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게임넷의 맵퍼분들은 엠비씨게임의 맵퍼분들에 비해 새로운 시도를 자주 하는 편입니다. 그런데 그 새로운 시도라는 것이 이번 개척시대처럼 처참한 실패로 끝나는 일이 매우 자주 일어나고 있지요. 개척시대의 테저전, 8.15의 테저전, 패러독스의 저프전, 머큐리의 저프전 모두 상성이라고 할 정도로 한 종족이 다른 종족을 너무나도 쉽게 이길 수 있다는 것입니다.

맵퍼들은 이제 인정을 해야 합니다. 자신들이 밸런스에 대해 별로 고려를 안하더라도 선수들이 연구해서 밸런스를 찾을 것이라는 생각이 아무 근거가 없었음을 말입니다. 방금 신한은행스타리그의 결승전이 끝났습니다. 개척시대에서 얻고자 하는 새로운 재미가 바로 이런 것이었습니까? 저그가 테란상대로 별 힘도 쓰지 못하고 지는 것이 재미있다는 사람은 한 명도 없을 것입니다. 선수들이 맵퍼들의 기대를 따라가지 못했다고 하고 싶으십니까. 스타는 이미 아마추어게임이 아닙니다. 말 그대로 밥만먹고 게임만 하는 사람들이 바로 프로선수들이고 그 선수들 중에 가장 나은 선수가 해법을 찾지 못한다면 해법은 없는 겁니다.

새로운 맵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새로운 컨셉이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특정한 종족전만 나오면 결과가 뻔한 맵이 시청자의 재미를 얻을 수 있을것 같습니까. 새로운 맵과 새로운 컨셉에 의한 재미를 찾는 것은 이렇게 밸런스를 보장하지 못하는 이상 정말로 멀고먼 얘기입니다. 마치 간신히 기기 시작한 아이를 뛰라고 재촉하는 격입니다. 기기 시작했으면 걸어야 하고 걸은 이후에 뛰는 것이 가능한 것입니다. 지금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종족간 상성을 깨는 밸런스의 원형을 찾는 것이고 그 이후에야 원형을 유지하면서 변형을 시킬 수 있고 새로운 맵도 새로운 컨셉도 생길 수 있는 겁니다. 오로지 밸런스를 생각하고 만들어도 밸런스를 맞추기가 힘든 시점인데 무슨 엉뚱한 생각들을 하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시청자들은 새로운 컨셉을 담은 맵만 나온다는 소리를 들으면 가슴이 덜컹합니다. 아 또 저맵은 특정종족이 특정종족에게 무조건 지겠구나. 재미있겠다는 것이 아니라 이런 생각부터 먼저 드는 겁니다.

밸런스를 못맞추겠다면 솔직히 인정을 하고 예전에 검증된 맵을 쓰는게 더 나을겁니다. 루나, 노스탤지어만큼 밸런스가 맞는 맵을 만들 자신이 없으면 계속 쓰세요. 지루하다고요? 밸런스만 맞추어 주면 선수들이 알아서 내용을 만들어 줍니다. 배틀넷에서도 계속 쓰는 맵만 쓰는데 어째서 스타리그는 계속 바뀌어야 하지요? 맵을 잘 만들기나 하면 모르겠지만 종족간의 상성이 매우 극명하게 나타나는 맵만 계속 나오고 있는 지금 시점에서는 같은 맵을 계속 쓰면 시청자들이 지루해 할 것이라는 것은 엄청나게 사치스러운 생각입니다. 같은 맵을 쓰는 것보다, 미리 결과를 예측할 수 있고 예측한 그대로 결과가 나온다는 것 자체를 시청자들이 못견뎌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