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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8/04/17 11:15:00
Name 글곰
Subject [일반] 쓰던 글이 날아갔습니다
  쓰던 글이 날아갔습니다. 방금 전에요.

  대략 세 시간에 걸쳐 글을 쓰고, 마침내 글쓰기 버튼을 누르기 전에 마지막으로 체크하고자 우상단의 에디터 버튼을 눌렀습니다.
  그리고 쓰던 글이 증발했습니다.

  어째서 아래한글을 켜 놓고 쓰지 않았을까.
  어째서 미리 복사해 놓지 않았을까.
  어째서 게시판에 그냥 올리려 했을까.

  후회해도 이미 때늦은 후입니다. 한 번 쏟은 물은 되담을 수 없다 하였던가요. Ctrl+Z를 연타해 보았지만 이미 사라진 글은 되돌아오지 않네요. 갑자기 위장이 쓰립니다. 인간의 몸은 정신의 영향을 강하게 받는다 하더니 사실인가 봐요.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고 팔다리에 오한이 살짝 느껴집니다.

  인간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고들 하지요. 사실 쓰던 글 날려먹은 경험이 없었던 것도 아닙니다. 글을 쓰다 웹브라우저 에러가 뜨면서 날아간 경우도 있었고, 갑작스러운 정전을 당한 일도 있었습니다. 심지어 너무 신나게 글을 쓰다가 다리로 컴퓨터 본체를 걷어차서 컴퓨터가 다운되었던 경험도 있었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이런 실수를 저지르는 건, 인간의 본성이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방증이 아닐까요. 실수에서 교훈을 찾지 못하고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저 같은 사람들이 존재하는 이상 인류의 미래는 분명 어두울 겁니다. 죄송합니다, 여러분. 제가 인류의 미래를 망쳤어요. 기아와 질병을 물리치고 전쟁을 없애며 모두가 행복한 세상을 만들어갈 수도 있었을 텐데.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 나빌레라. 저의 글은 그렇게 나비처럼 가벼웁게 날아갔습니다.  

  이 슬픔과 고통을 버티기 위해 오늘 점심은 햄버거를 먹어야겠습니다. 이 측량할 수 없는 고통을 사르고자 한다면 오직 라지 사이즈 감자튀김과 설탕이 듬뿍 든 오리지널 콜라가 있을 뿐입니다.  

  그래도 끝내 이 아픔을 견딜 수 없다면, 단언컨대 저는 저녁에 치킨을 먹겠습니다. 미안하다 혈관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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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군-
18/04/17 11:17
수정 아이콘
마음이 고통스러울 땐 고기 앞으로 가시는 게 진리입니다?
사악군
18/04/17 11:17
수정 아이콘
쓰던 글 날아가는거 정말 캐빡침요..ㅠㅠ 진짜 세상 어디에 하소연할 데도 없고
정말 어디 변명할 데가 없는 내 실수로 내가 고생하게 되는 일은 더 빡칩니다.....크크크 사람은 원망할 대상이 필요함!
폰으로 장문의 뭔가를 썼는데 에러메세지 뜨면 진짜 아오아오아오ㅠㅠ
즐겁게삽시다
18/04/17 11:18
수정 아이콘
그때 빨리 다시 쓰면 더 잘 써집니다!
라고 생각하고 기억나는거라도 건지십시오...ㅠㅠ
18/04/17 11:22
수정 아이콘
이것은 이빨 닦다가 잇몸 찌르기에 맞먹게 본인에게 화난다는 바로 그것!!!
나른한날
18/04/17 11:23
수정 아이콘
눈물이 멈추지 않는...
cute.doggiestyle
18/04/17 11:24
수정 아이콘
너무 마음이 아프네요. 그런 의미에서 저녁은 족발을 먹겠습니다.
18/04/17 11:26
수정 아이콘
힘내세요! 그리고 기운 차리시면 드래곤나이트 근황도 좀...
18/04/17 11:27
수정 아이콘
말씀듣고 문득 든 생각: 혹시 지금 날아간 글이 드래곤나이트라면? 그래서 이번 일을 계기로 반년간 연중이라면?

아아 정말 무섭네요 ㅠ.ㅠ;;;;
아점화한틱
18/04/17 11:27
수정 아이콘
아... 아쉽네요. 엄청 큰 햄버거를 드셔야겠는데요 3시간어치라면...
drunken.D
18/04/17 11:27
수정 아이콘
켄터키 할아버지네 블랙라벨치킨으르 추천해드립니다..
오피스 애들이 자동저장 기능 없었으면 제 삶도 많이 단축되었을거 같습니다.
18/04/17 11:29
수정 아이콘
위추 드렸읍니다.
치열하게
18/04/17 11:31
수정 아이콘
아......
18/04/17 11:33
수정 아이콘
앗 아아...ㅠㅠ
18/04/17 11:33
수정 아이콘
안타깝군요..
저는 그래서 항상 뭔가를 하기 전에 ctrl+a, ctrl+c를 누르는 습관이 있습니다
고통스럽더라도 기억을 되살려서 쓰던 글 마무리 하시는 게 어떨까 싶습니다
힘내세요 ㅠ
18/04/17 11:35
수정 아이콘
이렇게 된이상 개발자를 탓합시다. 는 농담이고.

멘탈케어에 좋은 치킨은 굽x 갈비x왕이라고 들었습니다.
zelgadiss
18/04/17 11:39
수정 아이콘
저도 몇 번 당한 이후로 Crtl+A, Ctrl+C가 습관이 됐습니다.
그리고 글 쓰시는 분들은 한글 프로그램을 쓰면 비상 사태시 리스크를 최소화 할 수 있기 때문에 한글을 추천합니다.
강동원
18/04/17 11:48
수정 아이콘
(수정됨) 메모장 사용을 생활화 합시다...
아, 여기가 아닌가 ㅠㅠ
좋아요
18/04/17 11:52
수정 아이콘
명예치킨각
18/04/17 12:01
수정 아이콘
고통을 치유할때는 라지세트죠.
다만 치유에 따른 후유증을 예방하기 위해 제로코크를 추천합니다.(엄근진)
The xian
18/04/17 12:08
수정 아이콘
저도 길게는 두세 시간 쓰는 뉴스 모음이나 다른 글들 쓰다가 한 네댓 번 날려먹은 적이 있는데 타격이 며칠 갑니다.-_-;;;;;;

요즘은 메모장 같은 별도 프로그램을 이용하긴 하는데, 그래도 저장을 깜빡하거나 닫을 때 실수로 '저장 안함'을 눌러서 열 번에 한 번 꼴로 날려먹습니다.
별도 프로그램 쓰고도 이러면 타격이 꽤 심합니다. 제가 갈 때가 됐나 하는 생각도 들고......-_-
소린이
18/04/17 12:22
수정 아이콘
안돼요 힘을 내세요 용사여
17롤드컵롱주우승
18/04/17 12:25
수정 아이콘
고통을 창작의 원료로 글을써주세요!
Syncnavy
18/04/17 12:44
수정 아이콘
유료연재하던 글이 있는데,
클릭을 잘못해서 하루치가 몽땅 날아간 적이 있습니다.
진심 여자친구에게 차였던 때보다도 더 시간을 되돌리고 싶었습죠.
피지알에서도 한두번 그런 경험이 있었습니다.
두번 쓰는것은 못하겠더군요 너무 정성을 들였던건지 크크
18/04/17 12:54
수정 아이콘
저도 아쉽네요. 세시간이나 들이셔서 올려주신 정성글이면 내용도 좋았을텐데ㅠㅠ
18/04/17 13:17
수정 아이콘
메모장...메모장이 필요합니다..
18/04/17 13:21
수정 아이콘
저기압일땐 고기앞으로 가십시오
살려야한다
18/04/17 14:44
수정 아이콘
치킨을 먹기 위한 큰 그림
18/04/17 15:09
수정 아이콘
흑흑 응원과 격려 감사합니다. ㅠㅠ
마스터충달
18/04/17 15:52
수정 아이콘
에버노트장을 씁시닷!
18/04/17 16:56
수정 아이콘
그리고 그는 맥도날드를 먹게 되는데...
나스이즈라잌
18/04/17 17:05
수정 아이콘
툴의 소중함을 느끼는 순간이죠.
18/04/17 17:14
수정 아이콘
사라진 글의 명복을 빕니다. 아니 못 읽은 나부터 위로를ㅜㅜ
칼라미티
18/04/17 17:53
수정 아이콘
앗...아아...
처음과마지막
18/04/17 19:37
수정 아이콘
메모장에 수시로 저장하면서 글쓰는게 안전하죠

힘내세요
캠릿브지대핳생
18/04/18 08:28
수정 아이콘
아...위추드입니다.

저는 마우스에 뒤로가기 버튼으로 몇번 날려봐서
항상 복사의 생활하를 하고 있습니다..

다시 좋은 글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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