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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9/04/06 17:25:41
Name 글곰
Subject [일반] 삼국지 드래프트? 숨은 진주를 찾아보자 (1) (수정됨)
  얼마 전에 유게에서 삼국지 드래프트 글을 여럿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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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암튼 물론 저야 진성 승상빠니까 일단 제갈승상부터 넣고 보았고 또 그게 아주 합리적인 선택이긴 합니다만, 세상에 승상 다섯 명이 존재하는 게 아닌 다음에야 저코스트에서 가성비 높은 인물을 뽑는 게 필수겠지요. 그게 드래프트의 묘미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촉나라 인재 중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사실은 아주 대단했던 인물, 즉 숨은 진주를 찾아보았습니다. 물론 왕평이나 유파나 비의처럼 이미 충분히 재평가를 받은 인물은 빼고 말입니다. 말하자면 기껏해야 $1~$2 정도로 치부되지만 실제로는 훨씬 대단했던 사람들을 뽑아 보자는 거죠.  



  그 첫번째는 양홍입니다.

  양홍. 자는 계휴(季休). 본래 유장 밑에서 관리를 했는데 딱히 높은 지위는 아니었습니다. 이후 유비가 익주를 차지하자 이엄이 건위태수가 되었는데 건위군 출신인 양홍을 공조라는 직책에 임명하죠. 요즘으로 치면 건위시청 소속의 인사팀 주무관 정도입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이엄의 어떤 지시에 반대했고, 그런데도 이엄이 그 일을 밀어붙이자 미련없이 사표를 던져 버립니다. 성깔이 꽤 있었나 봐요.

  이후 유비가 한중에서 조조와 일전을 벌일 때, 힘이 부치자 급히 성도의 제갈량에게 사람을 보내 병사를 더 보내라고 재촉합니다. 그런데 제갈량은 뜻밖에도 양홍을 불러 이 문제에 대해 자문을 구하죠. 양홍은 대답합니다.

  "한중은 익주의 목구멍 같은 곳이니 한중을 잃으면 우리는 죄다 결딴나는 겁니다. 마땅히 남자는 싸우고 여자는 군량을 수송해야 하는 상황인데 뭘 미심쩍어하며 물어보시는 겁니까?"

  자. 양홍의 답변은 너무나도 당연한 겁니다. 제갈량 또한 그 사실을 모를 리 만무하죠. 그런데도 왜 굳이 양홍을 불러 이걸 물어봤을까요?

  군사를 추가로 보낸다는 건 단순히 병력의 위치를 옮기는 문제가 아닙니다. 유비는 한중에 가면서 이미 가용자원을 죄다 박박 긁어갔습니다. 그 상황에서 또다시 병력을 요구하는 건 결국 강제로 징집해서 보내라는 말이죠.

  징집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한 가정의 경제를 이끌어가는 가장을 강제로 데려가 복무시키는 거죠. 당연히 극심한 반발을 삽니다. 전장에 끌려가 개죽음하기 싫은 자들이 반란을 일으킬 가능성도 무척 높았습니다.(그런 사례도 다수 있습니다.) 설령 반란을 일으키지는 않더라도 산으로 들어가 도적이 되기도 했습니다. 또 농업이 국가경제의 중심인 시대에 강제징집을 하면 총생산이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징집은 그만큼 정치적/사회적 부담이 극심한 일이었습니다. 게다가 그렇게 징집한 병력을 훈련시키고 무기와 갑주를 갖추어주는 것 또한 엄청난 비용과 행정력이 수반되는 일입니다.
  
  그러면 제갈량이 굳이 양홍을 부른 이유가 눈에 보입니다. 네가 해라. 이 개고생을 해낼 수 있는 사람은 너뿐이다. 할 수 있지? 제갈랑은 그렇게 물어본 겁니다. 그리고 양홍은 이렇게 대답한 거죠. 맡겨만 주십쇼.

  당시 유비의 수도인 성도현은 촉군에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성도현이 수도고 촉군이 수도권 전체라고 생각하시면 이해가 빠를 겁니다. 게다가 태수에게는 행정권은 물론 군사권까지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촉군태수는 수도방위사령부 사령관을 겸하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중요한 직책이었죠. 유비는 당연히 자신의 최측근을 촉군태수로 임명했습니다. 바로 법정이었지요. 하지만 그는 전쟁을 치르기 위해 유비를 수행하여 한중에 가 있었습니다. 촉군태수 자리가 비어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제갈량은 유비에게 표를 올려 양홍을 임시 촉군태수로 삼습니다.

  양홍의 행정적인 활약상은 기록에 남아 있지 않습니다. 그러나 양홍은 일을 잘 처리했기에 얼마 지나지 않아 정식으로 촉군태수가 됩니다. 이후 익주치중종사, 즉 익주도청 행정직군의 넘버3으로 승진하죠. 그러니 양홍이 맡은 바 임무를 완벽하게 해냈을 것이라 짐작할 수 있습니다.

  몇 년 후, 유비가 이릉에서 대패하고 병에 걸려 백제성에 드러눕게 됩니다. 목숨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직감한 유비는 승상 제갈량을 불러들이죠. 수도 성도는 태자 유선이 지키고 있었지만 텅 빈 것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한가태수인 황원이라는 자가 이 때를 틈타 반란을 일으킵니다. 하지만 양홍은 황원의 움직임을 꿰뚫어보고 완벽하게 대처함으로써 황원을 격퇴합니다. 하마터면 수도가 반란군에게 털릴 뻔한 큰 위기를 수습한 겁니다.

  이후로도 양홍은 몇 차례나 승진합니다. 하지만 거듭된 승진에도 불구하고 그는 여전히 촉군태수를 겸임하죠. 그만큼 제갈량은 그를 신뢰했습니다. 북벌을 위해 한중에 주둔해 있었던 제갈량은 후방의 일을 수하들에게 맡길 수밖에 없었는데, 촉군태수 양홍은 승상부의 장사 장예, 참군 장완과 함께 실로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게다가 매우 공명정대하여 사사로운 감정을 업무에 개입시키지 않았고, 그 때문에 오랜 친구와의 우정을 잃은 적조차 있습니다. 또 하지 같은 훌륭한 인물들을 발굴해 추천하기도 했지요. 제갈량 또한 양홍의 그런 면모와 사람 보는 식견을 높게 보아 종종 조언을 구하곤 했습니다.

  안타깝게도 양홍은 1차 북벌이 있었던 228년에 세상을 떠납니다. 그가 좀 더 오래 살았더라면 제갈량의 부담도 조금이나마 덜어지지 않았을까 하고 조심스레 생각해 봅니다. 바로 그가 제가 꼽은 삼국지 드래프트의 숨은 진주 1번입니다.

  [내맘대로 능력치]
  양홍 : 통솔84 무력20 지력81 정치92 매력45 특기 징병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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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4/06 17:32
수정 아이콘
아니 그래서 이 분은 코에이 능력치가 얼마입니까?!!
초짜장
19/04/06 17:34
수정 아이콘
찾아보니 13PK 통솔 45 무력 52 지력 64 정치 52. 특기는 상업 4, 농업 3. 전수특기는 상업으로 전법은 기속강화.....
백곰사마
19/04/06 17:41
수정 아이콘
정치 90으로 상향에 제갈량 막역지우 박고 시작하겠습니다.
초짜장
19/04/06 17:43
수정 아이콘
이래서 에디트 기능이 좋읍니다.
19/04/06 18:48
수정 아이콘
반란제압도 했으니 통솔력도 올려줘야
19/04/06 18:01
수정 아이콘
아, 앙대...!!
19/04/06 17:40
수정 아이콘
구립니다. 매우...
19/04/06 18:01
수정 아이콘
아, 앙대...!!
초짜장
19/04/06 17:33
수정 아이콘
양홍도 과로사한 것일까요. 재능있는 촉의 인재들은 과로든 전사든 단명하는 느낌입니다.
19/04/06 18:56
수정 아이콘
적어도 제갈량 생전에는, 단명하지 않은 사람 찾는 게 더 어려울 지경이죠...ㅠㅠ
19/04/06 17:59
수정 아이콘
약간 제갈량의 소하같은 느낌이 드는 인물이군요
19/04/06 18:30
수정 아이콘
인력을 갈고갈고 또 갈아넣지 않으먼 안되었던 촉 ㅠㅠ
가만히 손을 잡으
19/04/06 18:31
수정 아이콘
이엄보다 나았던것 같은데 빨리 죽어서 그런지 삼국지에서 언급이 너무 없었네요.
19/04/06 18:40
수정 아이콘
진수는 정사에서 대 놓고 "양홍은 처음에는 이엄의 공조로 있었지만 오히려 더 빨리 촉군태수가 되었다"고 언급하면서 은근히 이엄보다 양홍이 낫다는 뉘앙스를 풍깁니다. 더군다나 이엄이 말년에 저지른 막장짓을 생각하면 더 그렇죠.
가만히 손을 잡으
19/04/06 18:58
수정 아이콘
승상님 인복 박복하네요.
항상 좋은 글 감사합니다.
스트라스부르
19/04/06 18:33
수정 아이콘
제갈량의 하후돈이었군요
19/04/06 18:41
수정 아이콘
촉과 오의 경우는 정사에서도 깊이 다루지 않고 유비 사후에는 연의에서도 제대로 다루지 않는 면이 보이다보니 찾아내기가 더 어렵지않나 생각이 됩니다.
19/04/06 18:43
수정 아이콘
빌리 곰의 삼국지매트릭스
1번 타자는 양홍이군요
19/04/06 19:05
수정 아이콘
보니까 원술 신하 양홍도 있네요. 게임에 나오는 것은 이 양홍이 아닐까 합니다.
19/04/06 19:17
수정 아이콘
13pk엔 본문의 양홍도 나와요. 전시리즈엔 한동안 안나오긴했지만..

댓글에 있는 능력치가 그분의 능력치입니다.
19/04/06 19:57
수정 아이콘
그렇군요 그렇다면 정말 능력치가 ㅠㅠ
19/04/06 19:59
수정 아이콘
능력치만 보면 통/무는 본문의 양홍이 높고, 지/정은 원술의 양홍이 높은..

물론 둘다 안습이긴 하지만요
강동원
19/04/06 20:15
수정 아이콘
아, 그 양홍이 이 양홍이 아니군요?
안그래도 제가 기억하는 양홍은 게임에서 꽤나 일찍 등장하고,
얼굴도 산적1처럼 생겨서 계속 몬가... 몬가 이상했음
손금불산입
19/04/06 21:29
수정 아이콘
저도 처음엔 그 양홍이 떠올랐네요.
홍승식
19/04/06 19:24
수정 아이콘
이정도면 1점짜리군요.
아주 좋네요.
19/04/06 19:25
수정 아이콘
서영 어때요? 서영? 저평가라기엔 이미 너무 알려졌을까요..
LucasTorreira_11
19/04/06 20:51
수정 아이콘
내딸 서영이는 초기 무장 중에서 원히트원더라고 생각됩니다.
밴가드
19/04/06 20:42
수정 아이콘
방통이 유장의 명장들이라고 평가하여 속임수로 죽여야 했던 양회와 고패는 어떨까요? 저들의 제거 방식은 유비의 행각들 중에서 제일 비열했다고도 볼 수 있는데 말이죠.
19/04/06 20:58
수정 아이콘
양회와 고패의 능력은 평가할 만한 자료가 전무합니다. 방통의 한마디 외에는 선주전에서 목 잘리는 내용밖에 없으니까요. 방통의 책략도 "와 쟤들 넘나 센 애들이라 이렇게라도 해야 합니다" 가 아니라 "이렇게 하면 힘 안 들이고 수월하니 좋죠 뭐"에 가깝죠.

그리고 양회/고패 제거가 비열하다 하기에는 애당초 그 전에 유비가 유장의 뒤통수를 친 것 자체가 본질적으로 비열한 짓이었지요.
밴가드
19/04/06 21:28
수정 아이콘
명장이라는 평은 다른 사람이면 모를까 방통의 평이니 그냥 과장이라고 넘어가기는 힘들더군요. 삼국지 인물들이야 너무 잘 알려져 있으니 가성비 따질려면 저런 지푸라기라도 잡아야 되지 않겠습니까? 크크..

그리고 양회/고패 제거 이전까지만 해도 유비가 아직 유장의 뒷통수를 친 상황이 아니었죠. 방통의 진언을 보면 유비도 앞으로 어찌할지 확고하게 맘을 잡은 것 같지 않았고 형주로 돌아갈 가능성도 남아 있었는데 결국 양회/고패 제거로 인해 유비는 촉 정벌에 있어서 루비콘 강을 건너가게 되는 거죠.
19/04/07 00:17
수정 아이콘
골든전예!
독수리가아니라닭
19/04/07 03:00
수정 아이콘
코에이 삼국지 능력치 총합으로 줄세우고 10등급 정도로 나눠서 드래프트를 해 봐도 재미있을 것 같아요.
19/04/07 09:52
수정 아이콘
승상같은 전무가 울회사에 없어서 넘편해요. 크크크
19/04/07 09:59
수정 아이콘
제갈량 : 아니 전무가 밤샘하는데 대리가 집에 가려고?
19/04/07 10:50
수정 아이콘
으악! 크크크킄
미하라
19/04/07 11:09
수정 아이콘
삼국전투기말고는 언급조차 별로 없는 독발수기능은 어떻습니까. 얘도 이제는 좀 유명해져서 안되려나...
Liberalist
19/04/07 12:37
수정 아이콘
이 양반이 한 5년만 더 살았어도 승상의 북벌은 성공했죠.
저 뛰어난 보급 능력이 가장 필요했던 순간이 있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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