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근을 시키고 철야를 해도 주말 휴일 시도때도 없이 불려나가다가 결국 쓰러지고 쫓겨나서 더 일을 못 할 위기에 놓였던 때에 비하면
지금은 사실 천국이나 다름없지요. 물론 지금도 야근이나 철야가 아주 없는 건 아니지만 이유가 없는 것도 아니고 견딜 만 하고...
어쨌든 오늘처럼 하루 휴가를 내서 밀렸던 일도 보고 침이라도 좀 맞으러 다닐 수도 있으니 예전에 비하면 살 만 한 게 맞습니다.
다만 혹사의 후유증일까요. 제가 최근 몇 년 간 무리했던 대가를 받고 있습니다. 쉬는 날은 거의 침대에 누워 죽어지내고, 마음도 심란합니다.
힘도 많이 들지만 번잡스럽거나 능률이 오르지 않을 때가 더 많은 게 걱정되어 고민 중입니다.(블로그가 개점휴업인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건강과 경제사정, 다른 어려움과 편의주의적 발상. 아침과 저녁의 생각과 고민이 하나로 모아지기보다 높은 확률로 불일치하기 일쑤입니다.
긍정적으로 보면 자리를 잡는 과정의 한 부분이지만 외골수라서 그런지 지금처럼 이제 좀 무언가가 자리잡고 되어가는 듯 하면 내심은 더 불안합니다.
나아졌다가 더하다가 나아지다가, 때론 계산이 안 되어서 골머리를 앓는 일도 있고 내 업무 능력으로 충분히 가능한 일에서 실수도 하고.
어떤 때는 잘 되다가도, 어떤 때는 마무리를 원활히 하지 못해서 고생하거나 착오를 일으키니 저의 근성이나 의지 부족이 아닐까 하는 자괴감도 들고.
두루뭉술한 예로, 저는 제가 경험을 해 봐서 알던 일을 하게 되면 예전의 경험을 생각하면서 제 딴에는 어영부영하지 않게 빡빡한 일정을 잡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그리하면 힘겹더군요. 원인을 알기 위해 과정을 판단하고 도움을 구하다 보니 저는 매우 역설적이게도 일을 망치는 행동을 했습니다.
젊은 신입의 속도보다 경험자의 디테일을 살리기 위해 만들어 놓은 일을 신입 일정이나 혹사하던 일정에 맞추려고 생각하는 아주 무모한 짓을 한 거지요.
그나마 그 판단 때문에 손실이 난 건 없었고 아무러한 일들도 명확히 정리하는 중입니다. 다만 먹고 살기 위한 일에 목숨을 걸지는 말라고 하더군요.;;
새 일터에서 일 년이 되어 가고 있고 사람들과 괜찮은 유대를 형성하고 있지만 말로 표현하면 살짝 거리감 있는 적정선을 유지하는 관계입니다.
뭐, 저는 좋습니다. 때로는 알던 사람이 더 문제고 되레 일에 악영향을 주는 것을 정수리에서 발끝까지 각인될 정도로 체감했으니까요.
시쳇말로 아는 게 더하다고, 다들 이런다. 노력 부족하다. 한참 더 달려야 하고 당신의 사정을 배려할 상황이 아니다... 참. 착잡한 시간들이었죠.
자기 생존이 중요하니 내가 눈에 보이지 않았겠지만, 동료의 방패가 깨졌나, 금이 갔느냐 들여보는 것조차 그들에게는 그렇게 어려웠을까요...?
그 때 생각하면 아직 밤에 잘 못 자기도 하고 지금도 숙면하는 법을 찾아 헤맬 만큼 좀 여유 없는 때도 있지만, 이것 또한 지나가겠지요. 언젠가는.
아마도 건강 문제든 아니든 앞으로 살아가는 동안 저를 외줄타기같은 일이 들었다 놓았다 할 일이 많을 것 같습니다. 불안요소도 남아 있습니다.
보이는 문제만 해결하면 다 되는 것도 아니라서 저의 처지는 여전히 불안하고 헤아릴 수 없는 깊이의 진짜 문제는 아직 손도 대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니, 좀 다르게 말하면, 손댈 수 없는 깊이의 문제죠. 최소한 몇 년 동안 유지보수만 해서 현상유지만 해도 다행일 것 같은데. 어렵습니다.
뭐 두고 봐야겠지요. 일단은 살아남는 게 우선입니다. 버릴 것이 아니면 사는 것이 맞으니까요. 그리고 살려면 제대로 살아 남아야지요.
요즘 저는 가끔 '오늘만 산다'고 합니다. 위험한 건 맞지만 죽는 날 받은 것도 아닌 제가 이 말을 하는 건, 마구잡이로 저를 몰아대려는 게 아니라,
오늘을 살아야 내일이 있기 때문입니다. 저를 마구잡이로 몰아대던 습관 대신 제대로 일하고 살아가는 습관을 다시 심는 일을,
그나마 제게 남아 있는 저녁이 있을 때 해야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래야 뭔가 사람들 사이에 회자될 말이든 뭐든 하나쯤 남기고 갈 만한 사람이 될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더 있겠지요.
- The xia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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