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대로 특수 학교나 자폐아 지적 장애인 등과 관련된 시설에 대한 제 생각이
짧은 기간 동안 드라마틱하게 변한 썰입니다

예전에 한번 각 잡고 써 보려다가 귀찮아서 포기했던 것 같은데
오늘 주호민씨 관련 사건으로 문득 생각나서 다시 써봅니다

정확한 시기는 기억나지 않지만
강서구에 몇 년 전 새로운 특수 학교를 설립하려는 과정에서
주변 주민들이 격렬하게 반대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이를 두고 저열한 지역 이기주의다
실질적인 위협 혹은 재산상의 피해로 연결된다면 반대하는 입장도 이해간다
등 이곳에서도 여러 의견이 오갔던 걸로 기억합니다

저는 당시 강서구에 거주했었는데
다만 제가 사는 지역과는 강서구의 끝과 끝 이여서 딱히 '내 주변' 이란 느낌은 없었습니다
그리고 당시 제 스탠스는
어차피 꼭 필요한 시설인데 무작정 반대만 하는 건 옳지 않지만
정말로 삶의 질이나 집값에 피해를 준다면 반대하는 것도 이해한다 .. 정도의
술에 술 타고 물에 물 탄 듯한 어중간한 그것 이였습니다
별 생각 없었다 .. 고 말해도 틀리지 않겠네요


여하튼 그러다 갑자기 인식에 큰 변화를 가져오는 일을 겪게 되는데 ..

일반적으로 그런 시설을 기피하는 이유 중 하나는 막연한 두려움 입니다
'정상이 아닌' 사람들이 무슨 짓을 할 지 모른다 는 그런 것이고
부산 영아 투기살인사건 등 실제 사례가 있으니
아예 근거없는 도시괴담급 낭설은 아니죠
그런 인식이 이미지와 연관되어 집값 하락과도 이어(진다고 주장)지는 것이고
저 역시 그런 생각이 있었습니다

당시 저는 여행사에 근무하고 있었습니다
동네 주택가의 원룸건물 1층에 있는 작은 여행사였고
건물 옆에는 작은 교회가 있었습니다
해당 교회의 목사님 부부는 사무실이 있는 원룸 건물의 건물주이기도 했죠
그날도 평소와 다름없이 출근하고 있는데
사무실 옆의 주차공간에 주차된 교회 소유의 노란 승합차에 적힌 문구가 눈에 보이더라구요

정확한 명칭은 기억나지 않지만
지적장애인 돌봄 시설 차량이다 이런 문구였습니다

뭔가 머리를 망치로 한대 퍽 맞는듯한 충격이였습니다
당시 제가 그곳에서 일한지 대략 2-3년 정도인데
사람들이 말하는 그 '기피시설' 을 같은 동네도 아니고 바로 옆건물에 두고도
3년동안 인식조차 못하고 살았는데
그러면서도 넷상의 이야기에 홀려 막연한 두려움을 가지고 살았던 겁니다

심지어 저는 그 시설이 거기 있다는걸 기존에 알고 있었습니다
계약할때도 해당 그 승합차가 장애인들이 타고 내려야 하기에
사무실 옆의 주차공간을 사용해야 한다고 했고
그래서 매번 출근시 주차공간을 찾아 하이에나처럼 동네를 휘저어야 했습니다
물론 그동안도 그 승합차를 많이 봤구요

매일 같은 길을 다니면서도 딱히 신경쓰지 않는 한
내가 다니던 길 옆에있는 가로수가 은행나무인지 플라타너스인지 모르는 것처럼
옆 건물에 그런 시설이 있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그걸 넷상에서의 토론과 연결조차 시키지 못할 정도로 아예 인식하지 못하고 3년을 산 겁니다
반성해야겠구나 싶더라구요



그런데 얼마후 .. 한 2주정도나 지났을까요?

평소와 다름없이 월급루팡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누가 문을 벌컥 열고 들어옵니다
당시 유리로 된 출입문이 외부 기준으로 밀고 들어오면 좀 뻑뻑하고 불안해서
항상 손님들께 당겨서 들어오시는걸 부탁드리고 안내도 걸어놨는데
너무 거칠게 밀고 들어오니 순간적으로 좀 짜증이 났는데
뭐 짜증내고 말고 할 틈도 없이 그 사람은 갑자기 들어오자마자
구석에 있는 정수기로 막 달려가더군요

그 지적장애인 특유의 행동?모습? 그런게 있잖습니까
아 옆 건물 시설 사람이구나 하는 감이 팍 오더군요
고등학생쯤 되어 보이는 나이였는데 여하튼 그 친구는 정수기로 가더니
커피믹스 하나를 집어 쭉 찢고는 바로 원샷해 버렸습니다
커피를 타 마시는게 아니라 커피 분말을요 -_-;

황당해서 보고있는데 목사님이 호다닥 따라 들어오시더니
그 친구를 막 때리면서
(폭행이 아니라 엄마가 등짝 스매싱하는 느낌으로)
이놈아 그러면 안된다니까 ~ 하면서 잡아 끌고 가셨습니다
잠시 후 목사님이 다시 오셔서 사과하셨구요

그날 이후로 약 1-2주간
거의 매일같이 때로는 하루에 두번씩
그 친구는 벌컥벌컥 뛰어들어와  커피믹스를 원샷했습니다

목사님 말로는 자폐아는 뭔가에 필이오면
그 행동을 반복하며 집착한다고 합니다
해당 시설에서는 왜 창문이나 벽에 실리콘으로 마감 내지는 땜질 같은거 하잖아요?
그거 뜯어내는거에 재미를 들려서 벽이고 화장실 거울이고 할 거 없이
너덜너덜했다고 합니다
그러다 계기는 모르겠지만 우리 사무실 커피믹스를 탐하게 된 거구요

어떻게 타이른건지 뭔지 모르겠지만
그 친구는 1-2주 후부터는 오지 않았습니다

아무튼 이 일로 인해
해당 시설에 대한 제 마음은 또 갈대처럼 휘고 말았습니다
'주변에 있는 통제할 수 없는 존재로 인한 위험' 이라는게
도시괴담이나 망상이 아니라 실존하는 위험이라는걸
몸소 체험해 버렸으니까요

저야 (겉보기에는) 신체 건장한 남성이니
그 친구가 들어왔을때도 딱히 위협으로 다가오진 않았고
그저 황당했을 뿐이지만
여성 혼자 일하는 사무실이라거나 했다면 느낌이 또 달랐겠구나 싶기도 했구요


뭐 결론은 .. 없습니다 =_=

제 사례 하나로 이렇다 저렇다를 논할만큼 가벼운 문제도 아니거니와
해석하기에 따라
3년간 존재감 제로였으니 사람들의 걱정은 괜한 과장일 뿐이다 라고 말할 수도 있을것이고
2주간의 그 존재감이 너무 강렬하니
저런 거 보면 사람들이 기피시설로 취급하는 것도 이해간다 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죠

다만 정말 신기할 정도로
극과 극의 상황이 빠른 시간내에 벌어지며 마음이 오락가락했던 신기한 경험이였는지라
생각난 김에 적어봅니다

그러고 보니 강서구 그 학교는 결국 어떻게 된 건지 모르겠네요 ..
그리고 여행사는 몇년 뒤 코로나로 인해 그야말로 시원하게 망해버렸습니다 +_+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