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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6/05/27 23:50:25
Name 낭만토스
Subject 오늘 비가 왜 오나 했습니다.




재수학원을 다닌지 어느세 3개월.... 오늘도 변함없이 헐래벌떡 집을 뛰쳐나갔습니다.
어머니께서 비 올것 같다고 우산가져가라고 하십니다. 아니나 다를까 밖에 나온지
몇발자국 뛰기도 전에 툭툭 비가 오지 않겠어요?

며칠전 같은반에 저보다 5살 많은 형의 전자사전을 생각하면서 버스정류장까지
걸어갔어요.  그 형이 한 일주일전쯤 핸드폰이 박살이 났었는데 3일전쯤 제가 전자사전
을 깨뜨렸거든요.

오늘은 왔을까?? 하지만 형은 오늘도 학원에 안나왔네요. 제가 전자사전 깻다고 삐친
걸까요? 아님 다음날이 모의고사라고 여자친구랑 놀러간걸까요? 수요일이 여자친구와
400일 되는 날이라고 했어요. 그런데 목요일부터 갑자기 연락이 안되는 형... 땡땡이도
적당히 쳐야죠. 이러면 재적 당할 수도 있는데 말입니다. 저는 여자친구도 없는데....

담임선생님이 들어오십니다. 유난히 다른반에 비해 떠드는 저희반입니다. 선생님들어와도
별로 달라지지 않습니다. 가끔은 내가 재수종합반을 다니는건지 고등학교를 다니는건지
해깔릴때도 있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담임선생님께서 오자마자 찬물을 뒤집어 쓴듯이
조용해집니다. 담임선생님 손에 들린 국화꽃을 보고요.

담임선생님도 우리도 그 누구도 아무말도 하지 않았않어요.
그 침묵속에 긴 대화.... 그리곤 말문을 여시는 담임선생님. 목이 매이셨나 봐요.
뺑소니라네요. 횡단보도에서... 여자친구 400일 기념으로 만나고 집 데려다 준후
집에 가는길에 뺑소니를 당했다고 합니다. 벌써 3일장까지 끝나고 화장까지 끝났답니다.

교실은 금방 울음바다가 되었죠. 정말 좋은 형이었거든요. 맨 처음 인상은 무서웠죠.
인상쓴 얼굴에 반팔티 끝에는 문신까지 약간 보이고요. 학원 다닌지 1달이 지났을때
그 형과 짝이 되었죠. 한달째 말도 안하고 과묵하게 책만 보는데 말을 걸수가 있어야죠.

그러나 그런 무서움과 과묵함 속에 부드러움이 있는 형이었어요. 최고 연장자로 반의
분위기를 잡을때는 잡고... 반대로 장난칠때는 정말 5살 위 형이 맞나 싶을 정도로
재미있고... 동생들 위해서 돈 쓸땐 팍팍 쓰고... 인생선배의 입장에서 진지하게 고민도
들어주는... 정말 좋은 형이었어요

그런 형의 자리에 이제 수많은 국화가 놓여져 있습니다. 참고 또 참았습니다. 눈물을
보이기 싫었습니다. 수백 수천번을 참고 집에 돌아왔습니다. 저도 모르게 눈물이
주르륵 흐르네요. 같은 남자이지만 인간적으로 너무 멋있고 그래서 좋아했던 형....

하늘도 울고 저도 울었습니다. 티원의 승리소식을 듣고도 기쁘지 않은날은 오늘이
처음인것 같습니다.


ps 쓰고 나니 푸념만 늘어놓은것 같습니다. 게시판의 성격에 맞지 않는다면 자삭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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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eversunny
06/05/27 23:52
수정 아이콘
먼저 고인의 명복을 빌겠습니다..

그 뺑소니범 꼭 잡기를 기도하겠습니다..

정말 우리나라 교통사고율 왜 이렇게 높나요..ㅠ
06/05/27 23:53
수정 아이콘
진심으로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솔로처
06/05/27 23:54
수정 아이콘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06/05/27 23:57
수정 아이콘
고인의 명복을 진심으로 빕니다.. 휴..
촉호파이
06/05/27 23:57
수정 아이콘
하..정말 인생이란 뭘까요..너무 안타깝네요..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구름처럼
06/05/28 00:03
수정 아이콘
저도 어렸을적 이런 경우가 있었지만 ......참 인생이란 이런건가라는 생각뿐 좋은 추억으로 남기시길.........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그형님 누워계신곳에 함 찾아가보는것도 좋을듯
*블랙홀*
06/05/28 00:16
수정 아이콘
저도 친했던 친구가 제 생일날 죽었었죠....낭만토스님 기분 어떠셨을까라는 느낌도 조금 알거 같습니다...그 형님의 명복을 빕니다..좋은곳으로 가셨을거예요.......구름처럼님 말씀처럼 누워계신곳 가보세요...꽃이라도 올려놓고...좋아하시던 음료수 같은거 있으면 그곳에 뿌리면서 이런저런 예기 해 보시는것도 좋을듯 싶네요...
그리고 뻉소니범 빨리 잡히길 기원 합니다....
Everything
06/05/28 00:19
수정 아이콘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크로우
06/05/28 00:20
수정 아이콘
안타깝네요... 정말..
06/05/28 00:21
수정 아이콘
이런 글에 이런말 하면 안되는거 같지만...

... 저 죽은뒤에 제 주변사람들이 위에 돌아가신 분의 주변분들만큼 많이 울어줄 것 같지 않네요... 그 분... 죽음은 안타깝지만... 그래도 주변분들의 사랑을 많이 받으셨네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하늘하늘
06/05/28 00:35
수정 아이콘
지구 역사상 그 어떤 악마도 자동차만큼 사람을 죽인 악마는 없었죠.

슬프네요..
제 친구녀석도 자기 눈앞에서 애인을 자동차 사고로 잃었습니다.

부디 좋은 세상에 가셨길...
WizardMo진종
06/05/28 00:40
수정 아이콘
좋은곳 같을겁니다. 울지마세요
06/05/28 00:45
수정 아이콘
생각해보면 저는 유난히 친구들을 많이 잃었습니다. 후배도 그렇구요. 왕따를 견디다 못해 자살한 친구가 있었습니다. 꽤 오래전 이야기인데 왕따라기보다 다른 지역으로 고등학교를 갔다가 텃세때문에 괴롭힘 당하다 자살했다고 알고 있습니다. 유서를 남긴것도 아니지만 들리는 소문이 그렇더군요. 죽을 이유가 하나도 없고 공부를 잘한 것은 아니나 태권도를 잘하고 성격이 서글서글해 친구도 많았던 동창이 농약을 먹은 적도 있습니다. 아무도 그가 죽은 이유를 모르죠. 남이 보기에 생을 끊을 이유가 없는 친구였습니다. 항상 간질인지 천식인지로 괴로워하던 후배가 있었는데 어버이날 전날에 빗속에서 부모님 꽃사러 나가다 갑자기 발작해 명을 달리했습니다. 비가 심하게 왔고 한적한 곳에서 일이 터져 꽤나 오랫동안 방치되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 어떤 보상으로도 죽은 이를 되살릴 수는 없습니다. 친구들은 생을 다하기 전의 모습들만 기억할 수 있습니다. 우울하네요.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그리고 남은 분들에겐 행복했던 기억만이 남길 바랍니다.
막시민리프크
06/05/28 00:47
수정 아이콘
낭만토스님 같은 분들이 있기에 그 형이란 분께서는 미소를 짓고 있습니다.
타조알
06/05/28 01:06
수정 아이콘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좋은 곳으로 가셔서..웃으시길 진심으로 기도합니다
카이레스
06/05/28 01:12
수정 아이콘
명복을 빕니다.....
마녀메딕
06/05/28 01:14
수정 아이콘
이런...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스피넬
06/05/28 01:29
수정 아이콘
전 친구가 세상을 떠날려고 할 때 잡아주지 못한 죄인인데도...
슬픔을 견뎌내며 그 친구 몫까지 당당하게 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힘내세요... 사랑하는 사람들이 울어주고 세상까지 같이 울어주는...
그 분은 고인이 되셨어도 행복하실꺼라 생각합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이디어트
06/05/28 01:34
수정 아이콘
▶◀고인의명복을빕니다
투신아
06/05/28 01:54
수정 아이콘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낭만토스님 기운 내세요~::;
파벨네드베드
06/05/28 09:47
수정 아이콘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나야NaYa
06/05/28 10:08
수정 아이콘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아드보카트게
06/05/28 10:44
수정 아이콘
고인의 명복을 빌면서 뺑소니범이 잡혀서 가시는 길 한이 없기를 바랍니다.
06/05/28 16:28
수정 아이콘
사람이 죽는것보다 슬픈일은 없죠..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뒹굴뒹굴후니
06/05/28 21:17
수정 아이콘
제 친구도 목요일 뺑소니를 당했습니다. 재수학원다니는데.. 대학다녀보고싶다고 그렇게 노래를불렀는데..
참으로 허무합니다. 선생님이 되고 싶다고 수학좀 갈쳐달라던..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해피베리
06/05/29 10:10
수정 아이콘
다시는 볼수 없다는 절망감때문에 죽음이 가장 슬픈 거 같아요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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