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21/07/13 00:19:47
Name Yureka
Subject [일반] 장르 구분의 문제 : 미스터리와 추리 (수정됨)
엄밀한  용어 및 장르구분법은 매니아가 아닌 일반 대중들에게는 피곤한 문제일 수 있지만

어떤 매니아들에게는 목숨걸고 구분해야할 문제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때론 대중들 역시 용어의 함정에 빠져서 허덕이곤 하니깐요. 축구를 좋아하는 저로서 축구판을 예시로 꺼내들자면 벤투를 둘러싼 빌드업 논란과, 과거 수많은 축구판을 들썩이게 하며 거의 모든 선수들에게 잣대를 들이밀기했던 앵커와 홀딩문제 같은 경우도 잇죠.

 통상적인 빌드업Build-up과 후방빌드업Build up from the back 을 엄밀히 구분하지 않고 섞어쓰던 인터넷 축구커뮤니티들 사이에서 벤투가 후방 빌드업을 강조하는 것을 두고 이것이 옳니 마니 빌드업은 뻥축구도 빌드업이다 아니다 하면서 정말 치열하게 논쟁하고 있고 지금도 현재진행형중이죠.  


 이렇게 축구계만큼 치열한 용어논란은 아닐지라도  매니아들은 들끓게 하는 용어가 있으니 바로 SF와 미스터리(추리)입니다. SF는 여기서까지 논하면 서론이 길어지기에 바로 미스터리와 추리 얘기로 넘어가겠습니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미스터리와 추리는 그냥 같은 장르입니다. 세세하게 디테일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있다면 그것은 장르 외적인 곳에서 일상용어로서의 구분때문에 발생하는 것일뿐이고  장르로서는 같은 장르로 취급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추리소설과 미스터리라는 말을 왜 구분해서 사용하고 있고 추리소설이라는 말은 어디서 등장했던 것일까요.이를 알기위해선 먼저 탐정소설이라는 말부터 장르부터 나와야합니다. 초기의 거의 모든 미스터리Mystery는 Detective Fiction이였습니다.


Detective fiction 이전에도 사건을 해결하고 파헤치는 이야기들은 존재했고 그 소설들은 미스터리의 원형으로 여겨지지만  (가장 대표적인 것이 그리스비극의 오이디푸스)


사건을 파헤치는 형태를 지닌 소설들이 유명해지고 대중화되었던 시기는 바로 Dectective fiction이 범람하던 시기였으니깐요.그렇게 Detective이라는 조사관이 등장해서 사건을 조사하는 형태의 소설들이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뒤팽을 탄생시킨 에드가 앨런포 혹은 독일쪽 스퀴델리양을 쓴 ETA호프만이 그 시초로 여겨지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러다가 Dectective fiction이라는 장르가 일본으로 건너가게 되었습니다. 일본에서 Detective를 탐정이라고 번역하면서 탐정소설이라는 말이 탄생했습니다.


 에도가와 란포나 요코미조 세이시같은 작가들이 등장하면서 탐정소설이라는 말이 대중으로 퍼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일본의 패망이후였습니다.


연합군 최고사령부(GHQ) 치하에 있었던 1945년 일본 문부성에서는 한자교육의 합리화를 추진하면서 2천500자에 이르던 당용한자(當用漢字)를 1천850자로 축소하였던 것입니다. 이때 탐정에서 정(偵) 자가 이 당용한자에서 빠졌던 것입니다. 그래서 불가피하게 정을 히라가나로 쓰면서 한자와 히라가나를 합성하여 '探てい小說'(단테쇼세츠)라 표기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히라가나와 한자의 혼용이 꽤나 보는 이로하여금 불편함을 느끼게 했고 새로운 용어를 만들어야할 필요성을 느꼈습니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용어가 바로 추리소설(推理小說, 스리쇼세츠)란 용어였습니다.



그렇게 Detective fiction은 탐정소설을 거쳐서 추리소설이 되었습니다.


문제는 더 이상 사건을 해결하는 주체가 탐정에 그치지않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당연한 일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가장 초기의 미스터리였던 오이디푸스만 하더라도 수사관이 아닌 사람이 미스터리를 파헤치고자 했으니깐요. 탐정외에 많은 주체들이 등장하는 미스터리소설들이 미국과 영국, 그리고 일본에서도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 장르들의 소설들은 어쩌면 당연하게도 추리라는 장르로 편입되었습니다.그렇게 미스터리는 추리장르가 되었습니다. 아니 추리가 미스터리가 되었다는 것이 맞을까요. 어찌되었든 미스터리=추리 입니다. 더 얘기할 것도 없습니다. 원래대로라면 여기서 끝내는 것이 맞는 글입니다. 

추리=미스터리 장르로서는 완전히 동일한 것. 그냥 결론이 있는 얘기이니깐요.


그런데 한국에서는 여전히 미스터리와 추리를 구분된 장르로 사용하고 그런 시도를 하거나 혹은 그렇게 인식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아니 심지어 본격추리의 거장 시마다 소지 마저도 미스터리와 추리소설을 구분하려고 시도했으니깐요.


미스터리는 환상소설, 비일상적인 소설을 해결하는 장르라로 지칭하고 추리소설은 일상적인 것들  해결하는 장르로 구분하자고 주창한바 있습니다.


물론 일본내에서는 미스터리장르와 추리소설장르가 완연히 동일시 되었기에 굳이 그걸 왜 구분하냐면서 없던 얘기가 되었고 시마다 소지 역시 지금은 그 두개를 구분하지 않고있습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오히려 시마다소지의 장르구분법이 매력적이고 이치에 맞는 느낌입니다.우리는 일상에서 실제로 미스터리와 추리라는 말을 구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미스터리는 불가사의,알 수 없는 미지의 현상과 존재에 대해서 지칭하는 반면, 추리는 어떠한 사실에서 결론을 도출해내는 과정을 의미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간간히 사람들이 ‘아 이 영화는 미스터리한 요소가 있긴한데 추리는 없어’라고 말하는 작품을 평하는 경우를 볼 수 있습니다. 아마 pgr에서도 그렇게 사용하는 분들이 있을것입니다.


아마 먼훗날 추리소설과 미스터리 소설이 엄청나게 부흥하면서 이 부분의 평론이 격렬하게 오고간다면 많은 사람들이 추리와 미스터리가 장르로서 온연히 같다는 것을 인지하게 되는 순간이 올 수도 있지않겠나 싶지만…



그런날은 요연해보이고 미스터리와 추리는 한국에서는 장르로서 다른 장르 인식되어나가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 글의 교훈 : 미국 아마존이나 넷플릭스에서 추리장르를 보고싶을때 mystery로 검색하자, 그리고 mystery장르에서 공포나 sf 외계인들이 나와도 놀라지말자 원래 그렇게 혼용해서 사용하는 것이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21/07/13 00:23
수정 아이콘
(수정됨) 여담으로 영화와 최근 현대 문학들에서 추리,미스터리 장르를 적극 활용하는 편입니다. 장르의 문법을 빌려와서 다른 장르에 섞는 것입니다. 그래서 특히 미스터리 장르가 갖고 오기 쉽게 기존 다른 장르와 결합하기 쉬운 편입니다. 공포미스터리, 연애미스터리, 역사미스터리,sf미스터리 등등 말입니다.

그래서 미스터리를 그러면 그런 장르에서 어떻게 구별하냐! 그러는 분들에게 저 나름대로의 구분법을 사용하자면

일상용어 미스터리와 장르로서의 미스터리를 구분하는 편입니다.

장르로서의 미스터리=미스터리를 파헤치려고 시도한다
일상용어 미스터리= 미스터리한 존재

이런식으로 말이죠.

공포영화로 예를 들자면 미스터리한 미지의 존재, 귀신이나 외계인이 등장한다고 꼭 그 영화가 미스터리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그것의 존재를 완전히 파헤치지 않더라고 어느정도 탐구할려는 형태만 어느정도 가미되어있으면, 즉 미스터리한 존재를 파헤치려는 시도가 있으면 미스터리장르가 일부 들어가 있다.

주변인에게 그 영화는 미스터리한 존재가 나오는 거고, 이건 미스터리이고 이렇게 말하곤 합니다. 친구들은 그얘기 지겹다 제발 멈.춰! 라고하지만요
21/07/13 00:33
수정 아이콘
개인적으로는 미스터리의 하위 카테고리에 추리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런 의견은 비주류인가보네요.
21/07/13 00:36
수정 아이콘
(수정됨) 비주류를 떠나서 사실상 없다고 보는게 맞습니다.

미스터리=추리소설로 봐야합니다.

추리소설이라는 말을 쓰는 나라가 우리나라 일본 중화권인데, 중화권과 일본은 그냥 동치로 쓰고 있고 한국만 용어가 두개 공존하다보니 다르게 해석할려는 시도가 있다고 봅니다만 두개의 장르가 실제로 분리되어있다고 인식한 오해에서 시작된 것이니깐요.
21/07/13 00:52
수정 아이콘
그렇군요.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미스터리(추리)소설을 나름 많이 읽긴하는데 이런 부분은 처음 알았어요.

마지막에 언급한 것처럼 추리라는 단어가 사라지지 않는 이상 한국만의 독특한 구분법은 계속 될 것 같습니다.
이게 같아질려면 대중들한테 영화 컨택트,곡성이나 소설 신세계에서의 장르랑 코난의 장르가 같다고 해야하는데
그럴만한 관심을 가질 일이 없으니 언급한 것처럼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구분은 아마 계속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 글 읽고나니 고전격인 에드가 앨런 포,아가사 크리스티 작품이 궁금해지네요.
21/07/13 01:27
수정 아이콘
개인적으로 미스터리라고하면 엑스파일이 먼저 떠오릅니다.
제 기준의 분류에서는 사건이 독자가 이해되게끔 낱낱이 파헤쳐지면 추리로 보고, 그냥 사건을 이해할 수 없는 영역으로 남기면 미스터리라고 생각하긴 합니다.

다만 말씀하시는 본격 탐정소설과 미스터리는 장르적으로 좀 분류가 되는게 맞다고 보는데, 실제로는 그냥 혼용하나보네요. 개인적으론 좀 신기합니다.
엑스파일과 탐정소설은 아예 다른 노선이라고 생각하는데, 통용되는걸로는 그냥 '파헤치는 과정'을 동일하게 보나보네요..
21/07/13 01:38
수정 아이콘
Detectivr fiction은 미스터리 소설의 하위장르로 편입된 거라고 보면됩니다

일본에서만 탐정소설이 추리소설이라는 용어로 바뀌는 복잡한 과정을 거쳤지만요

어찌되었든 말씀하신대로 파헤치는 과정만 있으면 다 미스터리이고 추리소설입니다. 엑스파일도 미스터리이며 추리장르인거죠
21/07/13 01:27
수정 아이콘
그래도 미스터리와 추리는 창작/향유층 간에 별 이견이 없는 편이죠
공상과학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
21/07/13 01:40
수정 아이콘
지금 당장 누님도 공상과학이라는 말로 sf팬들 자리 들썩이게 만들었군요 크크
은때까치
21/07/13 09:21
수정 아이콘
재미있는 발제입니다. 말씀해 주신대로, 문제는 역시 "미스터리"와 "추리"라는 단어가 한국에서는 굉장히 다른 용례와 의미로 쓰이고 있는 거겠죠. 그래서 한국에서 미스터리와 추리를 다른 장르로 보는 것은 개탄해야할 일이 아니라 오히려 문단에서 인식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게 더 맞는 방향 같아요.
HA클러스터
21/07/13 10:00
수정 아이콘
대충 고치가메의 경찰관들이 나오는 짤을 쓰고 싶네요. 크크
서류조당
21/07/13 10:11
수정 아이콘
말씀하신 것처럼 느낌상으로는 영 아닌 거 같지만 읽는 사람들 사이에선 같은 걸로 얘기가 끝난 문제지요. 흐흐.
Dark Swarm
21/07/13 10:18
수정 아이콘
저도 이거 처음 알았을 때 제법 당황스러웠었죠.
시린비
21/07/13 12:30
수정 아이콘
그냥 추리/미스터리 소설로 찾아 읽은지 오래되서... 영 감흥이
21/07/13 12:39
수정 아이콘
아는 사람들은 다 아는 이야기지만 모르는 사람들은 하염없이 모르는 이야기죠 크크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92517 [일반] 코로나 19 4차 대유행 예측 결과 (2021. 7. 14.) [102] 여왕의심복19978 21/07/14 19978 56
92516 [정치] 윤석열의 강고한 보수 지지율에 금이 가는 여론조사가 나왔습니다.(쿠키뉴스) [194] 마빠이26074 21/07/14 26074 0
92515 [정치] 페미를 보며 생각해보는 권력과 정치인, 선거는 어떻게? [9] 비후간휴9492 21/07/14 9492 0
92514 [일반] 외국어 억양에 조금 더 너그러워졌으면 해서 [58] 나주꿀18850 21/07/13 18850 26
92513 [일반] 만화 순백의 소리. 샤미센으로 연주하는 일본 민요들 [17] 라쇼19369 21/07/13 19369 8
92512 [일반] 최근 재밌게시청중인 트위치 김전일 다시보기 [44] 원장15640 21/07/13 15640 4
92511 [일반] 더 좋은 사람 만날 수 있을까요? [63] 너무춰18541 21/07/13 18541 0
92510 [일반] 성문화센터에서 청소년 12%가 n번방에 접근시도했다고 설문 조작한 사건이 터졌네요 [94] 수부왘17215 21/07/13 17215 85
92509 [일반] 책 후기 - <프로젝트 헤일메리> [13] aDayInTheLife9715 21/07/13 9715 3
92508 [일반] 올해도 돌아온 창문형 에어컨 [37] 길갈13696 21/07/13 13696 3
92507 [일반] 폭동이 확산되고 있는 남아프리카 공화국 [30] 나주꿀18251 21/07/13 18251 0
92506 [일반] 전쟁은 어떤 노래를 만들까요? [63] Farce14898 21/07/13 14898 12
92505 [정치] 양자대결에서 처음으로 이낙연이 윤석열을 이긴 조사가 나왔습니다. [142] 마빠이17867 21/07/13 17867 0
92504 [일반] [역사] 대체공휴일 대체 언제부터? / 공휴일의 역사 [14] Its_all_light21391 21/07/13 21391 15
92503 [정치] 여가부 폐지 찬반 100분토론이 펼쳐집니다. [25] 한이연16631 21/07/13 16631 0
92502 [일반] 중국 문명의 딜레마, 절대 권력과 자율성(1) - 서론 [33] 이븐할둔19026 21/07/13 19026 61
92501 [정치] 내년도 최저임금 9천160원 으로 결정 났습니다. [203] 보라도리24479 21/07/13 24479 0
92500 [정치] 재난지원금 지급과 관련해 몇시간 사이 상황이 재미있어졌습니다. [47] 원시제17676 21/07/13 17676 0
92499 [일반] 장르 구분의 문제 : 미스터리와 추리 [14] Yureka12252 21/07/13 12252 7
92498 [일반] 확진자 가족이 느끼는 자가격리 시스템 [20] 하와이안피자14961 21/07/12 14961 9
92497 [정치] 55~59세 접종예약 15시간만에 '중단'…185만명분 물량 동나 [67] 깃털달린뱀16553 21/07/12 16553 0
92496 [일반] 2021년 상반기 마신 맥주 한두줄평(짤주의) [94] 판을흔들어라13444 21/07/12 13444 6
92495 [정치] 역대 대선판에서 당시 대통령들의 탈당 상황 [120] 마빠이23207 21/07/12 23207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