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러 문화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이라면, 라이트 아웃이라는 이름은 스쳐가다라도 한번은 들어봤을 겁니다.
2013년 제작된 이 단편 영화는 3분이 채 안되는 길이임에도 수많은 이들을 놀래키는데 성공했죠.
불을 끄면 닥쳐드는 귀신이라는 단순하면서도 아주 효과적인 소재 덕분이었습니다.
누구나 어둠에 대한 공포는 가지고 있으니까요.
이 영화는 Who's There Film Challenge에서 감독상을, FANT Bilbao 2014에서 작품상을 수상하며 성공적인 결과를 얻었고, 이대로 좋은 단편 공포 영화로 기억될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올해, 이 영화는 장편 영화로 거듭나 세상에 다시 한번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작금 가장 성공적인 커리어를 이어가고 있는 공포 영화 감독 겸 제작자, 제임스 완의 눈에 들었거든요.
원작 감독 데이비드 샌드버그가 그대로 감독을 맡으면서, 이 작품에 대한 기대는 더욱 커졌습니다.
할리우드에서 가장 하우스 호러에 능한 제작자와, 인디에서 이미 역량을 보여준 감독의 만남이었으니까요.
아니나다를까, 라이트 아웃은 기대했던만큼 아주 만족스러운 공포 영화였습니다.
사실 원본이 짧디 짧은 단편 영화인데다, 이미 그 안에 공포를 조성하는 요소가 모두 갖춰졌기 때문에 장편 영화로 탈바꿈하는 과정에 있어 다소간 우려가 있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오히려 불필요한 사족이 붙어 원작을 망치는 형태가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었죠.
하지만 새롭게 추가된 스토리라인과 뒷설정은 상당히 매력적입니다.
스티븐 킹 작품에서 강하게 영향을 받은 듯한 느낌인데, 다이애나라는 이름을 얻은 귀신이 왜 등장하게 되었는지, 그 근원은 무엇인지 나름대로 납득이 갈만한 설명을 내놓습니다.
가족의 소중함을 강조하고, 공포에 맞서야 한다는 메세지는 다소 진부할 수 있지만, 그럼에도 귀신의 의도와 결부해 생각해보면 충분히 이유가 있는 메시지기도 하고요.
라이트 아웃에 등장하는 귀신은 빛을 두려워하기에 빛 속에서는 모습조차 드러내지 못하는 존재입니다.
하지만 빛이 존재하면 언제나 그림자도 존재하기 마련이고, 빛이 꺼지는 그 순간 공포는 엄청난 속도로 엄습합니다.
마치 여고괴담에서 귀신이 순간순간 다가오듯, 네온사인이 점멸할 때마다 가까이 다가오는 귀신의 존재는 엄청난 긴장감을 빚어내죠.
작정한 듯 여러번 깜짝 놀래키는 장면이 있는데, 그때마다 정말 깜짝깜짝 놀라게 될만큼 강렬한 존재감을 과시하는 귀신입니다.
공포 영화 감상에 있어 강력한 한방을 중시하시는 분이라면 충분히 만족하실거라 생각합니다.
제목이 라이트 아웃이니만큼, 이 영화는 조명에 아주 공을 많이 들였습니다.
태양광부터 시작해 형광등, 백열전구, 네온사인, 자외선 램프에 촛불과 벽난로까지 온갖 광원은 다 등장합니다.
공포 영화에 있어 조명이라는 요소가 얼마나 중요한지 감독이 아주 잘 이해한 듯 한데, 적절한 역광과 그림자 연출 덕에 분명 빛이 켜져 있는 상태임에도 전체적으로 어두운 화면이 구성됩니다.
당연히 어디서 귀신이 튀어나올지, 등장인물은 물론이고 관객까지 신경을 곤두세우고 긴장하게 되죠.
더불어 아주 독특한 광원들이 후반부에 등장하기도 하고요.
제작자로 참여한 제임스 완의 역량은 이 영화에서도 충분히 발휘됩니다.
그의 전매특허와도 같은 하우스 호러는 여기서도 그대로 이어지죠.
정신병에 시달리는 어머니는 모든 빛을 차단하려 듭니다.
낮인데도 어두컴컴하고 빛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음침한 집.
그리고 정적 속에 천천히 들려오는 발소리.
집이라는 한정적인 무대에서 어떻게 하면 공포를 만들어 낼지 가장 잘 아는 사람의 노하우가 그대로 전수된 느낌이었습니다.
컨저링이나 인시디어스 시리즈에서 자주 보이던 익숙한 느낌을 그대로 느낄 수 있죠.
감독 데이비드 샌드버그는 첫 장편 상업 영화를 훌륭하게 만들어냈습니다.
제임스 완의 눈에 들었는지, 향후 애너밸 2 감독 자리도 내정받은 상태입니다.
앞으로 얼마나 매력적인 호러 영화를 만들어낼지 기대되네요.
전체적으로 아주 만족스러운 공포 영화였습니다.
모름지기 공포 영화라면 이래야지! 하는 느낌?
자주 놀래켜주고, 납득할만한 스토리를 이끌어가다 괜찮은 엔딩을 보여줍니다.
기본 점수로는 7점을 주고 싶네요.
여기에 단편 영화 라이트 아웃을 재미있게 봤고, 장편 영화를 기대해왔다면 1점 추가.
그간 제임스 완이 작업해 왔던 하우스 호러 영화들의 팬이라면 2점 더 추가하면 되겠습니다.
국내 개봉까지 한참 남은 게 좀 아쉽네요.
늦여름 개봉보다는 한여름 개봉이 입소문이나 관객 동원에 더 좋았을텐데.
개인적으로 후반기에 기대하던 노조키메, 라이트 아웃, 귀담백경 세 작품 중 노조키메가 무너진 상황이었기에 더 반가웠습니다.
더불어 보러 가시기 전에 2013년에 나온 원작 단편 영화는 한번씩 보고 가시면 더 재미있게 즐기실 수 있을 거 같습니다.
사실 2013년 버전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완성된 작품이기도 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