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친구는 조심스럽게 그 놈에 대한 얘기를 꺼냈고
나는 정말 예상을 못한 터라 상당한 충격을 받았다
그녀는 점점 상기된 표정으로 그 놈에 대한 얘기를 하였고
다른 모든 남자가 그러하듯-_-;; 나는 충분히 당황하였지만
당시 일에 치이고 결혼준비만으로도 충분히 힘든지라 -_-
다른 것에 신경을 쓸 여유가 없어 적당히 반응하고 대화를 끝냈다
어쨌든 나도 사람인지라 -_- 그녀로부터 얘기를 듣고 한달 가량은 그 놈에게 관심이 많았다
그러나 바쁜 일상이 나를 괴롭히자 빛보다 빠르게 -_- 그 놈에 대한 관심이 사그라 들었다
그 후에도 그녀는 종종 그 놈에 대한 얘기를 하였다
그리고 나는 그에 대해 불만을 갖지 않았다 -_-
어쨌든 난 너무 바빴고 그녀는 나보다 훨씬 한가하였다 -_-
그녀는 그 놈에게 관심을 가진 덕분에 그렇게 심심해 하지 않았고
나는 한가한 그녀가 외로움을 느끼다 나를 괴롭히기로 마음먹지 않는 것만으로 -_-;;;충분히 그 놈에게 감사하였다
나의 리액션이 너무 약했던 탓일까
그녀는 점점 더 자주 그 놈 얘기를 하였다
어느 순간 그녀가 나보다 그 놈을 더 신경쓴다는 느낌을 받았고
그녀에게 질투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려 최대한 애쓰며-_- 담담하게 물어보았다
그녀는 당연히 그건 아니라고 하였지만 그녀의 말에는 영혼이 보이지 않았다 -_-;;;
그리고 나 역시 점점 그 놈의 얼굴이 보고 싶어졌다
어떤 놈이길래 그녀가 저렇게 관심을 가질까 -_-
그 놈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지 5개월 만에 정보통신기술의 도움-_-을 받아 간신히 그 놈의 사진을 구했다
역시 과학의 힘은 위대하다
과학의 신이 있다면 매일 제물을 받기를..
아무튼 그 놈의 사진을 본 순간 정말 어이가 없었다
그녀는 그 놈이 잘 생겼다 라고 말하였지만
사진에 흐릿하게 찍힌 그 놈의 모습은 그렇게 이목구비가 뚜렷하지 않았다
어쨌든 외모에 대한 평가는 주관적인 것이고 개인의 취향은 존중해주는 것이 맞겠지만
취향에도 정도-_-란게 있는 것이 아닌가;;;;
평소 나보고 잘 생겼다고 칭찬한 그녀의 말들이 한순간 무색해진 순간이었다 -_-;;;
그녀의 그 놈에 대한 관심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커져갔다
그리고 나 역시 그 놈을 만나고 싶었다 -_-
조심스럽게 그녀에게 언제 그 놈을 볼 수 있냐고 물었지만
그 놈은 정말로 자유로운 영혼인지 -_-;;; 언제 볼 수 있는지는 그 놈 마음이란 답만 들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어느 덧 5월초 그녀는 아주 담담하게 이번주에 그 놈을 볼 수 있다고 하였다
난 정말 그 놈이 보고 싶은 나머지-_- 과감하게 휴가를 썼다
회사일이 미친 듯이 바쁜 상황에서 휴가를 썼건만
보기로 예정한 날짜보다 이틀이나 지나서야 간신히 그 놈을 볼 수 있었다
다른 건 몰라도 그 놈은 최소한 교육을 잘 받은 예의바른 사람은 아니었다
그 놈은 늦은 주제에 거만한 표정으로 인상을 찌푸리며 마치 승리자인 것처럼 나를 바라보았다
반면 나는 그 놈에게 할 말이 정말 많았지만 왠지 모를 패배감을 느끼며
어쨌든 초면인지라 -_- 예의바른 사람답게 그 놈을 바라만 보았다 -_-
그렇게 30초 정도 서로를 봤을까
그 놈은 갑자기 표정을 바꾸어 그야말로 대성통곡을 하였고 -_-
어색했던 우리의 첫 만남은 끝났다
불안한 표정으로 -_- 우리의 첫만남을 지켜보던 그녀는
조심스럽게 그 놈이 잘생기지 않았냐고 물어 -_- 나를 어이 없게 하였다
다음 날 난 다시 그 놈이 보고 싶었지만
그 놈은 왜 이렇게 바쁜지-_- 밤 9시경이 되어서야 비로소 15분의 만남이 허락되었다
난 그 놈에게 할 말이 정말 많았지만 말 없이 -_-;; 그 놈을 바라보았다
다시 한번 느끼는 것이지만 그 놈은 예의바른 한국인이 아닌 것만은 분명하였다 -_-
상대방을 바라보는 것이 소통의 기본일진데 -_- 그 놈은 거만하게 나를 내려다 보다가 불현듯 잠이 들었다 -_-
그렇게 어색했던 우리의 두번째 만남이 허무하게 끝났고 -_- 선생님이 나와 그녀를 불렀다
아직 확실한 것은 아니지만 그 놈의 양 귀가 안 들릴 수도 있다는 얘기
순간 눈 앞이 캄캄해졌다
울먹이는 그녀에게 선생님은 검사가 잘못될 수도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하면서
밤에 조용할 때 다시 검사해보겠다고 하였지만
나와 그녀에게 전혀 위안이 되지 않았다
그 놈을 기다리다 며칠 동안 제대로 잠을 못자 미친 듯이 피곤하였지만 자고 싶지 않았다
정말 놀라운 일이었다
첫사랑한테 차였을 때도
수능을 망쳤을 때도
아버지 사업이 망했을 때도
난 정말 잘잤다
난 잠자기를 좋아하는 사람이었고 언제 어떤 상황에서도 고민없이 푹잤다 -_-
그런데 그 날은 신기하게 도무지 잠이 오지 않았다
선생님께 처음 들을 때만 해도 그 놈이 받은 검사가 무엇인지도 몰랐지만
미친 듯이 인터넷 검색을 하고 의사 친구들을 닥달-_-;;한 결과
새벽에는 이음향방사 검사의 장단점과 검사 오류의 가능성을 마스터하게 되었다
밤새도록 알아본 끝에 오류가 있을 수 있어 재검시 대부분 정상 판정이 나온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지만
나와 그녀에게는 조금도 위안이 되지 않았다
만에 하나 재검했는데 청각이 나쁘다고 하면 어떻하지
청각이 안되면 말도 배우기 힘들텐데 어떻게 해야하나
돈을 많이 벌어서 수술시키면 나아지려나
빨리 동생을 만들어서 서로 의지하게 해야하나
그녀가 힘들텐데 어떻게 위로하지
안좋은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할 수만 있다면 내 청각을 주고 싶었다
어차피 나야 결혼도 하고 직장도 있으니 무엇이 걱정이랴
그렇게 밤새도록 걱정을 하다 어느 덧 새벽 4시
병실 전화벨이 울렸다
빛보다 빠르게 전화를 받으니 간호사 선생님이었다
다시 검사해 본 결과 청각이 정상이라고
신생아 귀에 묻은 양수가 마르지 않은 상태에서 검사해서 그런 것 같다고 하면서 -_-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하였다
난 거듭 확인하였고
청각이 정상임을 확인하는 순간
살면서 처음으로 하느님, 부처님, 알라, 기타 모든 신께 감사드렸다 -_-;;;;
30분뒤 와이프가 그 놈의 얼굴을 찍어 카톡으로 보냈다
아버지 어머니가 자기 때문에 -_- 밤새도록 걱정했는 줄도 모르고
그 놈은 아주 편안하게 모유를 먹으며 졸고 있었다 -_-;;;
그 순간 알게 되었다
우리가 처음 서로를 봤을 때
그 놈이 왜 거만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나는 왜 패배감을 느꼈는지
나는 평생 그 놈을 이길 수 없다는 예감이 들면서
그 놈이 잘 되면 내가 그 놈보다 더 기뻐하고 행복해 할 것이고
그 놈이 안 되면 내가 그 놈보다 더 슬퍼하고 걱정할 것이라는 것을
그 모든 사실을 한순간 느낄 수 있었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다른 모든 아빠들이 그러하듯 지금 그 놈에게 바라는 것은 하나 밖에 없다
건강하게 자라기를
아들아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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