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에 항즐이님의 코멘트에서 언급된 맵 엘드리치 레이크 때문에 떠오른 옛날 기억들을 끄적여 봅니다.
넷클럽 대회라고 기억하실 겁니다. 아마도 최초로 1등 상금이 천만원대를 돌파했던....1회 대회는 신주영선수가 프로토스로 먹었고, 저는 2회 대회를 구경갔습니다.(재밌는 건 브루드워 출시후 4개월 정도 지나서 열린 대회가 오리지날로 치루어졌다는 점...) 봉준구(Skeleton), 유병옥(Solar Sun)등 스타크래프트 1세대 게이머들이 다름아닌 엘드리치 레이크에서 경기를 펼쳤죠. 악명 높은 저그맵이었던 엘드리치 레이크에서 8강중 테란 한명, 토스 한명(유병옥) 나머지 저그였고, 4강에서 봉준구 선수의 뻔히 알고도 당한다는 악명 높은 뮤탈 저글링을 질럿, 아콘으로 격파한 유병옥 선수....결승에서 무명의 저그 플레이어를 상대합니다.
그 경기들을 그 당시로서는 매우 파격적으로 관객석에 TV를 설치하고 경기를 보여줍니다. 그것도 선수들의 마우스 콘트롤 하나하나를 다 볼 수 있는 개인화면으로....
1차전 세 군데 입구에서 밀려들어 오는 히드라 부대를 질럿과 캐논만으로 (정말 신같은 손놀림으로) 막던 유병옥 선수, 결국 GG를 치고 맙니다. . 히드라가 두 방향에서 히트앤드런을 시도할때, 유병옥 선수의 질럿들 한 번 스크롤이 되면 반으로 나뉘어, 각자 독립적인 부대인양 움직이고, 히드라가 세 그룹으로 나뉘어 괴롭히려 들면 다시 스크롤해서, 질럿을 삼등분 한 후, 역시 독립적으로 컨트롤해주고....그 당시 질템의 최고 권위자로 군림했던 전설의 Solar Sun의 현란한 컨트롤에 그 당시 관객들(지금 프로게이머가 되신 분들도 많았던 걸로 기억합니다.)은 기립 박수를 보냅니다.(정말 기립박수 나올만 했습니다...헐...)
2차전 역시 같은 양상이었는데, 1차전에 넥서스 주변에 캐논을 건설한 것을 실수라고 여겼는지,(아시다시피 엘드리치 레이크는 언덕위에서의 방어가 불가능합니다.) 포지 없이 아둔 테크를 빨리 올린 유병옥 선수, 환상적인 질럿 컨트롤로 히드라들을 쉴 새 없이 막아내면서, 발업되는 동안 특공 질럿 4인조를 편성해 몰래 입구로 빠져나갑니다. 정신 없이 히드라 컨트롤을 하며, 유병옥 선수의 본진을 두들기던 상대 저그 플레이어....질럿 4인조에 드론이 대부분 잡힌 걸 뒤늦게 깨닫고 GG를 선언합니다. 이 때, 관중들의 함성은 정말 대단했습니다.(저그 플레이어들을 포함해서 그 벌어진 입들이란...) 비록, 3차전에 상대 저그 플레이어의 온리 발업 저글링을 견디지 못하고 준우승에 그치긴 했지만, 전설의 Solar Sun은 우리들을 실망시키지 않았습니다. 아니, 실망시키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경악시켰죠.
신촌 슬기방의 단골이었던 저는 신주영 선수의 플레이를 거의 매일 볼 수 있었습니다. 신주영 선수가 블리자드 토너먼트 3차 대회를 우승했을 때의 모습은 볼 수 없었지만, 그 이후 브루드워 토너먼트에서 8강에 올랐던 당시의 플레이는 많이 볼 수 있었죠.(기욤 선수에게 졌던 걸로 기억합니다. 당시 우승자였던 D22-Soso에게 졌던 것 같기도 하구요?)
그 때도, 신주영씨의 현란한 손놀림과 기발한 발상들에 감탄하며 스타크래프트의 중계방송으로서의 성공 가능성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만, (신주영씨가 게임을 할 때는 슬기방 손님들...게임 안했습니다. 모니터 뒤에 수십명이 몰려있는 거 상상해보십시요..)
넷클럽 대회에서의 개인화면은 아마도 제가 본 최초의 성공적인 스타크래프트 중계가 아니었나 싶습니다.(캐스터와 해설자는 없었지만, 그 현란한 컨트롤을 보는 재미란... 그래서, 저는 게임 큐의 개인화면을 너무나도 좋아하고, 높이 평가했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