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트랙 저지에 실패한 자유한국당은 곧바로 장외투쟁에 나섰는데요. 황교안 대표는 직접 백팩을 매고 운동화를 신은 채 대장정을 펼치고 있습니다. "총체적 난국의 대한민국을 구하고, 국민의 삶을 다시 일으켜 세우기 위해" "반독재 좌파 투쟁"을 시작한다는 것인데요, 첫 일정인 자갈치시장에서는 한국당이 뭉쳐야 산다는 지지자의 말에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구경하는 입장에서는 한국당이 과거의 위세를 많이 잃었다 보였던 게 이 날 자갈치시장은 휴무일이었다고 하네요. 링크한 기사에 따르면 지지자들이 따라붙어 복작복작했다고는 하지만 저런 의전 실수는 여태까지 없었던 것 같아서요. 과거 이회창 대표나 박근혜 대표도 장외투쟁하면서 으레 사람 많이 모이는 시장에 들렀지만 저런 일이 있었다고는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황 대표의 전국 대장정은 이번 달 말까지 쭉 예정되어 있는 반면.. 나경원 원내대표의 생각은 좀 다른 것 같습니다. 신임 이인영 여당 원내대표를 국회에서 만났는데, 물론 원내대표끼리는 서로 부대끼는 사이니 인사차 간 것이지만 현재 당이 장외투쟁 중이라 조금은 색다르게 느껴집니다. 이 자리에서 나 원내대표는 이 원내대표에게 "민생과 국민을 위한 국회가 된다면 제가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가 될 수 있지 않나"라는 미끼를 던지기도 했습니다.
장외투쟁의 시기도 묘한데 선거제 개편때문이라도 언젠가는 국회에 돌아가야 할 것이고 총선은 아직 한참 남았는데 벌써부터 지역 조직을 땡겨쓰면 후유증이 있겠죠. 한국당 열성 지지자들은 황 대표의 저런 강경한 모습을 응원하고 있는 것 같지만 서울역 태극기집회도 광화문 문재인 STOP집회도 계속 열린다면 준비하는 사람들은 여러모로 힘들테니까요.
같은 블빠라도 와저씨와 돌붕이가 다르듯, 황 대표와 나 원내대표도 둘 다 친박의 지지를 얻긴 했어도 처지는 다르겠죠. 지금이야 강경한 대여투쟁 중이니 사구체 논쟁 이후 가장 치열한 논쟁인 박근혜 후미에를 황 대표, 나 원내 모두 잘 피해가고 있긴 합니다. 특히 나 대표는 그동안 탄핵주동세력으로 낙인찍혀 항장 생활을 하던 중 지난 3월 '김정은 수석 대변인' 연설 이후 당장은 지지자들의 찬사를 받고 있으나.. 박근혜 신원 문제는 친박 지지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문제니 계속 덮고 가긴 힘들겠죠.
또 황 대표는 원외인사고 여의도 경험이 부족하니 대장정을 하는 것이 얼굴을 알리는 수단이지만, 4선 중진에 지역구가 서울인 나 원내에게는 다른 꿈이 있을 것도 같습니다. 이것도 구체적으로 들어가보면 김성태 원내대표 시절부터 논의 중이던 선거제 합의를 나 원내가 파토낸 분위기라 좀 복잡하긴 한데.. 나 원내의 줄타기 능력을 보면 계속 친박들 좋은 일만 시켜줄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하고요.
아무튼 한국 정치의 집단 극단화는 지금도 위험한 수준이라 여야의 협상파들이 조금 더 힘을 내주었으면 좋겠는데, 그렇다고 나 원내가 확고부동한 야권 에이스 황 대표를 당장 들이받을 순 없을거고 큰 기대는 하지 못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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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나이 감안하여 보면 이쁜건 맞고, 밥도 못 사줄거 없고, 누나인 것도 맞네요
밥을 같이 먹겠다는건 소통하겠다는 의미이고, 이렇게 꽉 막힌 경색국면이 해소되는 결과로 나간다면 대환영이죠
하지만 저들도 알고 우리도 아는 바대로, 그렇게 아름답게 결과가 되리라고는 기대하기 어렵겠죠 크크
그래도 김정은이 핵을 포기할 확률보단 높지 않을까요?
여야 원내대표가 하하호호하며 밥도 먹고, 서로 양보도 하면서 다시 민생을 챙기는 국회가 될 확률이, 김정은이 핵 포기할 확률보단 높을 거라 기대해 보며.. 근데 왜 이렇게 신뢰가 안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