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에 혼자 와서 독한 술을 주문하고 천천히 마시다가 갑자기 왈칵 우는 사람들이 모든 사람들이 드라마 중독자인 것은 아니다. 이를테면 눈앞에서 울고 있는 저 손님은, 내 기억에는, 좋은 사람이었다. 물론 드라마 중독자가 모두 나쁜 사람은 아니겠지만.
그녀가 처음 온 날이 언제였더라. 혼자 오지 않았었다. 그녀는 그와 함께 여기에 처음 왔다. 그는 굉장히 오래 된 단골손님이었다. 언젠가 그녀와 함께 왔다. 그녀는 꽤 어렸다. 스물을 조금 넘겼다고 했었나. 둘은 그런대로 어울렸다. 좋은 의미에서나 나쁜 의미에서나 그와 어울리는 사람은 별로 없었고, 그녀와 어울릴 만한 사람도 별로 없었다. 가끔씩 그들은 혼자 오곤 했다. 그녀는 그에 대해 이야기하곤 했고 그는 그녀에 대해 이야기하곤 했다. 딱히 특별할 것은 없었다. 착한 사람들이었다.
언젠가 문득, 더 이상 둘이 같이 오지 않는다는 것을 느꼈다. 그가 그녀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기 시작한 때부터 그리고 그녀가 그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기 시작한 때부터. 죽음이 그대들을 갈라놓건 삶이 그대를 갈라놓건, 그대들은 결국 언젠가 헤어지고 마는 것이다. 그와 그녀처럼 말이다. 그에게 그녀와 헤어졌다는 말을 들었다. 아, 그런가요. 딱히 할 말은 없었다. 사실 나는 그에 대해서도 그녀에 대해서도 잘 아는 편이 아니었으니. 그녀는 가끔 그에 대해 물었다. 그 사람 잘 지내나요. 글쎄. 모르겠네요. 당신도 모르는 걸 내가 알고 있을 리가 있나요.
그와 그녀가 더 이상 함께 오지 않게 된 지 이 년 정도 지났나. 그리고 그녀가 왔다. 어느 추운 날이었다. 굉장히 기분이 좋지 않은 표정으로 그녀는 평소에 거의 마시지 않던 독한 술을 시켰다. 나는 당시에 레시피 개량을 하고 있던, 위스키와 럼과 버무스를 섞은 독한 칵테일을 내주었다. 그녀는 그것을 받아들고, 천천히 마시다가, 왈칵 울었다. 그럴 만한 일이 있나 보구나. 삶이란. 다행히 손님은 없었다. 딱히 위로해줄만한 말도 없었고. 그녀가 가고 나는 문을 닫고 다른 바텐더와 만나 술을 마셨다. 이상하게 힘든 날이었다. 세상에는 딱히 친한 사이가 아님에도, 딱히 떠들지 않았음에도 전달되고는 하는 우울한 감정 같은 것이 있다. 세상의 모든 곳에 존재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바텐더와 손님 사이에는 존재하는 것 같다. 그런 이야기를 하면서 우리는 치킨에 소맥을 마셨다.
그리고 그도 그녀도 보지 못한 몇 달이 지났다. 별로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나는 매일 출근하는 것도 아니고, 그와 그녀가 자주 오는 것도 아니었으니. 그리고 제법 붐비는 어느 날이었다. 그녀가 왔다. 그와 함께. 괜히 반가웠다. 해서는 안 될 말을 해버렸다.
“같이 오는 거 보는 거 되게 오랜만이네요.”
해서는 안 될 말이었다고 생각한다. 헤어진 사람들이 다시 술을 마시는 것이 언제나 재결합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그저 어쩌다 다시 만나 한 잔을 함께 하고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는 경우일 지도 모른다. 이런 경우라면 역시 쓸데없는 말을 아껴야 한다. 하지만 하고 싶었다. 그냥 그런 분위기였다.
다행히 둘은 그저 웃어넘겼다. 재결합인가. 아닐 지도 모른다. 그저 예의상의 웃음일 지도 모른다. 상관없는 일이다. 그녀는 평소처럼 편안하고 달콤한 칵테일을 한 잔 시켰다. 그는 평소처럼 독한 칵테일을 시켰다. 그녀에게 적당히 달콤한 칵테일을 내 주고 나는 위스키와 럼과 버무스를 섞은 독한 칵테일을 만들어 그에게 내주었다. 그녀가 오고 몇 달이 지난 동안, 그 칵테일의 레시피는 대충 완성되었다. 그는 그것이 나쁘지 않다고 했다. 나는 그와 그녀를 흘낏 지켜보고 잔뜩 쌓여있는 잔들을 씻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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