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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1/30 10:49
영화에서 가장 많이 보여주는 내용은 주인공들이 어떻게 CDS 매도 계약을 하는가와 기초자산인 주택담보대출이 망가지고 있는데도 CDS의 가격은 오히려 올라가고 신용등급은 떨어지지 않는가 두 가지입니다. 주인공들은 정상적인 외부자이기보다 이상한 세계에서 그나마 제정신을 유지하려다보니 자신도 모르게 변방으로 밀려난 사람들, 그렇지만 자신들이 속한 세계의 사람들이 미친거지 믿고 있던 시스템 자체가 망가진 것은 아니라고 여기던 사람들입니다.
영화 후반부에서 자신들이 계약한 투자은행이 압도적인 우위를 바탕으로 가격이 떨어져야 하는 자산의 가격을 더 높게 불러 이익을 챙기고, 무디스 같은 신용평가회사는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대폭 하향조정되어야 마땅할 CDS의 신용등급을 제멋대로 높게 유지하고, 이런 것들을 바로잡아야 할 감독기관의 사람들은 어떻게 하면 월가로 취직할까만 궁리하고 있는 상황에서 최후의 보루인 언론마저 그들의 눈치를 보는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분명히 불량품인데 만든 사람, 품질을 평가하는 사람, 이들을 감시하는 사람이 모두 공모해서 비싼 가격이 유지된 황당한 시스템인 거죠. 주인공들이 그들을 찾아 항의하고 소리치고 하소연할 때마다 그나마 시스템은 제대로 작동할 거라는 최소한의 믿음마저 깨지면서 엄청난 좌절감을 느꼈을 겁니다. 내가 몸 담고 있던 세계는 원래 이런 데가 아니야라는 마음 속의 외침, 드러나지 않는 분노, 어이없음 등이 그들의 말과 행동 하나하나에 담겨있었습니다. 특히 마크 바움과 신출내기 헤지펀드 매니저들이 이런 감정을 선명하게 표현하죠. 벤은 애초에 그런 세계임을 깨달아서 떠난 사람이고, 자레드 베넷은 그런 세계임을 알고 이용해 먹는 사람이라는 차이만 있을 뿐이었죠. 크리스찬 베일이 연기한 마이클 버리는 마지막에 벤처럼 모든 게 망가진 세계를 떠나 자신만의 세상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빅쇼트는 거대한 돈(영화에서 정확히 나오진 않지만 주인공들이 얻은 이익은 수조~수십조원이었습니다)을 놓고 대형 투자은행과 벌인 한 판 도박의 진행과정을 담담히 보여주는 영화인 동시에 2008년에 벌어졌던 일은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시스템이 도대체 어디서부터 고쳐야 할 지도 모를만큼 망가졌기 때문이라고 고발하면서 그 망가진 시스템이 오늘날까지도 여전히 건재하다고 경고하는 영화입니다.
16/01/30 12:19
대한민국 시민으로 보기에는 별거 아닌 부정으로 과하게 놀라는거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영화가 잘못이라는게 아니라 그정도로 이 나라에선 저정도 비리는 별거 아닌거 처럼 느껴지는것이겠지요. 세계를 들었다 놓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통해 월가에 비수를 던지는 칼은 매섭고 정확하게 들어갔습니다만 우리나라에서 느끼기에는 그냥 변호인, 소수의견, 내부자들 등에 비해서는 한참은 싱거운 비판이었던거 같아요. 맛있지만 한국인들이 먹기엔 심심한 미국스프를 먹은 느낌 이었던것 같습니다.
16/01/31 11:26
결국 비전문가들(넓은 의미로 대중들)은 그 분야의 정보를 갖고 노는사람들한테 좌지우지된다는 문제의식을 전달하면서 계몽적인 효과를 노린 것 같은데(이건 경제뿐만 아니라 정치 의료 등 전문적 지식이 필요한 모든 분야에서 그렇겠죠) 그 실효성은 유효하기는 하지만 크지는 않겠지요. 왜냐면 대부분의 대중들은 결국 또 편리한 사고를 하게 될테니까요. 그런면에서 제작자가 아무리 외쳐봐도 저게 과연 사회에 들릴까 하는 안타까움이 많았어요.
16/01/31 20:38
영화의 앞부분은 서브프라임 모기지가 무엇이고, 어떻게 그 부실함이 발견되는지를 보여줍니다. 그 뒤로 영화 대부분에서 다뤄지는 내용은 어떻게 이지경이 되도록 썩었는가 입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는 어느 개인, 그룹이 구성하는 것이 아닙니다. 굉장히 다양한 사람들이 연루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영화는 그들 각각을 보여줍니다. 여러 사람들이 문제를 만들고 있네요. 하지만 자연스럽고 납득이 갑니다. 그들은 법에 저촉되지 않는 선에서 자기의 이익을 최대화하기 위한 행동을 하고 있을 뿐이거든요. 그것이 전체 시스템에 어떤 악영향을 미칠지는 고려하지 않습니다. 고려하지 못한다고 하는편이 더 옳겠습니다. 사람은 보통 근시안적이니까요. 영화를 보면 누군가를 욕할 수 없습니다. 악당이 없습니다. 나라도 그렇게 행동했을 것입니다. 가슴속에 욕망이 있고 법을 어기지 않을 정도의 양심과 더 좋은 것을 고를 수 있는 머리가 있다면, 사람이라면 그렇게 행동합니다. 사람은 그런 것입니다. 답을 내놓기가 어렵습니다. 문제의 발생과 붕괴가 인간 본성에서 기인하기 때문에 너무나 자연스럽습니다. 이를 시스템을 통해 제어해야 하겠지만, 그 시스템의 구멍을 찾아내는 것이 사람입니다. 인류의 역사는 반복되고 태양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는 점은 이것을 두고 하는 말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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