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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08 00:10
죄와 벌... 중딩 때 범우사판으로 중간까지만 세 번 읽고 던져버렸던 기억이 나는군요.
읽으면서 '이 자식아, 생각 좀 그만해! 말도 그만!' 이랬더랬죠...
16/08/08 00:14
제목부터 "난 심오해"라는 인상을 저에게 주던 책이라서 조금이라도 읽어볼 생각을 못했었습니다.
이 게시물을 들어왔을 때도 길거나 어려우면 그만 보고 나갈 생각이었는데 한 화면에 다 들어오기에 읽어봤습니다. 주인공의 이름 등의 어려움으로 멀리 했던 고전들을 다시 한번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평이군요. 서툰 감상이라고 표현하셨는데, 어쩌면 그렇기에 가까이 다가오는 감상인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기대됩니다.
16/08/08 00:15
라스콜리니코프가 자신의 살인을 정당하다고 생각했다기보다는, 그렇게 생각하고 싶었던 거죠. 근데 아무리 그러고 싶어도 사실은 정당하지 않다는걸 뻔히 알고 있으니까 계속 괴롭고, 자신이 정면으로 응시하기 싫은 답을 소냐가 보여줄거 같으니까 신경질적으로 소냐를 괴롭히고.. 위악적으로 굴죠. 그런데 결국 소냐의 무한 보살핌에 굴복하고 만겁니다. 하지만 이건 패배가 아니에요. '나의 로쟈는 이렇지 않아'라면서 죄와벌의 결말을 비판하시는 죄와벌 팬들이 많은데.. 제생각엔 마지막에 소냐의 무릎을 안고 흐느낄때에 가서야 라스콜리니코프는 처음으로 자기 자신에게 솔직해졌다고 봅니다. 그 전까진 비겁자였죠. 비겁해도 열정적이고 도전적이고 치열했기 때문에 매력은 있었지만. 죄와벌은 중2병 걸린 라스콜리니코프를 친구 라주미힌의 참된 우정, 수사관 포르피리의 노련한 타이름, 소냐의 남녀간의 사랑을 뛰어넘는 포용성, 어머니와 두냐의 가족애로 치유하는 소설입니다. 민음사에서 죄와벌을 번역한 김연경씨가 번역 후기에 이런 얘기를 했는데 개인적으로 핵공감이었습니다. [로쟈가 두려워했던 말은 '넌 나쁜 놈이야'가 아니라 '넌 웃긴 놈이야' 였다.]
아... 그리고 쓰신 내용 중에 '거리를 돌아다니다 소냐를 만나고 사랑에 빠진다' <- 이거는 좀... 아닌거 같습니다. 로쟈가 소냐를 알게 되는건 살인 이전에 술집에서 마르멜라도프를 만나 이야기를 듣게 되면서이고 직접 소냐의 얼굴을 보는건 마르멜라도프가 사고를 당했을 때 로자가 부축해서 집에 들어가서였는데 그때도 사랑에 빠지고 어쩌고하고는 거리가 멀었죠.. 로쟈와 소냐와의 관계는 남녀간의 로맨스 이런게 아니었어서...
16/08/08 01:26
제가 읽은 거랑 결말이 조금 다르네요. 오래전이라 기억이 잘나지는 않지만 라스콜리코프가 자수하는 장면에서 이야기가 마무리 된걸로 기억하는데.
죄와 벌에 기반한 웹툰이 있는데 추천드립니다. [살인장난감] 이라는 웹툰에서도 자신을 영웅으로 생각하며 살인을 서슴치 않게 하는 주인공이 나옵니다. 웹툰의 시작도 죄와벌을 읽는 장면이 나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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