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4시에 비행기인데 점심 먹고 정리가 된게 아무 것도 없다. 내 사정도 모르고 후배놈은 옆에서 문제가 터지는거 마다 보고한다고 정신이 없다.
다행히 내가 구현된 내용은 아구가 잘 맞아들어가는 것 같다. 하루 왠 종일 검증을 거쳐야 될 일을 이렇게 한두번의 테스트로 끝내도 될까?
오케이, 일단 후배쪽 모듈부터 확인해야 겠다. 본가에서 연락이 왔다. 출발했냐고? 아뇨, 아직 마무리 할게 있어서요. 매크로 처럼 어머니의 잔소리
는 몇 번을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화를 삼키면서 네네 대답으로 마무리를 짓는다. 코드를 읽어 내려가면서도, 출국 준비물중에 빠진게 있을까 고민..아이씨..
# 2
선배, 저 정말 가요. 오늘 점심 맛있었어요. 한동안 못볼지도 모르겠네요.
미국 간다고? 잘갔다와요. 네네. 오늘 왜이렇게 하늘이 맑고 눈이 부신지.. 인사는 다 했겠지?
몸이 아파서 한달 미룬 출국을 위해 기차를 탈지, 기차역은 어떻게 갈지 고민하다가..
# 3
신랑, 약은 다 챙겼어? 아니 아직. 아 정말 왜 이렇게 열심히 챙겨도 자꾸만 빠진것 같지?
회사는? 회사는? 오늘 발표가 있는데,, 와이프의 카톡 문자는 어떻게 나를 이렇게나 자극할까? 고민해본다.
아무래도 뭔가 안맞다. 이게 결혼 생활인가? 짜증날때 짜증내야 하는데, 난 왜 이렇게 호인일까?
그동안 짧지만 살아왔던 내 인생을 2초간 돌아본다. 카톡은 그 사이에 2개나 더 온 것 같은데..
보기도 전에 그 내용을 알 것 같아서 그것 또한 싫다. 난 호인이 아닌데, 챙겨주는 척 다시 리스트를 살펴 본다.
# 4
회사에 고과 발표 후로 출국 날짜를 맞췄다. 자리 비웠을 떄, 고과에 대한 불이익이 있을 지도 모른다는, 그동안 같이 마시고, 밤샌 나날이 얼만데 불편하지만
이럴때는 선배들을 의심할 수 밖에 없는게 마음 아프다. 올 초 부터 했던 프로젝트와 기여도를 하나둘 체크해 본다.
여기저기 전화가 와서는 출발했냐, 잘갔다 오라고도 한다. 2장으로 정리된 발표 자료를 들고 다음 차례를 기다린다.
5분이면 충분한데 뭘 이렇게도 자세히도 적었을까? 이미 고과는 정해졌을텐데..
# 10
...
# !#$%^&^
"신랑 나 출근해요"
어엇? 나 늦잠 잤네? 미안.. 아침을 챙겨먹었어? 와이프는 기차시간에 맞춰서 출근해버렸고,
옆에서 똘망하게 쳐다보는 아들은 아침에는 뭘 먹고싶다고 얘기하는데..
그래, 이제 그만 좀.. 3개월 정도 생활하면서 적응할 만도 한데, 뭘 그렇게 한국에 일들이 생각나는지 모르겠다.
제대하고도 근 5년 동안 군대, 그것도 훈련병 시절만 계속 나오더니.. 10년 넘게 다닌 회사 생활이 쉽게 잊혀 지지는 않겠지.
몇번이나 꿔보니 이제 슬슬 압박되는 회사 업무가 나올 때는 꿈인줄 알겠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