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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7/02 19:50
추천이 있으면 추천을 드리고 싶은데 아쉽습니다. 조금 다른 측면에서, 앞으로 2030과 그 미래 세대를 중심으로 공정의 문제는 계속 제기될 것입니다. 그런데 정작 저는 그다지 희망이 보이지 않는 현실의 해답이 공정에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공정한 경쟁과 능력주의가 기존의 연고주의나 탈법적 상속에 비해서는 확실히 더 좋은 사회에 가까워지는게 맞으니까 그것부터 하나씩 챙겨나가긴 해야겠죠. 하지만 그래서 사회의 공정성이 담보되면 청년실업이나 노인빈곤, 금전적 사유로 인한 출산포기 같은 사회 문제가 해결이 될까? 우리는 그때 행복하고 만족스러운 삶을 살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을 스스로 던져보면 사실 공정 이슈가 현실의 무게를 다루는데 조금 공허하다는 느낌을 받기도 합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21/07/02 23:43
저도 동의합니다. 공정이라는 단어는 너무 넓어서 사실상 모든 문제에 대한 답이 되고 그래서 그 단어만으로는 아무 것도 못 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21/07/05 10:12
저도 공정이 해답이 아니라는 것에는 동의합니다. 다만 말씀하신 이런저런 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서 부가적인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키지 않기 위한 사회적 기초가 공정이라고 생각합니다.
21/07/02 20:04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2030 남성들이 느끼는 불만족의 이유도 실질적 공정, 에 그러니까 남매 간의 공정이 조별과제의 공정을 압도하는 상황이라 생각해서 그런 거겠죠. 어쩌면 남매 간의 공정 그 자체마저도 불균형하다고 느끼고 있을 테고요. 저도 그 밸러스 감각과 식별이 중요하다고는 생각하는데 현실파악이야 또 저마다 다른 법 아니겠습니까? 솔직히 이게 대화로 타협할 수 있는 일인가 싶기도 합니다. 뭐 저는 투쟁을 좋아하는 사람이고 "공정"하게 말하자면 다들 그 과정 중에 있는 거겠죠
21/07/02 21:11
저도 같게 생각합니다. 경쟁이 좋아서 지지하는게 아니라 대안이 없어서 지지하는거에 가깝죠. 여기에 대해서 과거로 회귀 할 거냐고 해봐야 의미가 없죠. 사람들이 정시가 좋아서 정시를 선호 하는게 아니라 수시를 해봤더니 정시만 못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정시를 지지하는거니까요.
21/07/02 21:12
요즘 세간에서 요구하는 공정함과, 얼마전에 유행했던 공정함이라는 착각, 두가지 글을 읽으면서 느꼈던 상반된 시선이 이렇게 쉽게 정리가 되는 이야기였네요. 덕분에 글쓴분의 시선에서 깔끔하게 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21/07/02 21:16
공정이라는 거에서 가장 중요한 건, 분배자에 대한 믿음, 신뢰 라고 봅니다.
당장 형제간의 공정의 예를 들면 3만원이 고등학생, 중학생 형제 2명에게 나누어준다면 3가지 경우의 수가 존재합니다. 1.2명에게 공평하게 반반으로 준다 - 형제는 콩 무조건 반반 2.고등학생에게 2만원, 중학생에게 만원을 준다. - 형을 조금 더 챙겨주자 3.중학생에게 2만원, 고등학생에게 만원을 준다. - 동생을 조금 더 챙겨주자 3가지 다 공정할 수 있습니다. 형제 모두가 만족하면요. 어차피 부모는 형제 모두를 동등하게 사랑하고, 형제도 그걸 느끼고 있으니까 자원을 어떻게 나누는가는 큰 문제가 안 됩니다. 좀 억울할 수는 있지만, 뭐 그렇게까지 차이 나는 것도 아닌데 나중에 형(동생)한테 라면이나 끓여 달라고 하지 뭐 크크 이러고 넘어갈 수 있죠. 근데 부모가 형제를 차별한단 느낌을 가지면? 3가지 모두 불공정합니다. 그리고 그 다음부터는 투쟁으로 넘어가는 거죠.
21/07/02 21:27
그렇죠. 거기에는 함정이 존재하죠. 사실 많은 부모들이 형제를 동등하게 사랑하지 않거든요. 본문에서 언급된 카인 아벨 이야기도 그렇고 얼마 전까지 자게글로 올라오던 성경이야기에서도 암시됐던 거지만, 신도 부모도 사실은 대체로 편파적인 법이죠. 물론 그만큼 더 분배받는 아이가 사는 게 힘들어서 그런 거 아니겠냐!... 라고 할 수도 있지만요. 그렇게 말씀하시는 분들은 불공평을 느끼는 형제에게 피해의식을 운운할 것입니다.
21/07/02 21:35
결국 말씀하신 두 종류의 공정의 차이는 상대적으로 열세인 측을 끌어안느냐 마느냐의 문제인데
이걸 해야한다고 생각하면 좌파 필요없다고 생각한다면 우파.. 위분께서 말씀하신것처럼 어느쪽이든 구성원 전원이 만족할 수 있다면 그게 가장 옳은 방향이겠죠. 그런 의미에서 최근 생기는 논란은 결국 방향의 문제가 아니라 (어느쪽이든 일리있는 말이니) 구성원을 납득시키지 못해서 생기는 문제라고 봅니다. 결국 사람들을 가장 납득할 수 있게 하는건 계량화된 수치인데 (그게 감성을 배제하는지는 차치하더라도) 최근에 생긴 수많은 사건들이 그 숫자들의 신빙성마저도 의심하게 하고 있으니까요 결국 답이 없는 문제지만 최소한 한쪽으로 생각하는 공정을 밀고 나갔다면 이것보다는 덜 논란이 되지 않았을까 싶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21/07/02 23:55
형제 공정에서 형제애로의 연결이 어떻게 되는건지 모르겠네요. 공정하고 애정은 같은게 아니라 생각합니다. 원인을 말씀하신 거라면, 현실을 놓고 볼 떄 공정은 증오와 폭력에서 비롯될 수도 있는 것이겠고요. 가정에서 똑같이 주는 것도, 그건 기본적으로 한 명만 주면 난리가 나기 때문이겠지요. 강아지 두 마리를 키워도, 한 마리만 주면 난리가 날 텐데요.
오늘날 진보 진영이 하는 일도 그런 부분이 상당한 거죠. 사람들간 신뢰를 쌓고 애정을 높이고 이를통해 평등을 실현하려는 부분과, 사람들간 불신을 만들고 혐오를 하게 만들고 이를 통해 평등을 실현하는 부분을 놓고 볼 때, 그 비중의 차이를 눈여겨볼 필요도 있는 거라 생각합니다.
21/07/03 00:15
솔직히 저는 '형제의 공정'이 좀 비겁한 워딩이라고 생각합니다.
서두에 쓰신 것처럼 '형식적 공정'과 '실질적 공정'이 마치 후자의 것이 더 진실되고 참된 것, 진짜인 것, 중요한 것을 함축하고 있는 듯한 용어일 수 있고 일종의 프레이밍이 될 수 있다는 점에 공감하는데, '형제의 공정' 또한 마찬가지의 문제를 안고있는 말이 아닌가 싶습니다. 실제로 바로 위 댓글에서 지적하고 계시듯이 '형제의 공정'이라는 용어를 통해 이것이 '형제애'에 기반한 공정이라고 논지를 전개하시면서, 이런 공정이 마치 가족과 같은 끈끈한 연대로 묶인 집단에서 필요한 공정이라는 이미지를 주고 계신 것 같거든요. 의도치 않으셨더라도요. 그냥 많이들 사용하는 것처럼 '실질적 공정'이라는 용어를 쓴다면 딱히 그런 느낌은 없지요. 실제로 '실질적 공정'을 중요시하는 사람들이 연대와 공감을 강조하기는 하지만 꼭 그런 감정적인 이유만으로 실질적 공정을 달성해야한다고 얘기하는 것은 아니니까요.
21/07/03 10:03
추천이 아쉽네요(2)
이렇게 직관적인 개념을 만드는 사유가 소중합니다. 서구에서 그런 식으로 만들어준게 한국에 들어오면 각이 꽉 잡힌 암기용 키워드가 되지요. 예수님의 과부의 헌금, 부처님의 꺼지지 않는 등잔, 공자의 입학식(?) 예물 이야기가 이에 시사하는 바가 있습니다. 첫째, 처져도 뭔가 하긴 했고 둘째, 칼같은 비례는 아니라는 것이죠. 형제간에 차등분배든 혹은 사실상 불공정한 동등분배든, 결국 용납할 수도 있는 이유는, 가족으로서 서로 사랑하는 걸 알기 때문입니다. 그냥 '00니까'로 하다가는 가족도 해체되죠 결국. 오늘날 이 시국인 것도 인권 개념을 너무 편리하게 활용해서 그런 면이 없진 않습니다. 기본소득을 얘기할 때 정말 인권강도처럼 얘기하는 측도 있고, 설국열차처럼 얘기하는 측도 있는데, 저는 [마음이 있을 텐데 십분 발휘할 기회를 못 받은 것에 대한 보상] 정도로도 생각해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사람이 뭘 잘 한 것은 공동체에 대한 호의를 전제로 하지 않기 때문에, 칼같은 비례보상으로 효율과 의욕을 증진한다는 논리는 실제로는 조금 위험한 전략입니다. 샌드박스식 사업 청산에서는 좋죠.(딱 교양 조별과제긴 하네요) 물론 비례 자체는 매우 중요해서 더 정교해져야 합니다. 우리나라는 보상을 [어떤 소속-직위에 공식/비공식으로 딸린 메리트 패키지]라는 둔중한 단위로 주고 받으려는 경향이 있어 문제가 커집니다. 다 같은데 원단위만 개별로 계산해주면 사회 차원에서는 차라리 나을 일이 많습니다.
21/07/03 15:16
민주주의의 3원칙인 자유,평등,박애 중에서 "박애"에 대한 담론은 거의 나오질 않는 시대지요. 사실 자유와 평등간의 균형을 맞추는 것 조차도 쉽지 않은데, 거기다가 박애까지 들어간다면 정말 어려운 과제가 되어버리는 것 같습니다.
깊은 통찰이 들어간 글 잘 봤습니다. 진짜 추천이 아쉽네요.
21/07/04 01:33
공정에 중한 점은 바로 원칙입니다.
이 원칙을 구성원 모두가 인정하고 공유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합니다. 조별과제건 형제간이건 구성원이 불만을 가지고 이야기 한다면 그 원칙은 다시 한번 재검토가 필요합니다. 페미문제의 경우는 이 원칙에 대해 구성원들이 이해할 수 없고 심지어 그 원칙도 잘 지켜지지 않기 때문에 갈등이 생기는 겁니다. '20대 여성은 사회적 약자이기 때문에 도와야 한다.' 라는 원칙을 이해할 수 없는 거죠. 그러면서 '모두를 위해서 20대 여성도 희생해야 한다' 라는 것은 절대 거부하고 있으니... 다들 거부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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