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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6/03/11 03:22:27
Name 두번죽다
Subject 사랑, 그 변화무쌍함
  제 후배 얘기를 해 드릴까합니다. 새내기 때 그 녀석은 이성에게 그리 호감을 주는 인상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저와는 절친했던 녀석이 어느 날 속마음을 털어놓았습니다.


  "형, 저 00를 좋아해요..."


  제가 한 말은 바로 "야, 임마 눈 좀 낮춰라. 힘들 것 같다."였습니다. 00은 당시 신입생 중에서 유난히 눈에 띄는 여자 후배였습니다. 제 친구들도 여럿이 그녀에게 러쉬를 한다고 난리를 쳤던 기억이 납니다. 물론, 저도 그 대열에 합류(?)하고 싶었지만, 당시 여자 친구가 있었던 관계로 결과가 정해진 길을 걷진 않았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참 다행이구나 싶습니다.


  녀석도 물론 그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또릿또릿한 눈망울에서는 포기란 단어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언제 어디서나 니가 좋아하는 00를 응원해 줄 수 있는 가장 친한 친구로 남으라는 조언을 주었습니다. 장하게도 후배 녀석은 제 얘기를 장장 5년 동안 실천했습니다. 물론, 00은 그 5년 동안 몇 명의 남자친구를 만났습니다. 그럴 때마다 녀석은 겉으론 아무 내색도 없었지만, 저한테만 와서 "형, 저 죽어요."라고 하소연을 하면서도, 결국은 5년 이상을 기다리는 녀석을 볼 때마다 제가 한 녀석의 인생을 망치고 있지는 않은가 하는 생각도 많이 했습니다.


  5년이라는 기간은 후배 녀석에게는 참으로 힘든 기간이었지만, 00에게 가장 친한 대학 친구로 남게 되었습니다. 00이 남자 친구와 불화가 있을 때, 걱정이나 고민을 상담할 때 옆에서 큰 힘이 되어준 것이 바로 제 후배였습니다. 애정 문제를 상담해 줄 때 얼마나 그 속이 시커멓게 타들어 갔을지 충분히 짐작은 가지만, 항상 자신의 일처럼 자상하고 신중하게 대해주는 후배를 볼 때 마음 한 구석으론 존경심마저 들었습니다.


  그리고, 6년째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좁혀지지 않던 둘의 평행선 같은 관계가 어느덧 서서히 좁혀지는 것이 제 눈에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후배는 아니라고 발뺌을 했지만, 제 눈을 속이기는 힘들어 보였습니다. 가끔씩 학교에 도시락을 싸와서 후배를 챙겨주는 00를 볼 때, 그리고 추운 겨울 날 서로 목도리를 두르라고 야단법석을 피우는 둘을 볼 때마다 저는 이제 제 후배의 '사랑이 결실을 맺는구나.'하는 감동에 저도 모르게 주먹을 불끈 쥐고 부르르 떨었습니다.


  6년이 넘는 시간 동안 그녀 얘기가 나올 때마다 제 앞에서 항상 진지해지던 후배와 정말 옮은 조언을 해줬던가 하는 의구심에 후배 앞에서 왠지 미안해지던 저의 모습들이 이제는 우리 둘을 웃음짓게 하는 좋은 추억이 되었습니다. 어느덧 시간은 흐르고 흘러 저를 만나러 올 때마다 항상 그녀와 함께 나오는 녀석을 보면서 우리 둘은 00은 모르는 미묘한 눈짓을 서로 주고 받곤 한답니다.






P.S. 1  피지알에 남기는 첫 글입니다. 아직 글솜씨가 미숙하지만, 조그마한 활력이라도 드렸으면 하는 바람에 이 글을 남깁니다.


       2 사랑에 고민 많으신 분들 정공법만이 답은 아닙니다.


       3 사실 제가 후배에게 해준 조언은 제 연애 방식과는 정반대였답니다. 왠지 모르게 제가 가지 못했던 길을 후배에게 열어주고자 하는
          선배의 따뜻한 마음이라고 봐주시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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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훈'카리스
06/03/11 06:36
수정 아이콘
대단하네요.. 그 후배...
옆에서 그 사람 바라보면서 기다리는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기에...
애연가
06/03/11 07:53
수정 아이콘
6년간 다른남자를 만나는 여자를 지켜봐야했던, 후배분의 상황에 안습이... 사랑이란데 오묘한게 ... 과정이 힘들면 결과가 좋아야하는게 세상의 이치인데... ... 사랑은 예외더군요
[DCRiders]히로
06/03/11 09:41
수정 아이콘
대학 들어가면...조금만 이쁜 새내기 있으면 예비대나 mt가서 어찌하던
낚아보려는 고학번들..정말 눈물겹죠^^
JJuNYParK
06/03/11 10:40
수정 아이콘
6년동안 한 여자만을, 다른남자를 사귐에도 불구하고 좋아한다는건
쉽지않을텐데 후배님도 대단하시네요!
뭐, 그중간중간 포기도 해보고,잠깐 한눈도 파셨겠지만 결국 결실을
얻으셨다니 참 멋지십니다!

하지만 인내는 쓴것이니까요!
사랑에 정도는 없지만 , 정석은 있습니다.
"사랑학개론"이라는 말도 있을정도이니까요.

그렇게 오래 기다렸어도 열매가 달다면 고된 과정을 겪을수 있겠죠.
하지만 사랑의 결실은 아무도 모르는것이니까요.
10년,20년이 되어도 쓰디쓴 참패를 맛볼수도 있는게 사랑이니까요.
후추상사
06/03/11 11:03
수정 아이콘
그 후배 대단하네요.
글과 상관없는 말이지만, 맞춤법, 띄어쓰기, 문단 첫 줄 한 칸 띄우기 등 기본에 충실하신 분이신 것 같습니다..^ ^
You.Sin.Young.
06/03/11 11:05
수정 아이콘
인내의 승리..
덧붙여 내용전개, 맞춤법까지 모두 깔끔하고 주제 표현이 분명한 글
JJongSaMa
06/03/11 11:15
수정 아이콘
전 짝사랑 한지 반년... 왠지 가능성이 보이네요. 희망이 되는글 ㅠㅠ
06/03/11 11:17
수정 아이콘
저 역시 6년간 짝사랑 이후 결실을 맺었지만 군 입대후 그 인연이 끊어져버렸네요..
그 후배분 좋은 사랑 오래 만들어가셨으면 좋겠네요..^^
심장마비
06/03/11 11:22
수정 아이콘
후배분 대단하네요^^;;
음.. 두사람이 오래오래 잘만났으면 좋겠어요
Love.of.Tears.
06/03/11 12:56
수정 아이콘
fighting~^^
하얀그림자
06/03/11 13:39
수정 아이콘
사랑에 대한 글을 올리는게 또 유행 되버린..?
Rocky_maivia
06/03/11 13:46
수정 아이콘
유게는 안습 자료 투성이더니만 여기는..
ForceCop
06/03/11 14:14
수정 아이콘
노력하지 않는 자에겐 바라는 것을 얻을 생각을 말라.

결국 모든 사랑은 노력없이는 되지 않는가보네요.
(노력을 별로 해보지 않았던 사람의 중얼중얼 한마디 -_-)
greatest-one
06/03/11 14:20
수정 아이콘
진정한 가슴에 사랑을 담아내는 사나이군요 멋지네요...
Flyagain
06/03/11 14:24
수정 아이콘
저도 기다릴겁니다!!
06/03/11 14:57
수정 아이콘
당시 여자친구가 있었던 관계로...
아자뷰
06/03/11 15:28
수정 아이콘
옆에서 바라는보는건 정말 힘들죠....
혼자 머릿속에서 이상한 상상을 하면서 괴로웠던적이....
그래도 제일 힘든건 사귀면서 배신을 당하는거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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