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이 요동치는 한 주 였다. 누군가가 말하길 절대적인 가치로 따지면 다우존스 역대 최고의 폭락이나 2016년 1월 이후 최악의 1주일이라는데 변동성과 옵션을 트레이딩하는 나로써는 역대 최고의 변동성 상승폭으로 기억에 남을껏 같다. 폭락장의 근본적인 원인으로는 가상화폐처럼 너무 오른 상태여서 조정장이 필요하긴 상태였다 (최근 1년간 비트코인과 S&P 500의 연관성이 0.8이라는 것도 재미있는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폭락장을 가속화 시킨 몇가지 근본적인 원인에 대해서 다뤄보려고한다.
'변동성(volatility)라는 것은 무엇인가?' 라는 질문에 답해보도록 하자. 변동성은 간단히 말해서 어떤 자산이 얼마나 움직이는 지를 수치화한 것이다. 측정방법은 여러가지가 있는데, 하루 최고가-최저가를 이용하는 쉬운 방법도 있고, 아니면 일정시간마다 자산 가격을 기록한 후 제곱 후 더하고 루트를 씌우는 등 다양한 방법이 있다. 변동성이 왜 중요하냐면 모든 자산 움직임의 기초가 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S&P 500 인덱스의 변동성이 10이고 KOSPI200 인덱스 변동성이 15면 KOSPI200이 S&P 500보다 1.5배 더 움직인다고 보시면 된다. 또 중요한 파생상품인 옵션의 가격이 변동성으로 인해 정해진다. 같은 자산의 경우 변동성이 2배면 옵션가격이 정확히 2배가 된다고 보면 된다. 이로 인해서 내가 현물이 실제로 옵션의 가격에 내재된 변동성보다 적게 움직인다고 생각하면 옵션을 팔아서 이득을 취하면 되고, 이것이 변동성 재정거래의 기본이다.
다시 현실로 돌아와서 작년을 돌아보면, 2017년 최고의 트레이드는 무엇이었을까? 물론 가상화폐를 꼽는 사람이 제일 많겠지만, 내 생각에는 '변동성 공매도 (short volatility)'도 만만치 않게 좋은 트레이드인것같다. 트레이더로써 리스크와 그에 리스크에 대한 보상에 대해 간략히 설명하자면:
짧게 설명하자면 앞면일 경우 +100원 뒷면일 경우 -50원인 동전 던지기의 실제 가치는 25원이고, 같은 이유로 앞면일 경우 +100억원 뒷면일 경우 -50억원인 동전의 실제 가치는 25억원이겠지만, 트레이더로써 나는 후자의 동전던지기는 10억원이어도 안할 것이다. 일단 사람은 본능적으로 위험회피적이고, 더 큰 리스크(변동성)일수록 더 많은 보상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즉 나에게 트레이더로써 가상화폐는 변동성이 매우 높은 트레이드이기 때문에 보상받기 위해 많은 수익을 내야하는 것이 아주 당연하고 변동성이 낮은 '변동성 공매도' 전략이 더 좋은 트레이드라고 생각한다. 뭐 가상화폐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고 다시 변동성 공매도로 돌아가보면, 결국 자산이 옵션에 내재된 변동성보다 덜 움직일것이라고 생각하고 옵션을 내다 파는 것이다. 이게 왜 좋은 전략이냐면:
1. 프리미엄 자체가 수요가 공급보다 앞선다. 옵션을 매수하는 사람이 매도하는 사람이 많은데, 심리학적으로 옵션 매수의 경우 잃는 돈은 한정되어 있고 반대로 옵션 매도는 잃는 돈이 무제한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보험이랑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보험을 드는것은 경제학적으로 손해지만 다들 들지 않는가? 매수만 가능한 ELW시장이 옵션시장 보다 가격이 높은 한 이유이기도 한다.
2. 옵션을 트레이딩하는 사람은 방향성에 배팅을 하는 사람이 많은데 이런 사람들은 옵션의 내재 변동성을 신경을 안 쓰는 경우가 많다. 옵션의 매수자가 매도자보다 많다는것과 결합되어 내재변동성이 고평가 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예를들어 삼성전자 200만원 풋옵션을 사는 사람은 삼성전자가 떨어질것이라 생각해서 사는거지 삼성전자 200만원 풋옵션의 내재변동성이 100이고 실제로 주식의 미래 변동성이 150이 될 것 같아서 사는 사람은 드물다.
실제로 아는 사람만 알음알음 하던 꿀 트레이드인 변동성 매도가 2017년에는 꽤나 유명해졌다. 한국 중소 로컬 증권사들이야 하루종일 스트랭글(콜+풋옵션) 만 매도하는 것은 뭐 업계사람들이라면 다 아는 사실이고, 내가 트레이딩하는 미국채권옵션 마켓에서도 큰 자산운용사들이나 은행들이 하루종일 변동성만 매도하는게 유행이었다. 외환을 제외한 많은 마켓의 변동성은 10년 최저치를 달리고 있었고, 트럼프의 당선, 금리인상, 그리고 지정학적인 위험에도 불구하고 주식시장은 계속 천천히 오르기만 했다. 이로인해 변동성 매도는 트레이더들 뿐만 아니라 개인들도 좋아하는 인기많은 트레이더가 되었다. 사실 트레이더들은 개인계좌에서 변동성 매도하는것이 맞는 선택인게 한게, 변동성이 치솟으면 거래량이 많아져서 회사에서 돈을 못 벌 수가 없다. 우리 회사에서도 'XIV안 탄 흑우 업재?' 같은 느낌으로 거의 모든 트레이더들이 변동성 공매도 펀도에 투자했고, 사실 2017년 1년동안 별 다른 굴곡 없이 안정적으로(!) 4배나 증가했다. 하지만...
이런 변동성 펀드의 문제점은 과거 데이터를 너무 맹신한다는 것이고, 또한 시장에서 6 sigma 사건들이 1~2 sigma 사건의 확률로 일어난다는 것이다 (멀리 갈 필요 없이 트럼프 당선을 생각하면 된다). 제일 유명했던 변동성 공매도 방법은 XIV라는 ETN을 사는 것인데 이것은 VIX라는 수치의 인버스를 따라간다 (인버스 코스피랑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일단 VIX부터 설명하자면 S&P 500 옵션 시장의 내재변동성을 수치화 한 상품이다. 즉 증시의 변동성이 높아지면 옵션가격이 높아지고 이로 인해 VIX가 증가하는 것이고, XIV라는 펀드는 VIX 선물을 공매도하고 현금을 들고 있는 포트폴리오로써 VIX의 움직임을 역으로 모방한다. 즉 변동성이 50%가 오르면, VIX 선물은 값이 150%로 뛰고 XIV는 값이 50%로 떨어진다는 것이다. VIX가 2배가 되면? XIV의 값은 0 가 된다. 물론 이것을 방지하기 위해 XIV 펀드를 만든 크레딧 스위스는 XIV 가격이 일정 가격 밑이 되면 자동으로 펀드를 청산하도록 만들어 놨다. 또 매일 오후 3시 15분에 XIV 펀드는 트레이딩되고 있는 펀드의 가격과 실제 펀드가 들고 있는 자산의 포트폴리오를 맞추기 위해 re-balancing을 하는데 즉 VIX가 오르면 VIX 선물을 더 사야되고 VIX가 내리면 VIX 선물을 더 팔아야 한다. 옵션에 대하여 잘 아시는 분들이라면 VIX의 Short-gamma 전략이라고 보면된다.
다시 시장으로 가보자. 사실 저번주 금요일부터 약간의 하락이 지속되었는데, 변동성이 아주 낮은 상태로 역대급 상승장인 12월과 1월을 비롯한 최근 1년동안 20% 상승한 미증시가 새로 바뀐 파웰 연준 의장이 금리를 공격적으로 인상할것이라는 예측으로 인해 살짝의 조정장이 온 것뿐이다. 증시가 살짝 하락함에 따라 VIX가 살짝 상승했다. 어마무시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월요일이 되니 상황은 달라졌다.
많은 사람들이 최근 1년간 변동성 공매도 펀드들에 뛰어들어서 펀드의 규모가 워낙 커졌고, 그로 인해 이런 펀드들이 포트폴리오에 어마무시한 선물 공매도 포지션이 있었던 것이다. 이런 XIV/SVXY의 변동성 공매도 펀드들이 손절해야 할 VIX 선물 포지션이 전체 VIX 선물 포지션의 30%를 차지했던 것이다. 이 펀드들이 자신이ㅡ 포지션을 커버하기 위해 VIX 선물 공매도 포지션을 손절하려고 3시 15분 장마감때 VIX 선물을 마구 샀고 이로 인해 VIX 선물 가격 상승. 게다가 엎친데 덮친격 최근 1년 동안 VIX 옵션 시장에는 50센트 가치의 엄청 싸구려 콜옵션을 무더기로 사는 사람이 있었다. 이로 인해 VIX 옵션 마켓 메이커들은 콜옵션을 엄청 매도한 포지션을 갖고 있었고, 평소에는 엄청나게 좋은 포지션이었을 이 VIX 콜옵션 매도 포지션은 VIX 선물 가격이 상승함에 따라 같이 가격이 상승해서 더 큰 손해를 보게 되었고, VIX 옵션 마켓메이커들은 이 포지션을 손절하기 위해 VIX 선물을 더 사야 됬었다. 이로 인해 증시는 더 떨어지고 XIV/SVXY/VIX 옵션 마켓메이커들이 서로 손절하기 위해 VIX 선물을 무더기로 구입하는 도미노 현상이 일어나게 되었고, 결국 VIX가 2배로 뛰고 XIV는 90%하락해서 3조원 규모의 변동성 공매도 펀드들은 다 문을 닫게 되었다. 이것은 단지 상장된 펀드들의 손실이고, 비상장된 헤지펀드들이나 개미들의 손실은 더 클 것이라 보인다.
아주 재미있는 점은 VIX 시장을 미국 증시가 따라갔다는 점인데 (원래는 거꾸로의 경우가 대다수이다), 월요일과 화요일의 VIX 선물의 상승세는 거의 15% 이상의 증시 추락시 나타나는 반응이지만 미국 증시는 단지 4%밖에하락 했을뿐이다. 또한 VIX 시장과 증시의 5정도의 beta를 가정했을시 3조원 규모의 변동성 공매도 펀드들의 손절이 미국증시에 15조원 가량의 매도 주문을 쏟아냈다고 보면 된다. 시장의 추세추종 전략과 알고리즘들이 이런 움직임을 증폭시킨 것은 덤. 한마디로 이번 폭락은 인기 많은 트레이드 였던 변동성 공매도에 너무 많은 사람이 참여해서 일어난 도미노 사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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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상품의 가격이 2년동안 꾸준히 오르기만 해서 5배 7배 올랐다면 사람들은 이 상품을 살까요 팔까요? 정말 사람의 마음이란 알 수가 없는 것 같습니다. 알게 모르게 이렇게 XIV를 산, 그것도 자기 돈으로 산 사람이 이렇게 많았다는 걸 이제 알았습니다. 것 참...
저 같은 소시민은 그냥 이 기회에 세금이나 좀 아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