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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8/10/21 00:37:34
Name 슬픈운명
Subject [일반] 헛산 거 같다
그만 살고 싶다.

도저히 살기가 힘들다. 가만히 있어도 숨이 옥죄이는 듯한 기분이 든다. 정신적 고통이 그만큼 극심하다. 그 때문에 정신과에 다니고 온갖 심리치료나 상담을 다 받아봤고, 그 담당의나 심리치료사나 결코 만만한 실력을 갖춘 사람들이 아니었다. 하지만 내 정신적 고통은 도저히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참고 또 참는다. 어떻게든 미래에 행복을 맛볼 순간만을 애타게 기다린다. 그렇게 고통을 감내하다 보면 분명 행복할 순간이 올 것이다. 그렇게 믿고 있다.

근데, 언제까지 참고 인내해야 하지?

스스로 행복을 찾으려고 노력을 해보았다. 당장이라도 행복이라는 이름의 과실이 눈에 보이면 맛보고 싶다. 하지만 도저히 행복이 느껴지지 않는다. 지금 와서 보니, 암이 이미 다 전이돼서 암세포가 알아서 생산되듯이 내 마음은 고통을 자기가 알아서 생산하고 있다. 처음부터 암을 갖고 태어나지 않듯이, 나도 처음부터 고통을 안고 태어나지 않았을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내 마음은 고통에 찌들고 또 찌들더니 어느샌가 자기가 알아서 고통을 생산하는 공장이 되어서 나 자신을 괴롭히고 있다. 고통은 나 자신에 대한 분노를 낳고, 그 분노는 다시 고통을 생산하는 원동력이 되고, 그 고통은 다시 나 자신에 대한 분노를 낳고…. 이런 악순환이 계속 반복되고 있던 것이다.

해답은 단순하다. 이 악순환을 끊는 것. 내 자신에 대한 분노를 그만두는 것이다. 하지만 도저히 그만두고 싶지 않다. 내 자신이 고통을 받는 것에 대해서 어떻게든 분풀이를 해야 하니까. 그렇다고 그 분노를 외부로 돌릴 수도 없다. 돌리는 순간 나는 전과자가 되 버릴 테니까. 그래서 나 자신이라도 부숴야 직성이 좀 풀리니, 이런 짓을 하는 것이다. 내 자신을 욕하고, 쓰레기 취급하고, 온갖 안좋은 말만 골라서 나 자신을 폄하하고...

이대로는 도저히 빠져나갈 수가 없을 것 같다.

내 자신에 대한 분노를 그만두고 싶다. 하지만 내 자신은 그걸 원치 않는 듯하다. 당장 분풀이를 하지 않으면 도저히 견딜 수가 없으니까. 그렇다고 이대로 가면 나락은 불 보듯 뻔하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겠다.

나, 정말 헛산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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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심군
18/10/21 00:50
수정 아이콘
인생사 재밌는 게 아무리 나락으로 떨어져도 생각보다는 살만하고 아무리 올라가도 생각보단 재미가 없다는 거 아닌가 싶습니다. 주위를 둘러보면 저보다 돈을 많이 버는 사람도 있고 저보다 여유롭게 사는 사람도 있지만 그 사람들의 고충도 다 있고 그 고충까지 다 떠안을 만큼 그 사람의 삶을 살고 싶냐면 뭐...그건 아니더라고요. 내 자리에 충실하자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결국 어딘가로 뻗어나가서 내 삶을 충족시켜주는 시작은 결국 나라는 건 바뀐게 없다는 게 지금까지 40년 채 못 살아본 제 결론입니다.
moonland
18/10/21 01:02
수정 아이콘
저도 비슷한 마음이에요. 삶이라는건 생에 대한 갈망보다는, 죽음에 대한 공포 때문에 억지로 끌려가는 거라고 생각하는 요즘입니다.
Zoya Yaschenko
18/10/21 01:06
수정 아이콘
죽으면 가족이 걱정되어 그냥 삽니다.
그게무슨의미가
18/10/21 01:11
수정 아이콘
하아... 제 마음이 그대로 옮겨진 것 같은 글이네요.
BetterThanYesterday
18/10/21 01:17
수정 아이콘
하아..... 사는 건 참 힘드네요...

계속 행복을 기다리는 것 같아요...

오긴 오는 걸까 라는 마음이 커져서 무섭네요...
작별의온도
18/10/21 01:18
수정 아이콘
저도 요즘 이러는데..
같이 기운나는 일이 있었으면 하네요.
18/10/21 01:24
수정 아이콘
(수정됨) 너무 자책하지 마세요 님이 무능하다고 생각하는 님의 자아도 사실 자연과 환경에 의해 결정된것일수 있으며 단순히 노력만 하거나 자책을 하는것보단 문제의 원인을 파악해 문제요소들을 제거해 나가며 변화해 나가는게 훨씬 도움됩니다 밑에 orbef님께서 쓰신 자유의지에 대한 댓글에 제가 답글을 달았는데 이 글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하여 한번 복붙해봅니다

제가 처음 자유의지가 없을수도 있다는 소리를 들었을때 굉장히 우울하고 허무했던 기억이 납니다(자유의지가 없다는 개념은 외부세계가 화학/물리법칙에 의해 작동하듯이 인간의 뇌도 그럴수 있다는 개념입니다 만약 님께서 커피를 마시고 싶다고 하면 마시고 싶다는 욕구가 들기 전 시간대에 커피향을 맡았다던가 커피 광고를 봤다던지 무의식에서 커피를 마시고 싶다는 자극이 생겨 일종의 프로세스가 생성됩니다 그것을 의식이 통보받고 행동이 통보받은 의식을 따르는 것이죠 한마디로 의식이 무언가를 떠올리고 행동이 그것을 참고한다는게 전통의 상식이라면 현대의 여러 뇌과학 실험에 의하면 무의식 생성-의식이 통보받음-행동 이 순서 일수 있다는 것입니다)

제가 어릴때부터 존경하고 감명받았던 위인들의 업적과 행위들이 사실 전부 그들의 의지에 의해 이루어진게 아니며 그들은 자연의 인과를 대신 수행하는 꼭두각시에 불과할수도 있다는것이 정말 충격이였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그동안 제가 살면서 신성시 여기던 정의,배려,죄책감,개인의 성취,노력 등의 가치를 실천하는 윤리적 행위는 사실 인간의 의지에 의해 이루어지는것이 아니며 모든건 자연과 환경으로부터 생성된 무의식에 의해 이루어진다는것은 받아들이기 힘든것이였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자유의지가 없다고 믿으면서 가질수 있는 또다른 윤리의식이나 삶의 가치와 방식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를들어 저 같은 경우는 막연한 증오와 분노를 지우고 용서와 공감의 감정을 가질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동안은 뉴스에 나오는 악질 범죄자들이나 살면서 저를 괴롭힌 사람들에게 막대한 증오심을 가졌습니다 만약 그들이 그들의 자유의지로 악행을 일삼는다면 그들의 악한마음에서 비롯된 행위에 피해를 받은 저는 억울해하며 그들에게 복수심을 가지고 증오하며 멍청하게 저런 인간들한테 괴롭힘이나 당한 나를 자책하며 수치심과 열등감을 가지는것이 맞을수 있겠지만 자유의지가 없다고 믿는 쪽에 가까운 제 입장에선 이제는 그들이 그런 행동을 하게 된것에는 사실 나름의 원인,인과가 있으며 사실 조금만 조건이 달랐다면 그들은 그런 괴물이 되지 않았을것이라고 어느정도 이해와 공감을 하게 되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억울함과 복수심 수치심 열등감 같은것들도 자연히 없어졌습니다 예를들어 아내와 싸우는데 원래 같았으면 다툼의 원인이 상대방의 이기적인 성격과 악한 마음에 있다고 생각해 증오하는 마음을 가지고 아내와의 싸움을 계속 했겠지만 사실 그 다툼은 나의 안좋은 기분과 무례한 행동에서 비롯되었고 그것이 저혈당에서 초래되었다는것을 안다면 한끼 식사와 잠시의 휴식으로 다툼의 원인을 제거 할수도 있는것입니다 이처럼 관점을 조금 달리하면 상대방에 대한 증오와 분노를 누그러 뜨리고 이해와 용서의 감정을 기르고 배려심을 가지고 상대가 그렇게 될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생각해보며 공감감정을 기르고 막연하게 미워하는것보다 훨씬 문제해결에 유능한 사람이 될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삶의 방식을 어느정도 바꾸는것도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예전에는 무언가에 집중하지 못하고 노력을 하지 못할때 환경보단 제 자신의 게으름과 나태함을 탓하며 단순한 노력의 향상으로 극복하려고 했다면 지금은 무엇이 문제인가 조금 더 깊게 다양한 원인을 생각해보고 그 문제요소 들을 제거하면서 상황을 해결 하려고 합니다 예를들어 보편적인 상식적 수준에서 본다면 절대로 성공했다고 볼수 없는 상황에서 단순히 노력의 부재를 탓하기 보단 난 현실에 만족하며 안주하고 있는 이유가 뭘까?혹시 삶을 만족하게 만들어주는 다른 요소들이 많아서가 아닐까?그렇다면 그 요소들을 제거하면 현실을 깨닫고 더 나은 상황을 개척할수 있지 않을까?뭐 이런 생각을 합니다 이처럼 자신의 의식적 사고와 감정의 배후를 알아낼때 생활을 한결 유능하게 조종해나갈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피카츄배
18/10/21 01:28
수정 아이콘
아랫글에도 답변할까 고민했었는데, 제발 가독성 좀 올려주세요... 적어도 단락마다 엔터 두번만이라도 쳐주세요. 차분히 읽다가도 윗줄아랫줄이 헷갈립니다.
18/10/21 01:31
수정 아이콘
이정도의 장문의 댓글을 한곳에 달아본적이 없어서 엔터쳐야 한다는 것을 깜빡했네요
피카츄배
18/10/21 01:48
수정 아이콘
수정감사드립니다. 훨씬 보기 좋네요. 제가 쓴 댓글이 격정적으로 느껴지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좋은 밤 되세요.
18/10/21 01:32
수정 아이콘
사람의 맨탈은 소모성 같아요. 젊을땐 정말 큰 역경도 어떻게든 견디고 해쳐나갔는데 이젠 정말 아무것도 아닌일들로 힘들어하고 견뎌낼 힘이 없어요.
18/10/22 16:44
수정 아이콘
누가 제 얘기를 썼나.. 하면서 조금 울었습니다 하하
foreign worker
18/10/21 01:34
수정 아이콘
어느샌가 나이를 먹었는데 마음대로 안되는 게 거의 대부분이지만, 그냥 열심히 살다보니 그래도 뭔가 어쩌다 한번씩은 좋은 일이 생기더군요.
이대로 끝내기 억울해서 살다 보니 그냥저냥 살게 되네요.
나른한날
18/10/21 02:27
수정 아이콘
부모님이 살아계실땐 부모님을 위해 살고. 와이프를 얻으면 와이프를 위해 살고 자식이 태어나면 자식을 위해 살아
보세요. 나를위한것을 포기하면 다른 행복이 옵디다. 정신적인 나를 지워보세요.. 다른사람이 채워질겁니다.
18/10/21 06:12
수정 아이콘
행복을 찾으시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고통이 싫어 행복을 찾는것은 일시적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나중에 고통이 다시 찾아올 수 있죠. 더운 여름에 시원한 콜라 한잔의 목넘김 이후에는 나머지 김빠진 콜라를 마셔야하는 것처럼요.

본인 주위에 끊어질수 없는 무언가가 있으신가요? 반려자, 부모님, 친구, 돈, 취미 등 모든것에 해당됩니다. 설령 해당되더라도 마음에서 빨리 끊어내는게 중요합니다. 진짜 버리라는 이야기가 아니고 마음의 짐을 없애는거죠. 당장 못 끊어낼 이유가 있으면 안타깝지만 끊을수 있는 순간까지 참아야 합니다. 이후에는 철저하게 본인만을 위해 사시길 바랍니다. 이기적이더라도 내가 하고싶었던거 먹고싶었던것을 실행하시면 됩니다.

핵심은 나를 고통스럽게 하는 연결된 그 무언가를 알고 극복하거나 회피하는것 입니다. 인생을 사는데 꼭 해야만 하는 의무, 통과의례 따위는 잠시 접어두시고 이기적으로 마음고 행동하시는것이 나 자신을 지키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제일 소중하고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시키면 적어도 마음이 고통스럽지는 않을 겁니다.
18/10/21 08:46
수정 아이콘
글쓴이 마음 100% 공감합니다.

저도 같은 고민을 꽤 오랜시간 했었으니까요...

도움이 되실지 모르겠지만 전 의외로 대답은 다른데에서 찾았습니다.
고대 철학자인 데카르트의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 라는 말이

결국 내가 아닌 모든것을 의심하면서 생긴말이라고 하더군요.
나는 의심한다 그렇기 때문에 세상 모든것은 아닐지라도 의심하는 나 자체는 존재 한다..

라는 말을 저는 결국 세상의 중심은 나구나 라는 생각으로 받아드렸습니다.

힘 내시기 바랍니다.
하나의꿈
18/10/21 09:19
수정 아이콘
저랑 같으셨네요. 돌이켜보면 짧은 인생에서 감당하지 못할 실패 두번을 겪으니 나 자신부터 제일 미워지고 살고싶은 생각이 사라지더라구요. 글쓴님 글에서 보면 상당한 수준의 우울감이 느껴집니다. 저도 그랬기때문에 알것 같네요. 제 인생에서 오래전일인 위에 언급한 두 실패 관련해서 지금도 끊이지 않고 하루 건너 꿈을꿉니다. 아마 죽을때까지 앉고 가겠죠. 가족들은 과거를 잊고 앞만보라지만 사람 성격상 그게 안되네요.

하지만 지금 행복하냐고 누가 묻는다면, 죽음을 향한 동경은 없어지지 않지만 그렇다고 대답할것 같네요.

몸조리 잘하시고 쾌차하시길 기원합니다.
프리템포
18/10/21 09:49
수정 아이콘
저도 비슷한 심정입니다..
사다하루
18/10/21 11:25
수정 아이콘
저도 그만 살고 싶다는 생각을 끝없이 하면서 삽니다...
18/10/21 11:31
수정 아이콘
내가 믿는 것이 바로 나라는 말이야말로 진실이라 믿는 입장에서
스스로를 믿지 못하면 다른 것을 믿어보시길 권합니다
가까운 사람들 중에서라도 믿을 사람이 없으면 신이라도 믿어보세요. 인간은 믿음 없이는 단 한순간도 살 수 없는 약한 존재니까요
18/10/22 18:58
수정 아이콘
'근데, 언제까지 참고 인내해야 하지?'

저도 늘 똑같은 생각을 하면서 살아요.
비마이셀프
18/10/22 22:58
수정 아이콘
저도 요 몇년간 우울감이 깊어졌어요. 운동이나 취미로도 크게 개선이 안 되고, 잠깐 행복감을 느껴도, 어짜피 또 우울해질테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주변에 긍정적인 사람들 보면 정말 다른 세상 사람들 같아요. 물론 그들도 내가 모르는 힘든 일을 갖고 있겠지만... 문득 어린시절을 생각해보니까 어렸을 때부터 그랬던것 같아요. 그냥 나란 사람은 세상 살아가는데 그렇게 적합한 사람이 아닌데 태어난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언젠가부터 소원을 비는 일이 생기면 삶의 번뇌에서 벗어나게 해달라고 하고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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