생각으로 후반에는 신명호 대신 송교창-김민구를 기용합니다. 하지만 에밋이 더블팀이 왔을 때 내주는 타이밍은 계속 한박자 늦는데 국내 선수들은 에밋만 바라보고 서 있고, 리바운드는 여전히 속수무책으로 내주니 결국 오리온의 공격만 흠뻑 얻어맞으면서 점수 차가 계속 벌어집니다. 그렇게 4쿼터는 또 한번의 가비지 타임이 되어버리고..
5. 4차전
최종 스코어
(1승 3패)KCC 86 : 94 오리온(3승 1패)
2~3차전을 내리 완패하며 전술적인 해결책이 반드시 필요해진 시점. 추승균 감독의 선택은 신명호였습니다. 사실 오리온의 더블팀 전술의 정석적인 해법은 외곽슛이 맞습니다. 단지 KCC 가드들의 사이즈의 문제와 슈터들의 감이 좋지 않았던 것일 뿐. 그런 상황에서 신명호가 나오면 대놓고 새깅을 당하면서 오리온을 편하게 해준다는걸 알면서도 추승균은 결국 경기의 키를 잭슨이라고 분석한 듯 합니다. 4차전 역시 전반전은 44:41로 KCC가 대등한 경기를 펼칩니다. 인상적이었던건 1쿼터에 김효범이 적극적으로 드라이브인을 하면서 뭔가 해보자는 파이팅을 보여줬던 모습이었습니다. 전태풍의 슛감은 비록 팀은 완패하지만 파이널내내 불을 뿜었구요. KCC의 승부수였던 신명호가 3점슛 1/5를 기록하면서 ‘역시 공격에서는 안되는가’라는 생각을 하게 했다면, 3쿼터에 3방을 연달아 꽂아넣으면서 오리온 수비에 균열을 만듭니다. 신명호의 외곽이 터져주니 수비는 외곽까지 퍼져야 하고 그 빈틈을 에밋과 힐이 공략하는 선순환의 시작. 3쿼터는 4경기동안 가장 좋은 KCC의 흐름이 아니었나 합니다.
하지만 결국 승자는 오리온이었는데요. 4쿼터를 5분이나 남기고 신명호가 파울아웃 됩니다. 잭슨의 4쿼터 득점은 11점이었는데, 이게 모두 신명호 나간 이후에 기록한 득점입니다. 그만큼 신명호가 잭슨을 잘 막으면서 실점을 억누르고 있었다는 얘기죠. 신명호가 나가면서 잭슨에게 유린당하고 최진수에게 쐐기 3점을 맞으면서 경기가 기울게 됩니다. 종료 직전에 나왔던 최진수의 세레모니성 덩크도 화제가 됐었죠. 최진수가 KCC벤치나 선수들에게 직접적으로 도발한게 아니기에 이건 KCC가 5차전에서 송교창이 맞덩크로 맞불 놓은 것처럼 코트안에서 실력으로 되갚는게 맞다고 봅니다.
6. 5차전
최종 스코어
(2승 3패)KCC 94 : 88 오리온(3승 2패)
3패로 벼랑 끝에 몰린 KCC. 홈인 전주로 돌아온만큼 반격이 기대되는 경기였습니다. 4차전에서 신명호가 좋은 모습을 보였지만 5차전에서는 신명호를 배제합니다. 추승균 감독이 어떤 생각에서 신명호를 배제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4차전에서의 슛감이 뽀록’이라고 생각했을 수도, 아니면 반대로 ‘신명호가 그렇게까지 해줬는데도 결국 경기를 졌으니 이건 답이 아니다’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습니다. 어쨌든 추승균 감독의 5차전 전술은 전태풍-김효범-에밋-하승진 라인업을 풀타임에 가깝게 돌리고 남은 한자리를 각각 ‘외곽지원’과 ‘키와 탄력을 이용한 포스트지원’에 특화된 김지후와 송교창에게 맡기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송교창의 중용은 신의 한 수가 되죠.
1쿼터부터 KCC의 공격이 폭발합니다. 전태풍은 11득점으로 에밋의 부담을 덜어줬고, 김효범은 4차전처럼 수비와 적극적인 드라이브인을 통한 스페이싱 등으로 팀에 기여를 합니다. 무엇보다 에밋이 드디어 오리온의 헬프 타이밍에 적응을 하여 무리한 1:1과 볼 소유를 줄이고 코트 전체를 보기 시작합니다. 에밋의 5차전 기록은 38득점에 2점슛 12/18, 자유투 11/12입니다. 슛을 보다 확실한 상황에서만 던지고, 대신 던질 때는 확실히 메이드를 시켜주던지 파울을 유도해 냈습니다. 전반내내 맹폭격을 가한 결과 55:37로 크게 리드를 합니다.
문제는 하프타임에 재정비를 하고 나온 오리온이 3쿼터를 지배했다는거죠. 전반에 어딘가 어수선하고 몸이 무거워 보였던 수비도 다시 가다듬었고, 무리하게 1:1을 시도하던 헤인즈와 잭슨이 다시 2~4차전처럼 팀원의 찬스를 보기 시작합니다. KCC가 정신차리지 못하는 사이 70:68이 되어 있었고, 결국 4쿼터에 역전을 허용합니다. 이후 일진일퇴 공방을 거듭하다 45초를 남기고 KCC 2점차 리드 상황에서의 공격. 45초에 2점차는 후반전 오리온의 경기력을 봤을 때 점수 차가 느껴지지 않는 상황인데 김효범의 미들슛이 실패합니다. 그런데 송교창이 돌고래처럼 튀어올라-식상한 표현이지만 이보다 더 적합한 비유가 없는 것 같습니다- 가볍게 팁인에 성공합니다. 2점차와 4점차는 느낌이 다르죠. 거기에 종료 3초전 문태종의 파울로 경기가 멈춘 상황에서 4차전 최진수의 덩크를 되갚아 주는 덩크까지 작렬. 신명호를 대신해서 추승균이 선택했던 송교창 카드가 팀의 승리는 물론 분위기까지 반전시켜 주면서 벼랑 끝에서 탈출한 KCC였습니다.
7. 6차전
최종 스코어
(2승 4패)KCC 86 : 120 오리온(4승 2패)
경기전 추일승은 파훼 된 것으로 보이는 에밋 방어법에 대해 하나의 카드가 더 있다고 하였는데, 농알못인 저는 알아보지 못했지만 기사에 따르면 그 카드가 ‘변형 3-2 드랍존’이었다고 합니다. 김지후는 스타팅으로 나와 1쿼터에만 9점을 넣으면서 좋은 출발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그 외 선수들에게서 턴오버가 너무 많이 나왔고 지금껏 파이널에서 에밋과 함께 가장 컨디션이 좋았던 전태풍이 침묵을 지킵니다. 거기에 오리온이 나오는 선수마다 쾌조의 슛감각을 선보이면서 이미 전반에 게임이 터져버리고 맙니다. 오리온의 6차전 필드골 성공률이 70%([3점슛 68%, 2점슛 71%])였습니다. 누가와도 성립이 안되는 경기인거죠.
시즌의 마지막 경기로써는 매우 허무한 경기였지만, 우승을 기다려온 오리온 팬들의 입장에서는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마무리였습니다. 이 경기를 마지막으로 1516 KBL 프로농구는 오리온의 플레이오프 우승으로 막을 내립니다.
8. 주요 선수 정리
여러모로 충격적인 파이널이었습니다. 위에서 한번 언급했듯이 정규시즌과 4강 플옵에서 보여줬던 에밋-하승진 듀오는 KCC의 우승을 낙관하게 만들었습니다. KCC의 우승은 당연하고 스코어가 어떻게 될 것이냐는 분위기였으니까요. 이 분위기 속에서 모두에게 한방 먹인 오리온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14년만의 우승 축하드립니다!!!
이승현 : 오세근-로드도 하지 못한 하승진 막기. 이승현이 해냈습니다. 무슨 설명이 더 필요합니까 군문제만 아니라면 리그 제일의 포워드로 군림할 예정입니다. 이번 파이널 MVP.
추일승 : 이번 파이널은 추일승 감독의 지략이 빛났습니다. 에밋을 제어하기 위해 헬프를 들어가는 찰나의 타이밍까지 연구하며 수비법을 발견해온 것은 굳이 얘기하지 않아도 이번 우승의 핵심 포인트였습니다. 그리고 4강에서 양동근에게 최진수를 붙이고, 결승에서 에밋에게 김동욱을 붙이는 용병술까지. 최진수와 김동욱 모두 수비가 좋다는 얘기를 듣던 선수가 아닙니다. 최진수는 운동신경이 좋지만 가로수비가 약하며, 김동욱은 BQ는 좋지만 순발력이 떨어지는데, 두 선수의 장점을 살릴 수 있는 최적의 매치업을 찾아낸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사실 저정도로 개인능력이 뛰어난 선수들에게 희생을 요구하면서 지금의 팀 스타일을 만드는 것부터가 용병술의 뛰어남을 보여주는 것이겠죠.
잭슨 : 개인적으로는 좋아하지 않습니다. 감정기복이 너무나 심해서 게임을 안정적으로 맡길 수가 없습니다. 슛 셀렉션도 나쁘구요. 하지만 감정기복만 아니라면 에밋처럼 게임을 지배할 수 있을 정도의 크랙임을 파이널에서 잘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차기시즌에 KBL에서 볼 수 있을는지 모르겠네요.
김동욱 : 와... 파이널내내 에밋 마크하고 항상 박빙이던 전반전을 캐리해주는 모습을 보면서 ‘커리어동안 진작 저렇게 좀 하지’라는 생각이 안 들 수가 없었습니다. 어쩌면 역대급 천재 한 명이 지금껏 빛을 발하지 못했던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부디 남은 커리어동안 파이널 때와 같은 모습 보여주길 바랍니다.
장재석 :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분명히 시즌중에 제가 봤던 장재석은 여전히 BQ가 모자라는 선수였는데, 파이널에서의 장재석은 잭슨과의 2:2, 적극적인 풋백 및 리바운드, 빈자리를 찾아 들어가 받아먹는 득점까지 보여줬습니다. 파이널에서 보여줬던 모습이 정말이라면, 또 하나의 A급 빅맨이 나타난게 아닌가합니다.
KCC는 개막전에는 생각도 하지 않았던 파이널이라 이정도로도 잘한 시즌이긴 합니다. 하지만 파이널 직전까지의 팀을 보면 준우승이 무척이나 아쉬울테죠. 그래도 KCC 팬들은 이번 시즌에 많은 것을 얻은 시즌이 아니었나합니다. 추승균 감독의 역량도 어느 정도 입증되었고, 선수단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음을 증명했기에 다음 시즌에도 우승을 향한 팀의 질주를 지켜보시면 되겠습니다 :)
추승균 : 첫 시즌에 이정도의 성적과 선수단 운영이라면 A학점을 줘도 되지 않을까요? 이번 시즌보다 더 나아질 차기 시즌을 기대해 봅니다. 그리고 이번 파이널 전경기에서 전반전에 오리온과 비등한 경기를 하고도 후반에 속절없이 무너지는 패턴이었는데, 이건 KCC의 체력적인 문제도 분명히 있었다고 봅니다. 전태풍과 하승진의 35분+ 기용은 누가봐도 무리해 보였으니까요. 6차전을 패한 뒤 인터뷰에서 백업 자원들의 한계를 절실히 느꼈다고 밝혔으니 그런 의미에서 송교창 잘 부탁드립니다. 5차전은 송교창의 팁인 득점에 오리온이 진겁니다. 벤치뎁스만 잘 만들놓으면 내년에도 파이널에서 볼 수 있지않을까 합니다.
에밋 : 파이널에서는 5차전을 제외하고는 파괴력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다만 이건 에밋의 ‘한계’라기보다는, [‘우승팀이 저정도의 준비는 해야’ 막아진다]라고 봐야 합니다. 다음 시즌에도 리그에서 볼 수 있다면 여전히 리그 최고의 선수는 에밋일겁니다.
전태풍 : 파이널 시리즈내내 정대만 빙의한 줄 알았습니다. 나이를 먹어도 클래스가 어디 가지 않는다는거~
하승진 : 마무리가 아쉽게 됐지만, 시즌내내 건강했다는 점에서 그리고 아직 하킬의 위력은 여전하다는 것을 입증했다는 점에서 좋은 시즌이었습니다. 차기 시즌에도 컨디션 관리 잘해서 좋은 모습 보여주길 바랍니다.
김태술 : 1/2차전에서 끝내 추승균 감독의 신임을 잃고 말았는데 참 안타깝습니다. 몸값이라도 낮으면 KCC든 다른팀이든 믿어주거나 복권 긁어 볼텐데 지금으로써는 이도저도 답이 보이질 않네요ㅠㅠ
송교창 : 21살의 신인이 파이널 6차전에서는 긴장도 하지 않더군요. 커 나가는게 눈에 띌 정도인데, 당장 미들슛만 장착하더라도 주전이 가능해 보입니다. KCC의 다음 시즌이 기대되는 이유입니다.
<팀 리뷰 2>
4. KGC
정규시즌 성적 : 30승 24패 (4위)
플레이오프 성적 : 6강 3승 1패(vs삼성) 4강 1승 3패(vsKCC)
주요선수 : 김기윤, 이정현, 강병현, 마리오, 양희종, 오세근.
오프시즌을 FA강병현의 잔류로 기분좋게 시작했던 KGC. 하지만 개막하기도 전에 단신 외국인선수 프랭크 로빈슨이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불안하게 시즌을 시작하였습니다. 개막전 양일간 마리오의 1/19 3점슛은 비극의 서막과도 같은 느낌이었죠. 하지만 1라운드를 4승 5패로 숨죽여 보낸 뒤 국대에서 추진력을 얻어온 이정현과 감 잡은 마리오, 건강한 강병현의 삼끌이로 홈 14연승이라는 역대 리그 2위의 기록을 세우며 파죽지세로 치고 올라가기도 했습니다. 결국 유리한 일정의 11월이 지나고 반대로 빡빡한 12월을 보내면서 주전들이 하나둘씩 다치면서 더 치고 올라가지 못하고 4위에 머무르게 됩니다. 박찬희의 끝없는 부진, 벌크를 뺀 보통센터 오세근, 1픽 문성곤은 그말싫 등의 악재도 많았지만, 김기윤과 이정현의 각성, 스틸과 3점 위주의 화려한 플레이를 통한 팬층 확대 등의 호재도 많았습니다. 결과적으로 오프시즌의 전창진 前감독 문제로 어수선하던 팀을 김승기 감독이 잘 추슬러서 4강까지 진출한 매력적인 팀으로 만들어냈기에 나름 성공한 시즌이라고 생각합니다.
문성곤이 1픽임에도 제대로 플레잉타임을 부여받지 못하면서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지만 시즌 후반 문성곤의 경기력을 직접 본 분들이라면 더 이상 구단측을 까지 않을겁니다 크크. 하지만 이제 노쇠 할 양희종의 후계자로 제격인 만큼, 오프 시즌에 김승기 감독과 슛도사 손규완 코치가 잘 조련할겁니다. 강병현은 다음 시즌 중반즈음 복귀가 가능하고, 오세근이 받을 무릎수술은 관절에 생긴 찌꺼기를 제거하는 수준의 간단한 것이라고 합니다. 정규시즌의 오세근은 벌크를 뺀 후 트레일러 역할을 제외하면 장점이 없는 수준으로 폼이 죽었었는데, 삼성과의 플레이오프를 통해 포스트에서의 파워도, 미드레인지에서의 슛도 아직 살아있음을 보여줬기에 차기 시즌에는 그 폼을 찾아야 합니다. 솔직히 이번 정규시즌때 모습이라면 KGC가 FA로 잡을 이유가 1도 없습니다. 그 외 큰 이슈는 박찬희의 행보겠죠. 1617 시즌 후 박찬희-이정현-오세근이 동시에 FA로 풀리는만큼 현재 입지가 좁은 박찬희가 튕겨 나갈꺼라는 예상이 많습니다. 하지만 지금 선수단 구성을 보면 박찬희가 트레이드 될 경우 팀에 남는 1번이 김기윤 한명뿐인데-김윤태가 이번에 상무에서 떨어질 일은 없을테니까요-그렇다고 백업으로 쓸만한 1번을 반대급부로 받아오기엔 박찬희의 가치가 바닥이기에 아마 이번 오프시즌에 트레이드는 없지 않을까 합니다.
그리고 로드. 역시 로드는 전창진만이 기용 가능하다는게 플레이오프 때 여실히 드러났습니다. kt 시절에도 항상 기분파였고, 엄청난 블락의 이미지가 강려크해서 그렇지 실제로 림프로텍트 능력은 최악입니다. 저는 KGC에 필요한 센터는 슈터가 많고, 스틸 위주의 공격적인 수비를 하는 팀 컬러상, 속공시 트레일러 역할은 불가능 하더라도 팀을 위해 많은 리바운드를 잡아내고 공수에서 투박할지언정 중심을 잡을 수 있는 스타일이어야 한다고 봅니다. 로드는 반드시 바꿔야한다고 보는데 문제는 역시나 다른 팀과 마찬가지로 픽 순서. 팀이 조금 과감하게 나온다면 마리오까지 다 바꿀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고 봅니다. 무튼 인삼신기라는 한 세대가 한번 더 우승트로피를 들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습니다.
3. 오리온
정규시즌 성적 : 32승 22패 (3위)
플레이오프 성적 : 4강 3승 0패(vs모비스) 결승 4승 2패(vsKCC)
주요선수 : 조 잭슨, 문태종, 김동욱, 헤인즈, 이승현.
지난 시즌 쾌조의 개막 8연승에 비해 마무리가 좋지 못했던 오리온. 바뀐 제도하에 과감하게 검증된 베테랑 헤인즈와 16년만의 포인트가드 외국인선수인 조 잭슨을 선발하고, 1라운드 신인픽을 주고 LG로부터 문태종을 영입하면서 우승에 더 독하게 도전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트레이드는 LG에게 내준 1라픽이 6픽이 되어 거상추일승 드립까지 나오는 성공을 거뒀고, 헤인즈는 예상대로 기존 선수단과 최고의 시너지를 발휘합니다. 하지만 헤인즈가 3달에 가까운 시간동안 두 번이나 부상을 입으면서 3라운드부터는 최상의 전력을 운용하지 못한 채 시즌을 3위로 마칩니다. 중간에 제스퍼를 놓고 일어났던 kt와의 신경전(?)은 타팀 팬으로서 아주 흥미진진하고 재밌었습니다. 인생사 호사다마라고 역대급 포스를 뿜던 팀이 헤인즈 장기부상으로 비틀대고, 그 와중에 제스퍼가 적응하지 못하고 헤매던 잭슨을 각성시켜 주면서 결국 팀이 완전체로 거듭나는, 시나리오라고 하면 욕 먹을 소년만화 같은 스토리를 완성시켰습니다. 6강 플레이오프에선 4강직행 하지 못한 한을 풀 듯이 동부를 스윕으로 박살냈고, 4강에서도 유재학 감독과 치열한 수싸움을 벌였지만 결국 무난하게 또 스윕. 파이널에서도 에밋을 막아내면서 4승중 3승을 20점차 이상 가비지 타임을 만들어내는 압승을 거둡니다.
오리온의 오프 시즌 과제는 선수단 관리일 것으로 보입니다. 김강선-허일영-문태종은 FA이고, 장재석-이승현은 미필입니다. 잭슨 또한 한국에 남을지 미지수. 샐캡도 꽉 차 있어서 선수들간의 우승을 향한 결의 같은게 있지 않는 이상 나가는 선수가 반드시 생길 것으로 보입니다. 핵심 선수들을 다 붙잡아서 이대로 또 하나의 왕조가 탄생할 수 있을지, 아름다웠던 1년이 될지는 훗날에야 알게 되겠죠.
2. 모비스
정규시즌 성적 : 36승 18패 (2위)
플레이오프 성적 : 4강 0승 3패(vs오리온)
주요선수 : 양동근, 전준범, 송창용, 빅터, 함지훈.
제도상 문태영과 라틀리프와 강제로 이별해야 했기에, 그리고 다음 드래프트가 황금 드래프트이기에, 양동근이 시즌중 36세가 되기에 팬들은 모두 리빌딩을 외쳤죠. 거기에다 단신 외국인선수도 언더사이즈 빅맨을 뽑아서 대체 스페이싱 어떻게 하려고 저러냐했는데.. 결과는 ‘네 다음 2위’. 물론 운도 겁나게 좋았습니다. 다른 상위권 팀들이 시즌중에 한번씩 크게 헤매고, 핵심 전력에 이상이 있을 때 꼭 모비스를 만나고 이랬으니까요. 시즌리뷰에 있어서 크게 하고 싶은 말은 없는데, 딱 하나 대체 양동근을 왜 그렇게 굴린건지 궁금합니다. 양동근이 없으면 게임이 안된다? 팬들도 다 압니다. 그런데 양동근 국대 차출됐던 프로암 대회와 리그 1라운드 때 김종근 나쁘지 않았습니다. 모비스 팬들이 맨날 김종근 까지만 사실 다른 팀에 김종근만한 백업가드 있는 팀도 흔치 않죠. 최소한 이번 시즌에는 양동근 플레잉타임을 조절해줬어야 했는데 예년처럼 36분, 37분씩 굴리다가 결국 플레이오프에서 천하의 양동근이 방전.. 이번에 김종근이 FA인걸로 아는데 꼭 잡아서 다음 시즌부터는 10분씩 기용하는게 유일한 바람입니다. 함지훈의 적극성이야 이젠 두 손 두 발 다 든지라 그냥 보면서 터지는 제 속만 탓해야죠.
이놈의 팀은 이번 오프시즌에 뭘 해야 할지 명확합니다. 성적이 최근 계속 상위권이라 선수단이 양-함을 제외하면 죄다 롤플레이어뿐. 이번 시즌에 송창용과 전준범이 단순한 스팟슛터를 벗어난 무언가를 보여준 것 같아서 다행입니다. 일단 양동근-김종근이 모두 FA니 잘 눌러앉히고, 다른 선수들은 슛 연습 빡세게 시켰으면 합니다. 오리온과의 경기도 수비전술 그렇게 잘 닦아 와놓고는 결국 공격에서 양동근몰빵 농구하다가 패배. 외곽 지원이 경기당 두세개만 더 있었어도 시리즈 결과는 몰랐다고 봅니다. 그리고 양심없는거 알지만 마무리는 몹준용으로 하겠습......
1. KCC
정규시즌 성적 : 36승 18패 (1위)
플레이오프 성적 : 4강 3승 1패(vsKGC) 결승 2승 4패(vs오리온)
주요선수 : 전태풍, 김효범, 에밋, 송교창, 하승진.
지난 시즌 꼴찌는 면했으나 겨우 1게임차. 선수단의 의지는 강했습니다. 하승진은 FA임에도 오히려 연봉을 삭감하면서 잔류했고, 전태풍도 본인이 원하던 포인트가드 자리가 보장되는 LG를 마다하고 KCC행을 선택했습니다. 그리고 외국인선수 드래프트에서 회심의 승부수. 1라운드에서 에밋을 선발하면서 기묘한 우승 도전기가 시작됩니다. 이후에도 압도적인 모습은 보여주지 못하고 있을 때, 전자랜드와의 트레이드가 일어나고 그 후로 경기력이 가파르게 상승하여 결국 12연승을 찍고 리그 1위를 탈환합니다. 그 과정에서 가장 돋보인 것은 관계자들로부터 [탈KBL 급이다]라는 얘기까지 나오게 만든 에밋이죠. 4강에서도 KGC를 압살하며 파이널 시작전 농구계 전문가들에게서 만장일치 우승 예상을 받아냅니다. 하지만 오리온 추일승 감독의 지략과 정규시즌에서 100% 발현되지 못했던 리그 최고의 선수단 뎁스의 힘 앞에 파이널에서는 비참하게 패배하고 말았습니다.
이번 시즌 모든 팬들을 깜짝 놀라게 한 팀이 아닌가 싶습니다. 김태술-전태풍-하승진. 최근 하락세를 겪은 ‘왕년의’ 스타들이라는 평이 지배적이었던 선수들입니다. 거기에 얇은 벤치에다 초보 감독까지. 다들 KCC의 호성적에 대해 부정적이었는데 시즌중에 보인 모습은 대단했습니다. 좋은 성적을 거둬 명예회복을 하자는 일념하에 서로가 양보하며 하나의 팀을 향해 힘 쓴 결과 정규시즌 우승까지 이뤄냈죠. 오프 시즌의 가장 큰 관심은 하승진의 건강이라고 봅니다. [건강한 하승진]이 리그를 어떻게 폭파시키는지 오랜만에 느낄 수 있었기에 하승진의 컨디션 조절이 가장 중요해 보입니다. 그리고 이번 파이널에서의 가장 큰 패인인 벤치멤버들의 스텝 업. 김태홍-정희재가 정규시즌에 참 잘해줬으나 이들은 결국 190cm초중반의 선수들로 쓰임새가 제한적이어야만 합니다. 따라서 송교창-김지후-노승준 같은 다른 색깔의 벤치멤버들의 각성이 필요합니다. 김지후는 고대 시절에 ‘슛만큼은 지금 프로에서도 통한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였으니 웨이트를 통해 수비 강화를 했으면 하고, 송교창이야 현재 KBL 팬들의 주목 0순위 아니겠습니까. 송교창이 잘 돼야 고졸 직행의 단계를 거쳐 궁극적으로 프로리그-대학교-선수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얼리시스템이 정착 될테니까요. 리그에서 한손가락 안에 드는 명포워드 출신인 감독에게 잘 배웠으면 좋겠습니다.
처음에 가볍게 써보고자 쓰기 시작한 글인데 분량이 과하게 커져 버렸네요. 이틀은 글에 매달린거 같습니다 후후후후
진짜 좋은 글 자주 올려주시는 분들은 대단한거 같아요 그런 분들은 글이 뚝딱 하고 나오는건지ㅠㅠ
아무튼 다사다난했던 1516시즌이 끝이 났습니다. 오프시즌에 국제대회가 있을런지 모르겠습니다 기자들 말로는 있다고 하는거 같던데.. 이제 곧 (대어는 이적하지 않을)FA가 다가오니 그 때 또 재밌게 잡담 나눌 수 있는 글을 한번 올려볼까 합니다. 다들 응원하느라 고생하셨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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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글 잘 봤습니다!!
어제 승리의 직관 다녀왔습니다!
3쿼쯤부터 추일승감독님 우는 거 아니냐고 친구랑 이야기 했는데 안우시드라구요!
오리온스 역사상 어제 가장 완벽한 농구 아니였나 싶습니다.
김동욱 정말 어제 르브론인 줄 알았습니다!!
다만 한가지 잭슨이 국내선수였다면 무조건 mvp였을 텐데
외노자 차별이 좀 아쉬웠습니다. 추일승 포워드 농구의 정말 마지막 키였는데...
fa글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결승 1-2차전을 보면서 좀 의외였던 부분이, 그리고 KCC의 결정적인 패인이라고 보는 부분이 KGC에게 3차전을 패하고 나서도 추승균 감독이 하승진에 대해 전혀 고민하지 않았다는거였습니다. 열흘 가까운 시간이 주어졌었는데도 말이죠. 나머지 세 경기가 너무 압도적이었기에 일반 팬들이야 3차전 패배를 그저 불의의 일격으로 치부해버릴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지만 코칭스태프들은 그래선 안됐거든요. 2차전까지만 해도 아무 대응책이 없어보였지만 오세근은 그간 꾸준히 하승진의 체력을 빼놓고 있었고 결국 3차전에서 움직임을 따라오지 못하는 하승진을 상대로 무한 스크린과 미들을 활용해가며 KCC 골밑에 17점을 퍼부었습니다. 힘빠진 하승진은 더 이상 오세근 상대로 인상적인 움직임을 보여주지 못했고요. 3차전 15초를 남겨두고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오세근의 부상이 없었다면 김승기의 호언장담대로 5차전 승부가 가능했을지도 모르죠. 차라리 그랬다면 오히려 추승균이 좀 더 전술변화를 고민했을수도 있고 결승의 흐름이 달라졌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했던 오세근이 빠진 4차전에서 하승진은 시즌 내내 제대로 뛰어본 적이 없는 김민욱이나 다른 땜빵(?!) 선수들을 상대로 압도적인 경기력을 보여줬고, 오히려 그 결과 장판의 약점이 보완될 타이밍을 놓친 셈이 되어버렸죠.
결국 결승에선 오세근이 상대했던 그 해법 그대로 이승현이 하승진을 상대했고 거기다 이승현은 힘도 더 좋고 3점포까지 장착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장재석의 높이까지 가세한 결과 결과 골밑을 오리온스가 완전히 장악하고 하승진은 내내 묶이고, 하승진이 묶인것만으로도 에밋의 행동반경이 좁아지는데 여기에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돼브론.... 아니 김동욱의 수비재능이 만개하기까지 하면서 일방적인 결승이 나왔죠.
마지막 6차전 오리온의 공격력 하나는 골스에 버금갈 정도의 위력이었습니다. 올 시즌 오리온이 보여준 포워드 농구 그리고 빠른 트랜지션 게임은 KBL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는 생각입니다. 리뷰글 작성하시느라 고생한 || Apink || 님에게 감사 드립니다.
아, 아마 다음 시즌에 고양 오리온스의 옛 연고지인 대구에 사는 제가 고양에 한번 갈 수도 있을것도 같네요^^ 그래도 약간의 애정은 남아 있나 봅니다.
시리즈 내내 보면서 가장 의아했던 것은 왜 2,3쿼터에서 하승진을 계속 쓰는 것인가 하는것이었습니다.
하승진 힐 이 인사이드를 꽉막으면서 에밋에게는 아예 돌파할 공간 자체가 없어서 계속 중거리 슛만 남발하고,
힐에게 포스트업을 시키면 자연스레 하승진까지 수비수로 변신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자연스레 더블팁, 트리플팁 비슷하게 되더군요.
거기다가 수비에서 하이픽앤롤에 수비 못따라가서 골밑을 그냥 내주는건 덤으로.
아무리봐도 힐과 하승진의 더블 포스트가 의미가 없어 보이던데, 결국 시리즈 끝날때까지 포기를 안하더군요.
FA 3인방중 박찬희가 떨어져 나갈것은 예상하는 바죠. 이정현-오세근이 워낙 언터쳐블이기도 하고 각자 연대중대 라인이라 팀내 목소리가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 시즌에 이동남대행도 박찬희 팔려고 했었고요. 그 시기가 이번이냐 다음이냐의 기로에 있습니다.
근데 FA로 이적하려면 올해 연봉 올려줘야 해서 정리한다면 지금이 좋습니다. 가뜩이나 포가 기근상태라 원하는 팀은 있을겁니다.
받아올게 시원찮으면 그냥 안고가도 되는거죠.
일단 용병은 둘 다 재계약 하느냐 둘 다 버리냐인데, 둘 다 버릴겁니다.
헤인즈 라틀 길렌 사이먼정도가 재계약 대상일거고, 심스는 판단 보류, KCC는 에밋 재계약할테니 순번 아웃이면
대략 용병을 5픽 안에 뽑을수 있다는건데, 로드는 말 안해도 입 아프고 안양은 로빈슨 한번 써보고 싶어해서 마리오를 포기할겁니다.
신인픽 크게 바라진 않습니다. 이종현은 제발 전랜가고, 아무나 들어오면 되죠. 분명 역대급 신인픽이긴 하지만 이종현을 제외할때
안양에서 기존 선수를 밀어내고 주전 잡을수 있느냐고 한다면 물음표가 붙습니다. 앞순번 나오면 좋고 아니면 말고 랄까.....
지금 이 멤버를 그대로 유지할때 샐캡문제가 걸리는데(소진율 100%)양희종 연봉 중 옵션만 제거해도 1.7억이 남습니다(수령액4억 옵션1.7억).
강병현도 조금 깎일거고, 은퇴선수와 군입대선수 연봉 빠지고, 문성곤이 포함되고, 쩌리 정리하면 3억정도는 세이브 가능합니다. 이정현 1.5억주고
오세근 올려주고 나머지 나눠써야죠......내후년은 어떻하지..
KCC와의 4강전은, 에밋이냐 하승진이냐의 선택에서 에밋은 못 막으니 하승진을 막자로 선택한 전술이라고 봅니다.
근데 누가 어떻게? 에서 오세근이 단독으로 막는다, 아니 그럴수 밖에 없다를 선택했고, 시리즈 내내 끌려가다 결국 패했죠.
승리한 3차전도 연장가서 이겼습니다. 애초에 반을 버리는 선택을 했는데 이길거라고 생각하진 않았어요.
오리온스는 둘 다 막는 선택에 성공했고요.
딱히 FA 3인방 중에서 빠져나갈 선수는 없어보입니다. 박찬희의 FA 시점과 김기윤의 입대 시점이 겹치거든요. 거기다 김윤태는 당장 입대해야 하고 제대한 이원대 하나로 시즌을 치른다는 건 그냥 시즌 포기하겠다는거나 마찬가진데 이제 인삼신기도 다들 나이가 있어서 버릴만한 시즌이 없습니다. 짧게는 강병현을 팔고, 길게는 감소분 정도만 유지해도 충분히 다 잡을 수 있는 상황인데 팔아야 될 이유가 별로 없죠. 양동근 문태영 함지훈을 다 잡던 모비스에 비하면, 인삼공사의 상황은 조금 더 여유가 있는 상황이라고 봅니다.
양동근 문태영 함지훈에 비하면 박찬희 이정현 오세근은 훨씬 저렴한 요원들이죠. FA 거쳐도 모비스 셋 연봉에 도달 못하고요.
양희종을 껴야 모비스 연봉에 비슷해질겁니다. 그리고 강병현은 당연히 팔아야 할 선수죠.
이정현과 강병현을 동시에 보유해야 할 이유가 없고, 둘 중에 하나라면 누구라도 이정현을 고르니까요.
지금 강병현 이정현에 전성현까지 경쟁이 얼마나 치열한데 강병현을 15분 쓰려고 4억 넘게 주고 데리고 있을 순 없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