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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1/07/13 01:46:08
Name 이븐할둔
File #1 중국.png (303.8 KB), Download : 70
Subject [일반] 중국 문명의 딜레마, 절대 권력과 자율성(1) - 서론 (수정됨)


캠프 CEO는 "시진핑 주석은 이달 중국 공산당 100주년을 맞아 '누가 실권자인지'를 중국 안팎에 확실하게 알렸다"면서 "특히 중국 내 기업 중에서도 IT 및 정보기반 기업은 서방 자본 시장을 꺼리게 될 가능성이 생겼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외국 투자자들은 이제 시 주석의 옥죄기에 따라 리스크 프리미엄(위험 비용) 상승을 투자 요인으로 반영해야 할 것"이라면서 특히 월스트리트에서는 이런 기업들에 투자하는 위험을 알 수 없게 됐다는 반응이 나온다고 전했다.

앞서 '중국판 우버'로 불리는 차량 공유 업체 디디추싱은 지난 1일 뉴욕증시에 상장하며 화려하게 데뷔했으나 상장 직후 중국 당국이 '국가 보안' 문제를 들어 규제 방침을 밝히면서 주가가 폭락, 투자자들의 소송에 직면한 상황이다.

중국 당국은 디디추싱과 같은 대형 기술기업이 미 증시에 상장되면 민감한 정보가 유출돼 안보에 위협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디디추싱은 이번 상장으로 44억달러(약 5조원)의 자금을 새로 조달했는데 중국 기업으로서는 2014년 250억 달러(약 28조 원)를 조달한 알리바바 이후 가장 큰 규모였다.

중국 기업이 2020∼2021년 미 증시 신규 상장으로 끌어모은 돈은 260억 달러 (약 29조원)에 달한다

캠프 CEO는 이같은 추정치가 "경제 활력의 어마어마한 손실"이라며 "역사적으로 볼 때 경제 활력과 권위주의 장악력을 동시에 가질 수 없겠지만, 현재 시 주석은 경제 활력을 희생해 장악력을 얻으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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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중국 공산당의 사회 통제가 고도화되고 있습니다. 기업들도 예외가 아니지요. 조직 문화가 이렇게 변하면 활력에는 분명한 악영향을 줍니다. 새로운 시도를 하는게 까다로운데 일이 잘 되어도 보상은 기대에 못 미치고, 잘못되면 책임은 본인이 져야하는 문화라면 누구나 자리 보신에만 집중하기 마련이지요.  모두 익숙 하실 겁니다. 대한민국 군대가 바로 그런 집단이니까요.

이제 중국 기업가/산업 실무자들은 움츠려들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혁신의 한 축인 기업 이렇게 위축되면 경제 전반의 활력이 둔화되고 혁신은 늦춰지게 됩니다. 실제로 지금 마윈을 필두로 해서 중국에서 계속 벌어지고 있는 현상이기도 하고요. 이미 미국에게서 패권을 인수받겠노라 공공연히 소리쳤던 중국의 입장에서 이건 굉장한 부담입니다. 고부가가치 첨단 산업 분야를 미국에게서 상당 부분 뺏어오지 못하면 영원히 미국 하청 업체나 하다가 서서히 쪼그라드는 그림밖에 나오질 않거든요.

당연히 중국 지도부도 이걸 모르지 않습니다. 혁신의 속도가 늦춰지고 경제에 둔화가 오더라도 국내적 안정, 정확히는 현행 지도부의 국내 장악력 확보가 더 시급한 과제라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국내 일각에선 이런 정책을 두고 현 중국 지도부가 자신들의 권력을 위해 중국을 무너뜨렸다는 식의 설명이 많습니다. 해당 설명도 그른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저는 현행 중국 지도부의 정책에는 역사적 배경이 있다고 보기에 중국 대륙의 역사에 대한 설명을 하고자 이번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중국국가여유국

우선 중국이란 국가의 공간적 배경에 다시 한번 짚고 넘어가는 게 좋겠습니다. 중국의 공식적인 인구수는 14억명으로써 인류의 20%가량을 차지하며 중국을 뺀 동북아국가(베트남, 몽골, 대한민국, 북한, 대만, 일본, 필리핀)의 인구를 다 합친 4억 가량보다도 3.5배 이상이 많습니다. 영토의 크기로 본다면 한국의 95배 정도로 넓은 공간입니다. 

당연히 이런 넓은 공간에서 지역적 정체성은 한국 사람들의 지역적 정체성보다 훨씬 뚜렷한 색채를 띄게 됩니다. 보는 것, 입는 것, 먹는 것, 물려받은 것, 먹고 사는 것이 모두 다르며 그러니 당연히 문화와 정체성도 다르게 되지요. 이런 지점은 거대한 국가라면 어디나 가진 특징입니다.  대국 사람들이 '이 나라는 우리 기준으론 일개 주(지방)밖에 되지 않는다'라는 큰소리 치는 것이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이런 국가들은 하나가 단일한 세계, 문명권을 이루고 있으니까요.

그렇다고 주눅들 필요는 없는 것이 덩치가 큰 것이 늘 유리하진 않습니다.  대국들은 힘과 규모, 국가 내부에 존재하는 다양성이란 측면에선 다른 국가들을 압도합니다. 이런 면에서 부딪치게 되면 당연히 상대도 못하고 짜부라지지요. 외침도 걱정 없습니다. 아무리 비루하다고 한들 대국은 대국, 함부로 범접했다간 뒷감당을 하기 어렵지요. 하지만 대국들은 '상대적 소국'들은 평생 고민도 안해볼 문제를 중요한 순간마다 직면하게 됩니다.

이 거대한 국가를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
이토록 다른 생각과 관습을 지닌 사람들을 어떻게 하나의 공동체로 인식하게 만들 것인가?
무엇보다 정말로 이 국가에 함께 사는 불편함을 감수할 정도의 가치나 이득이 있는가?

한반도에선 고려 이후로 언어와 인종, 문화, 종교, 습속 면에서 굉장히 동질성 높은 사회를 유지해왔기에 잘 와닿지 않는 문제겠지만 대국 사람들에겐 늘 실존하는 문제입니다. 

미국은 서부와 동부, 남부의 문화와 정체성, 핵심 산업이 별개의 국가로 독립해도 될 만큼 다릅니다. 그러니까 때때로 의사당 폭동같은 한국 사람들이 경악할만한 분규가 벌어지는 것이지요. 저런 사람들 입장에선 상대 정파가 정말 미워도 결국은 한 가족이 아니라 정말로 나와는 평생 일면식도 없고 관계도 없던 남이거든요. 외부인이 내 공동체, 내 가치를 위협한다고 느끼면 누구나 극단적으로 반응합니다.

중국도 지방마다 색체가 무척 강하며 중앙 정부가 늘 통제에 애를 먹어온 공간입니다. 중국 공산당이 주도하는 현대화 작업이 벌어지기 전에 중국은 남방어와 북방어가 전혀 다르던 곳입니다. 심지어 같은 북방/남방어 화자들끼리도 지역이 멀면 말이 통하지 않는 경우도 잦았다고 하지요. 소수민족들도 지금은 정체성을 거의 잃었거나 잃어가는 중에 있지만 청나라 시대까지만 해도 한족 외의 온갖 민족이 살던 공간이고요.

이런 거대한 대국이 심각한 분열 없이 운영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중국의 역량이 탁월하다는 점을 증명하고 있는 셈입니다.  잘 돌아보면 지구 어디에도 중국 같은 나라는 거의 없습니다. 규모 면에서 필적하는 인도는 누가 인도인인가에 대한 보편적 합의조차 없습니다. 중국의 해외 유학생들은 돌아가서 자국을 발전시키려는 경향이 강하지만 인도 유학생들은 현지에 남아서 출세할 생각을 하는 편이지요.

러시아와 캐나다는 영토면에서는 비슷하다고 할 수 있으나 인구 밀도나 경제 규모에서 비교가 되지 않습니다. 다른 고소득 국가들은 덩치가 비할 바가 안되지요. 그나마 인구수 1억 2천의 일본이 굉장히 덩치가 큰 편이지만 국토가 제한적이고 인구도 비할 바가 되지 못하지요. 유럽을 통째로 놓고 본다면 인구를 제외한 모든 면에서 중국에게 우세를 점합니다. 그러나 유럽 연합은 국가 단위 조별 과제에 가까운지라 한계는 명백합니다.그러니 중국 통치 엘리트들의 관점에서 자신들의 유일한 적수이자 라이벌은 오직 한 곳 밖에 남지 않습니다. 

China's 'wolf warrior sentiment' shows confidence, correction to  'irrational worship of the West' - Global Times
여기서 잠깐 미국 이야기를 하지요. 미국은 모두 아시다시피 미국의 평화라는 슬로건 아래 여러 특권을 누리고 있습니다. 미국의 평화를 싫어하는 국가나 개인은 정말 많습니다. 아랍 무슬림 민중이나 남미의 사회주의자들은 미국이 증오스러울 겁니다. 그래서 테러리즘으로 눈을 돌리기도 하지요.

하지만 테러리스트들이 연방 준비은행, 실리콘벨리, 월스트리트, 펜타곤을 칠 방법은 극히 드뭅니다. (누구나 오사마 빈라덴 같은 지성과 재력, 행운을 누릴 수 있는 건 아니니까요.) 이제 와서는 가장 열성적인 지하드 단체들조차 미국 기업이 만든 앱을 사용해 신병을 모읍니다.  이래서야 미국의 평화를 무너뜨릴 수 없지요.

미국의 평화를 무너뜨릴 역량이 되는 국가는 꽤 많습니다. 러시아는 미국 전역을 방사능 황무지로 만들 수 있겠지요. 그런데 러시아 인들이 그런 자멸적인 길을 택할 요인은 거의 없습니다. 그러니 미국의 패권 속에 지역 패권국가로 인정받는 노선을 목표로 수립하고 있지요. 사우디가 오일 대금을 달러로 받지 않겠다고 선언하면 꽤 충격이 클 겁니다. 하지만 사우디 왕족들이 왜 그래야합니까? 미국의 평화에 편승하면 위세 부리면서 살 수 있는데 알 카에다 자폭전사가 되고 싶은 사람은 아주 드물겁니다.

그러나 중국은 다릅니다. 미국에게 유일하게 대적할 수 있는 역량과 지역 강국의 위치에 안주하지 않겠다는 결의를 가진 유일한 세력입니다. 즉 우리 시대의 세계사는 미중 대결을 중심으로 쓰여질 것이 자명한 사실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다시 본론인 중국의 입장으로 돌아갑시다.

중국의 입장에서 미국은 여러모로 역사적 악연이 많은 국가입니다. 거기에 세계 패권과 경제적 주도권이라는 현실적인 이해관계도 걸려있지요. 어떻게 본다면 중국과 중국인, 중국 민족에 있어서 미국은 반드시 넘어야만 하는 거대한 벽입니다. 중화 민족의 부활을 알리기 위해서 잡아야하는 최종보스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왕년의 임요환 VS 홍진호 스타크래프트 30일 재대결의 승자는…
(콩이라고 불리기 싫으면.. 반드시 넘어야 돼...)

두 국가는 대국이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 점을 제외하면 모든 면에서 크게 달라요. 세상을 받아들이는 방식이나 옳고 그름에 대한 인식, 사회 주류가 지지하는 이념도 크게 다르지요. 

중국의 입장에서 본다면 미국인들은 자신들보다 숫자도 적고 국가적 결속력도 떨어집니다. 이는 일정 부분은 사실에 근거했다고 평할 수 있을 겁니다. 이번 코로나 19 방역만 봐도 중국인들은 어쨌든 방역에 대체로 협조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미국인들은 방역 질서 저해를 개인의 자유로 정당화하다가 2차대전 사망자보다 더 많은 사망자를 냈으니까요.

반면 일인당 국민소득, 개개인의 교육 수준, 국가의 기술적 역량이란 면에선 여전히 중국도 열세인 걸 인정하지요. 이런 부분을 보완하고자 급히 정책들을 내놓고 있고요. 그런데 제가 볼 때는 말입니다. 그런 하드파워적인 측면 못지않게 소프트파워적인 측면에서도 중국이 열세인 부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회적 합의' 혹은 '사회 주류'에 반하는 움직임을 다루는 방식이 미국에 비해 크게 불안정하다는 겁니다.

위에서도 언급했다시피 대국들은 내부의 질서를 유지하고 국가적 정체성을 유지하는 일은 언제나 중요한 과제입니다. 한국 같은 중형 규모의 민족국가들처럼 '아. 그런 건 믿음으로 가는 거지.' 했다간 진짜 사단이 납니다. 그렇기에 주류의 입장에선 늘 국가적 통합과 사회적 합의와 불일치하는 세력을 어떻게 다룰 것인지. 혹은 지방과 변방 세력에게 어느정도의 자율성과 권리를 허용할 지는 늘 첨예한 논쟁거리가 됩니다.

변방 세력에게 폭넓은 자율성을 보장하면 정말로 주류 질서의 전복을 시도할 수 있습니다. 반면 변방 세력을 완전히 무력화시키면 지역 실정과 맞지 않는 통치가 행해지거나 외부와의 경쟁에서 밀릴 수 있습니다. 이건 역사상 모든 제국처럼 현대의 대국들도 직면하고 있는 문제입니다.

제 시리즈에서는 과거의 중국인들이 거기에 대해서 어떤 답을 내어왔는지, 지금의 시진핑 정부로 이어지고 있는지 다뤄보고자 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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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낮바다
21/07/13 01:55
수정 아이콘
아니 잘 읽고 있다가 여기서 끊으시면.. 후속편 기대합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패마패마
21/07/13 02:13
수정 아이콘
선생님 여기서 끊으시면 어떡합니까...
다음편 빨리 보고 싶네요 크크 좋은 글 계속 부탁드립니다
우주나라시
21/07/13 02:13
수정 아이콘
좋은글 잘봤습니다
훈수둘팔자
21/07/13 02:20
수정 아이콘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결제하면 미리보기 할수 있나요 크크크
메텔을좋아해
21/07/13 02:31
수정 아이콘
과거를 거슬러올라가신다니 은주춘추전국시대까지 올라가는건 아니겠죠? 너무너무 흥미진진합니다…!!
닉네임을바꾸다
21/07/13 12:04
수정 아이콘
아마 주나라부터 시작할걸요...사실상 이때부터...중화를 규정하는 여러가지들의 원시적 형태가 나타나니까요...
배고픈유학생
21/07/13 03:16
수정 아이콘
(수정됨) 중국인 입장에서는 미국이란 나라가 이상해 보일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태어날 때부터 서방 민주주의 체제에서 살았으니 당연하다고 싶지만.

중국인 입장에서는 미국은 백인/흑인/히스패닉 간의 인종차별도 심하고, 총기사고로 매년 몇 만명이 죽고, 4년마다 대선으로 여야로 국론이 분열되는 미국이란 나라의 체제 혹은 자유가 '좋은 것이냐?' 질문을 할 수 있는 것이지요.

물론 중국인들도 자유를 좋아합니다. 사상의 자유, 언론의 자유는 인권에 기초한 보편적인 것이니까요.
하지만 그들 맘 한편에는 '근데 14억 중국을 하나의 국가로 유지하려면 어쩔 수 없어'라는 마음을 갖고 있는 것이지요.

물론 이런 마음도 계속 유지될 수는 없습니다. 중국은 더 이상 20세기 그 시절 단순한 '세계의 공장' 수준은 벗어났거든요
불과 십년 전 짝퉁만 만들다가 어쩌다 '대륙의 기적'으로 보조배터리만 만들던 샤오미가 더 이상 아니란 말이죠.

1989년 천안문 사태와 같이 사상의 자유를 외치며 유혈사태가 벌어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 대신 자본의 자유를 외치겠지요. 마윈의 알리바바가 그랬고 지금은 디디추싱이 공산당의 철퇴를 받은 것이지요.

결국 시진핑 체제에서는 하나의 중국을 유지하기 위해서 새로운 방법을 써야 되는데 결국에는 '애국주의'를 내세우고 있다고 봅니다.
그 여파로 우리나라를 비롯한 주위 국가들에게 민폐짓을 하는 것 이구요.
이븐할둔
21/07/13 07:15
수정 아이콘
(수정됨) 저도 미국의 문화가 중국 문화보다 우월하다고 쓰려고 이 글을 발제한건 아닙니다. 중국이 덩샤오핑 ㅡ 후진타오 시기의 정치문화를 유지할 수 있었다면 형세는 지금과는 달랐을 겁니다.
21/07/13 04:39
수정 아이콘
중국이 우리와 다르다, 우리는 서구적 민주주의를 수용한 민주주의 국가다... 라는 것이 우리 국민의 보편적인 인식이겠지만, 많은 분들이 이번 코로나 사태를 거치며 우리와 서구의 차이도 또한 깨달을 수 있었을 겁니다.

우리들 중 다수는 서구권 시민들이 마스크를 끼지 않을 자유를 부르짖는 것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을 겁니다.
이해할 수 없기에 "아, 저 수염많은 놈들이 마스크 끼기 불편하니 괴상한 구실을 붙여서 마스크 끼는 것을 거부하는구나. 제 목숨, 자기 가족의 목숨이 달려있는데 정말 이해할 수가 없어. 미개해." 정도의 반응을 품을 수 밖에 없었겠죠. 총을 들고 의료진을 막아서는 행위를 이해할 수 없었고, 마스크를 쓰지 않을 자유를 위해 다른 이들의 공공안전을 위협하는 행위를 이해할 수 없었을 겁니다.
코로나의 전파를 막기 위해 개개인의 프라이버시를 공개하고 공공의 통제하에 눌리는 것을 감수하는 한국의 조치를 비판하는 일부 서양 언론의 모습을 진심으로 이해할 수 없었을 겁니다.

'자유가 아니면 죽음을.' 서구인들이 저 단어를 진지하게 말하는 것을 우리는 진심으로 코미디로 볼 수 밖에 없었던 거죠.


하지만 그런 우리조차도, 서구적 질서에 순응했다고 해도 DNA 차원에서 동양적, 유교적, 전체주의적 질서가 역력히 남아있는 우리 입장에서조차 더욱 더 이해하기 힘든 것이 중국일 겁니다.
아니, 그런 우리니까, 공공선이나 보편적 질서를 위해 개인의 권리나 자유를 일정부분 희생하는 것을 감수하는 우리니까 그 희생된 권리나 자유를 독재자가 멋대로 휘두르고 그것으로 개인을 더 짓누르는 중국의 행위가 어떤 것인지를 좀 더 이해하고 병적으로 싫어하게 되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앞으로 중국의 저러한 통제가 심해지고 정교해질 수록 우리는 중국에 더 큰 거부감을 느끼게 될 겁니다.
바로 옆에서 저런 체제가 얼마나 효율적으로 사람을 옥죌 수 있는지, 개인의 자유와 권리에 대한 의식마저 절제해 가며 인간의 천부 인권을 앗아갈 수 있는지를 앞으로도 수십 년에 걸쳐 계속해서 보기 십상일 테고, 또한 그 거대하고 강압적인 체제가 향후 수십년에 걸쳐 외교적, 정치적, 문화적으로 우리에게 수많은 것을 강요해 가며 압박을 가해올 것이 거의 당연하다시피 하게 받아들여지는 것이 현실이니까요.
그 닉네임
21/07/13 07:14
수정 아이콘
솔직히 '얼마나 자유를 중요시 하는가?' 만 놓고 본다면 아직도 서구권 보다는 중국에 더 가까운 것이 사실입니다.
자유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책임'인데 한국은 뭔 일이 있으면 그 책임을 다 국가에 돌려버려요. 국가가 책임져라, 국가는 뭐하고 있었냐...
일반 카테고리라 조심스럽습니다만, 좌우를 떠나서 국민 기본 정서가 저 모양이니 선거 결과에 상관없이 규제가 계속되는 거구요.
전 아직도 제가 성인이 포르노도 못 보는 국가에서 살고 있다는게 믿겨지지 않네요.

말씀해주신 것처럼 중국을 보면서 자유의 소중함을 느꼈으면 좋겠는데, 최근 남녀갈등 같은 걸 보면 쉽지 않아 보입니다.
21/07/13 11:36
수정 아이콘
한국에서 코로나 시국에서 벌어진 개인정보 수집을 미국 정치인이 제안했다면 커리어 끝장나는 수준의 헛소리가 되죠.
일반적인 한국인과 일반적인 미국인들은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에서 중요한 대전제 자체가 다른게 많습니다.
실제상황입니다
21/07/13 09:11
수정 아이콘
(수정됨) 저는 그게 일종의 동족혐오라고 봅니다. 한국이란 나라도 안정을 위한 공익, 공공선, 조화 이런 거 굉장히 좋아하죠. 사회적 합의 굉장히 좋아하구요. 분열, 갈등 이런 거 사실은 굉장히 싫어합니다. 아직도 상당히 집단주의적인 경향이 있죠. 권력이 집중되는 걸 실은 엄청 좋아하구요. 분권이나 자치에는 별로 관심없죠. 민주보다는 효율성, 합리성이 우선이지요.
21/07/13 10:38
수정 아이콘
일본이 본인을 아무리 유럽이라 우겨본들 아시아이듯 한국이 아무리 본인을 미국의 51번째 주라고 우겨봐야 결국은 아시안이죠. 그렇지만 중국인들이 '같은 아시안이니 뭉치자!'라고 했을때 냉소적인 태도가 드는건 어쩔수없이 서구적 가치관을 빨아들인 한국인의 숙명이 아닌가 합니다.
크레토스
21/07/13 05:55
수정 아이콘
미국에게서 패권을 인수받겠노라 공공연히 소리쳤던 중국의 입장에서 이건 굉장한 부담입니다.
라고 쓰셨는데 행동이 패권 추구여서 그렇지
항상 패권 추구 안한다고 립서비스 하는게 중국인 걸로 압니다 크크
중국이 다극화 강조하는 거 보면 중국이 미국을 대체하는 현실성 없는 1극 패권 보단 서태평양이라는 지역 패권이 목표인걸로 보이고요.
실제로 미국한테 태평양 나눠먹자고 제안한적도 있었죠.
이븐할둔
21/07/13 06:55
수정 아이콘
(수정됨) 지금이야 힘이 떨어지니 말은 당연히 그렇게 하겠지요. 종국에는 미국이 몰락하고 중국이 그 자리를 대체해야한다고 염원하던게 사실입니다. 백년의 마라톤이란 단어가 괜히 나온 게 아니지요. 시선생이 너무 일찍 야심을 드러냈을뿐.
크레토스
21/07/13 08:32
수정 아이콘
세계최강국이 되는게 중국의 목표임은 확실해보이지만 세계 패권국은 아닌걸로 보여서요. 둘은 비슷해 보이지만 사실 다르니까요. 전성기 중국왕조들이 세계 최강국이었던 적은 있지만 세계 패권국이었던 적은 없잖아요. 중국이 미국보다 GDP가 커지고 서태평양에서 미해군 몰아낼 정도의 실력이 되도 아메리카 대륙에서 패권 잡는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죠. 미국의 나와바리니까요. 유럽도 강국들이 즐비하고 지리적으로 너무 멀어서 마찬가지고요.
만취백수
21/07/13 06:14
수정 아이콘
전 덩샤오핑 아니 장쩌민과 후진타오 지도부 교체시기까지도 공산주의가 제국으로서의 중국에서 민족국가의 네이션을 부분적으로 대체하는 역할을 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80년대 중국이 친미반소 노선을 택하고 90년대 소련이 공중폭파되고 00년대 이후 중국이 랍스터 함유랑 0.1% 미만 과자마냥 공산주의 맛 권위적 자본주의 국가가 된 이후 이데올로기가 받쳐주던 통치 명분은 더 이상 없지만 지금까지는 고속성장으로 비롯되는 실질적 생활수준의 향상이 중화인민공화국의 구성원들이 중공에 속해있을 동기를 재공해 줬고요. 중국의 지도부도 고속성장이 영원히 지속될 수 없는걸 잘 알고, 그래서 어느정도 인위적으로 애국주의 열풍을 통해 민족국가의 네이션을 주입하려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미국이나 러시아 마냥 연방제를 통해 중앙집권적 민족국가보다 반단계 느슨한 통합을 추구하는건 바로 직전 시대가 신해혁명 이후의 군벌 난립기라는걸 고려하면 선택하기 힘들었을 거고요.
이븐할둔
21/07/13 07:01
수정 아이콘
말씀하신바에 동의합니다. 이후에 다루게 되겠지만 권력의 분리란 중국사에서 너무 먼 옛날에 소멸한 제도입니다.
antidote
21/07/13 08:16
수정 아이콘
미국이 실수로 중국을 키워놔서 지금에 이르렀다고 봅니다만 실수를 만회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무능한 군사고문관 스틸웰의 중용, 한국전쟁에서의 핵무기 비사용 원칙, 메카시즘으로 인한 천쉐썬 박사의 중국 망명, 미중수교, 중국의 WTO가입 용인, 기능주의적 외교관에 입각한 낙관적 자세 견지
이거 다 미국이 현대 중국의 형성에 영향을 준 사건들인데 죄다 굵직한 것들입니다.
중국을 대체할 신흥산업국들이 빠르게 부상하지 않는다면 미국의 경제성장이 자꾸 중국에도 수혈을 해주는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는데 피를 안흘리고 중국을 굴복시키겠다는 발상이 과연 통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21/07/13 11:11
수정 아이콘
이젠 피를 흘려도 굴복시킬 수 없을만큼 덩치가 커져버린게 문제죠. 90년대 미국이었어도 쉽게 굴복시키 어려운게 중국의 덩치인데, 현 중국이면..
담배상품권
21/07/13 10:15
수정 아이콘
미국은 상상 이상으로 2인자에게 관대한 국가가 아닙니다.
21/07/13 10:43
수정 아이콘
일본이 유럽을 동경하고 한국이 미국을 새로운 조공국 대하듯하는것과 다르게 중국인들은 서구적 가치 그 자체를 중국 분열의 책동같이 여기던 경향이 있었습니다(그리고 그건 사실이고요). 아무리 생각해도 중국인들은 자발적으로 서방식 민주주의를 도입할 것 같진 않습니다. 차라리 북한이 민주화되는게 빠를지도요.
21/07/13 11:48
수정 아이콘
오 이븐할둔님의 글! 기대하겠습니다.

지역사를 좋아하는 입장에서, 중앙정부의 역사란 어떻게보면 '항상 폭거'이지요 크크크. 도대체 수도성에 궁궐을 짓는다고, 저쪽 남쪽 사람들이 왜 세금을 내야하고, 또 그 세금이 유지되는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해서 돈을 내야한답니까, 어느정도 멀리 통치를 하기 시작한다면 '식민지'가 그렇듯이, 결국 투자금과 이윤이 똑같아지는 시점이 오는데도, 문화적, 정치적 패권 때문에 동질성을 찾고, '나 또한 등용문에 들어서 지배자에 편입되리'하면서 권력에 굶주린 '체제 부역자'들에 의해서 유지되지요. 물론 모든 '통치/거버넌스'가 그렇듯이, 참을 수 없는 폭력과 억압으로만 진행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사람들이 특정 체제에서 다른 대안을 찾지 않고, 살맛을 느낀 것에는 분명 이유가 있었겠지요.

그 복잡한 이야기를 시작하신다니, 정말로 기대가 됩니다 :D 정말 좋아하는 주제에요!
21/07/13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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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 고맙습니다.
근데 중국은 왜 미국을 극복하려는 걸까요? 중국에서도 세대가 지나가면서 개인주의적인 사람들이 늘어나면 그런 경향이 줄어들까요?
이븐할둔
21/07/13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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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됨) 민족의식이 강한 한국인들이 일본을 상대로 설욕하고싶어하는것처럼 중국인들도 서양을 상대로 설욕하고 싶어합니다. 무엇보다 피할 수 없는 밥그릇 문제와 대만 주권 문제가 있죠. 중국의 생활수준이 올라가고있는 이상 세계의 공장으로서의 지위가 영원할 순 없습니다. 그러니 돈 바짝벌었을때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넘어가야하는데 여긴 미국과 그 패거리가 차지하고 있어서 필연적인 싸움입니다. 중국은 오히려 문혁을 부정적으로 기억하는 중장년층이 열광적 국가주의에 부정적인 경향이 있는 반면, 젊은 세대가 애국주의에 열광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그러니 예측 가능한 미래 내에서 중국의 민족주의는 더욱 열성적이 될 공산이 압도적으로 높습니다.
다시마두장
21/07/13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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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 감사합니다. 다음편이 기대되네요.
Energy Poor
21/07/13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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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중국이 심각한 분열 없이 운영되고 있는게 맞나요? 중국 공산당이 힘으로 찍어누르고 있지만 신장, 티벳 독립 운동 등만 해도 상당한 분열로 보이는데요. 뭐 일정 수준의 독립 욕구야 세계 어느 지역에서든 있을수 있지만 이 정도로 독립 욕구가 큰 지역도 흔치 않은 것 같은데요.
이븐할둔
21/07/13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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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됨) 대국에서 심각한 분열이라고 한다면 분리독립/내전의 위기가 도사려야합니다. 그런데 티베트/위구르족은 다 합쳐봐야 2천만 남짓에 무력도 재력도 없죠. 중공을 지지하는 12억 한족에 비하면 정말 한 줌에 불과합니다. 이미 무장투쟁이 몇번 있었으나 전부 좌절되었고 외부개입이 없으면 결국 해당지역은 한족화되는것으로 끝날겁니다. 중국의 전통에선 중앙정부에 대놓고 반기를 드는 집단은 물리적으로 제거하는 것이 상식이기에 국내적으론 문제될 것도 없고요.
이븐할둔
21/07/13 13:09
수정 아이콘
누구도 하와이 토착민, 아메리카 인디언, 흑인 독립국가가 진지하게 가능하다고 보진 않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보시면 될 듯 합니다.
삭제됨
21/07/13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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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소국가 한국 크크크
메가트롤
21/07/13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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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 잘 보고 갑니다.
깃털달린뱀
21/07/13 19:51
수정 아이콘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전체적으로 완벽히 동의하는 부분이 많아 재밌네요.

사실 앞으로의 글을 읽지 않고 먼저 제 생각을 얘기하는 것은 섣부르겠지만, 전 혼란이 와도 중국이 지역적으로 분리될 것이라 생각하진 않습니다. 내부 투쟁을 통해서 이권, 권력 갈라먹기는 치열하겠지만요.
동아시아 특인 것 같아요. '분리된 지역의 일인자가 되기 보단 통합 국가의 수장이 돼서 해먹겠다.'
우리나라도 고려 이후로 호족들이 문벌 귀족에 편입되어 중앙정계에서 해먹으려 들었고, 일본도 메이지 유신기 사쓰마 번과 조슈 번의 싸움은 자기네 영지를 중심으로 발전하겠다가 아닌 이긴 놈이 중앙으로 가서 일본국을 좌지우지 하겠다였죠. 그래서 지금 가고시마랑 야마구치는 그저 그런 중소도시일 뿐이고.

'한족'이란 정체성은 갈수록 강화되는 느낌인 것 같습니다. 이촌향도로 온갖 지역 사람들이 뒤섞임 + 그로 인한 소통 문제와 중앙 정부의 강력한 보급정책에 의해 보통화가 보급 되어 지방어는 소멸 위기 수준으로 떨어지고, 교통과 통신의 발달로 지역 간의 교류 또한 일상이 되어 지역적 차이는 거의 사라져가고 있지요.
원래 민족 정체성이란 결국 타자와의 비교로 인해 인식하는 법인데, 중국의 정체성은 서구(특히 미국)과의 충돌, 갈등으로 인해 공고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거기에 한꺼풀 더 여러 소수민족을 다 포괄하는 '중화민족' 이데올로기가 겹치는데, 서구와 충돌하면서 '티베트족과 위구르족 또한 한족과 같은 중화민족이다!'라고 주장할수록 한족과 소수민족의 차이에 초점이 맞춰져서 한족 내의 차이는 더더욱 희미해지겠지요.
정말로 극심한 혼란기가 온다면 혼란한 틈을 타 외세의 힘을 빌어 티베트와 위구르 정도는 독립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현대 (외)몽골이 스스로 독립할 역량이 있어서가 아니라, 소련의 위성국으로서 독립한 것과 마찬가지로요. 그리고 중국 본토는 어떻게 마무리 되든 통일된 국가로 남을테고요. 나머지 소수민족이야 뭐 자의든 타의든 이미 한족 중심 질서에 포섭되어 동화될 길만 남았으니.

뭐 이거야 편협한 제 생각일 뿐이고, 앞으로의 글에서 어떤 논지로 전개될 지 정말 기대되네요 흐흐.
Tanworth
21/07/14 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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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됨) 지금 시진핑이 IT 기업을 비롯한 민간기업들을 억누르면서 반대로 국영기업만을 밀어주는 국진민퇴(國進民退)를 보면 그 옛날 중국 황제들, 특히 유목 정복왕조의 황제들의 전제정치와 별반 차이가 없어보이죠.
예를 들어 선비족계 관롱집단이 지배하던 당나라 제국의 수도 장안을 보면 장안을 사각형 모양의 108개 방坊으로 나뉘었고, 이 방 하나마다 큰 담장과 출입문이 있어서 야간 통금시간이 되면 출입문을 닫아놓으면 거대한 가축우리 모양처럼 되었다고 합니다. 선비족이 유목민 시절에 가축을 다루는 것처럼 중원땅에 와서도 수천만명의 한족을 통제했던 것이죠.

지금, 공산당도 사실상 정복왕조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것도 청(淸)제국을 계승한 홍(紅)제국이죠. 옛날 정복왕조들이 한족을 가축처럼 지배통제했던 것처럼 민간기업들까지도 통제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중국은 소수민족이 분리하는 것보다는 지역이 분리할 가능성이 크지 않을까 싶습니다.
특히 광동성은 상당히 유력한 가능성이 있죠. 광동성 사람들의 정치적 성향이 지독한 우파(자유주의)이기 때문입니다.
모택동과 시진핑을 추종하는 극좌파 노선과는 정반대입니다.
그래서, 중국 공산당내부에서도 광동성은 경계한다고 들었습니다.
마치 일본의 에도 막부의 서슬퍼런 전성기 시절에도 사쓰마 번과 조오슈번을 웅번雄藩이라고 세간에서 일컫던 것처럼, 광동성에는 분명히 야심의 기운이 서려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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