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다시봐도 좋은 양질의 글들을 모아놓는 게시판입니다.
Date 2001/11/01 20:11:06
Name Apatheia
Subject [잡설] 해도 되는 것과 해서는 안 될 것.
옛 말에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고 했다.

그래서 그런지

지금 모 게임사이트 게시판에서 동네북 신세로 두들겨맞고 있는 한 준프로게이머의 모습이

참 예사로와 보이질 않는다.




어제 경기 보지도 않은 입장에서, 사실 무어라 할 말은 없다.

단지 여러분들의 글을 통해

분명 방송에서는 테란고수 대 저그고수로 경기가 홍보되었다는 것,

그러나 정작 그 게이머는 그런 얘기를 듣지 못했고

그래서 프로토스가 유리할 것 같은 섬맵에서

별다른 생각없이 주종목인 테란을 버리고 프로토스를 골랐다는 것,

그러나 상대방 게이머는 그 선수가 워낙에 테란으로 이름이 높은지라

응당 테란으로 나올 것이라 생각했고

그 덕분에 완전히 허를 찔리고 말았다는 것,

결과적으로, 테란을 잡았던 그 선수가 3대 1로 이겼다는 것 정도를 겨우 알 따름이다.

아마, 문제의 경기가 1대 1이 된 후 치뤄진 경기였기에

전체적으로 봤을때 승부의 분수령이라고도 할 수 있는 대목이었겠고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이토록이나 '분개'하고 있지 않은가, 나름대로 생각해 본다.




그 선수가 썩 잘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가 비록 공인 프로의 신분은 아니지만

스타크래프트에 관심있는 사람 치고 그의 아이디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고 해도 좋을 만큼

이름이 나 있는 상태에서...

사람들이 원한 것이 그의 '테란'이었다는 점을 너무도 쉽게 생각해 버린 것은

분명 실수라면 실수고, 잘못이라면 잘못이다.

프로게이머가 연예인은 아니지만

어쨌든 그들 또한 그들의 경기를 지켜보는 관중의 성원을 먹고 사는 존재인 만큼...

대중이 자신에게 바라는 것이 무엇이었는지는

잠시 생각을 해 보았어야 옳지 않았을까.

(아마 그 선수가 테란을 잡아 그 경기를 지고 결국 라이벌 전도 졌더라면

오히려 힘내라 열심히 해라는 성원을 더 많이 받았을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잘못했다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선수라면 누구나 이기기 위해 경기에 임하는 것이고

그로서는 좀 더 쉽고 빠르게 이길 수 있는 방법을 찾다 보니 그런 방법을 택한 것이겠는데...

하찮은 점심값 내기 게임 한판에도 눈에 핏대가 오르는 사람의 심리를 생각해보면

그의 그런 행동을 나무랄 수만도 없는 게 아닐까.



오늘 그가 집중포화를 당하고 있는 사이트에 갔다가

천썅테란...이라는 호칭을 봤다.

올 것이 왔는가...하는 생각이 잠시.

그 후엔 울컥 화가 치밀었다.




우리가 그에 대해 아는 것이 무엇일까.

이름, 나이, 성별, 그리고 온라인을 벗어난 일상에서는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정도.

그 외엔... 전무하다.

그러니, 그런 상황에서 우리가 그를 부르는 호칭-천상테란-은

사실 그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단 한 번의 실수...

그것도, 그의 인간됨이 사악해서도 아닌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에서 빚어진 미숙함에 불과한 행동 하나로

우리는 지금 그의 이름에, 그의 얼굴에, 그의 모든 것에 먹칠을 하고 돌을 던지고 있는 것이다.

심하다... 아무리 봐도 심하다.

아마 게임을 시작한 지 거의 처음으로 그는 자신의 게임아이 점수를 원망하고 있지 않을까.

그가 1200, 1300점 대의 일반적인 유저였다면

그가 섬맵에서 프로토스를 잡았든 저그를 잡았든

그 누구도 시비거는 일 따위는 없었을 것이 아닌가.




실망했을 수는 있다. 그건 충분히 가능하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이런 식으로

사람 하나를 둘러싸고 돌팔매질을 해야만 옳은가.

...해도 되는 것과 해서는 안 될 일의 경계란 것은 분명히 존재한다.

팬으로서, 관중으로서

이기기 위해 자신의 주종목을 버린 그에게 실망할 자격은 누구에게나 있다.

그러나 그 한번의 실수만으로 heaven을 bull shit으로 바꿀 자격은 그 누구에게도 없다.


-Apatheia, the Stable Spirit.




PS...

좋은 날  죄송합니다. 너무 화가 치밀어올라서...

이런 글 쓸 데가 여기밖엔 없네요.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나는날고싶다
01/11/01 20:21
수정 아이콘
저도 이렇게 생각합니다만..익명성을 이용한(?) 사람들의 어이없는 행동은 어떻게 제지할 수 없는 노릇이니..
나는날고싶다
01/11/01 20:21
수정 아이콘
우선 우리부터라도 좀 더 게이머들을 이해할려고 노력해야 할듯하네요..~_~
근데 겜큐에서 조용한 걸 보면 별루 잘못한 것 같진 않군요.....ㅡ,.ㅡ;; 온게임넷의 몇명이 나서서 그런 건 아닌지......
01/11/01 20:54
수정 아이콘
속시원하게 말씀 잘하셨네요. 후련한데요 ^_^
노란잠수함
겜큐에서도 헛소리하는 인간들 있던데... 뭐 남잘되는거 못보는 인간들이니까 어떻게 할수도 없고... 확실히 익명성을 이용한 어이없는 행동이 문제인거 같네요...
Apatheia
01/11/01 23:58
수정 아이콘
겜큐는--; 거긴 정말 구제불능이에요 --; 방금은 가보고 저런 데는 하루 빨리 문닫는것이 대한민국 스타크래프트계에 좋을 거라는 생각까지 들었다는 --;
Zz@mPpOnG
01/11/02 02:11
수정 아이콘
겜큐... 개인적으론 온겜넷보다 더 좋은사이트라고 생각했었는데... 게시판 폐쇠하는게 오히려 좋은 판단일듯... 다시 살아나는것을 기대하기는 시간이 너무...
항즐이
01/11/02 02:45
수정 아이콘
겜큐... 게시판.. 음.. -_-;; 워낙 학을 뗀 곳이라서요.. ^^;; 제게 스타 게시판을 싫어하게 만든 1호.. 으어어
다들 옳은 말씀들을......... 예전 박경태사건(?), 라그나로크(?), 임요환의 스탑러커(?), 김동수의 어택땅(?)등 어찌보면 겜토론문화의 정착을 위해서 거치는 과정일 수도 있겠지만, 이러다가 60~70년대의 프로레슬링이 되버리는건 아닌지... 쩌~ㅂ ~.~
아! 한마디 빠졌네여, pgr21의 1주년을 추카드립니다. 난 여기 넘 조아~~~ *^^*
Apatheia님~~ 피시딕에서 아뒤 찾아보니 '격정에 사로잡히지 않는'이라는데.. 요즘은 사로 잡히시고 있는거 같아요.. 맘푸세요.. 사람들이 다똑같음 재미 없잖아요.
Apatheia
01/11/02 10:16
수정 아이콘
헉... 드뎌 허접필명의 뜻을 찾아보신 분이 ^^; 제가 워낙 못그러다 보니 그렇게 되고 싶다는 뜻에서 진 필명인데... 저도 좀 조용히 살고^^; 싶은데 옆에서 안받혀주네요 ^^;
훗...역시..이사이트에 있는 사람들과 글은...진흑속의 진주야..^^
아직은 덜 성숙된 토론문화속에서 어린 게이머들이 상처를 받지 않았으면,,좋겠다...그리고 그런 말들에 흔들리지 않을 강력한 정신력도 가졌으면 좋겠다. 빛이 있으면 어둠이 있다,,적당한 빛과 어둠의 조화가 이루어 질때,,진정 우리가 원하는 세상이 오지 않을까요?
몇일전부터 pgr21이 첫 돌을 맞이한다는 것을 알았는데,,,오늘 접속하니,,기분좋은 문구가 뜨더군요..때로는..이곳이 유명해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도 있습니다. 옛날..그 좋았던 겜큐가,,지금의 쓰레기통이 되는것처럼,,여기 pgr21이 흐려진다면..정말 가슴이 아플것 같습니다..여기 글들을 보다 보니..갑자기 다쿠님이 생각이 나는군요..그의 거침없는 말이 듣고 싶은데 ,,어떻게 사는지..
암튼,,어찌되었건,,pgr21아저씨..추카해여~~ ^^,,,그리고,,그외 수많은 이 사이트의 운영자님(?),,운영자님들이 맞죠?,,님들과 같은 분이 더욱더,,좋은 pgr21을 만들고,,더욱더 성숙된 게임문화를 정착시키는 첨병의 역활을 하잖아요....암튼,,,다들 힘내시고,,다들,,GG합시다..
그리고, Apatheia님!! 격정에 사로잡히면 어떻습니까?,,,불같은 열정으로 헤쳐나오면 되지..^^;; 아마도,,님은 충분히 그렇게 하실수 있는,,,아주 뜨거운 열정을 지니고 계실겁니다..그럼..오늘도 여전히...GG~~
Apatheia
01/11/02 19:34
수정 아이콘
대발님 감사합니다 님두 GG하세요 ^^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20 박정석 VS 임요환, 박정석 VS 조정현... [10] Sir.Lupin12408 01/11/11 12408
19 [펌]" 임요환 3연패할수 있을까...이번에야말로 쉽지앟은 정복..." [14] 할배발커14779 01/11/11 14779
18 [퍼옴]김대기의 Worst Player 홍진호 - 저그의 몰락 나는날고싶다8335 01/11/11 8335
17 [퍼옴]김대기의 Best Player 박정석 - 밀어낼 수 없는 탄탄함 [2] 나는날고싶다6049 01/11/11 6049
16 [퍼옴]김대기의 Worst Player 조형근 - 당하기만하다 한번 최후의 반항을? 나는날고싶다5378 01/11/06 5378
15 [퍼옴]김대기의 Best Player 김동수 - 약간은 아쉽지만 할 말 없는 명승부 나는날고싶다6938 01/11/06 6938
14 승리로 얻어지는 것들 [13] 항즐이8154 01/11/05 8154
13 [잡설] 해도 되는 것과 해서는 안 될 것. [18] Apatheia9160 01/11/01 9160
12 [퍼옴] 성춘님동->정민님동->pgr21.com. 온게임넷 2주차 경기에서, 동수님의 아콘 플레이... [2] Apatheia7948 01/10/30 7948
11 [퍼옴]김대기의 WORST PLAYER 이재항- 애로사항이 꽃피는 희대의 역전극 나는날고싶다7335 01/10/28 7335
10 [퍼옴]김대기의 BEST PLAYER-고집쟁이 가림토스 나는날고싶다8684 01/10/28 8684
9 [잡설] 어느 프로게이머에 대한 단상. [3] Apatheia9755 01/10/22 9755
8 외국인 선수들의 한국 게임문화에 대한 태도 ..by 항즐이 and 재경님 [15] 항즐이25076 01/10/14 25076
7 세르게이 선수에 대한 단상 by 항즐이 [5] 항즐이9515 01/10/13 9515
6 정말 한심한 kbk-제주 kbk 온라인 선발 결과를 보면서.. [1] canoppy9204 01/10/10 9204
5 최인규 선수 정말 저그에게 약한가? [8] 항즐이15326 01/09/27 15326
4 [펀글] 온게임넷 3차 주목할 게이머 by we1974 pgr219489 01/09/23 9489
3 [건의] 풀리그방식의 예선전 - by 노동환(gamax) pgr217753 01/09/22 7753
2 김정민과 최인규.. by 스팀팩바바 pgr2110480 01/09/05 10480
1 [추천] 프로게이머 인물열전 1~8 by we1974 [10] pgr2117110 01/07/20 1711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